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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장혁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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대하소설 졸혼 제1권 (9) 김장혁
2022년 04월 12일 11시 26분  조회:1326  추천:1  작성자: 김장혁
                18. 금고에 숨은 비밀
 
      순정은 집에 돌아가자마자 긴장으로 굳어진 얼굴로 침실에 달려들어갔다. 옷장을 활 열어재꼈다. 명품 담비가죽외투, 여우목도리, 화려한 고급원피스, 저고리가 줄느런히 걸려 있었다. 옷들을 훌훌 젖히자 벽밑에 장식판이 나졌다. 황급히 장식판을 떼내자 커다란 금고가 나타났다.
순정은 금은장신구와 저금카드, 현금부터 챙겨야 했다. 떨리는 손으로 비밀번호를 맞춰 돌리고 활 열어재꼈다.
금고가 정체를 드러냈다. 금고 안은 금빛이 번쩍거리며 황홀경을 뽑냈다. 금목걸이, 금팔찌, 금귀걸이, 금반지가 그대로 정연하게 놓여 있지 않겠는가. 주옥팔지, 보석반지와 옥반지가 반짝거리며 웃고 앉아 있었다. 가옥소유증과 자기 로임카드와 저금카드도 그대로 보였다.
“다행이구나.”
순정은 한숨을 호 내쉬며 방바닥에 물앉았다.
“그놈새끼를 쫄딱 벗겨 알거지로 쫓아 내보내야지.”
그녀는 명품 악어가죽들가방을 꺼내 금은장신구와 주옥치장품을 와락와락 걷어 챙겨넣었다. 금은장신구를 하나하나 주어넣을 때마다 행복했던 추억들이 줄줄이 묻어나왔다.
순정은 평소에 쏘핑에 중독됐다. 날마다 백화상점이나 명품점에 가서 명품옷견지나 금은액세사리거나 뭐라도 하나 사가지고 집에 돌아와야 시름놓았다.  낮에 본 명품, 마음에 쏙 드는 그 명품을, 아니, 아무 것도 사들고 오지  못한 날에는 그날 밤에 그 명품이 눈 앞에 삼삼거려 잠이 잘 오지도 않았다. 심지어 며칠만 쏘핑하지 못하거나 낮에 본 명품을 사들고 오지 못하면 병이 날 지경이었다. 그녀는 명품점 패션이나 액세서리를 통채로 몽땅 들어다 집에 백화점을 차리지 못하는 것이 한이였다. 쏘핑중독이랄까. ㅎㅎㅎ.
그런데 정호는 돈을 아끼지 않고 순정의 샘물처럼 퐁퐁 솟는 쏘핑욕구를 꼭꼭 만족시켜주었다. 그는 로임카드를 순정에게 훌 내맡긴 건 물론,  여기저기서 받은 검은 돈 봉투를 세지도 않고 순정에게 척척 맡겼다. 그러나 돈을 어떻게 썼는가를 근본 캐묻지도 않았다.          
      순정이 두 팔로 정호의 목을 끌어안고 "감사합니다. 내 남편 이거야." 하고  엄지를 내두르며 뽁  볼에 키스를 안겼다.
     그때면 정호는 "경제시대에 안해를 만족시켜주지 못하고서야 무슨 남편이야?" 하고 순정을 안아 한고패  휙 휘돌려놓는다.
     깔깔깔.
     "허허허."
     라이벌인 영희는 언제 순정처럼 마음대로 쏘핑을 즐겼겠는가. 문걸이  과외로 그림을 그려서야 애 둘을 가지고 세방살이를 하는 신세에 언제 명품옷을 사입었겠는가. 어떤 때에는 북경에 가서 공연해야겠는데 원피스마저 변변이 없어 옛날 정호가 사준 원피스를 트렁크에 넣어가지고 간 신세 아닌가. 순정이 보다못해 금방 산 명품원피스를 줘도 영희는 자존심이 상해 근본 받으려고 하지도 않았다. 아무리 자매간이라도 서로 질투하는 리이벌이 아닌가.
     영희는 아무리 옷이 없어도 순정한테서 얻어 입고 싶지 않았다. 그러나 속으로는 못내 정호선생을 언니한테 놓치고 만 것을 후회하기도 했다.
     순정은 항상 자기가 신랑을 잘 만났다고 속으로 긍지감을 느끼군 했다. 그러나 지금 이 시각 순정은 너무나도 모든 것이 허무해 김빠진 공처럼 물앉아 “푸-“ 허구픈 웃음을 지었다.
     정호는 처음에는 순정과 쏘핑하기 그리 좋아하지 않았다. 한번은 순정이 너무 졸라대서 카드를 호주머니에 넣어가지고 백화상점으로 따라갔다. 순정은 원피스 한견지를 사자고 그  큰 백화상점 숱한 옷매장을 첫 매장부터 마지막 옷매장을 다 돌아다니면서 원피스란 원피스를 얼마나 내리워 살펴보고 입어보았는지 모른다.
정호는 명품백화상점 원피스매장에서 순정이 이것저것 고르는 것을 보고 머리를 절레절레 저었다.
“아무거나 어지간히 마음에 들면 살게지. 고르고 고르다가 쥐를 고른다고, 에이, 참, 지루해 못 따라다니겠어.”
그는 멀찍이 서서 새파란 원피스를 입고 나와 거울을 둘러보는 순정의 밋밋한 가슴을 보면서 속으로 중얼거렸다.
“쳇, 가슴이 밋밋해가지구. 옷을 고르긴?”
그는 순정의 옆에 선 녀판매원의 풍만한 가슴을 보면서 군침을 꼴깍 삼켰다.
(녀자는 그래도 가슴이 풍만해야 육체미 있지. 섹시하구.)
그는 바라오르려고 영희와의 사랑을 희생한 것을 못내 아쉬워했다. 그러나 당시 그는 권력만 있으면 가슴이 풍만한 녀자가 없겠는가고 순정과 정치결혼을 했던 것이다.
(절대 내 결정을 후회하지 않아.)
순정은 원피스 마음에 좀 드는지 들고 가서 녀판매원과 요것 조것 값을 따지면서 할인해달라고 하였다. 나중에 젤 처음 마음에 들었던 그 원피스매장에 되돌아가 값도 별로 깎지 못하고 샀다. 녀판매원은 되돌아온 손님한테는 값을 별로 깎아주지 않았다. 딱 마음에 들어 되돌아왔기때문이다. 원피스 하나 사는데 온 오전 반나절이나 걸렸다.
그후에 정호는 순정을 따라 쏘핑하러 가기 싫어했다. 순정이 뭘 사러 가자고 하면 돈을 훌 내놓고 아예 따라가지도 않았다. 혹시 너무 졸라대면 의무적으로 백화상점까지 따라 가서는 문어귀에서 돈을 훌 주고는 길거리에서 장기 노는 걸 가 구경하군 했다. 언제나 순정이 쏘핑 끝났다고 전화해서야 돌아오군 했다. 정호는 순정을 근사한 해물관에 데리고 가서 맛나는 오징어볶음이랑 대접했다. 그때마다 순정은 더 없는 만족감과 행복의 희열에 잠기군 했다.
정호는 무용교원으로부터 일약 문화국 인사과장으로 승급한 후부터 급변했다. 외식이 퍽 많아졌다. 그러나 대신 쉬는 날이면 꼭꼭 순정을 데리고 명품백화상점으로 쏘핑하러 갔다. 그 모든 것은 정호가 바깥에서 바람을 피우고는 순정한테 미안해, 아니, 자기 정체를 숨기려고 노는 쇼에 지나지 않았다. 그러나 순정은 그런줄도 모르고 이날 이때까지 속히워 살아왔다.
그녀는 영희 앞에서 항상 정호가 경제시대에 젤 좋은 남편, 젤 능력 있는 남편이라고 혀바닥이 다슬게 자랑을 늘여놓군 했다.
      어느 한번 순정은 명품빽을 살 때 값을 깎으려고 판매원과 옴니암니 따지었다. 그런데 정호는 그렇게 옴니암니 따지는 것이 질색이었다. 그는 값을 깎기도 전에 “사오.”라고 하면서 자기 돈가방에서 카드를 꺼내 쭉쭉 긁었다.
순정은 보름달 같던 얼굴이 새파랗게 질려 눈을 흘기까지 했다.
“아니, 내 흥정할 땐 작작 삐치세요. 값을 팍 깎아도 팔가말가 하는데. 당신 나서는 바람에 깎지 못했잖아.”
“옴니암니 따지다가 해 다 지겠다.”
“도적질도 손이 맞아야 한다고. 에잇, 참, 미치겠다, 짜증나!”
 순정은 화를 냈다.
정호는 순정에게 눈치코치없다고 욕을 먹은 일이 한두번 아니었다. 그후에는 순정이 시키는대로 했다.
쏘핑하러 가면 순정의 계책대로 둘이 짜고 들어 값을 깎았다. 명품을 살 때면 순정이 먼저 값을 깎는다. 판매원이 할인할 눈치 보이지 않으면 정호는 멀찍이 서서 다른 걸 보는 척하다가 다가간다.    
“너무 비싸오. 사지 마오. 저쪽에 더 눅은게 있소.”
정호는 순정의 팔을 끌어당기면서 자리를 뜨는 척한다.
“손님, 가지 마세요. 할인해줄게요.”
 순정은 마지못해 돌아가는 척하며 마음에 드는 명품을 값을 팍 깎아 사군 했다.
“손이 척척 맞는구만요. 국장선생님, 호호호.”
순정은 명품을 사들고 정호의 팔을 끼고 돌아오면서 어린애처럼 좋아 어쩔줄 몰라했다.
“네가 좋아하면 만족이야.”
그때만큼 순정은 국장나그네를 가진 자기가 이 세상 모든 걸 다 가진듯, 하늘 천정에 붕 뜬 감에 잠겼다.
순정은 이날 이때까지 쏘핑하는 멋에 정호한테 얼리워 산 것 같았다. 한뉘 세계 각지 명승고적을 관광하는 멋에 바람쟁이한테 사기당하면서 산 자기 인생 애달프고 원통했다.
“아니, 이게 뭐야?”
순정은 금고를 뒤번지다가 현금묶음 다섯개나 없어진 것을 발견했다.
“개자식, 벌써 선손 썼구나.  50만원이나 가지고 달아나?”
그녀는 핸드폰을 들었다.
“야, 왜 돈 50만원을 빼갔어?”
“내 어떻게 번 돈이라고 그래?”
“뭐라고? 금고에 들어갔으면 공동재산이야.”
“전화로 그만 말하자. 누가 도청할 수도 있으니까.”
그제야 순정은 핸드폰을 껐다.
“개자식, 솜씨도 빠르구나.”
 
이전에 순정은 정호가 검은 돈을 얻어먹는 족족 저금하려고 했다.
정호는 눈이 데꾼해 떽 했다.
“정신 나갔어? 수사일군들이 은행에 가서 신분증 번호만 딱 치면 저금내역이 몽땅 드러나.”
“네?”
순정도 눈이 뒤집힐 정도로 똥그래졌다.
"검찰원 반탐오회뢰국과 공안국 경제수사대대에서 은행에 전문일군을 뒀어. 누가 탐관혐의만 있으면 수사일군들이 인차 은행에 가서 카드부터 열어 본다. 알만 해?”
순정은 돈 묶음을 쳐들어 흔들어보였다.
“이걸 어쩐다?”
“집에 둬.”
“어떻게 이 많은 돈을 두겠습니까? 혹시 도둑이나 강도 뛰어들면 어쩝니까?”
“금고를 사다가 보관하면 돼.”
“예-”
그날로 정호는 순정을 시켜 금고를 사오라고 했다.
“이런 건 나그네 해야죠.”
“쯔쯔, 눈치 없는 거 봐라. 국장이 금고 사오는 걸 누가 보면 뭐라겠는가? 금고에 황금 300량 없다는게 아닌가.”
순정은 머리를 숙이고 말았다.
(뭐나 선생님은 선생님이야. 저렇게 주밀하고 묘하단 말이야. 호호호.)
그날로 금고를 옷장 아래쪽 벽을 구멍 뚫고 들여놓았다. 비밀번호는 순정의 생 년, 월, 일로 설정해놓았다.
그후부터 금고에는 국장님이 쥐새끼처럼 암암리에 끌어들인 현금과 금은보화들로 눈송이처럼 쌓여갔다.
한번은 문화국 총무처 주임이 설인사를 하러 집에 찾아왔다.
“국장님, 이후에도 많이 도와주십시오.”
총무처 주임은 순정이 타준 커피 한잔을 달랑 마시고 몇마디 말을 나누지도 않고 자리를 떴다.
순정이 침실에 있다가 객실에 나가보니 백원짜리 현금 한묶음이 차탁 위에 놓여있었다.
“아니, 만원 아닌가요?”
“그래. 총무주임도 꽤나 돈이 생기는 모양이지. 흐흐흐.”
“뭘 관리하는가요?”
정호는 커피를 후후 불어 마시면서 입맛을 쩝쩝 다셨다.
“보이라실을 관리하지.”
“보이라실에서 무슨 돈이 생겨 저리 많이 가져온답니까?”
“아마 보이라실에 실어들이는 석탄에서 돈을 떼먹는 모양이오.”
순정은 돈을 금고에 챙겨넣으면서 맞장구를 쳤다.
“한 10만원 얻어먹지 않고서야 만원이나 가져오겠습니까? 고작 10프로 밖에 안되잖아요.”
정호는 도리머리를 절레절레 저었다.
“보이라에 때는 석탄값이 총 얼마 된다고? 10만원이나?”
정호는 커피잔을 차탁에 내려놓으면서 중얼거렸다.
“한 5만원 얻어먹었겠지.”
“5만원이 적은가요? 저의 1년 로임인데.”
순정은 돈을 챙겨넣으면서도 저으기 근심되였다.
“얻어먹어도 똑똑한 놈한테서 얻어먹으세요. 괜히 꼬리를 밟히겠어요.”
그러나 정호는 갖은 수단을 가리지 않고 아래사람들한테서 넙쩍넙쩍 받아먹었다. 어떤 간부들은 고지식해 자기 능력으로 지위를 지키고 승진하려고 하면서 인사도 잘 하지 않았다.
정호는 년말이면 인사하지 않는 중층간부들부터 사무실에 조용히 불러 개별담화를 했다.
그는 인사과장 출신이기에 인사과장이 대개 얼마나 얻어먹는가를 손금 보듯했다. 그런데 새로 임명한 인사과장은 과장자리에 앉자마자 만사대길로 생각했는지 그저 인사입내만 내지 않겠는가.
      “개놈새끼, 보이라실에서 불이나 때던 놈,  인사성이 밝다고 제발시켰더니, 흥,  배은망덕해? 계속 그 황금자리에 앉아 있을 거 같애?”  
      문화국 인사과장은 국장과 함께 산하 문공단, 도서관, 박물관, 영화관, 문화관, 가도 문화소까지 하면 숱한 간부들의 인사변동에 관여하지 않는가. 인사과는 재무과를 내놓고서는 제일 돈이 생길 자리 아닌가.
      그는 인사과장부터 불러다 첫마디부터 간을 찔러 피를 보려고 들었다.
평소에 말수 적은 정호의 우멍눈에서는 자못 무서운 빛이 번쩍였다. 그는 단도직입으로 물었다.
      “새 해에 인사과장 계속 하겠소? 어쩌겠소?”
인사과장은 잔등에 식은 땀이 쫙 돋았다.
“최국장님, 새 해에 잘 하겠습니다. 저를 도와주십시오.”
정호 국장은 높으직한 의자 등받이에 잔등을 대고 몸을 흔들거리며 상대방을 보지도 않고 우먹한 눈을 스르르 감아버리며 중얼거린다.
“저는 좋은 사람인데 치명적인 결점이 있소.”
“지적해 주십시오. 꼭 고치겠습니다.”
그때라고 정호는 칼끝을 푹 찔렀다.
“인사과는 우리 단위에서 노란 자위란 말이오. 황금자리! 지금은  경제시대 아니오? 보이라공을 하던 저를 인사과장으로 제발시켰다고 내 얼마나 말을 들었는지 아오?"
"최국장님의 은공은 백골난망입니다."
"입방아만 찧어될 일이오? 맞갖잖으면 언제든지 인사과장을 바꿀 수 있소. 모두 제 태도에 달렸소.”
최국장은 커다란 사무상 서랍을 쭉 열어 뭔가 둘추는 척했다. 서랍에는 만원짜리 돈묶음이 일여덟개나 널려 있었다. 최국장은 우멍눈으로 인사과장의 눈치를 흘끔 보더니 서랍을 스르르 닫았다. 일종 암시였다.
“자가용승용차도 안전하게 달리자면 보험비 들지 않고 뭐요? 농사를 짓자고 해도 화학비료 들구. 뭐나 투자가 필요하단 말이오. 흥!”
인사과장은 공포에 질린 눈을 까딱하지 않고 우멍눈을 쳐다보았다. 말수 적은 최국장은 오늘만큼 단위에서 말을 많이 해본 적이 없었다. 마디마다 비수로 돼 인사과장의 간을 찔렀다. 피가 주르르 흘러내렸다.
“됐소. 가 보오. 숙제를 잘 완수하리라 믿소. 사흘 시간 주겠소.”
“알만합니다. 최국장님, 저의 안해가 미국에 있는데. 미국 관광하러 가지 않겠습니까? 일체 수속과 비용은 제가 담당하겠습니다.”
뜻밖의 제안에 최정호 국장님은 속으로 흐뭇했다. 우멍눈을 번쩍 떴다.
"파악 있소?"
"네. 제 안해 미국에 있잖습니까? 려행비자를 신청하면 됩니다."
"그래? 허허허. 자넨 진짜 능력있소. 참 좋은 사람이오."
그제야 인사과장은 쏘파에 편안히 앉았다.
"녀자 하나 데리고 가야겠소. 되겠소?"
"네- 근심하지 마십시오. 누굴 데리고 가겠습니까?"
"차차 알게 될 거요."
"예. 인차 신분증을 가져다 주십시오. 인차 수속에 넣겠습니다."
최국장은 의자에 기대앉더니 우멍눈을 스르르 감고 나가라고 손사래쳤다.
"돌아가 숙제를 잘하오."
인사과장은 사무실에 돌아가서도 오리무중에 빠졌다. 그는 의자에 기대 앉아 눈을 스르르 감고 착잡한 생각에 잠겼다.
(미국 관광하는 걸로 만족하겠지. 아, 아니야, 미국 가자면 돈 들어야지. )
인사과장은 도리머리를 절레절레 저었다.
"내 무슨 꼬리라도 밟혔는가?"
그는 사무상 서랍을 열었다가 척 닫던 장면을 련상하자 무릎을 탁 쳤다.
“그게구나.”
인사과장은 당장 저금소에 가서 단통 2만원을 찾아 핸드백에 넣어가지고 최국장의 사무실로 찾아갔다. 그 돈은 숱한 전근일군들에게서 얻어먹은 돈이였다. 아까운대로 방법없었다.
“인사과장자리를 지킬 수만 있다면 이게겠니?”
최국장은  인사과장 눈치를 보았다.
“숙제를 완수하러 왔습니다. 이걸…”
최정호 국장은 씨무룩이 웃으며  사무상 서랍을 쭉 열었다. 인사과장은 돈 묶음 두개를 서랍에 척척 넣었다. 서랍에는 만원짜리 묶음열둬개나 들어있었다. 요새 년말이라 최국장 수입이 톡톡했다. 하루새에 서랍에 돈뭉치 대여섯개나 늘어나지 않았겠는가.
“숙제  완수.”
최국장은 서랍을 쾅 닫았다.
“감사합니다.”
“50점!”
“네?”
“뭐요? 눈치 없어. 사무실에 이런 걸 가지고 오다니. 또 요걸 얻어먹구 얻어먹었다는 말 듣기 싫소.”
“네? 미국 관광은 가지 않겠습니까?”
"건 괜찮은데 먼저 낸 숙제부터 잘 완수하오."
인사과장은 놀라운 표정을 지었다.
“점심에 집에서 만납시다.”
그는 인차 최국장님을 힐끔 곁눈질하며 황급히 나갔다.
결국 인사과장은 두 묶음을 더 가지고 최국장네 집에 찾아갔다.
오후에 그는 최국장 사무실에 재차 가서 신분증과 호구부 등을 받았다. 신분증 하나는 낯익은 녀자였다.
(아니, 이건 최국장 안해 아니구나. 이 녀자는 가무단 명무용수가 아닌가.)
"저는 인사과장자리 장기보험에 가입했소. 숙제 완수 99점! ㅎㅎㅎ."
우멍눈이 신비하게 번쩍였다. 목소리는 갑자기 모기 우는 소리만해진다.
"비밀이오.  믿고 이번 관광 수속 부탁하기오. 관광이라고 하지 말고 미국 어느 도시 한인회 요청으로 위문공연하러 간다고 꾸미오."
"네. 알겠습니다. 인차 수속하겠습니다."
인사과장은 인사과 사무실에 돌아와 도리머리를 절렐절레 저었다. 그는 숱한 돈을 처넣고 미국 관광수속까지 해주고서야   간신히 인사과장 자리를 지킬 수 있었다.
에술과장도 인사과장처럼 숙제를 해야 했다. 최국장은 다만 재회과 녀과장만은  너무 야박하게 굴지 않았다.  녀재무과장은  단위에서 최국장의 경제거래를 손금 보듯 했다. 녀재무과장 입이 터지는 날에는 감옥에 갈 수도 있었다.
“재무과장은 량날의 칼이야. 절대 말똥벌 둥지만은 다치지 말아야지.”
그러나 무서운 주산알인 재무과장이 스스로 인사를 차렸다.
“아니, 이러지 않아도 되오.”
황금흑사심이라고 최국장은 사양하는 척하면서도 눈을 질끈 감고 굴어귀 풀도 뜯어먹군 했다.
 그러나 가무단 단장, 문화관 관장, 예술과 과장, 도서관 관장, 영화관 총경리 등 다른 간부들한테선 사양하지 않고 얻어먹었다. 최정호 국장은 계산이 아주 명확했다. 조금만 그들의 “총수입”에 비해   가져온 금액이 조금만 모자라면 가차없이 각종 리유를 들어 잘라버렸다.
최국장은 권력을 빌어 사회와 친구, 친척들을 도와주고서도 얻어먹는 것을 잊지 않았다. 그는 돈깨나 버는 친구 오청룡과 리굉팔을 시당위 서기질하는 가시아버지한테 다리를 놔주어 가시아버지  힘을 빌어 국장과 총경리로 제발되게 도와주고 한몫 톡톡이 얻어먹었다.  급히 돈 쓸 일이 생기면 오국장이거나 리경리를 부르면 10분 내로 돈을 가지고 달려오군 했다. 심지어 자기 데리고 놀다가 싫어진 아가씨들을 문걸한테 모델로 소개해주고 소개비까지 다 받아먹기까지 했다.
최정호 국장이 이렇게 천방백계로 “노력한 결과” 탐욕스러운 금고에는 해마다 금전과 금은보화가 두툼히 쌓여갔다. 그러나 그는 집 금고에보다도 자기 금고-보마차 밑바닥 공구상자에 더 많이 감춰 두었다. 자가용 보마에 감춰두면 젤 안전하다고 여겼다. 그는 받아먹은 돈으로 바깥에서 아가씨들을 꼬시어 질탕하게 놀았다.
순정은 이제껏 이 모든 것을 잘 모르고 금고에 들어오는 선물이 많을수록 행복지수가 그만큼 올라간다고 여겼던 것이다…
 
이때 순정의 핸드폰에 메시지 오는 소리 들렸다.
영희한테서 온 음성메시지었다.
“언니, 형부를 욕하지 마오. 형부는 얼마나 좋은 사람이오. 인정도 많고. 형부는 훌륭한 우리 스승이오. 형부 금방 날 병치료를 하라고  현금 10만원이나 척 내놓았소. 이 돈 받을 수 없소. 언니한테서도 만원을 받았는데 어찌 또…”
영희는 기를 채워주는 것 같았다.
“뭐라고? 내 돈을 영희한테 다 가져갔어? 너네 그저 관계 아니구나. 어느 선생이 제자한테 병치료를 하라고 10만원이나 가져다준대?”
       순정은 너무 한심해 구들바닥에 엉덩방아를 찧고 말았다.
       그는 정호한테 위챗 음성으로 욕지거리 했다.
        “양심 없는 놈, 돈은 어째 다쳤는가? 당장 돌려주지 못해?”
그러나 정호는 근본 맞불질하지 않고 잠잠했다. 말수 적고 암암리에 행동부터 하였다.
“진작부터 리혼하자고 돈이랑 저금카드랑 미리 빼돌렸구나. 어떤 계집년 밑구멍에 처넣으려고 그래? 영희 병문안에 10만원이나 줘? 영희하구 도대체 무슨 관계냐? 순수한 학생이냐? 처제냐? 로실히 탄백해라. 애인이지? 그러고도 문걸하구 친구냐? 이제껏 날 속이고 영희를 데리고 살았지? 속혀 산게 원통하다, 원통해. 네놈은 제 명에 죽지 못해!”
순정은 핸드폰을 놓기 바쁘게 포도쌍까풀눈을 똥그랗게 뜨고 금고를 들여다보았다. 혹시 잃어진 것이 더 없는가 살펴보았다. 대만 화련에 유람 갔을 때 사준 옥팔찌와 보석반지가 없어지지 않았겠는가.
“개놈새끼, 어느 년을 주려고 훔쳤어? 혹시 또 영희를 주려고? 흥! 진작에 금고 비밀번호를 바꿔야 했는데. 그 놈이 선손을 쓰게 했구나.”
순정은 금은장신구와 돈을 두 들가방이나 묵직하게 챙겨 가지고 본가집 부모가 살던 옐레베이터아파트로 달려갔다.
그녀는 단숨에 집 안에 들어가 아빠와 엄마가 쓰던 금고를 열었다.  순정네 금고보다 훨씬 컸기에  들가방채로 걷어넣고 문을 채워놓을 수 있었다.
뒤이어 정호 로임 저금카드를 가지고 은행에 달려갔다. 현금인출기에 카드를 쑥 걷어놓고 비밀번호를 급급히 눌렀다.
카드에 저금했던 30만원이 일전한푼도 없지 않겠는가!
“개새끼 솜씨도 빠르구나.”
순정은 맥이 빠져 비틀거리며 은행을 나왔다. 아무리 금은장신구나 주옥치장품이나 가옥소유증이 있다고 해도 허망 80만원이나 도적질당했다. 그러나 카드를 만지작거리다가 인차 마음을 다잡게 됐다.
“카드를 주지 않는 한 네놈 로임은 내 거야.”
순정은 그 길로 집에 돌아가 옷장을 열고 명품옷을 한견지 한견지 꺼내 보짐을 싸기 시작하였다.
그녀는 한 자동차도 될 명품옷을 주어싸다가 풀렁 물앉았다. 이 명품옷에 얼리워 한뉘 위선자, 바람둥이한테 속히워 산 것이 슬펐고 가슴이 쓰렸다.
“개놈새끼, 내 앞에서 정인군자인 척하고 밖에 나가서는 수캐처럼 바람 피웠지. 분명 이런 헝겁쪼각을 사주고 색깔한 걸 위장했지. 그러고 보면 이 숱한 옷은 그 놈이 색깔하고 사준 기념품들이 아닌가! 아이고, 불쌍한 내 인생아!”
순정은 정호를 따라 지구촌 어데고 가보지 않은 곳이 없다고 해도 과언이 아니었다. 미국의 맨하튼거리, 프랑스 에펠철탑, 파리성모원, 이딸리아 고대 로마제국 청사, 일본 후지산, 윁남 다낭까지 다 돌아다니었다. 진짜 아시아는 물론 유럽, 아메리카 명승고적을 다 돌아다니고 더 구경할 곳이 없어 나중에는 남아프리카까지 다 가보았다.
관광을 가면 당지 인문관광도 꽤나 재미있었다.
대만섬 아리산에 갔을 때였다. 아리산 원시림에는 모리족마을이 있었다. 지난 세기 초부터 중기까지 근 50년 동안이나 일본 제국주의 침략과 통제를 받은 대만에서는 일본 문화의 영향을 많이 받았다. 모리족이란 말은 일어로 삼림족이라는 뜻이라고 했다.   
모리족은 모계씨족이었다. 가정의 모든 결정권은 녀성에게 있었고 녀성은 남편 여섯씩 데리고 살 수 있다고 했다. 남편을 찾는 방식도 꽤나 희한했다. 남편을 모집하는 녀성은 녀의사를 시켜 후보남편의 성기능이 강한가를 검사하게 했다. 녀의사는 후보남편이 당장에서 성욕이 강한 녀자를 상대로 몇번씩 섹스를 하는가를 직접 보면서 시험친다고 한다. 후보남편이 섹스 차수가 3차 이상, 지속시간이 길어야 정식남편으로 될수 있다고 했다.
“진짜 웃겨!”
순정은 그만 웃음을 터뜨리고 말았다.
여섯이나 되는 남편은 아무리 성욕과 성기능이 강해도 안해의 선택을 기다려야만 했다. 안해가 해질 때 패쪽을 어느 방에 걸어놓으면 그 방의 남편은 그날 밤에  목욕재계하고 안해와 함께 잘수 있다고 했다. 어느 남편이 안해한테 성만족을 주지 못하면 이튿날에 쫓겨난다고 했다.
안해는 호주이기에 가정 일을 하나도 하지 않고 심지어 밥도 짓지 않는다고 했다. 가무나 대전 일이나 삼림에 가서 과일을 따오는 것 같은 일은 모두 남편들에게 차례졌다. 안해는 전문 남편들에게 일포치를 하고 오늘에는 어느 남편과 즐길가고 패쪽만 들고 돌아다니면서 애만 낳는다고 하였다. 심지어 애를 보는 일도 남편들이 번갈아 해야 한다고 한다.
“모리족 녀성들은  인종개량을 하고 근친결혼을 피면하려고 외지에서 온 남자라면 확 합니다. 누가 모계씨쪽한테 장가 가보고 싶으면 손을 드세요.”
대만 녀가이드가 자못 진지한 표정을 지으며 손을 들라고 소리쳤다.
그러나 관광버스 안에서 남자들은 누구도 손을 들지 않았다. 안해를 데리고 간 사나이들은 안해 눈치를 슬슬 보았다. 그러나 혼자 관광하러 온 남자들도 픽픽거리며 손을 하나도 들지 않았다.
순정은 정호를 보고 롱담했다.
“당신 성욕이 세고 그것도 센게 한번 시험해보죠. 변강쇠가 모리족 녀성들과 딱 맞을 것 같은데요. ㅎㅎㅎ.”
“쳇, 그것도 말이라고 하오? 누가 죽자고 모계씨족가정에 들어가 성머슴으로 살겠소? 낮이면 일하고 밤이면 성욕이 강한 안해한테 성노예를 하느라고 죽자고? 흥!”
“속으로는 한번 성욕이 강한 모리족녀성들과 어찌고 싶어하면서도. ㅋㅋㅋ.”
정호는 우멍눈을 흘겼다.
“무슨 롱담을 그렇게 하오?”
정호는 순정을 원망하고 싶었다.
“내 어째 수캐로만 보이니? 모리족 모계씨족마을에 와서 성노예 되라고?"
      정호는 모리족처녀들이 빙빙 돌아가면서 춤을 추는 춤판에  뛰여들었다. 모리족처녀들은 우르르 정호 옆에 모여들어  함께 춤을 추었다.
      정호는 음충한 우멍눈으로 모리족처녀들의  펑퍼짐한 엉덩이를 노려보았다. 모리족처녀들은 정호가 하도나 치근거리자 마음이 동해 그러는가고, 고기가 미끼를 무는가 해 정호와 사교무를 추는 척 하면서 한쪽구석으로 돌아가면서 스리슬쩍 그걸 덥썩 쥐여보는 것이였다.
"어마나, 대단해."
모리족처녀는 힐끔 정호 눈치를 보았다.
정호는 모리족처녀를 꽉 끌어안고 돌아갔다. 순정은 저쪽에서 흐물거리는 정호를 보고 허구픈 웃음을 지으며 구경했다.
한곡조 끝나자 정호는 아쉬운대로 모리족처녀를 놓아주었다. 모리족처녀는 정호가 춤도 유별나네 잘 추고 허리랑 가슴이랑 훔쳐 매만지는 것을 보고 마음이 동했는가고 했던지 또 춤을 추자고 환하게 웃음지으며 허리굽혀 인사했다.
    정호는 완곡하게 사양하고나서 순정을 힐끗 치켜보며 속으로 중얼거렸다.
"황후처럼 모셨는데. 원. 배은망덕하기로서니. 흥!”
그러나 용케도 참고 순정과 이런 말 한마디 했다.
“어째 해남도 려족 녀성처럼 일편단심 한뉘 나하고 살겠다고 하지 못하오?”
“내 지금 려족녀성들보다 못잖게 당신을 황제처럼 모시지 않습니까?”
“그래? 우리 황후, 웃긴다. 허허허.”
순정과 정호가 해남도 열대우림에 관광 갔을 때였다. 려족녀성들이 열대우림 천막 밑에서양고기꼬치랑 구어 파느라고 땀을 줄줄 흘렸다.
가이드의 말에 의하면, 려족 총각이 약혼하려면 먼저 장인의 시험에 통과돼야 한다고 했다. 장인은  자기 딸을 따르는 총각을 보고  빙랑나무에 바라오르기 시험을 치게  한다고 했다. 보통 장인은 딸을 낳으면 자기 집 앞에 빙랑나무(과일나무 일종)를 심어놓는다고 한다. 집 마당에 빙랑나무 몇대 있는가를 보면 그 집에 딸이 몇이 있는가를 알 수 있다고 하였다. 짚 앞의 빙랑나무가  지붕을 넘어 하늘을 찌를 때면 사위감을 시험친다고 했다. 보통 대나무처럼 밋밋하게 20~30여메터씩이나 하늘을 찌르며 서 있는 빙랑나무에 맨 손발 바람에 바라오른 수자에 따라 총각의 능력을 판단한다고 하였다.
정호는 남자가이드를 보고 약혼할 때 빙랑나무 몇대에 바라올랐는가고 넌짓이 물어보았다.
가이드는 빙랑나무 40대나 바라올랐다고 하지 않겠는가.
“음, 우리 딸을 데려다 고생시키지 않겠구나.”
장인은 흐뭇해 시험에 통과됐다고 하면서 가이드를 사위로 삼았다고 하였다.
려족녀성들은 보통 일단 결혼하면 남편이 밖에 나가 뭐 하든 근본 묻지도 않는다고 한다. 그만큼 한평생 남편 한 남자만 믿고 바라보며 산다고 한다. 혹시 남편이 바깥에 나가 바람 피워도 운명으로 받아들인다고 한다. 혹시 외지에 나가 다른 녀자와 가정을 이루고 영영 돌아오지 않아도 한미디 원망하지 않을뿐만아니라 수절하고 청상과부로 살면서 그 남편이 언젠가 마음을 돌려 돌아오기를 기다린다고 했다.
“려족녀성들 참 불쌍하구나.”
정호 하던 말을 회상하며 순정은 금고 옆에 물앉아 허구픈 웃음을 웃었다.
“개놈새끼, 그때부터 바깥에 나가 바람 피워도 내 보고  려족녀성들처럼 눈 감아주고 ‘운명으로 받아들이란 말이였느냐?’ 뭐? 나보고 수절하고 네만 믿고 살라고? 바람피운 걸 내 왜 진작 눈치채지 못했을가?”
 
정호는 국장으로 된 후 새파란 미녀 애인을 두었을 때마다 순정을  데리고 국내외 관광을 떠나군 했다. 순정은 미혹술수인지도 모르고 구름처럼 둥둥 뜬 기분에 잠겨 국내외관광을 떠나군 했다. 물론 영희한테 관광 갔다 와선 으시대는 것을 잊지 않았다. 영희는 애 둘을 키우느라고 언제 해외관광을 다 해보았겠는가. 미국과 한국, 그리고 국내 북경이거나 상해, 소수민족지구에 공연하러 갔다 왔을뿐이였다.  
어느 곳에 가든 정호는 돈을 아끼지 않고 순정한테 지방특색이 있는 당지 명품으로 관광기념품으로 꼭꼭 사주었다. 그리하여 해마다 옷장과 금고에는 세계 각국에서 사온 명품옷에 금, 은, 주옥, 비취 치장품으로 수두룩이 쌓여갔다.
향항에 갔을 때였다. 비해장 면세점 악어가죽핸드빽은 몇만원이나 했다. 순정은 악아가죽핸드빽을 쥐었다 놓았다 했다. 정호는 두말없이 당장에서 지불보로 척 지불하고 순정의 손에 악어가죽핸드빽을 척 쥐어주었다.
대만 화련의 주옥과 보석은 이름 높았다. 정호는 고려없이 순정한테 15만원 어치나 되는 주옥팔찌와 보석반지, 비취반지에 보석귀걸이, 보석목걸이를 수두룩이 사주었다.
금고에는 세계 각지 명품들로 황홀했다. 수위스 명품손목시계, 영국 로렌스손목시계, 일본 세이꼬손목시계, 이딸리아 명품빽, 모쓰크바 단비가죽외투, 프랑스 금목걸이, 비취반지…
순정은 정호가 관광 가서 사준  한국 SK2, 프랑스 필리프표 화장품, 명화장품 아니고는 보름달얼굴에 바르지도 않았다. 그녀가 십여만원 어치 명품패션을 훤칠한 온 몸에 걸치고 빛이 반짝바짝 나는 비취, 주옥, 마노 액세서리 걸고 차고 길거리에 나서면 숱한 행인들의 눈길을 확 끌어잡았다. 반짝이며 한들거리는 비취귀걸이, 옥코걸이, 우유빛  가는 목에 겹겹이 감두른 대만 주옥목걸이와 마노목걸이, 프랑스 원피스, 해남도 옥팔찌, 보석발찌 행인들의 눈이 시리게  현란하게 반짝인다. 손목에서 반짝이는 영국 로렌스 손목시계, 팔에 건 향항 악어핸드빽, 귀부인 바람에 휘날리는 프랑스 원피스 자락… 진짜 황후면 어디 저렇게 명품과 금은주옥으로 온 몸을 황홀하게 차려 입고 치장했겠는가?
      순정은  금고에서 은허리띠를 들고 보면서 또 회억에 잠겼다.
      그 은허리띠는 운남 서쌍판나 태족마을에 갔을 때 산 것이다.
    관광버스가 한 태족마을에 이르자 은빛관을 쓰고 목에 은목걸이를 건 태족녀성들이 산뜻한 태족옷차림을 하고 태족무를 추면서 환영했다.  관광차에서 내리자마자 정호와 순정은 무용가여서 인차 태족녀성들 속에 끼여 묘족춤을 따라 출 수 있었다. 태족녀성들은 순정이 이쁘고 춤을 잘 춘다고 혀끝이 다슬게 칭찬했다. 순정은 대번에 인기조선족미녀로 관광대오에서 보름달처럼 떠올랐다.
     20대 태족녀성이 관광객들을 자기 집으로 데리고 갔다. 꽤나 널직한 울 안에 큼직한 이층 목제다락집에 들어갔다. 집주인 태족녀성은 19세에 시집가서 애 넷이나 낳은 애어머니라고 했다. 이 시골태족마을 태족녀성들은 보통 15세면 시집간다고 했다. 그녀는 그래도 고중까지 다니느라고  늦게 시집갔다고 했다. 태족들은 남자애를 "쏘더레"라고 부르고 녀자애는 "모더레"라고 부른다고 했다.
      "쏘드레"를 낳으면 애를 낳았다는 말도 하기 싫어한다고 했다. 모계씨족인 태족들은 남자애를 낳으면 "밑지개"(赔钱货)를 낳았다고 한단다. 남자애들은 녀자 집으로 데릴사위로 장가가야 한다고 했다. 그래서 남자애를 낳으면 밑진다고  남자애("쏘더레")를 "밑지개"라고 부른단다.  남자애들은 학교에도 보내지 않고 마을의 절에 보내 태족어로 불교를 배우게 한단다. 장가갈 나이 돼 "쏘더레"를 마음에 들어하는 처녀애가 나지면 환속해서 가시집으로 데릴사위로 시집장가 간다고 한다.
    녀자애("모더래")을 낳으면 돈을 번다고 "돈벌개(赚钱货)"라고 칭송하는데 마을이 떠들썩하게 축하잔치까지 벌린다고 한다. 녀자애들은 학교에 보내 한어공부를 시키는데, 시집가면 호주가 돼 가내 모든 일을 결정한다고 한다. 남편은 가무고 대전농사일이고 다 해야 한단다. 개혁개방 후 녀성들은 농사일보다도 은액세사리판매 같은 소상업이나 장사에도 종사한단다.
      "은은 소독작용을 해요. 그래서 우리 태족녀성들은 은장신구를 온 몸에 다닥다닥 걸고 다니죠."
     태족녀성은 궤에서 은팔찌랑 은목걸이랑 꺼내 팔다가 나중에 몇만원이나 하는 은띠를 꺼내 보였다.
    "이 은띠를 띠면 녀성병예방에도 좋아요. 애를 낳지 못하는 녀성들 자궁이나 질을 소염해 임신하게 할 수도 있죠."
   "내 사겠소.'
    정호는 순정과 묻지도 않고 서슴없이 은띠를 잡아채고 지불보를 내들었다.
" 그 비싼 걸 다 삽니까?"
"몇십만원이라도 임신할 수만 있다면 다 사겠소. 은띠를 띠면 애를 낳을지도 아오?"  
순정은 허구픈 웃음을 지었다.
태족녀성은 그 비싼 은띠를 척 사는 정호와 순정에게 부드러운 눈길을 보냈다. 부자라고 눈도장자리 나게 바라보았다.
     그녀는 손님들에게 특별히 자기들의 침실까지 보여주었다.
     그 널직한 집에는 방이 여러칸 있었다. 그런데  침실은 딱 한칸 밖에 없었다. 꽤나 길죽한 침실에 널다란 다락구들이 있고 간막이로 모기장 같은 것이 몇개 걸려 있었다.
   "우리 태족들은 어른이고 애들이고 다 한 다락방에서 잡니다. 우리 집에서는 저의 부모와 우리 부부와 애들 해서 3세대 여덟식구가 다  이 다락방에서 잡니다. 어떤 집에서는 네 세대나 한 다락방에서 잡니다."
   정호는 우멍눈이 휘둥그래 툭 튀여나올 지경이였다.
"아니, 불편하지 않는가요?"
"뭘 말인가요?"
순정이 보탰다.
"부부생활 할 때 말인데요. 저 모기장으로 가리구 불편하지 않는가요?"
다른 손님들도 끼여들었다.
"다른 방이 많구만요. 왜 한 방에서 자는가요?"
"소리랑 다 들리겠는데요. ㅋㅋㅋ."
관광객들은 도리머리를 절레절레 흔들면서 웃었다.
"소리뿐이겠소. 모든 과정 환히 보이겠는데두. ㅎㅎㅎ."
그러나 태족녀성은 표정 하나 변함없이 개의치도 않았다.
"한 집식구들인데 뭐가 불편해요? 부부생활은 도적질하는 것도 아닌데요. 보면 어떻습니까? 부부 생활 바로 그런 건데요. 또 소리를 들으면 뭐래요?"
"그래도 그렇지."
"괜찮아요. 애들만 재워놓으면 우리 부부는 부모 잠들지 않아도 생각나기만 하면 시작해요. 오히려 부모들도 우리 사는 모습을 보고 촉동받았는지 행복한 생활을 할 때가 있지요. 호호호."
태족녀성의 유모아  또한 희한했다.
그녀는 은띠를 순정의 허리에 띠워주면서 말했다.
"이걸 띠면 꼭 임신할 거예요."
그들은 태족녀성가이드를 따라 중국과 버마 변경까지 갔다. 열대수림에 뒤덮인 자그마한 둔덕에 중국과 버마 국계비석이 엄숙하게 서 있었다. 그때 버마 사나이가 녀성 셋이나 데리고 희닥리며 논밭으로부터 이쪽으로 걸어오고 있었다. 논밭 일을 하러 오는 것 같았다.
     태족녀성가이드의 말에 의하면 , 이곳 중국 사람과 버마 사람들은 국경선을 아주 자유롭게 드나든다고 했다. 또 버마는 일부다처제  부계씨족의 나라라고 했다. 남자가 돈과 능력이 있으면 안해 몇을 하든지 나라에서는 관계하지 않는다고 했다.
    "버마는 남자들의 천국이예요. 그래서 태족남자들은 돈만 있으면 버마에 가서 살았으면 하고 버마 녀성들은 우리 중국 모계씨족인 태족마을에 와서 살았으면 하기도 하죠."
    태족녀성가이드의 말을 듣고 순정은 정호를 보고 넌지시 말했다.
"당신 버마에 가서 살면 좋겠소. 돈도 있지. 버마 미녀들이 당신 뒤에 줄을 쭉 서겠습니다. ㅎㅎㅎ."
"천만에 말씀, 어찌 우리 집 황후를 버리고 버마에 가서 짐승처럼 살겠소?"
유모아도 뒤따랐다.
"제나 여기 태족마을에 와서 사오. 모계씨족마을에서 남편을 쥐락펴락하면서 사는게 좀 좋아서."
"픽, 누구 좋은 노릇하라고? 버마 미녀들이 우리 집 황제 맛을 들이고 물고 늘어지면 어쩌죠? ㅎㅎㅎ"
...
"ㅋㅋㅋ. 그때만 해도 얼마나 희망에 가슴이 부풀어올랐던가. 그러나 은띠를 띠여도 애를 낳았는가? 쳇."
순정은 유쾌한 추억에서 깨나면서 은띠를 말아서 악어가죽가방에 챙켜넣었다.
영희는 항상 순정이 부러웠다.
“언닌, 진짜 황후야. 형부를 잘 모실만해.”
그러나 순정은 끝임없이 사들였다.
정호는 누구한테 꼬리를 밟힐가봐 순정을 보고 그 따위로 작작 치장하고 다니라고 했다.
“아니, 명품으로 치장하지 않고 금고에 무져둬서 뭘 해요?”
순정은 아버지를 믿고 대수로워하지도 않았다.
순정과 정호는 국내외 관광 나갔다가 집으로 돌아올 때면 항상 명품을 너무 많이 사서 가지고 간 두 크렁크로는 넣을 자리 모자랄 지경이었다. 그리하여 항상 트렁크를 하나 더 사서 둘이 세 트렁크를 끌고 오군 했다. 어떤 때 보면 관광 간  것이 아니라 장 보러 갔다 돌아오는 촌사람들처럼 보이기도 했다.
관광객들이나 녀가이드는 경악하며 혀바닥이 다슬게 찬탄했다.
“진짜 국장 안해 대단해!”
정호는 만족한 웃음을 지었다.
“우리 집 황후인데요.”
대만 녀가이드도 한술 더 떴다.
“그래요. 안해를 황후처럼 잘 모시면 남편도 황제로 되는 거죠.”
“황제? 흐흐흐.”
그때면 순정도 맞장구를 치며 어깨를 으쓱했다.
“우린 이젠 황제와 황후로 됐네요. 호호호.”
그런데 우스운 일도 있었다.
어떤 녀자들은 관광하면서 넌지시 순정한테 다가와 나직이 물었다.
“저네 부부간 아니지?”
“왜? 우린 웡앙새부부인데요.”
“진짜? 남편 퍽 늙어보이는데. 머리 희슥희슥하지. 번대머리. 딱 예순 넘은 령감 같은데요. 저는 40대 초반 새각시 같소.”
손님들은 부부라고 믿지 않았다.
“애인 관계지?”
“아니, 우린 처녀총각 때 스승과 제자 관계였죠. 저의 첫사랑이자  남편인데요.”
“픽, 지금 어데 본댁한테 이렇게 비싼 관광기념품을 사준답데. 애인이나 후처 아니고는 상상하기 바쁘오.”
“호호호.”
녀가이드는 정호와 순정의 옆에 딱 붙어다니면서 특별히 관광가이드를 해주었다. 그래야 쏘핑홀에 가서 숱한 돈을 팔게 하지. 녀가이드는 특히 쏘핑할 때면 순정한테 딱 붙어 따라다니면서 이것 저것 사라고 쳐들어보였다. 그때마다 정호는 카드를 내들거나 지불보로 척척 결재하군 했다. 녀가이드는 돈을 벌어 좋고 순정은 명품을 챙겨 기분 좋았다. 정호는 숱한 사람들 앞에서 돈 있느라고 팡팡 쓰는 멋도 좋고 잘 사는 척 으시대는 기분은 더욱 좋았다.
       순정은 어떤 때에는 관광 가서 숱한 사람을 웃기는 일도 저질렀다. 프랑스 에펠철탑 밑에 갔을 때였다. 한 프랑스 금발미녀가 입은 원피스가 딱 마음에 들었다.
순정은 그 원피스 욕심나서 가이드를 데리고 가서 통역하게 하면서까지 그 금발미녀를 불러세웠다.
“원피스 진짜 멋있는데요. 어데서 샀는가요?”
       금발미녀는 파란 눈을 반짝이며 동방에서 온 귀부인의 아래위를 훑어보았다. 그녀는 명품패션과  금은장신구로 온 몸을 무장한 동방 귀부인, 아니, 황후를 이상한 빛이 반짝이는 파란 눈길로 바라보았다.
     순정은 노트와 펜을 꺼내들고 금발미녀한테서 그 원피스를 산 가게 이름과 주소 그리고 어떻게 가는가를 상세히 물어 또박또박 적었다. 그런데 가이드는 그 가게가 에펠철탑에서 멀리 떨어져 있어 거기까지 갈 시간이 없다고 했다.
순정은 너무 아쉬워 프랑스 금발미녀 원피스를 바라보며 발을 동동 굴렀다.
그녀는 렴치를 잃고 기발한 욕심을 터놓았다.
“돈을 푼푼히 줄테니 이 원피스를 나한테 팔지 않겠는가요?”
통역의 말을 받아듣자 뜻밖에도 프랑스 금발미녀는 흔연희 대답했다.
“OK.”
정호는 원피스 값을 지불한 후 200프랑을 더 쥐어주었다. 순정은   빨간 트렁크에서 미국 맨해튼거리 가게에서 산 원피스를 꺼내 프랑스 금발미녀한테 입고 가라고 주었다.
금발미녀는 극구 웃돈을 되돌려주려고 했다. 그러나 순정은 마구 밀어주었다. 금발미녀나 프랑스 녀가이드나 모두 손이 큰 동방 귀부인, 아니, 황후를 놀라운 눈길로 바라보며 환하게 웃었다.
       정호는 옆에서 바라보며 흐뭇한 미소를 지었다. 금발미녀는 숱한 행인들이 보는데서 부끄러워하지도 않고 원피스를 훌 벗어주고 순정이 준 하얀 원피스를 입고 손 저으며 떠나갔다.
       순정은 정호가 자기를 그렇게 기분 좋게 안심시키고는 밖에 나가 호박씨를 깔줄을 누가 알았겠는가.
      어느날, 순정은 별스레 하신이 가려운 감을 느꼈다. 그녀는 황급히 화장실에 들어가 전등불을 켜고 찬찬히 살펴보았다. 아니, 글쎄 벌겋게 부어오르지 않았겠는가.
“부과병에 걸렸는가. 당장 인신상해보험을 해야겠는데 이걸 어쩐담?”
그런데 보험공사에 갔더니 공교롭게도 전면신체검사를 하지 않겠는가. 어쩔수 없어 다른 고려도 하지 않고 전면신체검사를 받았다.
그날 오후에 화험실에 가니 화험원은 화험단을 쓰면서 그녀를 보고 도리머리를 절레절레 저었다. 이상해 화험실에서 나오면서 화험단을 보다가 깜짝 놀라지 않을 수 없었다. 글쎄 매독진단이 묻어나오지 았겠는가.
(이런 망신이라고.)
그녀는 너무나도 창피하고 원통해 병원을 어떻게 나왔는지 몰랐다.
그날 저녁에 순정은 울고 불고 하면서 한바탕 정호와 해냈다.
더 할 말이 없게 된 정호는 어처구니 없이 에둘러댔다.
“어떻게 돼 그런 몹쓸 성병에 걸릴 수 있소?”
순정은 정호의 멱살까지 거머쥐고 흔들며 따지고 들었다.
“뭐라고? 어데 가서 성병을 묻혀 왔어? 로실히 탄백해!”
정호는 아닌 보살을 떨었다.
“혹시 당신 목욕탕에 가서 때밀이를 해서 그렇잖을가? 때밀이군한테서 옮지 않았을가? 때밀이군들이 혹시 성병이 있는 손님을 때밀이해준 손으로 제  거기를 때밀이를 해 옮았지 않았을가?”
순정은 눈물을 펑펑 쏟으면서 행악질했다.
“개소릴 작작 쳐? 분명 네한테서 옮았어. 무슨 왕청 같은 소리야?”
정호는 철면피하게 괴변을 부렸다.
“내게서 옮았는지? 제한테서 내게 옮았는지 어떻게 아오?”
“그럼 좋다. 병원에 가서 보자. 누구 탓인가? 내 병원에서 물어보니 매독은 성교를 해야 감염된다고 했어. 절대 때밀이 문제 아니야.”
“창피하게 어떻게 병원에 가서 시비하는가? 헛참.”
정호는 머리를 두 손으로 감싸안고 쏘파에 물앉았다.
“병원 환자병력서류실에 가서 네놈 병력서류를 들춰보면 성병에 몇번 걸렸는가 다 나온다. 나와.”
순정은 이렇게 말하려다가 그만 두었다.
이튿날 순정은 하신이 띠끔띠끔 아파났다.
순정이 병원에 가서 의사한테 진료받으면서 물으니 자칫하면 자궁까지 썪어떨어질 수도 있다고 하지 않겠는가.
(이런, 이런. 이걸 어쩐담?)
순정은 의사가 떼준 베니실링을 한대 맞고 약방에 가서 매독치료약을 받아 들고 난색을 지었다.
한참 후 그녀는 정호 몰래 정호의 신분증을 가지고 진짜 정호가 갔을 것 같은 YB병원 환자병력서류실에 찾아갔다.
관리원은 신분증을 보더니 “본인이 아니면 아무한테나 환자병력서류를 뽑아줄 수 없습니다.” 하고 돌려주었다.
순정은 그럴줄 알았다는듯이 악어가죽핸드빽에서 호구부와 자기 신분증도  꺼내 건넸다.
“저는 이분의 안해예요. 이분이 지금 구급실에 있어 오지 못하는데요. 의사가 병력서류를 뽑아오라고 해 그래요.”
관리원은 병력인쇄비만 받고 정호 신분증을 가져다 컴퓨터에서 병력서류를 찾아 인쇄해주었다.
순정은 병력서류를 보고 또다시 깜짝 놀라지 않을 수 없었다.
성병에 열네번이나 걸리지 않았겠는가.
그러고도 정호는 집에서는 안해를 속이고 단위에서는 항상 아닌 보살을 떨었다. 그는 단위에서 마이크만 잡으면 위선자의 가면구를 드러내군 했다.
      "우리 간부들은 직위를 막론하고 금전관과 미인관을 잘 넘겨야 합니다..."
     청취자들은 우뢰와 같은 박수를 쳤다. 찬동도 있고 비웃음도 있었다. 특히 최정호 국장의 장단기 애인들은 서로 눈치를 흘금거리면서 가볍게 박수를 치며 미소를 지었다. 그러나 비단보로 불을 감싸서 감출 순 없었다.
     차츰 정호의 진상을 알게 된 순정은 어이없어 도리머리를 절레절레 저었다.
    (어째 이때까지 모르고 살았을가? 콘돔을 끼고 살자기에 이상하다 했더니. 이래서 그랬구나. 50대 중반 밖에 안되는데 이상하게 한달에 둬번 밖에 부부생활을 하지 못한다 했더니? 바깥에 나가 바람 피워 그랬구나.)
순정은 성병에까지 걸리자 몇번이고 리혼하자고 행악질했다. 그런데 번마다 정호한테 얼리워 물앉고 말았던 것이다.
“사랑하는 황후님, 어쩌다 한번 그랬으니 용서해달라구. 지금 세월에 한번도 외도를 하지 않은 남자 몇이나 있겠소? 교수를 찾아가 물어보오. 교수라고 외도를 한번도 하지 않았을 거 같소?”
정호는 또 쇼를 놀았다. 그는 순정 앞에 무릎을 꿇고 손이 발이 되게 빌었다.
“여보, 사랑하는 황후님, 제발 한번만 용서해주오. 당신을 황후로 비단보에 싸 업고 다니면서 잘 모실게.”
진짜 영화에서 무릎을 꿇고 장미꽃을 드리며 사랑의 프로포즈를 취하는 서양 미스터 같았다.
순정은 그만 울다가도 웃음이 터질 지경이었다. 그녀는 터져나오는 웃음통을 겨우 참고 두 손으로 얼굴을 감싸고 외면해버렸다.
      이튿날 정호는 10만원 짜리 돈묶음 세개나 척 내놓았다.
      “자, 백화상점에 가서 명품패션이랑 보석반지랑 마음껏 사오.”
      “이게 바람 피운 대가인가?”
      “아니, 뭔 소리? 황후에게 드리는 사랑의 선물이지.”
      “퉤!”
       순정은 침을  뱉으면서도 정호가 출근한 후 그 돈 묶음을 스리슬쩍 챙겨 금고에 넣었다. 다 쒀놓은 죽을  이제 어쩌겠는가.
"에이, 세상에 믿을게 하나도 없어. 돈이야 말로 젤 실리지. 돈이 젤 로실한 거야. 나의 모든 행복은 돈으로 사온게 아닌가. ㅎㅎㅎ.)
 
     그녀는 눈을 질끈 감고 한번만 용서해주기로 했다.
    (애도 하나 낳아주지 못한 자기를  이제껏 황후처럼 대접한 정호를 어쩌겠는가.)
    여기까지 생각한 그녀는 위선자의 허위가 서린 옷을, 바람 피운 기념품 같은 패션무지에 불을 확 질러놓고 싶었다.
     한참 앉아 궁리하던 순정은 다시 옷을 싸기 시작했다.
      “아니야, 한뉘 평생 그놈한테 청춘을 희생하고 마음을 빼앗긴  대가를 그저 버릴 순 없어. 없이 사는 사람들에게 나눠줘야지. 자식 하나 없잖아. 난 늙으면 양로원에 가야지. 이제 늙어서 양로원에 가게 되면 불쌍한 로인들한테 간병원을 찾아 줘야지.”
      그녀는 온 하루 씩씩거리며 몇번에 나눠 오디차에 명품옷꾸러미를 실어 본가집에 실어갔다.
텅텅 빈 집을 둘러보며 순정은 또 물앉아 흐느껴 울었다. 한뉘 평생 허위로 꽉 들어찬 이 집에서 위선자에게 속히워 산 것이 원통해 엉엉 대성통곡쳤다.
“아니야, 그 놈 코로나 때문에 병원에 갇혀 있을 때 이 집을 팔아버려야지.”
그녀는 재물을 몽땅 독점하는 것으로 무자비하게 정호한테 보복하려고 들었다.
“보마차도 팔아야지. 개놈새끼, 이제까지 흥청망청 쓰면서 바람 피웠지. 이제 늘그막에 알거지로 살아봐라. 굶어 썩어져라! 집도 없이 걸배(거지)처럼  얼어 썩어져라!” 


     저자 주: 
           여러분께서는 지금까지 대하소설 "졸혼" 제1권을 보셨습니다. 이제 제2권이 이어집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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