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문학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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6. 小盆地型 문화 (김문학)
2010년 05월 22일 08시 17분  조회:4663  추천:26  작성자: 김문학
신조선족 월경론(越境论)

6. 小盆地型 문화

 
김문학


  조선족의 고향, 민족적 구심점인 연변의 문화를 문화인류학적 접근으로 해명해봄으로써 그 내실과 함께 연변이 안고 있는 장점, 결점을 석출해보기로 하겠다.

   ‘조선족개조론’의 연변에 대한 그 결함을 비판을 한 ‘이미지 선행’으로 아마 필자가 연변에 대하여 혐오하고 부정적 표상으로 가득 차 있는 것 같이 착각하고 있는 것 같다.

   그러나 그것은 아니다. 심양에서 태여난 나는 강원도 강릉 출신의 후예로서 조선족이 집결된 연변에 대해 어릴 적부터 막연한 그리움을 품고 있었다.

   지금껏 40이 넘도록 나는 겨레가 같이 모여사는 지역에서나 나라에서 한 번도 살아본 적이 없다.

   70년대 초 소학교를 다닐 때 ‘조선어’교과서는 요녕성교육학원에서 편찬한 ‘漢字’어가 섞인 ‘朝漢混用’의 문장들이었다.

    그 뒤 차츰 출판되는 교과서로 바뀌면서 ‘연변’이란 지명을 알게 되었다.

   연변에서 살아온 동포들은 아마 실체험이 없어서 잘 느낌이 안 올 수도 있는데 늘 이민족과의 경계에서 살아온 필자가 연변은 동경의 대상이 되기에 충분했다. 동북사대시절에 나는 연변에서 온 동포들과 늘 사귀고 축구를 같이 하기도 했다.

   연변의 ‘사과배’의 미미(美味)를 처음 알게 된 것도 그때였다.
   최초로 연변을 방문한 것은 1987년 봄이었다.
   연변의 조선족 민속을 알아보고자 혼자서 찾았다.

   연변 경내에 들어서자 열차 안에서는 조선어 방송이 시작되었다. 연길 역에 하차했을 무렵 치마저고리차림에 머리로 짐을 이고 가는 할머니, 연길역 앞의 조선족여성의 조각상이 인상적이었다. 조선어간판, 조선말, 억양이 좀 투박하긴 했으나 재밌었다. 이런 연변에서 한번 살아봤으면! 하고 나는 생각을 뇌리에 떠올려보았다.

   필자의 어머니도 2년 전 별세하기까지 ‘한번 연변에 가보았으면 얼마나 좋으랴!’하고 되뇌이시군 하셨다. 이 같은 심리적 동경심을 아마도 ‘피는 못 속인다’는 말로 대변하는 것이 아닐까.

   연변은 조선족동포들의 민족적‘구심적’, 겨레의‘고향’ 그것이었다. 지금도 나는 가끔 연변 서시장에서 이쁘장한 아줌마가 ‘맛보이소’하면서 건네주던 감자떡이 먹고 싶어지군 한다.

   고향과 핏줄, 이런 것은 추상적 관념이나 의식보다도 실 체험에서 느낀 그 따스한 겨레의 손길에서 받는 체온에서 표상화되는 것이다.

   이런 연변, 이런 우리조선족의 중심이며 고향인 연변의 문화적 양상을 이제 다시 바라보면서 필자는 그것을 추상적인 이론으로 접근하려한다.

   지금까지 나는 수차 연변을 방문했는데 연변의 그 지형적 특징이 오늘도 선명히 기억에 강인돼있다. 연길시는 주변에 높고 낮은 구름이나 산에 포위돼있으며 그 시내에는 물줄기(강)이 흐르고 전형적 소형盆地(분지)이다.

   이 폐쇄된 공간속에 공예품같이 정교로운 도시가 생겼고 이 분지 내에서 조선족이 조선족일 수 있는 한족과 이질적인 조선어(함경도방언)를 구사하면서 조선족공간을 형성하고 있다.

   연길시 밖으로 자동차로 용정과 도문으로도 가보아도 역시 사방 산에 둘러싸인 크고 작은 분지가 올망졸망 연결돼있었다. 연변은 이렇게 산과 산속에 묻힌 소분지의 세계였다.

   이 같은 소분지안에서 영위돼온 작은 공동체, 그 작은 공동체 안에서 조선족겨레끼리만 무어서 형성된 민족집합공동체. 여기에는 모든 외부세계와 단절시키거나 또는 그렇게 멀지않은 공동체와 꼭 산 고개를 넘어야하는 연결성이 있었으므로 옛날에는 교류가 그렇게 용이한 것은 아니였을 것이다.

   일본의 유명한 인류학자 요네야마(米山俊直)가 쿄도의 분지를 ‘소분지우주’로 칭하고 일본문화의 다양성을 이 ‘소분지우주’로써 포착한 것은 아주 흥미롭다. 그의 개념대로 따르면 연변의 소분지 역시 하나의 특수한 ‘소분지우주’로 그 속에서 인간들의 세계관, 동질성을 해석할 수 있으리라.
그리고 바로 이 소분지형 지리로 인해 조선족이 분지 내에서 함께 빼곡이 모이면서 그 동질성을 확보할 수 있었으며 조선족문화의 ‘소분지형문화’를 창조해냈던 것이다. 이 소분지형문화는 연변조선족의 장점이다. 동시에 또한 그 자체의 한계이기도 하다.

   정교롭고 아름다운 그리고 귀여운 분지속의 도시 연길, 그리고 도문, 용정 … 이런 중호형도시가 소분지로 돼있다. 그리고 산을 사이 두고 연결돼있다. 연변전체가 큰 분지의 연합체이다. 소분지의 세계 안에서는 소분지적 민족공동체가 폐쇄된 공간에서 존속되기는 쉬운 한편 외래의 문물을 흡취하는 데는 불리한 면이 있고 경계를 넘는 문화적 창조하기엔 불리한 것이다.

   더욱이 연변이 1990년대까지 북동아시아 중, 러, 조가 인접된 트라이앵글지역으로서의 역할을 하지못한 것은 그 변경적인 지연적‘우세’를 망각하고 ‘변경인’으로 자각하며 오픈된 사고를 갖고 있지 못한 것도 이유의 하나겠다. 그리하여 적극 외부를 유치하기보다는 외부에서 들어오기까지 기다리는 그런 수동적 자세를 보였다. 여기서 노정된 사고자체가 ‘변경인’을 자인한 연변동포들의 한계였다.

   연변은 경계를 사는 ‘경계성’이 있다고 요즘 연변의 지식인들이 입을 모아 언급하는 담론의 화두가 되고 있으나 필자는 그런 주장이 이론적으로는 가능하나 실질적으로는 어느 정도 얼마만한 내용이 현실적인가 회의스럽다.

   왜냐면 중국 속에서 소분지문화를 형성하면서 그 상대적으로 외부와 차단시킨 ‘조선족생활권’을 만들어 생활양식은 거의 ‘조선족’ 그것이었다. 환언하자면 중국속의 ‘小朝鮮’적인 분지였을 뿐이다.

   이속에는 재일교포가 일본어와의 갈등속에서 격투하는 번뇌와 경계를 사는 심리적, 민족적인 그런 ‘싸움’에서 유인되는 교차로적 ‘경계성’은 사실상 보이지 않는다.

   조선어 단일언어만으로도 충분히 통하는 연길‘소분지’내지어 구태여 중국인과의 ‘경계’에서 오는 그런 고뇌, 격투는 거의 생략되었거나 필요로 할 여지가 크지 않다.

   100년 전 이주 당초에는 현지중국인들과의 이 같은 ‘경계’에서 겪어야 할 접전적격투는 빈번했지만 그것이 점차 3세대, 4세대로 백년을 지속됨으로서 하나의 독자적인 외부와 차단시킨 文化, 民族的空間으로 ‘고착’돼버렸다. 그리하여 앞에서도 지적한 것같이 민족의 거울이며 살아있는 교과서라는 조선족(연변조선족)의 文學에는 他者로서의 중국인과의 관계 속에서 우리 자신의 자화상을 그리는 그런 중요한 요소가 거의 보이지 않는다. 지성인의 학문적인 고차의 민족자화상표상에도 이런 팩터는 결여돼있다.

   자는 조선족(특히 연변조선족)의 전래적 표상을 ‘경계의 공간’ 他民族과의 인접된 교차공간에서 생성되는 양가성(Ambivalenz)이나 혼효성(Hybriaity)같은 것은 호의적인 ‘허구성’이 아닐까고 생각되기도 한다.
  
   당연히 100%의 ‘허구성’은 아니다. ‘연변분지’에도 다소 존재하나 ‘안쪽’으로 진입하면서 중국인과 완전히 지근거리에서 인접되 사는 ‘산재지구’라 불린 광대한 지역의 조선족이 더 앞에서 말한 ‘경계의 공간’에서 ‘경계성’을 띠고 있다고 봐야한다. 

일본 히로시마에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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