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철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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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시]칼(김경후)
2011년 08월 09일 15시 43분  조회:2190  추천:1  작성자: 김철호
김경후

여자는 하루 종일 아궁이에 숨어
도마에 내리꽂힌 식칼을 쳐다본다
가끔은 칼날을 갈다가
도마를 베고 잠들기도 하지만
발소리가 들리면 다시 검댕이 속에 몸을 파묻는다
불 피워본 적 없는 아궁이에 매일
장작을 가져오고 굴뚝청소를 하는 마을사람들
옆집 할멈은 여자를 위해 하얀 옷을 뜨기도 한다 그리고
아무도 칼을 치우지 않는다
모두 잠든 한밤중
여자는 밖으로 나와
처녀 별자리를 향해 힘껏 칼을 던진다
별자리의 배 부분에 칼이 꽂히다
온 마을에 쏟아지는 멍울멍울한 핏덩어리
피를 뒤집어 쓴 채 여자는 저수지로 향한다
암적색이 번지고 있는 살얼음들
새벽엔 다 얼겠구나
물무늬 하나 생기지 않게 가만히
그녀가 몸을 담근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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