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송죽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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잃어진 사진
2012년 12월 06일 13시 47분  조회:4164  추천:5  작성자: 김송죽
 

    잃어진 사진

 

      아깝게 잃어진 사진 두장을 찾고있습니다.

문화혁명 때 책과 사진을 걷어다 공사내 여섯마을에 전람관을 꾸려가면서 돌림투쟁을 하고서는 사진 두장을 돌려주지 않아 잃어졌길래 지금이라도 그것을 찾고자 이 광고를 냅니다.


     내가 찾고자하는 첫사진은 1947년겨울, 화남현 영평강전투에서 토비들손에 희생한 동북민주련군 합강성정부 조선독립영 참모장 김해정이하 16명렬사추도식장면을 찍은 8촌짜리 큰 사진입니다. 장소는 벌리(勃利) 광화소학교운동장.  좌측에 당시 조선학교의 커다란 층집건물이 보이는데 그 운동장에 17구의 시체를 담은 관이 줄을 지었고  그 앞에는 커다한 화환이 하나씩 놓였습니다. 수많은 조객이 모여 머리숙이고 믁도를 하는 추도식장면인데 높다란 장대기끝에는 모택동의 필체로 <<爲人民服務>>라 쓴 흰 명정이 날리고 외투를 입은 어른분이 허리를 90°되게 꺾고 례를 드리고있는 장면이 찍혀있습니다.


     내가 찾고자하는 둘째사진은 조선에서는 력사상 맨 처음으로 촬영한 영화 <<아리랑>>의 한 장면을 찍은것인데 냇가의 우거진 버들방천에 통나무를 무은 대우에서 한쌍의 청춘남녀가 내건너 저멀리에 시선을 보내고있습니다. 흰옷에 검정조끼를 입고 두건을 친 사나이가 등에다 쪽지게를 지었는데 오른손을 들어 저 멀리 앞쪽을 가리키고있습니다. 그곁에 흰치마저고리를 입고 쪽진 머리에 비녀를 꽂은,  바구니를 옆에 낀 녀인이 거의 다가붙듯 몸을 가까이하면서 사나이가 가리키는 쪽을  눈여겨보고있는 서정적인 장면입니다.

     남주인공인 그 사나이가 바로  <<아리랑>>씨나리오를 쓰고 연출에 연기까지 한 나운규본신이랍니다.

     그것은  크기가 손바닥만큼한 사진입니다.  흘러간 세월이오래되건만도 그때까지도 사진이 별로 퇴색하지를 않아서 인물들의 표정이 똑똑히 알리는데 그 사진은 고향 평남도 순안에서 3.1만세시위대오를  이끈일로 하여 지명수배를 받게되니 하는수없이 제자아홉과 함께 식솔을 데리고 만주로 건너와 대종교에 입교하고는 신민부의 파견을 받아 북만의 의란일대에서 학교 네개소를 세워가면서 거의 광복이 될때까지 계몽운동을 계속했던 할아버지께서 사망되기 몇달전에 잘건사하라 부탁하면서 남긴 유물이여서 잃어졌으니 더구나 몹시 아깝고 죄스럽습니다.


     이 사진들을 찢어버리지 않고 아직도 갖고있는 분이 있으면 지금이라도 돌려주십시오. 책임을 추궁하지 않겠거니와 되려 행운으로 받아들이고 고마와서 후한 례를 드리겠습니다.

     선색이 좀 있는데 나운규의 모습이 담겨진 사진은 한국에 나가 경매되였을 수도 있습니다. 가히 그럴수도 있다고 리해되니 그 경위를 솔직히 알려만준다면 책임을 추궁하지 않겠습니다. 그러지를 않고 조사해서 불순했던  진상이  밝혀질경우에는 법적책임을 지울텝니다.

     그때가서 나를  너무 인간답지 못하게 무자비하다고 원망하지 마십시오.
     약속입니다.

     

                            김송죽  2012. 12. 6. 북경에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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