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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장혁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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중편동화 아가하마의 꿈 김장혁
2022년 01월 17일 10시 59분  조회:903  추천:0  작성자: 김장혁
   

              



     중편동화


       아가하마의

              김장혁
 

                                       1

시누런 흙탕강이 푸르른 초원을 핥으며 거세차게 흐르고 있었어요. 그 시누런 흙탕강에서 어미하마가 귀여운 아가하마를 데리고 힘들게 살고 있었어요.
어미하마가 새끼하마를 “아가하마”라고 부른데는 그럴만한 리유가 있었지요. 새끼하마는 무서운 라이벌 악어를 보기만 하면 물리지 않았는데도 “아가!” 하고 고함치며 도망갔지요. 흙탕강 부근의 기린이랑 코끼리랑도 새끼하마를 엄살쟁이라고 “아가하마”라고 별명을 삼아 불렀어요.
초원이 날따라 사막화되여 줄말들과 물소들의 수도 점점 줄어들었어요. 그리하여 이 흙탕강 나들목 흙탕물을 건너 초원에 가는 줄말과 물소들이 점점 눈에 뜨이게 줄어들었어요. 엎친데 덮친 격으로 흙탕물에는 하마 모자의 라이벌인 악어가 호시탐탐 하마 모자를 노려보며 먹이를 쟁탈하고 심지어 이 흙탕강물에서 쫓아내려고까지 했어요.
한번은 물소무리가 오랜만에 이 흙탕강에 들어서자 저 욕심쟁이 악어를 보세요. 대문짝 같은 아가리를 쩍 벌리고 톱날이발을 맞쪼으며 하마모자한테 덮쳐들었어요.
아가하마는 “아가!” 하고 고함치면서 도망쳤어요.
아가하마는 악어의 톱날 같은 이발은 보기만 해도 치떨렸지요. 어미하마는 아가하마가 악어한테 다칠가 봐 별수 없이 나들목을 지나가는 물소무리를 놔주고 유일한 사냥장인 나들목에서 물러나야만 했어요.
“그럼 그렇겠지. 물소는 내 혼자 거야! OK!”
악어는 떠나가는 하마모자를 보고 쾌자를 불렀어요.
뒤이어 악어는 터덜터덜한 몸뚱이를 홱 돌리더니 시누런 흙탕물 우에 음흉한 퉁방울눈깔을 번쩍이며 물소무리에 접근해갔어요…
하마모자는 굶어서 배에서 꼬르륵꼬르륵 소리가 다 날 지경이였어요.
어미하마는 기실 악어와 상대해 맞대결할만한 실력이 없는 것은 아니였어요. 그러나 마음씨 착한 어미하마는 똥이 더러워 피하지 무서워 피하는 건 아니라는 격이였어요. 그는 아가하마한테 화를 입힐가봐 항상 싸우지 않고 악어를 피하기만 했던 거죠. 그 바람에 악어는 날이 갈수록 하마모자를 업신여기고 괴롭혔어요.
오늘도 그 놈 악어는 터덜터덜한 몸뚱이로 건방지게 팔자를 그리며 엉금엉금 뭍에 기여올라와 해볕을 쪼이면서 빈정거렸어요.
“야, 아가하마야, 어미를 잘 못 만나 또 굶게 생겼구나.”
어미하마는 아가하마를 데리고 악어를 피해 흙탕물에 풀러덩 들어가며 코방귀를 뀌였어요.
“고양이 쥐 생각한다고 해라. 흥!”
그러자 악어는 갖은 욕설을 다 퍼부었어요.
“에이, 저 뻔뻔스런 하마를 봐. 얼마나 속알멀치가 뻔뻔스러웠으면 저 가죽이 다 저렇게 뻔뻔하겠어. 저 뻔뻔한 잔등에서 원숭이들이 배구시합을 해도 되겠다. 허허허.”
하루강아지가 범 무서운줄 모른다고 아가하마는 듣다 못해 맞받아 놀려댔어요.
“오줌을 싸놓고 네 상통을 들여다 봐라. 퉁방울눈깔이 얼마나 음흉한가. 속알멀치 어떻게 욕심 많고 음흉했으면 터덜터덜한 낯가죽에 가시 다 돋았겠어?”
“뭐라고?! 요놈새끼!”
악어는 몸뚱이를 홱 돌리며 당장 물어메칠 상했어요. 그러나 용케도 인차 참아냈어요. 다른 안속이 있기 때문이였죠.
어느날 해가 서산에서 뜰 일이 다 생겼어요.
욕심 많던 악어가 글쎄 물소고기를 한 아가리나 물고 와서 하마모자한테 훌 뿌려 주는 것이 아니겠어요.
“아가야, 배 고픈데 먹어라!”
“야- 좋아라! ”
“허허허.”
악어는 제법 호탕하게 웃으면서 아가하마한테 엉금엉금 기여왔어요.
“아가야, 조심해!”
어미하마는 경계하는 눈길로 악어를 쏘아보며 아가하마를 한쪽으로 데리고 갔어요.
“누가 싸우자는가? 흥!”
악어는 터덜터덜한 낯가죽에 웃음기를 바르며 억지로 부드러운 어조로 말했어요.
“이웃사촌이라고 우린 이제부터 이 흙탕강에서 먹이를 가지고 으르릉거리며 싸우지 말고 형제처럼 서로 도우면서 의좋게 살자구나.”
그러나 어미하마는 아가하마를 한쪽으로 주둥이로 밀어 치워놓고 경계심을 놓치지 않고 악어를 쏘아보았어요.
악어는 주춤 멈춰 섰어요. 악어는 어미하마를 힐끔 곁눈질해보더니 물소고기를 뜯어먹으려는 아가하마를 슬슬 구슬리기 시작했어요.
“아가야, 항상 배고파하는 널 보고 이 악어삼촌도 속이 아프더라. 그래서 너네 모자가 배불리 먹고 살 수 있는 최신정보를 알려주자고 찾아왔어.”
어미하마는 코방귀를 뀌였어요.
“흥! 네 말은 콩으로 메주를 쓴다고 해도 믿을 거 같애? 그렇게 좋은 정보 있으면 어째 네나 배불리 먹고 살게지. 고양이 쥐 생각한다고 해라.”
악어는 도리머리를 흔들었어요.
“에이, 별수 없군. ‘아-’ 하고 아가리를 쩍 벌리고면 잉어구 바나나구 마구 날아들어오겠는데. 참.”
아가하마는 들을수록 귀 솔깃해졌어요.
악어는 아가하마를 힐끔 곁눈질하더니 몸뚱이를 돌리면서 중얼거렸어요.
“원래 ‘사라’, ‘사라’ 하면 더 사지 않는게 인지상정이지. 에참, 형제 의를 봐서 배불리 먹고 살게 해주려건만, 쳇, 남의 호의를 알아봐주지도 않으니. 별수 없지.”
아가하마는 악어 앞으로 뛰여가 앞발을 벌려 막았어요.
“잠간만! 악어삼촌, 진짜 입을 ‘아-’ 하고 벌리면 뭐나 다 한 아가리씩 마구 날아들어오는 곳이 있는가요?”
악어는 아가하마가 미끼를 무는 것을 보고 어미하마를 찔끔 곁눈질해보며 지껄여댔어요.
“있구 말구. 나도 오늘에야 알았어.”
어미하마는 아가하마가 다칠가봐 쫓아와 한쪽으로 밀어놓으며 악어를 투박하게 면박주었어요.
“흥! 아가야, 가자. 저 놈 말 믿지 말라. 세상에 어디 ‘아-’ 하고 입만 벌리면 입 안에 공 먹을게 날아드는 일도 있겠느냐?”
아가하마는 어미하마한테 밀려가면서도 머리를 돌려 악어를 보고 소리쳤어요.
“악어삼촌, 그 좋은 곳 어데 있는가요?”
악어는 헛일 삼아 소리쳐 볼 판이였죠.
“저쪽 수림 속 원숭이네 호수동물공원에 있어. 거기 가면 진짜 ‘아-’ 하면 먹을게 입 안에 날아들어!”
아가하마는 저도 몰래 귀 솔깃해졌어요.
“엄마, 어서 호수동물공원에 가보자요. 네? 엄마, 응~”
“아가야, 악어 말을 믿지도 말라. 넌 공부를 잘해 배불리 먹고 살 준비나 해라. 동물병원 의사한테서 복제기술을 배워라.”
“복제기술을 배우면 먹이 거저 생긴대요?”
아가하마는 기어이 호수동물공원으로 가려고 떼를 썼어요.
아가하마가 어찌나 조르는지 어미하마는 할수 없이 한번 가 보기로 하였어요.
그는 악어 몰래 아가하마를 데리고 흙탕강을 타고 나들목 아래목으로 슬슬 헤염쳐 갔어요.
악어는 흙탕물에서 헤염치며 모자하마의 동태를 살피다가 잘코사니를 불렀어요.
“끝내 미끼를 물었군. 흐흐흐.”
한편 하마모자가 흙탕물을 타고 한참 헤염쳐 굽인돌이를 돌자 진짜 수림 속에 커다란 호수동물공원이 나타났어요.
황홀한 호수동물공원 안에는 흙탕강 굽인돌이와 통하는 둥그렇고 깊숙한 호수가 누워 있지 않겠어요. 초원에서 맑은 물이 호수에 흘러들어 호수 물은 흙탕강물과는 달리 밑바닥이 다 들여다보일 지경으로 아주 맑았어요.
파란 거울 같은 호수 물에 금쟁반 같은 달이 비껴 있어 호수는 별유천지로 보였어요. 호수 주위에는 나무로 란간을 대고 유람객들이 돌아다닐 유람길도 만들어 놓지 않았겠어요.
흙탕강과 호수 사이에 나무 살창을 촘촘히 대놓았기에 뚱뚱한 어미하마는 호수동물공원 안에 들어갈 수 없었어요. 그러나 아가하마는 손쉽게 나무살창 안에 헤염쳐 들어갈 수 있었어요.
“와- 진짜 물도 맑고 경치도 참 좋구나!”
아가하마는 하늘에 대고 입을 쫙 벌리고 고함쳤어요.
“야-호-”
“얘, 아가야! 소릴 작작 쳐! 원숭이가 널 붙잡아 가두겠다. 어서 나오너라.”
그러나 아가하마는 주위를 흘끔흘끔 둘러보며 나오려고 하지 않았어요.
“아니, 안 돌아갈래. 흙탕강에 돌아가도 먹을게 없잖아요. 여기서 놀다가 입을 ‘아-’ 벌리고 원숭이랑 사람들이랑 뿌려주는 바나나랑 잉어랑 받아 배불리 먹을래요.”
아가하마는 몸뚱이를 빙빙 탈며 헤염치면서 돌아갈 념을 하지 않았어요.
어미하마는 슬슬 구슬렸어요.
“얘, 밤에 유람객들도 없는데 누가 먹이를 뿌려준다고 그래? 엄마 말 좀 들어라. 그 욕심쟁이 악어란 놈이 무슨 심보로 우릴 여기에 얼려 보내려고 하는지 아니? 우릴 공원에 가둬두고 흙탕강을 혼자 차지하고 물소고기랑 혼자 배때기 터지게 먹고 살려는 거야.”
아가하마 귀에는 어머니 말이 좀처럼 들어가지 않았어요.
“듣기 싫어요. ‘아-’ 하면 입에 먹을게 날아들어오는 판에 무슨 의심이 그리도 많은가요? 이리 좋은 동물지상락원을 다 알려줬는데요.”
어미하마는 천진한 아가하마의 말에 도리머리를 절레절레 저었어요.
“얘, 어미 말을 들어라. 혹시 악어란 놈이 원숭이와 짜고 들어 우리 모자를 이 호수동물공원에 가둬두고 돈 벌자고 그러는지 어떻게 알아?”
그러나 아가하마는 호수에서 자맥질하며 놀면서 들은 척도 하지 않았어요.
“그만해요. 이젠 원숭이마저 의심해요?”
               2
때는 이른아침이였어요. 아침해살이 맑은 호수물에 은빛송곳질을 하고 있었어요.
아가하마는 황홀한 꿈이 피여오르는 호수동물공원 맑은 물에서 헤염치며 즐겁게 놀았지요.
그때 벌써 공원에는 동물구경을 온 유람객들로 붐비기 시작하였어요.
아가하마는 악어가 분부한대로 맑은 물에 머리만 내놓고 “아-” 하고 되창문만한 입을 쫙 벌렸지요.
이윽고 공원 주인 원숭이가 나무 가지를 가로타고 앉아 바나나를 훌 뿌렸어요. 면바로 눈을 감고 쫙 벌리고 있던 아가하마 입 안에 날아들어갔어요.
“이게 웬 떡이냐?”
아가하마는 제꺽 받아 오물오물 씹어 꿀꺽 삼켰어요. 난생처음 먹어보지 못한 달달한 바나나를 받아 먹었지요.
이번엔 기린이 긴 목을 빼들고 주둥이로 나무 잎을 뜯어 아가하마 입에 넣어주었어요.
“에-퉤!”
아가하마는 기린을 보고 쌍까풀눈을 흘겨보였어요.
뒤이어 아가하마는 또 눈을 감고 “아-” 하고 입을 짝 벌렸어요.
이윽고 흙탕강 저쪽에서 물소고기덩이가 씽 날아오지 않겠어요.
“헤헤. 오늘 생일 쇠게 됐구나.”
아가하마는 “냠냠 맛있다. 오래오래 맛있다!” 하고 코노래를 부르며 물소고기를 맛나게 먹었어요.
아가하마가 물소고기를 냠냠 먹으면서 퉁사발눈으로 도리반거리며 여겨보니 분명 흙탕물에서 악어가 던져준 물소고기인 것 같았어요.
지나가던 유람객들도 사탕이랑 과자랑 사과랑 마구 뿌려던져 주지 않겠어요.
진짜 악어 말처럼 “아-” 하고 입만 벌리자 입 안에 별의별 맛있는 먹이가 다 날아들어오지 않았겠어요.
“헤헤- 이거야 말로 일하지도 않고 입만 쫙 벌리면 배불리 먹을 수 있구만요. 진짜  별유천지구만요.”
한 어린애가 사탕을 쥐여뿌리려고 할 때였어요.
애 어머니가 말렸어요.
“얘, 아까운 사탕을 왜 뿌려?!”
어린애는 대수로와하지도 않았어요.
“사탕 먹으면 이발이 싹아빠지지 않아요? 이 잘난 사탕 해 뭘 해요. 아가하마나 먹게 줘버립시다.”
“오, 그래. 이발이 실하고 든든한 하마는 괜찮겠지.”
“네-”
“잠간!’
어머니가 또 불러 세웠어요.
“왜 또?”
“껍질을 벗겨 던져 줘라. 통채로 어떻게 먹겠느냐?”
“예- 알았어요.”
어린애는 사탕껍질을 벗겨 던져주었어요.
아가하마는 사탕알을 넙적 받아 물었어요. 순간 혀바닥부터 목구멍으로 달달한 물이 쪽 들어오지 않겠어요.
이때 어미하마가 나무살창 밖에서 새된 소릴 쳤어요.
“얘, 아가야! 사탕 먹지 말라! 이발이 싹어빠지겠다!’
“너무나 달달한게 맛있구만요. 흥!”
아가하마는 어머니 말리는 말을 귀등으로 흘려보내고 어린애 던져주는 대로 사탕알을 납짝납짝 받아 까드득까드득 씹어 꼴깍꼴깍 삼켰어요.
“얘, 이젠 나오너라!”
아가하마는 어머니 말을 들은 척도 하지 않았어요.
아가하마는 유람객들이 던져준 별의별 먹이를 다 넙적넙적 받아먹고 나서 배를 슬슬 매만지면서 흙탕강에는 돌아갈 념도 하지 않았어요.
“아가야- 이젠 어서 나오너라. 흙탕강에 돌아가자.”
어미하마 소리에 아가하마는 귀찮아했어요.
“어머니, 어째 자꾸 그 진절머리 나는 흙탕물에 돌아가자고 그래요? 여기 얼마나 살기 좋아요? 호수 물이 맑지. 경치도 아름답지. 입만 쫙 벌리면 먹을게 다 생기는데요. 왜 굳이 흙탕물에서 악어와 물소고기를 빼앗을내기하면서 힘들게 살자고 그래요.”
어미하마는 발을 동동 굴렀어요.
“얘, 아가야, 그러다가 원숭이주인이 호수출입구에 나무살창을 더 촘촘히 박는 날엔 영영 어머니 곁으로 나오지 못해.”
그제야 아가하마는 더럭 겁을 집어먹었어요. 그는 쫙 벌렸던 입을 꼭 닫고 눈을 번쩍 뜨고 호수 주변을 두리번거렸어요.
진짜 호수공원 주인 원숭이가 나무 가지를 가로타고 앉아 자기를 보면서 히쭉거리고 있지 않겠어요.
아가하마는 부랴부랴 호수동물공원 나무살창출입구로 헤여왔어요.
그는 틈이 제일 넓은 나무살창 사이로 빠져나오려고 했어요. 그런데 어찌나 배불리 먹었던지 똥똥한 배가 글쎄 나무살창에 딱 끼여버렸어요. 아무리 안간힘을 해 바둑거려도 좀체로 빠져나올 수 없지 않겠어요.
“아가, 아가! 어머니! 빨리, 빨리 빼내 주세요!”
어미하마가 황급히 주둥이로 나무살창살을 물어 힘껏 바깥으로 당겼어요. 순간 “뜨드득” 소리와 함께 나무살창살이 쭉 벌어졌어요.
그 틈에 아가하마는 겨우 호수동물공원에서 빠져나왔어요.
                                     3
이튿날 아침해가 두둥실 뜨자마자 아가하마는 또 호수동물공원에 가자고 졸라댔어요.
어미하마는 또 말리기 시작했어요.
“얘, 아가야, 호수동물공원에 가지 말자. 좀 힘들더라도 어머니와 함께 흙탕물에서 생신한 물고기도 잡아먹고 운수 좋으면 물소고기도 먹으면서 살자. 우리 흙탕강물의 물고기는 야생물고기여서 호수나 어장에서 기른 물고기보다 더 생신해. 괜히 호수동물공원에 갔다가 악어와 원숭이 짜고 들어 무슨 꿍꿍이를 치면 어쩌느냐?”
“원숭인 어제 나한테 바나나를 뿌려줬는데요. 뭘 어쨌다고 의심해요?”
“나무창살 대신 쇠창살을 바꿔 촘촘히 박아놓는 날엔 다시 자유로운 흙탕강물에 돌아오지도 못하겠다…”
아가하마는 심드렁한 표정을 지었어요.
“관둬요. 나무살창 안으로 들어갈 수 있으면 왜 나올 수 없겠어요? 꿈에서처럼 너무 배 뚱뚱하게 먹지 않으면 되지요. 언제든지 나올 수 있을 거예요.”
“얘, 아가야, 옛날부터 돌다리도 두드려 보면서 건너라고 했어…”
아가하마는 어미하마의 말을 들을 념도 하지 않고 떼를 썼어요.
“어머니, 잉~잉~ 빨리 호수동물공원으로 가자요. 잉~ 잉~ 이젠 시누런 흙탕물을 보기만 해도 진절머리 나요.”
그때 악어가 스리슬쩍 헤염쳐 다가왔어요.
“그렇게 의심이 많고서야 어찌 아가를 배불리 먹이면서 키우겠소. 쯧쯧.”
악어는 어두운 그늘이 비낀 퉁사발눈을 띠룩 굴리더니 뒤말을 이었어요.
“누가 량심 없이 호수동물공원 나무살창을 쇠살창으로 바꾼다고 했어? 이런 사막에 어데 가서 쇠살창을 가져와? 하나만 알고 둘은 모르는 놈들이라구야. 원, 쯧쯧쯧.”
아가하마가 어찌나 떼를 쓰는지 어미하마는 할수 없이 아가하마를 데리고 호수동물공원으로 헤염쳐갔어요. 악어도 퉁사발눈깔을 데굴데굴 굴리며 스르르 헤염쳐 뒤따라왔어요.
물소들이 건너는 흙탕강 나들목을 지나 굽인돌이를 돌자 아래목에 호수동물공원의 나무살창이 나타났어요.
“야- 호-”
아가하마는 다짜고짜 나무살창 안으로 쏙 빠져들어갔어요.
어미하마는 나무살창이 근심돼 다가가 나무살창을 이리저리 매만져보며 살펴보았어요.
“더 촘촘히 박진 않았구나. 호-”
그제야 어미하마는 안도의 숨을 내쉬였어요.
뒤이어 호수동물공원 호수에 들어가 빙빙 헤염치며 도는 아가하마를 살펴보았어요.
오늘도 호수동물공원 호수 주위에는 벌써 숱한 유람객들이 왁작 떠들고 있었어요. 여기저기 사슴, 호랑이, 곰이 재롱을 부리며 뛰놀고 있었어요.
이때 확성기에서 호수동물공원 주인 원숭이의 우렁찬 목소리가 울렸어요.
“유람객 여러분, 동물 여러분, 우리 호수동물공원을 찾아온 것을 환영합니다. 우리 호수동물공원 호수에 새로 귀염둥이 아가하마가 들어왔어요. 아가하마의 재롱을 구경할 분들은 어서 먹이를 아가하마 입에 뿌려넣으세요.”
그 소리를 듣고 아가하마는 호수를 한고패 빙 돌더니 호수가 란간과 아주 가까운 곳에 다가가 머리를 쳐들고 “아-” 소리와 함께 되창문만한 입을 쫙 벌렸어요.
“저게 뭐야? 재롱도 부리지 않고 먹이부터 달라고? 흥!”
“아가리를 벌리고 하늘을 쳐다보기만 하면 하늘에서 먹이 뚝 떨어지는가 해?”
이게 웬 일인가요? 어제와는 달리 유람객들은 아무런 먹이도 던져주지 않았어요.
아가하마는 이젠 너무 오래 입을 벌리고 있어서 아가미마저 다 아파났어요. 그러나 입 안에 물고기 한마리도 날아들어오지 않았어요.
공원주인 원숭이가 보다못해 다시 확성기를 들고 유람객들 속으로 돌아다니면서 애원하다싶이 소리쳤어요.
“여러분, 어서 저 아가하마 입에 먹이를 뿌려주세요. 여러분, 아가하마 재롱을 잘 구경하겠으면 어서 먹이를 아가하마 입에 뿌려주세요.
“아무 재롱도 부리지 않는데 무슨 먹이부터 뿌리라고? 렴치없어!”
아가하마는 입을 짝 벌리고 있어도 먹이가 날아들어오지 않자 조급해났어요.
“제가 노래를 부르겠습니다.”
“뭐 노래를?!”
“하마 노래를 부른다는 말은 난생처음 듣는데.”
유람객들은 미심한 눈길을 아가하마한테 모았어요.
그때라고 아가하마는 입을 쫙 벌리고 목청껏 노래라고 불렀어요.
“뚜뚜- 푸-”
괴상한 소리, 튕겨나는 물보라!
유람객들은 배를 끌어안고 웃었어요.
“세상 듣기 싫어!”
어떤 유람객들은 손으로 두 귀를 막으면서 외면했어요.
그런데도 아가하마는 먹이를 얻어먹으려고 계속 푸푸 거리며 돼지 멱따는 고함을 계속 질렀어요.
바빠맞은 원숭이 주인이 확성기를 쥐고 나섰어요.
“아가하마가 이번엔 춤을 추겠대요.”
유람객들이 아가하마 쪽으로 되돌아서며 눈길을 돌렸어요.
아가하마는 짤막한 꼬리를 물 우로 휘둘러대며 엉덩이까지 흔들었어요.
“하하하!”
“깔깔깔!”
유람객들은 웃다가 죽을 지경이였어요. 어떤 유람객은 너무 우스워 눈물까지 훔쳤어요.
“저것도 춤이야?!”
“토끼 꼬리만한 꼬리만 흔들면 춤인가!”
“살진 엉덩이를 흔드는 거 봐라! 느끼해!”
“저렇게 춤 추고 먹이를 달라고?!”
“어림도 없어!”
“누가 먹이를 준대?!”
유람객들은 먹이를 주려고 하지 않았어요.
바빠맞은 어미하마도 보다 못해 나무살창 안으로 들어가려고 했어요. 그러나 나무살창이 너무 좁아 뚱뚱한 배 떡 걸려 아무리 버둑거려도 들어갈 수 없었어요.
“아가야!”
“아가-!”
원숭이는 황급히 살창 안으로 들어가려고 버둑거리는 어미하마를 보고 핼끔 눈짓하며 소리쳤어요.
“이제 중량급 어미하마마저 재간을 피우겠답니다.”
어미하마는 아가를 배불리 먹이려고 흙탕강물을 입 안에 가득 들이켰다가 푸- 내뿜었어요.
순간 커다란 흙탕물줄기가 흘탕강으로부터 공중에서 반원을 그리며 아가하마의 입 안으로 날아가 떨어졌어요. 아가하마는 그 흙탕물을 먹거리인가고 꿀꺽꿀꺽 받아 삼켰어요. 아가하마는 인차 먹이 아닌 것을 발견하고 더는 삼키지 못하고 입을 쫙 벌리고 흙탕물을 받아 물었다가 공중에 내뿜었어요.
“야- 멋있다.”
그제야 유람객들은 박수갈채를 보냈어요.
그때라고 아가하마는 “아-” 하고 되창문입을 쫙 벌렸어요.
그러자 유람객들은 바나나며 망과며 사탕이며 과자며 마구 아가하마의 벌린 입에 뿌려주었어요.
“그럼 그렇겠지.”
아가하마는 유람객들이 뿌려준 먹이를 맛있게 먹었어요.
아가하마는 먹이를 던져줄 유람객들을 끌려고 입을 쩝쩝 다시며 노래까지 불렀어요.
 
냠냠 맛있다
오래오래 맛있다
 
아가야 아가야
아가리 쫙쫙 벌려라
 
냠냠 맛있다
오래오래 맛있다
 
아가야 아가야
먹일 훌훌 뿌려줄게
 
“야- 짱이야! 짱!”
“아가하마 노래짱!”
“대식가 짱!”
아가하마의 노래소리를 들은 유람객들은 엄지를 내휘둘렀어요.
그들은 재간둥이 아가하마가 “아-” 하고 입을 벌리기 바쁘게 사탕이랑 무우랑 쵸콜리랑 무더기로 훌훌 뿌려주었어요.
호수동물공원 밖 흙탕물에서 살펴보던 어미하마도 “아- ” 하고 대문짝 같은 입을 쫙 벌렸어요.
“그래! 어미하마도 빼놓을 수 없지.”
“자! 물을 뿜느라고 수고했는데 먹어라!”
사람들은 이쪽으로 다가오더니 어미하마가 쫙 벌린 입 안에도 먹이를 무더기로 뿌려주었어요.
어미하마도 맛나게 먹었어요.
악어는 톱날이발까지 드러내며 제 자랑을 한발이나 늘여놓았어요.
“히히, 아가하마야, 봐라, 봐. 내 거짓말 했어? 이젠 내 말 믿겠지?”
어미하마는 헤벌쭉 웃으면서 머리를 끄덕였어요.
그런데 아가하마는 어쩐지 입 안이 시쿨고 달고 쓰겁고 맵고 견디기 힘들었어요.
“혹시 사탕을 먹었잖아? 이발이 상하겠어.”
어미하마는 호수동물공원 호수 안을 살폈어요. 아가는 한창 입을 쫙 벌리고 입 안에 들어온 먹이를 게걸스레 먹어대고 있었어요.
“아가야! 이젠 그만 먹어! 괜히 배 뚱뚱해 나무살창에서 나오지 못하겠다.”
“나가선 뭘 해요? 여기선 ‘아’ 하고 입만 벌리면 먹을게 생기는데요. 호호호.”
“얘, 아가야, 이젠 해지겠다. 어서 돌아가자.”
악몽 말이 나오자 아가하마는 하늘을 향해 벌렸던 입을 닫았어요. 그는 쌍까풀눈으로 서서히 져가는 해를 여겨보더니 아쉬운대로 나무살창 쪽으로 헤염쳐 왔어요.
그는 엊저녁 꿈에서처럼 똥똥한 배가 나무살창에 걸릴가봐 저으기 근심됐어요. 그런데 량쪽 나무살창을 두리번거리며 슬슬 무난히 헤염쳐나왔어요.
“껄-”
아가하마는 똥똥한 배를 슬슬 만지더니 게트림까지 하며 어머니를 따라 흙탕강물로 돌아왔어요.
아가하마는 호수동물 공원에서 돌아 온 것을 아주 아쉬워했어요.
               6
“빨리 호수동물공원으로 가자요.”
아가하마는 이른 아침에 깨나기 바쁘게 졸라댔어요.
어미하마는 도리머리를 절레절레 흔들었어요.
“얘, 아가야, 아무리 생각해 봐도 호수동물공원에 가지 않는게 옳은 거 같아.”
“왜?”
아가하마는 어안이 벙벙해졌어요.
“세상에 공짜 어디 있느냐? 호수동물공원에 가도 누가 공짜로 주자고 하더냐? 어제 봐라. 우리 모자 물을 뿜으며 재롱을 피우지 않았더라면 누가 먹이를 줬겠느냐?”
“그게 무슨 그리 힘든다고 그래요?”
어머니는 참을성있게 타일렀어요.
“우린 힘들더라도 이 흙탕강 나들목에서 자기 힘으로 잡은 생신한 물고기랑 물소 고기랑 먹으면서 살자. 뭐나 생신한 걸로 먹어야 배탈도 나지 않고 좋아. 호수동물공원에서 유람객들이 던져 주는 변질한 물고기랑 바나나랑 먹으면 위와 밸에 염증이 생기면 어쩌느냐?”
그러나 아가하마는 어머니 말을 마이동풍으로 여겼어요.
“어머닌 진짜 배부른 흥정을 다 합니다.”
어미하마는 계속 말렸어요.
“호수동물공원은 동물락원이 아니야. 진짜 동물감옥이야. 거기에 들어가면 나오지 못해. 코끼리랑 곰이랑 사자랑 호랑이랑 모두 호수동물공원에서 나오지 못해 애나해. 그런데 왜 한사코 동물감옥에 들어가려고 애를 바득바득 쓰냐? 엉?”
아가하마는 아가리를 쫙 벌리고 쌍까풀눈을 흘겼어요.
“어머니, 잔소릴 하다못해 이젠 아침부터 고양이 방정을 떨겠어요. 아들이 동물락원으로 들어가려는데 작작 고양이 방정을 떨어요. 흥!”
세상물정을 너무나도 모르는 아가를 보고 어미하마는 안달이났어요.
“물론 어제 쉽게 얻어먹긴 했어. 그런데 어쩐지 어제 유람객들이 뿌려준 거 먹었더니 속이 별로 좋지 않아. 넌 괜찮니?”
그제야 아가하마는 어제 저녁에 배에서 꾸르륵 소리 나더니 꺼먼 똥물이 나가던 것이 떠올랐어요. 그러나 호수동물공원에 가서 얻어먹으려고 거짓말을 주어댔어요.
“어머니, 배 아무렇지도 않아요.”
“그래? 이상해.”
어머하마는 도리머리를 절레절레 저었어요.
“어제 유람객들이 우리한테 뿌려 준 건 다 좋은 먹이 아니야. 사람들이 생신한 바나나면 어째 자기들이 먹지 않고 우릴 줬겠느냐? 바나나랑 과자랑…”
“또또또, 어머닌 진짜 의심도 많아요.”
아가하마는 짜증내며 호수동물공원 쪽으로 부랴부랴 헤염쳐 갔어요.
어미하마는 뒤따라 가면서 계속 타일렀어요.
“사탕이랑 쵸콜리랑 자꾸 먹으면 이발이 싹아 떨어진다. 달달하다고 다 받아 먹느냐?”
“또, 또 잔소릴. 너무나 달달한게 맛있구만요.”
“얘, 아가야, 유람객들이 준 사탕을 넙적넙적 받아먹어선 안돼.”
“알았어요. 건데 언제 사탕을 골라내고 먹을 새 있어요. 입만 벌리면 여러가지 먹이 마구 입 안에 날아드는 판에. 흥!”
“그래도 변질한 먹인 골라내 버리고 먹어라!”
“아이고, 어머니, 이젠 그만 잔소릴 해요! 진짜 끝이 없군요. 흥!”
아가하마는 짜증났어요. 그는 어머니가 생각해서 하는 말을 잔소리쟁이 잔소리로만 여기고 귀등으로 흘려보냈어요.
기실 어머하마는 흙탕강물에서 오래동안 살면서 풍부한 생활경험과 교훈을 쌓아왔지요. 아가하마가 어머니 말을 들어서는 랑패될 것이 하나도 없었어요.
어미하마는 아가를 한시도 시름놓을 수 없어 황급히 뒤따라 헤염쳐갔어요.
한편 악어는 호수동물공원 쪽으로 멀어져가는 하마 모자를 보고 웃음주머니 흔들거렸어요.
“으흐흐. 잘 됐어! 이젠 저것들을 얼려 보냈으니깐. 나들목을 혼자 차지하고 물소고기랑 배 터지게 먹을 판이구나. 하하하.”
악어는 흙탕물살 우에 톱날 같은 이발을 다 드러내놓고 징글스레 웃었어요.
이때 물소들이랑 줄말들이랑 한창 나들목에서 흙탕강을 건너고 있었어요. 악어는 속으로 “이게 웬 떡이냐?”며 부랴부랴 그리로 헤염쳐 갔어요.
호수동물공원에 이르자 아가하마는 급급히 나무살창 안으로 들어가려고 했어요.
“잠간만!”
아가하마는 주춤 멈춰서며 귀찮아 어머니한테 눈을 흘기까지 했어요.
“어머니, 왜 또?”
어미하마는 나무살창을 앞발로 재여보았어요.
“응, 나무살창을 좁히진 않았구나.”
“어이구, 어머닌 걱정두 태산이오. 어째 하늘이 무너질가 봐 근심하진 않아요? 네? 흥!”
아가하마는 코방귀를 뀌더니 아주 숙련된 수영동작으로 나무살창 안으로 살짝 빠져 들어갔어요.
“얘, 아가야, 오늘 너무 많이 먹지 말라. 괜히 배때 뚱뚱해 살창 안에서 빠져나오지 못하겠다.”
“네-“
“아가야, 생신한 먹이만 골라 먹구 변질한 건 뱉아버려라.”
“아이구, 어머니, 이젠 그만 해요. 그저 입만 벌리면 잔소린가요.”
아가하마는 쌍까풀눈이 새똥구래졌어요.
“다 널 생각해 하는 말이야.”
“아이고, 잔소리쟁이 어머니, 이젠 잔소리 딱 질색인데요. 좀 작작 잔소릴 해요.”
어머니도 듣지 않을 때 말해선 소용없다는 것을 알고 로파심에 찬 입을 다물고 말았어요.
아가하마가 이른 아침에 호수동물공원 호수에 들어서자 유람객들이 구경하자고 또 우르르 모여들었어요.
아가하마는 배가 촐촐한지라 하늘을 향해 또 “아-” 하고 되창문입부터 쫙 벌렸어요.
“허, 그 놈, 날마다 입만 벌리면 먹이 생기는가 하는 모양이지.”
“재간을 피우지 않고서야 누가 먹이를 준대?”
“세상에 공짜 어디 있어?”
유람객들은 각박하게 먹이를 하나도 뿌려주지 않았어요.
아가하마는 똥똥한 몸뚱이를 핸들 번져 누우며 어머니 쪽에 대고 눈을 흘겼어요.
‘다 어머니 탓이야. 이른 아침부터 고양이 방정을 떨더니 하나도 얻어 먹지 못하잖아. 흥!’
이때 유람객들 속에서 이러루한 말소리가 들렸어요.
“흥, 번져눕기만 해서야 누가 공짜로 먹이를 주겠소?”
보다못해 어미하마가 또 흙탕물을 아가하마한테 뿜어댔어요. 아가하마는 그 물을 받아 물었다가 호수 중간에 뿜어댔어요.
그러나 유람객들의 반응은 각이했어요.
“야-진짜 누런 분수야!”
“아가하마는 참 재간 있어!”
“또 어제 하던 걸 하는군!”
“좋은 노래도 세번 듣기 싫다고 누가 내내 구경하던 걸 구경해?! 흥!”
아가하마가 아무리 입을 “아-” 하고 벌리고 있어도 먹이가 날아들어오지 않았어요.
공원주인 원숭이가 나무가지에 걸터앉아 보다못해 뒤더수기를 긁적거렸어요.
“안되겠어. 내 먼저 먹이를 던져줘야 유람객들이 따라 던지겠는지.”
원숭이주인은 먹다 남은 바나나 껍질채로 아가하마 입에 던졌어요.
아가하마는 넙적 받아 물었어요. 그러나 씹어보니 바나나 껍질이 씹히지 않겠어요.
“엣, 퉤!”
아가하마는 어머니 말대로 뱉어버리려고 했어요.
‘안돼. 그러다간 누구도 먹이를 던져주지 않을 거야.”
아가하마는 바나나를 껍질채로 먹는 척하다가 이마에 쓰고 있었어요.
“호호호. 옛날 임금이 황관을 쓴 거 같애.”
녀자애들이 아가하마의 모양을 보고 배를 끌어안고 웃어댔어요.
씽-
복숭아가 날아왔어요.
원숭이주인의 예견대로 한 사람이 먹이를 뿌려주기 시작하자 저게 웬 일인가요?
씽- 씽-
아가하마가 벌린 입 안에 복숭아랑 바나나랑 닭고기랑 돼지고기랑 마구 날아왔어요.
아가하마는 너무 기뻐 호수 물에서 껑충 뛰면서 먹이를 받아먹었어요.
“와- 진짜 멋있어!”
“어떻게 저 똥똥한 배로 뛰면서 받아먹을가?”
유람객들 속에서 환성이 터졌어요. 먹이가 폭포처럼 입 안에 쏟아졌어요.
아가하마는 미처 받아먹기도 힘들었어요.
‘먹이 많아서야 문제 될게 없지. 물 속에 저장해 뒀다가 래일 먹으면 좀 좋아서.’
아가하마는 자기 배 부르자 피뜩 어머니 생각이 났어요.
그가 두리번거리며 나무살창 밖에서 헤염치며 구경하는 어머니를 찾아냈어요.
“어머니, 입만 ‘아’ 벌리면 먹이 생기는 생 떡판입니다. 어머니도 들어오세요.”
그때 어머니가 새된 소릴 쳤어요.
“얘, 아가야, 저 피를!”
아가하마가 여기저기 둘러보니 자기 엉덩이에서 시뻘건 피가 흘러나오고 있지 않겠어요. 분명 어제 변질한 먹이를 먹었기에 배탈이 난 거죠.
피를 본 아가하마는 또 버릇처럼 “아가-” 하고 울려고 하다가 그만 두었어요.
오히려 아가하마는 억지로 태연자약한 척하였어요.
“피 몇방울 나온 거 가지고 왜 그래요? 어머니 말처럼 세상에 공짜가 어디 있어요. 요만한 피 몇방울 흘리지 않고 그래 벼락맞은 소고기처럼 먹이가 하늘에서 공짜로 떨어지겠는가요?”
어미하마는 새된 소리를 질렀어요.
“얘, 아가야, 어서 흙탕물에 돌아오너라. 뭐라던, 뭐나 생신한 걸 먹어야 한다는데도. 어서 나오너라!”
“또, 또, 잔소릴!”
아가하마는 쌍까풀눈을 흘겼어요.
“어머니, 내 한창 잘 나갈 때 왜 그래요? 이젠 먹이근심할 필요없어요. 이제 난 호수동물공원의 명스타로 될 거예요. 온 세상에 이름난 명스스타로! 호호호.”
어미하마는 도리머리를 절레절레 저었어요.
“얘, 정신 차려라! 명스타 되는게 그리 쉬울 거 같애? 숱한 사람들도 고놈의 명스타 되려다가 좌절한게 얼마나 되는지 알기나 해? 그저 허영심이 꼴똑 차가지고. 이제 위와 밸에 큰 병이 생기면 어쩔라고 그래? 유람객들이 주는 먹인 진짜 나빠!”
아가하마는 들을 념도 하지 않았어요.
“어머니, 지금 바빠요. 이 산더미 같은 먹이를 저장해둬야니깐요. 그런 잔소릴 들을 새 어디 있어요?”
어미하마는 끊지 않았어요.
“얘, 네 몰라 그렇지. 사람들이 뿌려준 걸 다 먹을게 아니야. 어서 버려라!”
아가하마는 눈이 휘둥그래졌어요.
“네? 먹어보니 변질한 건 아니던데요. 왜 요 아까운 돼지고기랑 버려요? 버리면 어머니 주어다 먹으려고?”
아가의 오해를 뻔히 알면서도 어미하마는 아가의 앞날을 위해 계속 타일렀어요.
“아니야. 어머니 충고를 들어라. 사람들은 소랑 닭이랑 옛날처럼 들판에 풀어놓고 풀이랑 먹여 기르는게 아니야. 사양장에 가둬놓고 사료를 먹여 기르지. 그런데 사람들은 짧은 시간에 빨리 크게 길러 팔아먹으려고 호르몬사료를 먹인단다. 그 호르몬사료로 기른 소나 돼지, 닭의 고길 먹으면 너도 이제 뚱뚱하게 배 뿔어나 이 살창 밖으로 나오지 못할 거야.”
아가하마는 유람객들이 던져준 돼지고기랑 소고기랑 물어다 살창 밖 어머니한테 주었어요.
그런데 어머니는 입에 받아물었다가 사품치는 흙탕물에 훌 던졌어요.
“아니, 어머니, 잡숫기 싫으면 날 줄게지. 왜 아까운 걸 던져요? 어떻게 얻어온 고기라고. 다신 주는가 봐요.”
아가하마는 눈물을 줄줄 흘리며 대성통곡치면서 호수 안으로 헤염쳐 갔어요.
“어서 나오너라. 이제라도 날 따라 흙탕강에 돌아가자.”
어미하마가 애원했지만요. 아가하마는 앵돌아져 호수 안에서 물장구를 치면서 고함쳤어요.
“안 가! 이젠 호수동물공원에서 한발자욱도 안 나갈래!”
“아가야, 어서 나오너라!”
그러나 아가하마는 좀체로 나올 예산이 없었어요. 그는 호수동물공원 호수에서 물장구치며 놀았어요.
                            4
아가하마는 어머니가 날마다 호수동물공원 나무살창 밖에 와서 흙탕강으로 돌아가자고 해도 좀체로 말을 듣지 않았어요.
아가하마는 이렇게 다짐하고 또 다짐했어요.
‘픽! 안 가! 싯누런 흙탕강물에 돌아가 뭘 해? 잡아먹자고 호시탐탐 노려보는 악어를 어쩌고? 음흉한 악어 퉁사발눈을 보기만 해도 몸서리쳐. 흥! 언제 그 놈의 톱날이발에 물려 죽자고? 안 가! 여기 고이 놀면서 입만 ‘아’ 벌리면 먹이 한 아구리씩 차례지는 판에. 흥! 좀 좋아 가? 안 가! 절대 안 가!’
이날도 아가하마는 호수동물공원 호수에서 입을 짝 벌리고 먹이가 날아오기를 기다렸어요.
그러나 한식경이나 기다려도 유람객들은 먹이를 뿌리지 않았어요.
대신 이러루한 말이 쏟아졌어요.
“오늘은 어째 아무 것도 표현하지 않고 입부터 쫙 벌리고 있니?”
“아마 먹이를 줄가 해 그러겠지.”
“누가 아무 표현도 하지 않는데 먹이를 뿌려줘? 흥!”
아가하마는 울상이 돼 입을 다물며 머리를 들어 호수 주변 란간에 늘어선 유람객들한테 간절한 빛이 넘치는 눈길을 보냈어요.
이때 어미하마가 보다못해 소리를 질렀어요.
“아가야! 네 장끼가 뭐냐?”
“소화의 음악!”
“그걸 표현해라!”
“알았어요!”
대답소리와 함께 아가하마는 물 속에 가라앉았어요.
“뭘 표현하려나?”
유람객들은 기대에 찬 눈길을 둥그런 파문이 이는 호수면에 보냈지요.
그때 호수에 파문이 거세게 일더니 살진 아가하마의 엉덩이가 불끈 솟아올랐어요.
“저게 뭐야?”
그때 엉덩이가 각도를 조절하더니 유람객들을 묘준하였어요.
“뿡-!”
요란한 소리와 함께 우뢰와 같은 방귀가 터졌어요.
방귀는 유람객들을 저멀리 우르르 쓸어 날려보냈어요.
원숭이 주인만은 나무가지를 꽉 붙잡았기에 다행히 방귀에 날려가지 않았어요.
“아이구머니!”
유람객들은 저쪽에 날아가 떨어졌지요. 오만상을 찡그리면서도 감탄소리 높았어요.
“고놈이 방귀만은 잘 뀌는구나!”
“방귀 어쩜 이리 세찬가!”
유람객들은 아픈 신음소리 속에서도 난생처음 그렇게 센 방귀를 보고 머리를 절레절레 저었어요.
그때라고 원숭이주인이 소리쳤어요.
“여러분, 방귀 구경 잘 했지요? 먹이를 힘껏 뿌려주세요!”
“그래야죠.”
“그러구 말구.”
유람객들은 너도나도 호수가로 돌아와 마른 명태랑 잉어랑 뿌려주었어요.
아가하마는 입을 쫙 벌리고 있다가 넙쩍넙쩍 받아먹었어요. 그는 미처 다 받아먹지 못해 호숭에 떨어진 잉어를 물어다 살창 밖의 어머니한테 물어다 주었어요.
어미하마는 아가하마를 보고 자꾸 “흙탕물로 나오라. 어머니 말 들어 랑패없어.”라고 했어요.
“날마다 사람들의 눈치를 보면서 얻어먹구 사는게 그리 쉬운가 하냐? 어서 나와서 엄마 함께 흙탕물에서 살자.”
그러나 세상물정을 모르는 아가하마는 곧이듣지 않았어요.
“왜 자꾸 그래요? 방귀만 뀌여도 먹을게 마구 날아들어드는데.”
어미하마는 너무 답답해 살진 머리를 마구 가로 흔들었어요.
“얘, 날마다 방귀 끼기 그리 쉬운가 하냐? 유람객들이 날마다 네 방귀에 맞아 쓰러지면서 먹을 거 줄 거 같애? 입만 쫙 벌리면 먹을게 생기던 흥타령이나 하며 세월을 보내라. 흥!”
“실로 별 근심도 팔자요.”
호수 주인 원숭이는 어미하마가 날마다 아가하마를 빼가려고 하자 나무가지에 걸터앉아 고민에 빠졌어요.
“아가하마가 가버리면 어쩌지? 아가하마를 보려고 요즘 유람객들이 더 오는데.”
원숭이주인은 량미간을 쪼프리고 한참이나 궁리했어요.
‘다른 공원처럼 고래를 호수 안에 들여오면 어떨가? 그런데 멀고 먼 바다 고래를 어떻게 얼려 여기까지 데려온담? 또 다른 공원 고래처럼 누가 훈련시켜?”
원숭이주인은 도리머리를 절레절레 저었어요.
“안 돼. 무슨 방법을 대서라도 조 놈 아가를 붙잡아 둬야지. 건데 어미하마가 통 문제야.”
원숭이주인은 고개를 갸웃하고 며칠이고 나무 우에 두둥실 뜬 은쟁반 같은 둥근달을 쳐다보면서 궁리하고 또 궁리했어요. 하지만 뾰족한 수가 떠오르지 않았어요.
그러다가 어느 날엔가 원숭이주인은 피뜩 떠오르는 뭔가 있어 무릎을 탁 치고 나무에서 깡충 뛰여내렸어요.
원숭이주인은 어둠의 장막이 내리드리우기를 기다렸어요. 그는 호수동물공원의 곰아저씨랑 코끼리아저씨랑 시켜서 어미하마 몰래 호수와 흙탕물 사이에 박은 나무살창 사이에 쇠말뚝을 더 촘촘히 박아놓았어요.
“이젠 어미하마가 무슨 수로 도망쳐?”
원숭이주인은 그제야 한시름 놓고 나무가지에 올라가 코를 드렁드렁 곯았어요.
아가하마는 최초에는 원숭이주인이 자기를 영영 가둬두려고 하면 이발로 나무살창을 물어뜯어버리고 도망칠 궁리를 했댔지요.
그러나 촘촘하고 든든하게 박은 쇠말뚝을 돌아보고 오히려 좋아했어요.
“이젠 어머니 잔소릴 영영 듣지 않고 여기서 입만 ‘아-’ 벌리면 먹이 생기겠구나. 호호호. 세상에 이보다 더 좋은 동물락원이 어데 더 있어?”
아가하마는 코노래를 부르며 어깨춤까지 추었어요.
 
얼씨구야 좋구좋다
동물공원 좋구좋아
 
절씨구야 좋구좋다
지상락원 좋구좋네
 
이튿날 어미하마가 와서 쇠말뚝을 보고 대성통곡치며 행패를 부렸어요.
그는 나무가지를 가로타고 앉은 원숭이주인한테 시누런 흙탕물을 쭉 뿜어댔어요.
“아니, 저 놈, 저게.”
원숭이는 이 나무가지 저 나무가지에 옮겨뛰며 어미하마를 손가락질하며 욕했어요.
어미하마는 대문짝 같은 아가리를 벌리고 비수처럼 날카로운 이발을 빼물고 을러멨어요.
“교활한 원숭이놈, 어째 우리 아들을 얼려다 이런 개구렁텅이에 가둬놓느냐?”
원숭이는 나무가지에 매달려 오른손을 펴들어 해빛을 가리우고나서 앞발명하기 시작했어요.
“아니, 얼려다 가뒀다고? 악어한테 밀려서 저희들 모자가 스스로 여기 찾아와 가지고. 참, 생사람 작작 잡아. 쇠기둥을 박아서 당신 보배 아들을 악어한테 물려가지 않게 보호해주는 것도 모르고. 내 억울해서. 원, 진짜 길러준 개 발뒤축을 물잖아. 지금.”
“뭐? 길러준 개? 아이구, 조놈 원숭이, 조고!”
어미하마는 악이 받쳐 아가리를 쩝쩝 다셨어요.
“누가 누굴 길러줘? 우리 아들 때문에 너네 호수동물공원에서 돈 엄청 벌면서도. 내 아들 네놈 길러줬는데도 네놈이 내 아들 길러준다고?”
원숭이주인도 열이 후끈 올라 맞받아 욕설을 퍼부었어요.
“작작 떠들어? 이제 우리 공원 언저리에 나타나기만 해보지. 네놈마저 호수 안에 가둬놓을테야!”
이때 조 아가하마 어떻게 노는가 보세요.
“어머니, 원숭이주인님을 억울하게 굴지 마세요. 주인님 말씀이 천만지당해요.”
어미하마는 억이 막혔어요.
“아이구, 뭐라고? 아가야, 이전에 엄마 뭐라던? 원숭이 놈이 이럴줄 알고 들어가지 말라고 했는데. 아이구, 아이구. 이젠 어쩌느냐? 영영 함께 못 살게 됐구나.”
아가하마는 어미하마를 거들떠보지도 않고 종알거렸어요.
“에이, 저 잔소릴 듣지 않았으면 살이 지겠다. 어이유, 딱 질색이야.”
어미하마는 아가의 볼멘 소리에 억이 막혔어요.
“아니, 네가 어미 마음 모르고 그게 무슨 소리냐?”
아가하마는 빈정거리까지 했어요.
“아니, 우리 원숭이주인이 나무살창 대신 쇠기둥을 든든하게 박아놓아서 얼마나 좋아요? 이젠 악어놈한테 기습당할 위험도 없잖아요. 어머닌 이젠 와서 지킬 필요 없어요. 아들 근심걱정 하지 말고 이젠 흙탕강에서 악어놈과 으르릉거리며 싸우면서 생신한 물소고기나 잡숫고 잘 사세요.”
어미하마는 너무나도 억이 막혀 더 말이 나가지 않아 입을 쫙 벌리고 말았어요.
한참 후에야 어미하마는 숨을 돌리고 겨우 한마디 했어요.
“왜 어미 말을 잔소리로만 여기느냐?”
“아이구, 저 잔소리쟁이, 이젠 잔소릴 작작 하고 돌아가세요. 제발 영업 방해하지 말고 어서 돌아가세요.”
어미하마는 도리머리를 절레절레 흔들더니 “넌 꼭 후회할 날이 있을 거야.” 하고 한마디 말을 남기고는 눈물을 휘뿌리며 흙탕물 속으로 사라졌어요.
                                5
아가하마는 날마다 잔재주를 부리면서 유람객들의 손에서 먹이를 얻어먹었어요.
그는 호수 안을 혜염치다가도 입을 쫙 벌렸어요. 유람객들이 먹이를 주지 않으면  물 우에 껑충 뛰여오르고 입으로 물을 분수처럼 뿜어대는 “재롱”을 피웠지요. 그리고는 “아-” 하고 입을 벌리고 있다가도 입에 날아드는 먹이를 받아 먹고 근근득식하며 살았어요.
그런데 저걸 어떻게 해요?
어느 하루 아가하마는 한 양머리유람객이 뿌려준 붕어를 먹다가 그만 가시뼈가 목에 꽂혔어요.
아가하마는 나무살창 밖에서 서성거리는 어미하마를 내다보면서 엄살을 부렸어요.
“아가- 아파 죽겠다. 엄마, 가시뼈 목에 걸렸습니다. 빨리 빼주세요.”
어미하마는 인차 앞발을 휘저으며 말했어요.
“아가야, 빨리 이쪽으로 오너라.”
아가하마는 부랴부랴 나무살창 쪽으로 헤염쳐갔어요.
어미하마는 아가하마 량 볼을 두 앞발로 잡고 입 안을 들여다보았어요.
아니, 글쎄 반뼘이나 되는 가시뼈가 목에 박혀 있지 않겠어요.
“내 뭐라고 했느냐? 절대 아무거나 받아 먹지 말라는데도. 아니, 이게 뭐냐?”
“아가, 아이구, 남은 아파 죽겠는데 웬 잔소리 그리 다사합니까? 빨리 가시뼈나 빼주세요.”
아가하마는 아파 죽는 상했어요.
어미하마인들 무슨 수가 있었겠어요. 입으로 가시를 물어 빼려고 해도 입이 아가하마의 목 구멍으로 들어갈 수 없잖아요.
“어째 떠들썩하는가요?”
이때 원숭이주인이 황급히 나무가지에서 뚝 뛰여내려 달려왔어요.
“아가하마 목에 가시뼈 박혔어요.”
“아가, 아가- 엉엉-”
원숭이는 “아-” 하고 벌린 아가하마 입 안을 들여다보았어요. 목구멍에 확실히 가시뼈가 박혀 입 천정에까지 나오지 않았겠어요.
“내 뽑아보지.”
원숭이주인은 사무실로 깡충깡충 뛰여가더니 커다란 집게를 들고 뛰여왔어요.
그는 아가하마를 보고 “아-” 하고 입을 벌리게 한 후 집게로 가시뼈를 집어 쏙 뺐어요.
“아가!”
“또, 또, 엄살은?”
원숭이주인은 가시뼈를 빼버리고나서 성취감이나 어깨가 으쓱해졌어요.
“이젠 괜찮아. 침을 뱉아 봐!”
아가하마가 침을 뱉으니 침에 피가 섞여 나왔어요.
“침을 넘겨봐!”
아가하마가 침을 삼켜보니 아프지 않았어요.
“감사합니다. 주인님.”
“이후엔 주의해라. 가시뼈 있는 건 뱉어버리고 먹지 말라.”
“네- 알았습니다. 명심하겠습니다.”
그러나 아가하마는 그때뿐이였어요.
신선놀음에 도끼자루 썩는줄도 모른다고 아가하마는 입만 “아-” 하고 벌리기만 하고 사탕이랑 변질한 과일이랑 고기랑 넙적넙적 받아 먹더니 이번엔 이발이 아파나 못견뎠어요.
“아가- 아가- 이발이 아파 죽겠다. 아가, 아가-”
아가하마는 너무 아파 연신 신음소리를 냈어요.
순간 어머니 생각이 사무치게 났어요. 그는 쇠살창 밖을 살펴보았어요.
어머니가 쇠살창 밖에서 근심돼 들여다보고 있지 않겠어요.
아가하마는 어머니 한테로 헤여가서 “어머니, 이발이 아파 아무 것도 씹지 못하겠어요.” 하고 서적스레 말했어요.
“아- 입을 벌려라.”
아가하마는 어머니 말대로 입을 “아-” 하고 벌렸어요.
어미하마는 아가의 입 안을 근심어린 눈길로 이리저리 살펴보았어요.
아니, 글쎄 이발이 싯누렇게 싹지 않았으면 시꺼멓게 죽어가고 있지 않았겠어요.
그뿐이 아니였어요. 심지어 어떤 이발은 싹아서 떨어졌고 어떤 이발은 흔들거리면서 이몸에서 피까지 줄줄 흘렀어요.
어머니는 도리머리질하였어요.
“이발이 말이 아니구나. 이 지경이 되다니!”
“네-?”
아가하마는 쌍까풀눈이 데꾼해졌어요.
“입을 ‘아-’ 벌리고 주는 먹이만 납짝납짝 받아먹지 말고 새들이 이발 두새에 걸 쪼아먹게 해라.”
아가하마는 새침해 앵돌아졌어요.
“왜요? 어떻게 얻은 먹이라고. 흥! 아까운 먹이를 왜 새 쪼아먹게 하겠어요?”
어미하마는 참을성 있게 타일렀어요.
“새둘이 이발 두새 잡질을 쪼아먹으면 이발이 청소되는 거야.”
“새들이 이발청소를 한다구요? 새들이 겁나 내 이발에 날아오겠어요?”
“날아온다. 한번 실험해봐라.”
아가하마는 호수에 돌아가 재미로 입을 “아-” 하고 벌리고 있었어요.
이윽고 진짜 어머니 말대로 물새들이 날아와 이발 두새에 끼운 잡질을 쪼아먹지 않겠어요.
“아가!”
갑자기 아가하마가 새된 소릴 질렀어요.
물새들이 이껌을 쪼아놨어요.
아가하마는 너무 아파 입을 꽉 다물었어요.
포로롱 포로롱
놀란 물새들이 날아났어요.
그런데 물새 한마리가 그만 꽁지털이 아가하마의 송곳이 두새에 딱 끼워 날아나지 못했어요.
어미하마가 새된 소리를 질렀어요.
“얘, 물새를 놔줘라!”
“내 이몸을 쪼아놨는데도? 괘씸해서, 원!”
아가하마는 꽉 물려고 했어요.
“안돼!”
어미하마는 말렸어요.
“절대 물지 말라. 물새들이 다치면 다신 이발청소 하러 오지 않아!”
그러나 아가하마는 어미니 말을 귀등으로 흘려보냈어요. 그는 입을 벌렸다가 꽉 깨물었어요.
아가하마가 입을 벌리는 순간 물새는 포로롱 날아나버렸어요. 그러나 제일 처음에 물린 꽁지털은 아가하마 입귀에 그대로 삐죽이 물려 있었어요.
그때부터 물새들은 다시는 하마 모자의 이빨청소를 하러 오지 않았어요.
시간이 흐르자 이발청소를 하지 않은 아가하마 이빨은 싹기 시작하였죠. 이몸에는 염증이 생겨 아파 죽을 지경 됐어요.
어미하마는 야단쳤어요.
“아이구, 이걸 어쩌냐? 뭐라던? 물새를 물지 말라는데도. 헤이, 사탕이랑 변질한 음식이랑 먹지 말라고 얼마나 당부했느냐?”
“아이유, 또 잔소리. 귀에 못이 배기겠어요. 흥!”
“다 아는 척하면서. 왜 사탕을 주는대로 넙적넙적 받아먹어?!”
“또, 또, 잔소릴! 듣기도 싫어요.”
그때 하늘에서 물새들이 악어 이발 두새 잡질을 쪼아먹으면서 짹짹 조롱하였어요.
“봐라. 우릴 물더니. 쌍통했지. 짹, 짹.”
“쌍통맹통 꼬부랑통, 령감로친 담배통, 우전국의 전화통.”
“호호호.”
“해해해.”
“깔깔깔.”
어미하마는 조롱하는 물새들을 흘겨보더니 아가하마를 계속 타일렀어요.
“물새를 물지 말라는데. 날마다 입을 쫙 벌리구 새들이 이발 두새에 낀 잡질을 쪼아먹게 할 수 있었더라면 얼마나 좋았겠느냐? 이발청소를 제때에 하지 않아 이게 뭐냐? 이제 이발이 다 싹아떨어지면 큰 일이야. 아무 고기도 먹지 못해!...”
아가하마는 짜증냈어요.
“됐습니다. 됐어! 진짜 하루라도 잔소릴 하지 않으면 못 삽니까? ”
아가하마는 똥똥한 몸뚱이를 홱 돌려 호수 복판으로 헤염쳐가면서 두덜거렸어요.
“에이, 남은 아파 죽겠는데. 또 고양이방정을 떨면서. 보기도 싫어. 흥!”
그래도 어머니는 쇠살창 밖에서 오가며 계속 타일렀어요.
“얘, 아가야, 원숭이주인과 말해 동물병원에 가봐라! 제때에 치료하지 않다간 큰 일 나겠다.”
그러나 아가하마는 들었는둥 말았는둥 또 입만 물 우에 내놓고 “아-” 하고 벌리고 먹이를 뿌려주기를 기다렸어요.
그때 원숭이주인이 나무가지에 걸터앉아 그네를 뛰며 구경하다가 호수에 피는 피발을 보고 깜짝 놀랐어요.
찬찬히 보니 아가하마가 쫙 벌린 입 안으로부터 피가 흘러 퍼지고 있는 것이 아니겠어요.
“아니, 저게 뭐냐?”
원숭이주인은 깜짝 놀라 나무가지에서 깡충 뛰여내려왔어요.
그는 호수가에 뛰여가 란간에 뛰여올라 새된 소리를 쳤어요.
“아가하마야, 입에서 피 흐른다. 이쪽으로 오라!”
아가하마는 주인이 부르는지라 호수가로 헤여왔어요.
“왜 그래요? 한창 맛있게 받아먹는데요. 수털일 하면서. 쯧쯧.”
원숭이주인은 도리머리를 절레절레 저었어요.
“안되겠어. 동물병원에 가서 이발을 검사해야겠어.”
그는 인차 코끼리를 불렀어요.
코끼리는 원숭이주인의 분부대로 길다란 코로 아가하마의 뒤다리를 딜딜 감아 기중기처럼 끌어올려 구급차에 실었어요.
구급차가 싸이렌을 울리며 흙탕강변 길을 따라 급급히 동물병원으로 달려갔어요.
동물병원 의사는 침대에 아가하마를 눕혀놓았어요.
“아-”
아가하마는 입을 쫙 벌리며 왕청 같은 말을 횡설수설했어요.
“여기서도 먹이를 주는가요? 세상 좋은 병원이구만요.”
의사는 어이없어 껄껄 웃다 말고 커다란 확대경을 들고 이리저리 아가하마 입 안을 살펴보았어요.
“아이구, 이발이 다 싹아떨어졌구만요. 사탕이랑 변질한 음식을 너무 많이 먹어서 이게 뭔가요? 어쩜 이 지경이 될 때까지 이발청소랑 제대로 하지 않았는가요?”
원숭이주인은 도리머리질했어요.
“아가하마는 게으름뱅입니다. 우리 말을 전혀 듣지 않습니다. 그저 먹는데만 악돌이고 이발청소에는 빼돌입니다.”
의사는 안경을 춰올리며 원숭이주인을 나무람했어요.
“그래도 주인이 강제로라도 이발청소를 시켜야지요.”
“이발청소를 하게 호수가에 와서 입을 벌리라면 전혀 말을 듣지 않아요. 그 시간이면 하나라도 더 먹겠다고.”
원숭이주인은 아가하마의 허물을 하면서도 이발건강이 근심됐어요.
“헤이, 어떻게 얻어온 하마라구요. 이제라도 이발을 살려내는 방법은 없는가요?”
의사는 땅이 꺼지게 한숨을 내쉬더니 두 팔을 벌려보였어요.
“이발을 살려낼 순 없습니다. 이젠 싹은 이발을 쑥쑥 빼버리고 사기이발이라도 해넣는 수밖에. 그래도 어머니 만들어준 이발이 젤 좋지. 사기이발은 대용품일 뿐입니다. 이발건강에 주의하지 않으면 언제 이몸에 염증이 다시 생길지도 몰라요.”
“아무것도 씹어먹지 못하면 큰 일인데요.”
“그래요. 영양이 따라가지 못하면 아가하마 수명이 그만큼 줄게 아닌가요?”
의사는 아가하마의 싹아빠진 이발을 보고 도리머리를 절레절레 저었어요.
그는 집게랑 전기찐들이랑 가져오면서 원숭이주인한테 말했어요.
“아가하마 이빨이 이 지경이 된데는 아가하마한테만 책임이 없는게 아닙니다. 주인님도 호수동물공원을 잘 관리하지 못한 책임이 있습니다.”
원숭이주인은 우멍눈이 데꾼해졌어요.
“무슨 말씀인가요?”
의사는 쫙 벌린 아가하마 아래웃턱을 벌려 바줄로 동이면서 말하였어요
“유람객들이 아가한테랑 호랑이한테랑 변질한 먹이를 뿌려주지 못하게 관리해야 합니다. 그럼 아가 변질한 음식을 먹을 수 없지 않겠습니까?”
원숭이주인은 머리를 끄덕였어요.
“네- 그 말씀에 도리 있습니다.”
“아가!:
아가하마는 엄살을 부리며 질겁해 똥똥한 몸뚱이를 바들바들 떨었어요.
(아이구, 이건 날 잡자는 건가?)
의사는 그러건말건 쇠집게로 아가하마의 거들거리는 송곳이부터 집어 흔들다가 쑥쑥 뽑았어요.
“아, 아가!”
아가하마는 너무 아파 비명을 질렀어요.
원숭이주인이 옆에서 보다가 빈정거렸어요.
“또, 또, 엄살은?! 그래서 별명도 ‘아가!’라지. 아프더라도 좀 참으라구.”
“아가!”
“아가!”
의사가 이발을 한대, 한대 뽑을 때마다 아가하마는 새된 비명을 질렀어요.
드디여 의사는 마치와 끌을 가지고 왔어요.
딱! 딱! 딱!
의사는 채빼지 못한 이발 뿌리를 마치질하면서 끌로 파냈어요. 이발 뿌리에서 피가 줄줄 흐르고 통증이 났어요.
아가하마는 너무 아파 연신 “아가! 아가!” 비명을 지르다 못해 까무러쳤어요.
한참 후에야 아가하마가 깨여났어요.
의사가 아직도 분망히 뭘 하고 있었어요.
뜨르륵 뜨르륵
쇠찐들로 이몸에 뭘 파고.
쯔르륵쯔르륵
전동숫돌로 뭘 갈았어요.
해가 질녘에야 의사는 마스크를 벗고 이마의 땀을 훔쳤어요.
“이젠 사탕이랑 변질한 걸 먹지 말게나. 그리구 제때에 이발청소를 해라.”
아가하마는 너무 아파 오만상을 쪼프리며 겨우 일어났어요.
입을 하 벌리고 거울을 비춰보니 피로 얼룩진 이몸에 촘촘히 박혔던 이발이 몇대 남아 있지 않았어요.
그런데 아가하마는 까마귀 고기를 먹었는지 금방 이발을 할 때 모든 고통을 깜깜히 잊어버렸어요. 생이발이 썩어떨어질 때 고통, 이발을 뺄 때 고통을 몽땅 잊어버렸던 거죠.
더구나 아가하마는 어머니 만들어준 이발이 얼마나 소중한가를 하나도 몰랐어요.
그는 언제 철이 들가요?
원숭이주인은 의사 말씀에서 계발받고 호수동물공원 호수가에 다음과 같은 글이 박힌 패쪽을 여기저기 박아놓았어요.
 
유람객 여러분, 변질한 먹이를 아가하마한테 마음대로 뿌려주지 마십시오. 아가하마가 변질한 먹이를 받아먹고 이발이 싹아 빠지고 다른 질병을 앓을 수도 있습니다.
아름다운 유람객은 머물렀던 자리와 행위도 아름답습니다. 부탁드립니다. 여러분의 협조에 감사합니다.”
 
그후부터 대부분 유람객들은 어린 나이에 이빨이 홀랑 빠진 아가하마가 불쌍해 변질한 돼지고기랑 아가하마한테 마구 뿌리지 않았지요. 그러나 일부 개명치 못한 유람객들은 의연히 원숭이 관리원들의 눈을 피해 가만히 먹다 나머지 쉰 돼지고기, 곰팡이 낀 양고기랑 아가하마가 “아” 하고 쫙 벌린 입에 뿌려던졌어요.
아가하마는 의사 말을 안 듣고 이전처럼 계속 유람객들이 뿌려주는 대로 아무 먹이나 마구 게걸스레 먹어댔어요.
한 둬달 지나자 이게 뭔가요? 아가하마는 소뼈다귀를 받아 뜯어먹다가 또 이발이 껄떡거리며 노는 것을 발견하였어요.
까드득까드득
게걸스레 소뼈다귀에 말라붙은 소고기를 꽉 물어뜯다가 그만 이발이 똑 부러지고 말았어요.
“아가!”
아가하마는 새된 소리를 질렀어요.
엎친데 덮친 격으로 오래동안 썩은 먹이를 먹은 때문에 이몸에서 뻘건 피고름이 줄줄 흘러나왔어요. 이몸에 염증이 도져 통증도 아주 심했어요.
아가하마는 아무 것도 먹지 못하고 호수 가로 가서 입을 붙들고 울었어요.
“아가-”
“아가!”
이때 나무가지에 걸터앉아 있던 원숭이가 황급히 뛰여내려 달려왔어요.
“또 어디 아프냐?”
“이발이 아파 죽겠어요.”
원숭이 주인은 신음하는 아가하마를 보고 도리머리를 절레절레 흔들었어요.
“의사 말을 잘 듣잖더니, 이게 뭐냐? 이제도 병원을 몇번 가야 되겠느냐?”
원숭이주인은 속으로 언짢아했어요.
(진짜 애보다 배꼽이 더 크구나.)
그래요. 병원으로 자꾸 가도 아가하마가 의사의 분부를 잘 듣지 않고서야 의사인들 무슨 뾰족한 수가 있겠어요?
저쪽 흙탕강 나들목 흙탕물에서 악어는 톱날이발까지 다 드러내고 아가리를 쫙 벌리며 너털웃음을 웃었어요.
“어, 씨원하다, 씨원해. 저놈들 이발이 홀라당 빠지면 뭘로 나하구 물고 뜯으며 싸워? 이젠 시름 싹 놓구 편안하게 살게 됐군. 허허허.”
악어의 퉁사발눈깔에 음흉한 빛이 서렸어요.
“나들목의 진짜 주인은 악어야, 나야! 나!!!”
                          6
며칠 후, 호수동물공원에 또 일이 생겼어요.
불시에 아가하마의 배가 남산만큼 뚱뚱 뿔어나고 항문에서 피똥이 밀밀 나왔어요.
아가하마는 너무 배 아파 호수 물 속에서 땔땔 구을었어요.
“아가!”
“아가!”
원숭이주인은 시끄러워 짜증부터 냈어요.
“‘아가’는 무슨 ‘아가!’ 네 별명이 ‘아가’인줄 모를가봐 쩍하면 ‘아가, 아가!’냐? 흥!”
그러나 원숭이주인은 인차 고쳐 생각했어요.
“아가하마 잘못되면 뭘로 돈 벌어?”
원숭이주인은 코끼리아저씨를 시켜 또 아가하마를 동물병원에 데려가라고 했어요.
코끼리아저씨는 길다란 코를 늘여뜨려 호수 안의 똥똥한 아가하마를 감아 기중기처럼 들어올려 구급차에 실었어요.
“아니, 저 놈이 저게. 우리 아가를 어데로 들어가?”
어데서 나타났는지 어미하마가 흙탕물 우에 퉁사발눈을 드러내고 중얼거렸어요.
원숭이주인은 모든 것을 눈치채고서도 못 본 척했어요.
‘잘 됐어. 따라 오기만 해봐라. 가둬놔야지.’
더 없는 모성애는 위험도 두려워하지 않았어요. 어미하마는 아가하마 근심돼 흙탕물로 해 먼발치에서 따라가면서 코끼리와 원숭이주인이 아가를 어데로 가져가는가고 살폈어요.
구급차는 “앵-앵-” 다급한 소리를 지르며 동물병원으로 달려갔어요.
동물병원 의사는 청진기를 들고 아가하마의 똥똥한 배에 여기저기 대보기도 하고 쌍까풀을 번지고 눈알을 들여다보기도 하였어요.
뒤이어 의사는 굵은 레이자미형촬영기가 달린 길다란 고무호스 같은 걸 가지고 오더니 아가하마 항문에 넣는 것이였어요.
“아이구! 엉덩이야! 이건 무슨 장난입니까?”
의사는 고무호스를 꽂아넣다가 잠간 멈추었어요.
“위장경을 해봐야겠네. 고무호스를 박고 미형레이자촬영기로 위장과 밸을 상세히 검사해봐야겠네. 좀 참으라고.”
고무호스가 꾸불꾸불한 밸로 들어갈 때마다 밸이 끊어지는 것처럼 아파났어요.
“에이, 저걸 보세요.”
컴퓨터 현광막에 아가하마 밸 속이 환히 드러나지 않았겠어요. 미형촬영기가 들어가면서 밸 안에 살아난 고기덩이가 아가하마의 눈에도 보였어요.
“큰 일 났구만요. 밸 안에 저렇게 큰 혹이 자라났어요. 저 혹에 밸이 막히면 먹은 걸 하나도 소화하지 못합니다. 대변도 잘 배설하지 못합니다. 그럼 생명마저 위험합니다.”
원숭이주인은 깜짝 놀랐어요. 그는 아가하마를 흘끔 내려다보면서 의사한테 입에 식지를 대보였어요.
(에이, 주책머리 없기도. 참, 어쩜 아가환자 앞에서 병세를 횡설수설한단 말인가? 환자심리학을 어떻게 배웠어?)
의사는 아가하마의 항문에서 줄줄 흐르는 피똥마저 하얀 쟁반에 담아들고 나무꼬챙이로 이리저리 번져도 보고 코에 대고 냄새를 맡기도 하였어요.
위경을 할 때는 어쩌겠어요.
목구멍으로 고무호수를 꽂아넣자 아가하마는 구역질이 나 견디기 힘들었어요.
왝-왝-
아가하마는 마구 토하고 싶었어요.
원숭이주인은 아가하마를 애기 달래듯했어요.
“좀 참으라구. 내 위경할 땐 이리 좋은 의기가 없어서 코구멍으로 고무호스를 꽂아넣었댔어. 그게 입으로 넣기보다 퍽 힘들어. 그래도 난 아프단 소릴 한마디도 안 쳤어. 아가야, 참아라, 참아.”
이때 어미하마는 흙탕강 시누런 흙탕물에서 아가하마 병세를 몰라 애타다못해 속이 재가루로 될 지경이였어요.
의사는 또 뭐라고 말하려고 했어요.
원숭이주인은 제꺽 의사의 팔소매를 잡아끌고 한쪽에 데리고 갔어요.
의사는 도리머리를 절레절레 저었어요.
“아
마는 저대로 놔두면 오래 살 거 같지 못합니다.”“아니, 도대체 무슨 병에 걸렸습니까?”
원숭이주인은 깜짝 놀라 우멍눈이 흰자위만 남고 데꾼해졌어요.
의사는 번듯이 누워 있는 아가하마를 힐끔 돌아보더니 나직이 말하였어요.
“보나마나 위장염에 걸린 거 같습니다.”
“네?”
원숭이주인은 깜짝 놀랐어요.
의사는 계속 뒤말을 이었습니다.
“기적이지요. 위에도 숱한 혹이 자라났습니다. 이제 위와 밸의 혹을 떼서 병리분석을 하면 확진이 나옵니다.”
“네?”
아가하마는 위장염이란 무슨 병인지 몰랐어요. 그러나 원숭이주인이 깜짝 놀라 우멍눈이 데꾼해지는 것을 보고 중병에 걸렸다는 것을 직감했어요.
‘이걸 어쩐다?’
한참 후에야 제 정신이 든 원숭이주인은 아가하마를 돌아보더니 아쉬운 표정을 지었어요.
그는 의사를 한쪽 구석으로 데리고 가서 나직이 물었지요.
“어쩜 이런 병에 다 걸릴 수 있습니까? 원인은 뭡니까?”
의사는 한숨을 땅이 꺼지게 쉬였어요.
“에이, 오래동안 변질한 먹이를 먹은 탓입니다.”
“아무리 변질한 먹이를 먹어도 어떻게 단통 이런 병에 걸릴 수 있습니까? 우리 호수동물공원에 숱한 동물이 있어도 처음 있는 일입니다.”
의사는 안경을 벗어 해면으로 닦아 걸고 말했어요.
“변질한 고기랑 자꾸 먹으면 먼저 위장에 염증과 혹이 생깁니다. 혹을 현대의학에서 종양이라고도 부르지요. 종양에는 양성종양도 있고 음성 종양도 있습니다. 악성 종양이면 큰 일입니다.”
원숭이주인은 도리머리를 절레절레 저었어요.
“허참, 어린 아가하마가 어찌 이런 병에 걸리다니? 제발 악성 종양이 아니였으면 좋겠는데.”
의사는 한숨을 후- 내쉬였어요.
“위장염이나 위장혹을 오래 치료하지 않으면 암증으로 변하기도 합니다. 그런데 아가하마는 위장염에 걸린지 퍽 오랜 거 같습니다.”
의사는 아가하마한테 돌아와 물었어요.
“혹시 이전에도 항문에서 피를 흘린 적은 없었는가요?”
“네. 있어요. 호수동물공원에 들어온 이튿날에 항문에서 뻘건 피가 흘러나왔어요.”
의사는 머리를 끄덕였어요.
원숭이는 도리머리를 절레절레 저었어요.

“똥똥하니깐요. 배불리 먹어서 몸이 든든한가 했는데요. 이렇게 앓을줄은 몰랐는지요. 허참.”
의사는 원숭이 팔을 잡고 한쪽 구석으로 가서 말했어요.
“공원에서 사람들이 아가하마한테 뿌려준 소고기랑 닭다리랑 돼지고기랑 다 좋은 먹이 아닌데요. 사람들은 소랑 닭이랑 옛날처럼 들에 풀어놓고 풀먹이랑 먹여 기르는게 아니라 지금은 사양장에 가둬놓고 사료를 먹여 기르지요. 그런데 사람들은 짧은 시간에 빨리 크게 길러 팔아먹으려고 호르몬사료를 먹여 기릅니다. 호르몬사료로 기른 소나 돼지 고길 먹었기에 아가하마 배 저렇게 뚱뚱하게 뿔어난 거죠.”
아가하마가 가만히 들을라니 의사 말은 이전에 어데서 듣던 말 같았어요. 그는 쌍까풀눈을 때룩때룩 굴리며 기억을 더듬었어요.
(아, 옳지. 어머니가 하던 말이구나. 왜 어머니 말을 명심해 듣지 않았지? 아이, 참.)
아가하마는 앓게 되니깐요. 후회되는 일도 많았어요.
한편 원숭이주인은 의사 말을 받아들이기 힘들었어요.
“아가하마는 우리 공원에 오기 전부터 원래 배 뚱뚱했습니다.”
“원래 뚱뚱한 건 사실입니다. 허나 갑자기 배 엄청 커지고 뚱뚱한 건 주로 호르몬사료를 먹여 기른 돼지고기랑 먹은 탓입니다.”
“됐습니다. 돼!”
원숭이주인은 아가하마 쪽을 힐끔 곁눈질하더니 제꺽 화제를 바꾸었어요.
“이제라도 무슨 치료방법은 없습니까?”
의사는 안경알을 닦아 다시 끼더니 김빠진 소리를 했어요.
“위장염은 치료해 나을 수 있습니다. 혹을 수술해 떼내면 먹은 걸 소화할 수 있으니깐요.”
“알았어요. 치료비도 엄청 많이 들겠지요?”
“네- 그거야 이를데 있습니까? 아가하마가 벌어들인 돈을 다 써도 될 거 같잖아요.”
“음- 잘 알았어요. 우리 아가하마가 며칠이라도 더 살 수 있다면 이제라도  수술해주세요. 치료비용은 근심하지 마세요.”
원숭이주인은 코마루가 시큼해났어요.
아가하마는 병상에 누워 의사와 원숭이주인이 주고 받는 말을 다 들었어요.
이 시각 아가하마는 어머니가 사무치게 그리웠어요. 흙탕강의 시누런 흙탕물이 너무너무 그리웠어요.
물론 악어의 살벌한 톱날이발은 보기도 싫었지만요. 그래도 시누런 흙탕물에서 잉어랑 잡아먹던 아름다운 추억이 그리웠어요.
아가하마는 의사한테서 혹제거수술을 받게 됐어요.
그런데 이게 웬 일인가요?
아무런 감각도 없지 않겠어요.
             7
수술대에서 환각이 왔는가요?
아가하마는 의사와 원숭이주인이 저쪽 구석에 간 틈을 타서 몽유증에 걸린 것처럼 병상에서 가만히 일어나 동물병원 뒤문으로 빠져나가 흙탕강 쪽으로 달아났어요.
“어데로 도망쳐?!”
“흙탕강에 가면 악어한테 물린다!”
의사와 원숭이주인이 뒤쫓아오며 고함쳤어요.
얭- 얭-
구급차도 경보기를 울리며 뒤쫓아왔어요.
숱한 원숭이 관리원들이 걸이대랑 바줄이랑 들고 뒤쫓아왔어요. 각일각 아가하마는 원숭이 관리원들한테 붙잡히게 됐어요.
그런데 저게 뭔가요?
“아가야! 이걸 타고 오라!”
어미하마가 공중에 대고 물줄기를 뿜었어요. 물줄기는 반달형으로 공중에서 휘날렸어요.
“아가야! 앞발을 벌려라! 빨리!”
아가하마가 앞발을 쫙 벌렸어요.
저게 뭔가요?
아가하마는 글쎄 반달형 물줄기를 타고 헤염치더니 물새처럼 하늘로 씽- 날아오르는 것이 아니겠어요.
기이한 일은 그뿐이 아니였어요.
갑자기 맑게 개인 푸르른 하늘에서 글쎄 칠색무지개가 걸렸어요. 그 칠색무지개 한쪽 뿌리가 호수공원 호수에 박히지 않겠어요.
“무지개 타고 달아나라!”
어머니 고함소리에 아가하마는 날개를 쫙 펴고 몸을 날려 무지개를 타고 창공으로 훨훨 달아났어요.
원숭이 주인이랑 숱한 원숭이들도 몽둥이를 휘두르며 몸을 날려 무지개를 타고 하늘로 쫓아올라가지 않겠어요.
저걸 어쩌나?
“이놈들!’
그때 어미하마가 황급히 물줄기를 뿜어댔어요.
저걸 보세요. 글쎄 칠색무지개가 물줄기에 맞아 토막토막 끊어나지 않겠어요.
원숭이들은 하늘에서 호수에 퉁퉁 떨어지면서 하얀 물기둥이 솟구쳤어요.
원숭이들은 호수에서 허우적거리며 하늘로 씽-씽- 날아올라가는 아가하마를 보고 닭 쫓던 개 격이 되고 말았어요.
흙탕강의 사품치는 시누런 흙탕물에서 어미하마가 앞발을 벌리며 목메여 애타게 불렀어요.
“아가야!”
“어머니!”
아가하마는 눈물을 쏟으며 흙탕물로 풍덩 뛰여들어 어머니 품에 와락 안겼어요.
“어머니, 잘못했어요. 이제부터 어머니 말씀을 잘 들을래요.”
아가하마는 어머니와 할 말이 너무나도 많았어요.
“어머니, 이젠 다신 호수동물공원에 가서 입만 ‘아-’ 벌리고 공짜를 얻어먹으려고 하잖겠어요. 절대 사람들이 주는 변질한 음식을 공짜라고 주는대로 다 받아먹지 않을래요. 이젠 어머니와 함께 흙탕강물에서 생신한 야생물고기를 잡아먹으면서 살래요.”
어미하마는 아가가 너무 귀여워 머리를 쓰다듬어 주며 고개를 끄덕였어요.
“오- 그래. 진작 그래야지.”
이때 악어가 톱날 같은 이발을 빼물고 덮쳐오지 않겠어요.
“왜 호수동물공원에 돌아가지 않고 시끄럽게 굴어? 나들목의 줄말과 물소는 몽땅 내 거야!”
“뭐라고?!”
어미하마는 한발자욱도 물러서지 않았어요.
그는 대문짝 같은 아가리를 쫙 벌리고 소뿔 같은 이빨을 빼물고 악어와 대판 싸웠어요.
질겁한 아가하마는 어머니 뒤에 숨으면서 고함쳤어요.
“어머니! 무서워!”
“아가야, 엄마와 합세해 싸우자!”
“네-”
아가하마는 그제야 제 정신을 차리고 아가리를 쫙 벌리고 천적인 악어한테 덤벼들었어요.
그런데 이게 어찌된 일인가요?
아무리 악어를 물어도 터덜터덜한 가죽에 이발자국 하나 나지 않았어요.
“성한 이발 한대도 없어가지고 감히 덤벼?!”
악어가 아가하마를 랭소하며 어미하마를 물어메쳤어요.
“어머니!”
아가하마는 어머니를 도와 싸울 수 없어 발을 동동 구르며 울었어요. 그는 의사를 돌아보고 고함쳤어요.
“빨리 틀이를 맞춰 주세요.”
아가하마는 씽 날아 의사 앞에 가 내렸어요.
동물병원 의사는 제꺽 그 자리에서 사기틀이를 해넣어 줬어요.
아가하마는 황급히 물 우로 씽 날아가 악어의 터덜터덜한 잔등을 가로타고 앉아 앞발로 대가리를 누르고 되창문 같은 아가리를 쫙 벌려 악어의 터덜터덜한 목주래를 꽉 깨물었어요.
이게 어찌 된 일인가요?
악어는 물레방아처럼 몸을 옆으로 빙글빙글 탈며 돌아갔어요. 그건 악어가 사냥물을 잡아먹을 때 쓰는 최후공격수단이였어요.
아가하마는 소용돌이치는 흙탕물에 쿵 처박혔어요. 아가하마는 생사관두에 처했어요.
어미하마는 황급히 아가하마와 합세하며 악어를 협공했어요. 아가하마는 틀이를 빼물고 악어 목을 노리고 덮쳤어요. 악어가 톱날이를 빼물고 맞밪아 덮쳐들어 아가하마의 쫙 벌린 되창문아가리를 꽉 깨물었어요.
까드득!
모진 소리와 함께 글쎄 악어 쇠기둥 같은 이발에 부딪쳐 아가하마 틀이가 깨졌어요. 아가하마는 어머니를 도와 악어와 싸우려고 해도 이발이 깨져 속수무책이 돼버렸어요.
엎친데 덮친 격으로 이건 또 뭔가요?
숱한 원숭이 관리원들이 뛰여왔어요.
“아가야, 빨리 하늘로 날아올라가라!’
어미하마가 새된 소리로 고함쳤어요.
아가하마는 황급히 하늘로 날아오르려고 네 다리를 쫙 벌렸어요. 그런데 웬 일인지 뚱뚱한 몸뚱이가 하늘로 솟아오르지 못하지 않겠어요.
이때 원숭이 관리원들이 뛰여와 바줄로 아가하마 네 다리를 꽁꽁 묶었어요. 그들은 걸이대로 아가하마를 걸어 호수동물공원 호수물 쪽으로 줄줄 끌어가지 않겠어요. 이젠 아가하마는 호수동물공원 쇠살창 안으로 끌려들어갈 위기가 닥쳐왔어요.
“아가! 안돼! 다신 호수동물공원에 안 들어가!”
아가하마가 아무리 소리치고 발버둥질치고 몸부림쳐도 쓸데 없었어요. 각일각 점점 쇠살창 안으로 끌려들어가는 것이 아니겠어요.
순간 아가하마의 다리는 한발이나 늘어났어요. 네각이 다 서너발씩이나 빠져나가면서 아파 죽을 지경이였어요.
“아가! 아가!”
아가하마가 아무리 비명을 질러도 원숭이관리원들은 놔주지 않고 계속 끌어당겼어요.
설상가상으로 아가하마 배가 어찌나 남산처럼 뚱뚱 뿔어났는지 쇠살창 사이에 떡 끼워 네각을 바둑거렸어요.
“아가! 놔라! 이 놈들!”
숱한 원숭이 관리원들도 바줄당기기나 하듯 끌어당겨도 쇠살창에 끼운 아가하마를 호수에 끌어들여가지는 못했어요.
“아가!”
아가하마는 새된 비명을 질렀어요.
어머니를 돌아보니 악어와 피어린 생존싸움을 하고 있었어요.
“아가- 어머니! 빨리 살려주세요.”
“봐라, 어머니 말대로 복제기술을 잘 배워 배불리 먹고 살자는데.”
“복제기술을 배우면 먹이 나오는가요?”
“나오고 말고.”
저게 뭔가요?
시퍼런 하늘 꽃구름 속에서 동물병원의 의사 나오더니 이렇게 말하지 않겠어요.
“생신한 잉어도 복제해낼 수 있지.”
“잉어를 복제해낸다면 누가 믿겠어요.”
그런데 저게 뭐예요.
의사가 무슨 요술이나 부리는 것처럼 칠색무지개에서 잉어가 눈송이처럼 우르르 쏟아져 내리지 않겠어요. 잉어들은 동물공원 호수에 대살처럼 창창 떨어졌어요.
“와-싸! 세상에 이런 일도 다 있어?!”
아가하마가 여겨보니 진짜 잉어들이 살아 무리지어 호수에서 하느적하느적 지느러미를 흔들면서 유유히 헤염치며 노는 것이 아니겠어요.
 
“됐습니다. 어서 일어나세요. 수술이 아주 잘 됐습니다.”
의사 목소리가 어슴푸레 들렸어요.
아가하마는 그제야 악몽을 꾸었다는 것을 알게 되였어요. 그는 병상에 누워 점점 제정신이 들었어요.
아가하마는 어머니가 자주 뀌띰해주던 말을 잔소리로만 여기고 잘 듣지 않은 것이 못내 후회됐어요. 어머니 말씀은 잔소리가 아니라 참말로 오래동안 생활 경험과 교훈에서 얻어낸 도리 있는 말씀이였죠. 그 말씀은 마디마다 아가하마에 대한 더없는 모성애였고 충고였지요.
아가하마는 점차 어머니 충고를 귀등으로 흘려보낸 자기 잘못을 뉘우치기 시작하였어요. 그 뉘우침은 너무나도 뒤늦은 후회였어요.
아가하마는 병상에 누운 채 의사와 원숭이주인 몰래 자기 귀를 만져보았어요. 그런데 진짜 원숭이주인의 뻘쭉귀보다 훨씬 작지 않겠어요. 그 귀가 그렇게 작아서  어머니 말씀을 잘 듣지 않았을가요?
아가하마는 속으로 눈물을 흘리며 이렇게 중얼거렸어요.
“아, 세상에 후회약이 있다면 후회약으로 만리장성이라도 쌓을 수 있으련만.”
 
                             8
 아가하마는 환각 속의 꿈에서 깨나자 금방 있은 황홀한 이야기를 했어요.
“어머니, 금방 아주 별난 꿈을 꿨어요.”
“그래? 어떤 꿈?”
어머니는 호기심에 차하며 아가하마를 휄체어에 밀고 병실에 나갔어요.
“어머니, 하늘에서, 아니, 채색무지개에서 숱한 잉어들이 마구 날아내리지 않겠어요.”
“오- 그래? 세상에 어디 그리 좋은 일도 다 있다니?”
“정말인데요.”
아가하마는 눈을 퉁사발만큼 떴어요.
“내 말 믿으세요. 진짜 산 잉어들이 하늘에서 마구 우박처럼 창창 호수에 떨어져 뛰놀지 않겠어요.”
“그래 실컷 잉어 고기를 먹었겠구나.”
”아니, 먹지 못했어요. 엄마, 날 깨우는 바람에.”
아가하마는 아주 아쉬워 했어요.
”쯧쯧쯧.”
“네가 너무 잉어고기를 먹고 싶어해서 그런 꿈을 꾼 거야.”
아가하마는 엄마를 쳐다보면서 중얼거렸어요.
“|꿈에 의사선생이 꽃구름을 헤치고 나와서 복제기술을 배우면 생신한 잉어를 복제할 수 있다고 하지 않겠어요.”
“그래. 진짜야. 내 이전에 뭐라던? 의사선생님한테서 복제기술을 배우라고 하지 않았니?”
“네. 어머니,”
아가하마는 어미하마를 쳐다보면서 말했어요.
“어머니, 의사선생님한테서 이제라도 복제기술을 배울래요.”
아가하마의 퉁사발눈에는 간절한 빛까지 반짝였어요.
“그래? 참 좋아.”
“의사선생님한테 잘 부탁해주세요.”
“그래.”
아가하마는 의문도 많았어요.
“어머니, 그런데 의사선생님이 정말 잉어를 복제하는 재간이 있는가요?”
“있고 말고.”
어미하마는 아가하마의 머리를 쓰다듬어주면서 말했어요.
“얘야, 의사선생님은 유럽에 류학가서 세계 최첨단복제기술을 배워 왔단다. 우리 동물공원의 코끼리랑 원숭이랑 기린이랑 몽땅 의사선생님이 복제해낸 복제동물들이야.”
“그래요?”
아가하마는 들을수록 신기했어요.
“그래, 의사선생님은 악아도 복제해낼 수 있을가요?”
“물론 복제할 수 있지.”
그때 어느새 나타났는지 의사선생님이 병실에 들어섰어요.
아가하마는 의사선생님의 손을 잡고 간절히 부탁했어요.
“의사선생님, 악어도 의사선생님이 복제해냈는가요? 절대 악어는 복제해내지 마세요.”
“왜?”
“그 음흉한 악어 한마리라도 우린 무서워 살기 힘든데요. 숱한 악어무리가 생겨나는 날엔 우리 어떻게 살아나요?”
“허허허.”
의사선생님은 호탕하게 웃었어요.
“그래. 악독한 악어를 복제하지 말아야지.”
아가하마는 의사선생님의 손을 놓지 않고 졸라댔어요.
“의사선생님, 나에게 복제기술을 배워주세요. 네?”
“그래, 배워주지.”
“의사선생님, 소고기 먹고 싶은데 복제해줄 수 있는가요?”
“그래, 있구 말구.”
의사선생님은 실험실에서 주사를 가지고 호수동물원에 가더니 한창 파란 풀을 뜯어먹는 황소 엉덩이에서 뭔가 채취해가지고 지하실험실에 되들어갔어요.
   한참후 쟁반에 뭔가 들고 나왔어요.
   아가하마가 찬찬히 여겨보니 진짜 소고기 아니겠어요.
아가하마가 먹어보니 진짜 소고기 맛이였어요.
   아가하마는 이번엔 이런 요구를 제기했어요.
“선생님, 나 같은 하마를 복제해낼 수 있는가요?”
“있구 말구.”
의사는 주사기로 아가하마의 팔에서 뭔가 빼내가더니 지하실험실로 들어갔어요.
서서시간후 지하실험실로부터 아가하마와 |똑 같은 하마들이 셋이나 줄줄 걸어나오지 않겠어요.
   “아이구, 이걸 어쩌나?”
   “어째?”
아가하마는 퉁사발눈이 데꾼해졌어요.
”내 먹을 것두 모자라는데. 어쩐담?”
   “근심하지 말라. 복제기술을 배우면 먹을 게 근심없다.”
   그때였어요. 생각 밖의 일이 벌어졌어요.
“엄마!”
“엄마!”
“엄마!”
    글쎄 복제하마들이 서로 어머하마한테 안기면서 서적을 부리지 않겠어요.
    엄마도 어느 것이 진짜 아가하마인지 분간하기 힘들었어요.
    (이걸 어쩌나?)
    “누가 아가하마냐?”
    “내야!”
“내 아가하마야!”
“아니야.”
다른 하마가 다른 두 하마를 밀치면서 야단쳤어요.
“내 진짜 아가하마야!”
그러자 애난 건 아가하마였어요.
“아니야. 진짜. 내가 우리 어머니 아들이란 말이야. 난 지금 의사선생한테서 복제기술을 배우자고 그러는데.”
    그제야 어머니는 아가하마를 알아보았어요. 아가하마는 아직 몸이 회복되지 않아 걷지도 못했어요.
며칠 후 건강이 회복되자 아가하마는 지하실험실에 들어가 의사선생님을 모시고 복제기술을 하나하나 참답게 배웠어요.
몇해가 지났어요.
아가하마는 복제기술로 숱한 잉어를 복제해냈어요. 동물공원 호수에는 복제잉어떼들이 무리지어 헤염쳐다녔어요. 그때부터 아가하마는 악어와 별로 싸우지 않고 생신한 잉어를 먹을 수 있게 됐어요.
그러자 악아는 호수공원에 기여들어 아가하마와 복제하마의 잉어를 빼앗아 먹었어요.
아가하마는 의사선생님을 찾아갔어요.
“어떻게 악어를 흙탕강물에 몰아낼 방도가 없는가요?”
“있지.”
의사선생님은 아가마 사기이빨에 뭔가 장착해주었어요.
어느 하루 악어가 또 동물공원 호수에 나타나 행악질 했어요. 아가하마는 이빨에 장착한 위치추적기에서 나는 경보를 듣고 인차 악어가 나타난 것을 알고 그리로 맞받아나갔어요.
악어를 발견하자 아가하마는 의사선생님이 알려준대로 아가리를 쫙 벌렸어요.
순간 파란 빛줄기가 악어에게 날아갔어요.
“앗!”
악어는 비명을 지르면서 몸을 바들바들 떨면서 도망쳤어요.
“와싸! 악어를 이겼어!”
아가하마는 환성을 질렀어요.
“선생님, 이빨에서 나간 빛은 무슨 빛인가요? 저 흉악한 악어도 겁나 달아나는가요?”
의사는 희죽이 웃었어요.
“레이자빛전기에 감전된 거야!”
“네-”
그후 아가하마는 의사선생님한테서 배운 복제기술로 잉어랑 소고기랑 양고기랑 돼지고기랑 별의별 걸 수태 복제해냈어요. 그래서 어미하마와 아가하마 그리고 복제하마들까지 생신한 잉어와 소고기, 양고기, 돼지고기를 실컷 먹을 수 있게 됐어요.
그러자 동물공원의 원숭이랑 기린이랑 코끼리랑 아가하마를 찾아왔어요.
기린은 길다란 목을 빼들고 호수에서 물장구를 치며 노는 아가하마를 굽어보면서 간절히 말했어요.
“아가하마야, 우린 친구 아니고 뭐니? 동물공원 안에 무져놓은 풀이 이젠 딱 질색이야.”
코끼도 간절히 요청했어요.
“ 어떻게 생신한 풀은 만들어낼 수 없니?”
“있구 말구. 생신한 풀을 복제해줄게.”
이윽고 호수물에서 나온 아가하마는 지하실험실에 들어가 주사기를 들고 나오더니 공원 밖에 나가 생신한 풀을 찾아 주사기로 뭔가 뽑아들고 엉금엉금 지하실로 돌아왔어요.
그런데 저게 뭔가요?
하, 글쎄 지하실험실 문으로 생신한 풀이 마구 풍겨나왔어요. 각일각 생신한 풀은 공원안에 산더미처럼 쌓였어요.
“와싸! 이게 웬 풀이냐?!”
기린과 코끼리랑 풀더미에 뛰여가 파란 풀을 맛나게 먹어댔어요.
어미하마의 부탁대로 복제잉어를 악어한테도 나눠줘 먹게 했어요.
원숭이 주인도 헛일 삼아 말했어요.
“얘, 아가하마야, 나한텐 생신한 복숭아를 만들어줄 수 없느냐?”
“있구 말구. 좀 기다려.”
아가하마는 이번에도 주사기로 복숭아에서 뭔가 채취해가지고 지하실험실로 들어갔어요. 그는 의사선생님의 지도 아래 숱한 맛있고 생신한 복숭아를 복제해냈어요.
원숭이는 발가우리한 복숭아 산더미를 보고 환성을 질렀어요. 원숭이는 생신한 복숭아를 한입 뚝 떼먹고 우멍눈으로 실눈을 지으면서 입을 쫙 벌리며 감탄했어요.
“야- 진짜 맛있구나! 아가하마는 참 재간둥이야!”
악어는 저 멀리 흙탕물에서 이쪽을 바라보면서도  아가하마한테로 다가와 요구 같은 걸 말할 체면이 없었어요.
어미하마는 아가하마를 달래였어요.
“아가야, 저 악어한테도 생신한 잉어하구 물소고기를 복제해 줘라!”
“안돼요.”
아가하마는 도리머리를 저었어요.
“악어는 우릴 흙탕물에서 몰아낸 천적인데요.”
복제하마들도 맞장구를 쳤어요.
“맞다. 원쑤한테 뭘 줘?”
“물소고기를 복제해주지 말라.”
어미하마는 아가하마를 타일렀어요.
“얘야, 악어는 흙탕강물에 날따라 먹이가 적어지니깐. 우릴 쫓아내려고 했어. 허나 지금 우린 물소고기를 얼마든지 복제할 수 있잖니? 악어한테도 물소고기를 복제해줘봐라. 꼭 우리와 싸우지 않을 거야.”
“그래요.”
악어는 렴치를 불구하고 떠들어댔어요.
“먹거리 많으면야 왜 아가하마하고 싸우겠어요. 물소고기만 하늘만큼 주면 싸우지 않을게.”
아가하마는 어미하마의 설복을 받고 마지못해 악어한테도 생신한 잉어와 물소고기를 수태 복제해 줬어요. 악어는 물소고기랑 잉어랑 받아먹고나서 기적적으로 다시는 어미하마와 아가하마와 싸우지 않는 것이 아니겠어요.
        복제기술 덕분에 악어와 아가하마는 서로 싸우지 않고 먹을 근심없이 배불리 먹고 살게 되였지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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