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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내는 나를 조금씩 바꾼다. 쇼핑몰을 다녀올 때마다
처음에는 장갑이나 양말을 사 오더니
양복을 사 오고 가발을 사 오고
이제는 내 팔과 다리까지도 사 온다. 그때마다
내 몸에 어울리지 않는다고 두덜거리지만 아내는 막무가내다.
당신, 이렇게 케케묵게 살 거예요, 하면
젊은 아내에게기가 죽어서 아무 말도 하지 못하고 만다.
얼마 전에는 술을 많이 마셔 눈이 흐릿하다고 했더니
쇼핑몰에 다녀 온 아내가 눈을 바꿔 끼라고 한다.
까무러칠 듯 놀라며 어떻게 눈까지 바꾸려고 하느냐, 그렇지 않아도 걸음걸이가 이상하다고 사람들이 수군거린다고 해도
그건 그 사람들이 구식이라 그래요, 한다.
내 심장이나 성기까지도 바꾸고 싶어하는
아내는 늘 돈이 모자라서 쩔쩔맨다.
열심히 운동을 하여 아직 절마고 해도
아내는 나를 비웃으며 나무란다.
옆집 남자는 새 신랑이 도었어요. 당신은 나를 위해서 그것도 못 참아요, 한다.
그때마다 시무룩해진 아내가 안쓰러워 그냥 넘어가곤 하는데
아침 일찍 아내보다 먼저 일어나
거울 속에서 내 자신이었을 흔적을 찾느라
얼굴을아무리 뜯어보아도 내 모습이 없으니
밖에 나가면 검문에 걸릴까 두려워 일찍 귀가하곤 한다.
《현장비평가가 뽑은 2008 올해의 좋은 시》에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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