속 깊은 녀자
며칠전 동생네 부부하고 같이 식사를 한적 있었다.
제부는 식사가 시작하자마자 안해의 "눈에 거슬리는 일상"을 나한테 고자질하기에 열을 올렸다.
나는 그냥 고개만 끄덕이면서 듣고 있었고
녀동생도 별 반응이 없다.
말하겠으면 말해라 하는식으로...
말하다가 제부의 고자질 한부분에는 그런게 있었다.
"이 안까이는 어찌나 싱거운지 아 글쎄 앞집 꽝꼬단(전단지)를 지 머라구 한개도 남기지 않고 다 뜯슴돠."
"어째 그집에는 사람이 없소?"
"예 없슴돠. 웃기잼까? 쪼꼬만게 너무 싱거워서 정말 대샘돠"
녀동생은 또 말이 없다.
제부는 녀동생의 싱거운 실례를 하나하나 나한테 일러바치고 있었고..
잠자코 듣고만 있던 녀동생이 한마디 던졌다.
"앞집에 사람이 없재! 전단지 안떤게 보이면 혹시라도 앞집에 도적이 들면 어찌니? 일년에 인사마저 몇번 안하는 사이라 해도 문 열면 코앞인 이웃인데 ..도적이 들면 좋니? 봐달라고 부탁한 일 없다고 그거 떼주는게 머 힘이 드니?"
동생네 부부는 항상 반말이다.
동갑인데 아웅다웅할때나 사랑한다고 뽀뽀할때나 그냥 반말이다.
녀동생의 말에 제부는 또 싱글벙글 입을 다물지 못한다.
제부의 눈빛이 "이 안까이 정말 괜찮타이! 사랑스럽다이!" 그런 말을 해주듯 싶다.
헤헤헤 웃더니
"에이! 속이 깊은 안까이 한잔 받소!"하면서 자기 안까이한테 맥주 따른다.
...
...
...
동생부부는 둘이서 또 좋아죽는다. 녀동생왈
" 내 원래 말 아이하자 했는데 니 말이 너무 많아서 다물라고 말했다. 남자 말이 많으면 시시해보이재! 헤헤헤 내눈에는 니 최고 멋있어보이지만도..언니도 남이재..조심해야지..옳지? 언니!"
나도 웃었다.
"그래. 언니도 남이다! 너네 사랑앞에는 모든 사람이 다 남이라해도 너네는 세상 다 얻은것 같겠구나.
속도 깊은게..사랑스러움을 인정해주는 사랑스러운 남편도..다 사랑스럽구.."
난 세상에는 사랑이 존재하지 않는다고 확신하는 여자다.
그러나 이런 순간에는
"어~ 사랑이 존재하는가 보다!"하고 일련의 희망을 가지군 한다.
이런게 사는 재미겠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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