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부자 천국행은 낙타 바늘구멍 뚫기라는 말의 진실
2019년 12월 10일 11시 15분  조회:1654  추천:1  작성자: 김정룡


부자 천국행은 낙타 바늘구멍 뚫기라는 말의 진실

약한 입장에 있는 사람이 강자에게 품는 질투, 원한, 증오, 열등감이 뒤섞인 감정을 시기심이라고 할 수 있는데 니체는 이러한 시기심을 르상티망이란 개념으로 표현한다. 니체의 르상티망에는 또 바라는 바를 이루지 못할 경우 그 대상을 폄하함으로써 자신의 스트레스를 해소하는 행위까지 포함되어 있다.

<여우와 신포도>라는 이솝우화가 있다. 여우가 굉장히 먹음직스런 포도를 발견했다. 입에 군침이 돈다. 그런데 아무리 애를 써도 손이 닿지 않아 도무지 먹을 수가 없다. 화가 치민 여우는 결국 “이 포도는 엄청 신 게 분명해. 이런 걸 먹는 자는 바보야.”라며 포기하고 가버린다.

취하고 싶은데 취할 수 없어 오히려 상대를 폄하하는 심리적인 행위. 인간의 사회생활에서 흔히 볼 수 있는 현상들이다.

미녀는 모두 취하고 싶다. 그러나 미녀의 수는 적고 부자나 관료 및 기타 능력자만 가능한 일이지 일반인은 현실적으로 불가능하다. 내가 취할 수 없을 바엔 미녀를 비정상 인간으로 모는 것이 대중의 심리다. 시내암의 <수호지>에 등장하는 반금련, 염파석, 반교운, 가씨 등 미녀들이 모두 음란한 독부(毒婦)로서 비정상 인간이다.

“이른 봄 버들잎 같은 눈썹에는 언제나 운우의 정을 그리워하는 듯 한과 시름을 품고 있고, 춘삼월 복사꽃 같은 얼굴에는 은은히 바람기를 감추고 있었다. 가는 허리는 걸을 때마다 하늘거렸고, 도톰한 입은 향기를 뿜어 벌과 나비가 미친 듯이 날아들었다.” 반금련의 모습이다. 기타 미녀들의 자태도 거의 이와 비슷하게 묘사되어 있으며 그들을 모두 음란한 것으로 취급했다. 이것이 실제역사사실이든 가공이든 하여튼 모든 남자들이 미녀를 품어보고 싶어 하면서도 미녀에게 이상할리만치 편견을 갖고 있다. “눈썹이 이른 봄 버들잎 같은” 여자를 보게 되면 반사적으로 그녀가 “늘 운우의 정이 그리워 한과 시름을 품고 있다.”고 믿게 되고, “얼굴이 복사꽃 같은” 여자를 보게 되면 자연적으로 “은은히 바람기를 감추고 있다.”고 단정하게 되는 것이다.

<수호지>에 등장하는 이들 미녀들은 대개 독부라는 것이 보편적인 인식이었다. 실제로 반금련은 제 손으로 무대랑을 독살하였고, 반교운은 애매하게 석수를 모함하였다. 염파석은 송강을 사지로 몰아넣으려고 안달하였고, 백수영은 뇌형을 희롱하다가 많은 사람들 앞에서 모욕을 주고 욕설을 퍼부었으며 그의 어머니까지 구타하였다. 가씨는 관청에 출두하여 남편 노준의를 무고하고 증인으로 나서 자칫하면 노준의는 죽음을 뻔 했다.

중국에서 과거 한 때 바람피운 자에게 썩은 새끼줄에 헌 신발을 달아매 목에 걸어놓고 비판 투쟁하였는데 모두 열광적으로 참여했고 어떤 이는 입에 거품 물고 돌까지 던지면서 굉장한 증오심을 표출했다. 사실 남이 바람피운 것이 나와 무슨 상관이 있단 말인가? 왜 미친 듯한 행동을 보이는가? 이에 한 심리학자가 답을 내놓았다. 나도 하고 싶은 데 그렇게 못해서 분하고 억울한 심리 작동의 결과라는 것이다. 즉 바람을 아무나 피우나? 능력이 있어야지. 자신의 무능을 타인에게 돌 던지는 것으로 해소한다는 것이다.

이번에는 서양에로 가보자.

“부자가 천국 가는 것이 낙타가 바늘구멍을 뚫고 들어가기보다 더 어렵다.” 인류역사 이래 가장 많이 팔렸다고 하는 <성경>에 등장하는 하나님의 말씀이라고 하는데 이 말씀이 어떻게 생겨났을까?

니체에 의하면 고대 로마시대에 로마제국의 지배아래에 있던 유대인은 줄곧 빈곤에 허덕였고 부와 권력을 거머쥔 로마인 지배자를 선망하면서도 증오했다. 하지만 현실을 바꿀 수도 로마인보다 위위를 점하기도 불가능했던 그들은 복수를 위해 신을 만들어 내 ‘로마인은 풍요로운데 우리는 가난으로 고통 받고 있다. 하지만 천국에 갈 수 있는 것은 우리 쪽이지 부자와 권력자인 당신들은 신의 미움을 받고 있어서 천국에는 죽었다 깨도 갈 수 없다.’는 논리를 세웠다. 니체는 신이라는 로마인보다 상위에 존재하는 가공의 개념을 창조함으로써 현실세계의 강자와 약자를 반전시켜 심리적인 복수를 꾀한 것이라고 설명한다. 이는 르상티망의 원인이 된 열등감을 노력이나 도전으로 해소하려 하지 않고 열등감을 느끼는 원천인 ‘강한 타자’를 부정하는 가치관을 끌어내 자신을 긍정하려 한 사고관이다.

<성서>는 또 마음이 가난한 사람은 행복하다고 설파한다.

우리는 문화대혁명 때 가난이 신성한 것으로 자화자찬했다. 손에 장알이 배기고 발에 쇠똥이 묻은 자는 사상이 붉고 지주와 자본가는 모두 몸과 마음이 썩어빠져 죽일 놈들이고 개 칠 몽둥이 하나 없는 빈곤한 자들이야말로 몸과 마음이 신성하다는데 주장에 열광했었다.

왜 그토록 가난이 위대한 것처럼 어처구니없는 자화자찬에 열광했을까? 지금에 와서 돌이켜보면 가난한 자가 부자와의 ‘위치’를 반전시키려는 심리, 니체의 말대로 해석하자면 르상티망의 현상 때문이었다고 생각된다.

“부를 경멸하는 것처럼 보이는 사람들을 너무 믿지 않는 것이 좋다. 부를 얻을 가망이 없는 사람들이 부를 경멸하기 때문이다. 그러한 사람들이 일단 부를 얻게 되면 그들만큼 상대하기 곤란한 사람은 없다.” 프랜시스 베이컨의 저서 <베이컨 수상록>에 등장하는 한 대목이다.

이외 인간의 일상생활에서 르상티망의 현상은 곳곳에서 나타나고 있다. 현대사회는 물질문명이 발달하여 인간으로 하여금 르상티망의 심리를 강하게 부추기고 있다. 니체에 의하면 자기를 남한테 있어보이게 하는 행위도 르상티망의 표현이다. 남자들이 고급브랜드 자동차에 열광하거나 여성들이 고급브랜드 핸드백에 미치는 것 모두 좋은 예다. 한 남자가 2천만 주고 중고 BMW를 구매했는데 얼마 안 가서 망가져 정비소 갔더니 수리비 2천만 내라 한다는 뉴스를 본 적이 있다. 부잣집 마나님이 부러워 가짜명품인 것을 알면서 구입해서 들고 다니다가 망신당한 여자들 모두 르상티망에 빠져 인생을 잘못 저당 잡힌 불행한 사람들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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