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4. 炎黃交流: 염황교류
소녀, 늘어나고 줄어드는 비결을 익히다
뛰는 자 위에 나는 놈이 있었다.
헌원이 곤륜산에 있을 때 발명의 천재로 왕모와 만백성들에게 사랑과 존경을 독차지하면서 자부심 가득히 살아왔다. 헌데 이 중원에 와보니 세상은 넓고 배울 것은 너무나 많다. 우선 신농씨의 각종 발명이 헌원보다 조금도 뒤지지 않았다. 이 낯설고 물선 고장에 와서 정착하려면 주변의 큰 인물들과 타협하며 잘 지내야 했다. 더욱이 장차 큰일을 도모하려면 머리 숙여 우수한 자들을 찾아다니며 겸허하게 배워야 했다.
신농씨는 헌원보다 수십 년이나 앞서 봄을 맞고 가을을 보낸 선배이다. 그의 어머니 강씨가 신룡(神龍)에게서 영감을 얻어 인신우수(人身牛首)의 아들을 낳았다. 그 아들이 천재 신농씨다. 그는 천지의 도를 알고 인성에 밝아 천하를 얻게 되었다. 불을 지펴 음식을 해먹는 법을 발견하였고, 백초(百草)를 맛보아 약초를 찾아내 치병(治病)하고, 오현금(五絃琴)을 만들었으며, 팔괘(八卦)를 겹쳐 64효(六十四爻)의 점을 보는 점술을 고안해냈고, 정오의 해를 기준하여 한나절 저자를 세워 사람들에게 교역을 가르쳤다. 사람들이 나물 먹고 물 마시며, 나무 열매를 따먹고 소라와 조개 따위의 고기를 먹고 살았었는데, 그는 인간이 갈수록 불어나 그것으로는 먹고살기 어렵다고 판단했다. 그래서 사람들에게 오곡 심는 것을 가르치고 보습과 호미를 만들어 풀밭을 개간해 오곡이 흥성하게 했다.
중원에는 크고 작은 평야가 많다. 잘 개간하면 농경의 원천이 무궁무진하다. 장차 천하의 중심이 되기에 손색이 전혀 없는 훌륭한 고장이다. 하지만 중원은 마시는 물이 큰 문제다. 곤륜산은 산수가 천하제일로서 어느 강이든 개울물이든 계곡물이든 호수물이든 마음놓고 마셔도 전혀 탈이 없었다. 허나 중원은 모래가 섞인 물과 짙은 황토에서 솟아오르는 샘물은 수질이 아주 나빠 사람들이 여러 가지 병마의 고통에 시달리고 있었다.
헌원이 이 때문에 심각한 고민에 빠졌다. 어떻게 하면 사람들에게 시름 놓고 물을 마시게 할까? 아무리 궁리를 쥐어짜도 뾰족한 수가 떠오르지 않았다. 그래서 신농씨를 찾아갔다. 신농씨는 인신우수의 형상이라 조금 미욱하고 어색하게 보이나 천성이 해박하여 무릇 찾아오는 손님이면 전부 환대했다. 헌원이 동방삭에게서 배운 인사법인 절을 넓죽 올렸다.
“자네 명성을 익히 들어 잘 알고 있네. 젊은 사람으로서 많은 일들을 해냈더군.”
신농씨의 칭찬에 헌원이 송구스러웠다.
“선배님의 업적에 비하면 새 발의 피에 불과하죠.”
“아닐세. 내가 발명한 것과 자네가 발명한 것들은 사람들에게 모두 유익한 것이므로 우열을 따질 필요가 전혀 없네. 나의 수하에 있는 무리나 자네 수하에 있는 무리는 모두 인간일세. 그러므로 이 고장에 갓 발을 붙인 자네에게 무슨 곤란이 있으면 기꺼이 돕겠네.”
헌원이 수질이 나쁜 물 문제를 제기했다.
“요즈음 ‘가는 날이 장날’이란 말이 유행하고 있네. 자넨 참으로 운이 좋은 사나이라네. 내가 얼마 전에 시름 놓고 마실 수 있는 물을 발견했다네.”
세상 이치는 묘한 것이어서 인간이 마음먹고 달려드는 일은 성공하지 못하는 경우가 있고 우연찮은 기회에 해결되는 일도 있다. 신농씨가 인간에게 이로운 약초와 식량을 찾기 위해 백 가지 풀을 시험 삼아 먹는 중이었다. 그는 오장육부와 12경락을 볼 수 있어 그 풀의 약성을 알 수 있는 장서(獐鼠: 노루와 쥐)를 데리고 다녔다. 하루는 장서가 파두(巴豆: 독성이 있는 콩)를 먹고 설사가 멈추지 않았다. 그는 장서를 푸른 잎을 가진 한 그루의 나무 밑에 두고 밤을 보냈는데 밤새 장서는 푸른 잎에서 떨어지는 이슬을 먹고 해독되어 다음날 기적적으로 건강이 회복되었다.
신기하게 여긴 신농씨는 이파리를 따 맛을 보았는데 그 맛이 매끄럽고 단맛이 나며 향기로워 갈증이 멎고 순간 정신이 상쾌해지면서 밝아졌다. 그는 인간에게 이로울 것이라 생각하여 사람들에게 이 나무를 심어 가꾸도록 가르쳤는데, 그 나무가 바로 차나무이다. 신농씨가 직접 솥에 불을 지펴 물을 끓였는데 하인의 부주의로 찻잎이 솥에 떨어졌다. 차가 삶아진 물을 마셔보니 실로 맛이 향기롭고 부드러워 몸이 가벼워지고 기분이 상쾌했다.
“중원의 대부분은 수질이 나빠 사람들이 목 부위에 혹이 나고(갑상선 항진), 손과 발이 붓고(토질병), 만성설사에 시달리는 등 고통이 심하다네. 그래서 내가 이 문제를 어떻게 해결할까? 고민을 많이 했지. 마침 차를 끓여 마시는 방법을 고안해냈는데 차를 구하기가 쉽지 않다네. 가령 차가 없으면 맹물만을 끓여 마셔도 나쁜 수질 때문에 걸리는 여러 가지 병을 피면할 수 있어 건강이 보장될 걸세.”
“참으로 묘안입니다. 소인의 무리가 물 좋은 곤륜산에서 살다가 이 고장에 오니 수토가 맞지 않아, 특히 물 때문에 고통이 이만저만이 아닙니다. 스승님 덕분에 저의 무리도 이젠 건강하게 지낼 수 있게 되어 삼가 감사를 올리나이다.”
곤륜산은 산간지대로서 산림이 빼곡히 우거지고 계곡이 많아 곡식을 심어먹을 땅이 극히 적다. 덩치 큰 아낙의 엉덩짝만한 황무지마저 흔치 않다. 그런고로 사람들은 육식과 초식으로 생계를 유지했다. 농사법이 곤륜산에 전파되었으나 좁은 땅 때문에 크게 진전이 없었다. 그때 헌원이 발명한 농기구가 곡괭이와 괭이, 삽이다. 그 덕분에 곤륜산의 엉덩짝만한 토지에서도 농사를 지을 수 있었다.
반면 중원은 몇날며칠을 가도가도 황무지가 끝이 보이지 않는다. 그 엄청난 황무지들은 인간이 개간해주기를 기다리고 있었다. 밭을 갈고 논을 만들 때 신농씨는 보습을 만들어 말이나 소가 끌게 하고 잡초는 호미로 해결을 보았다. 헌원이 신농씨의 보습과 호미를 받아들이고 신농씨는 헌원의 곡괭이와 괭이, 삽을 받아들여 농경을 더 높은 차원으로 승화시켰다.
아소가 보습으로 밭과 논을 갈아대는 정경을 목격하고 두 눈이 휘둥그레졌다.
“벌판 사람들의 가슴이 우리 산속에 있던 사람들과는 비교가 되지 않을 만큼 넓고 크네요.”
“나도 그렇게 생각하오.”
“하지만 산이든 벌판이든 인간이 살아가는 데는 거기서 거기네요.”
아소가 무슨 기발한 생각이 떠올랐는지 생글생글 웃었다. 헌원은 어리둥절해서 물었다.
“그건 무슨 소리요?”
“호호, 당신이 쟁기를 발명한 것은 사내가 여자의 몸을 파헤치면 아기가 생산되는 원리에 의해 생겨난 발상이었죠.”
“하하, 신농 선배가 만든 보습도 역시 사내가 여자를 개간하는 원리에 의한 것이라는 말이 아니오.”
“맞아요. 그런데 보습의 위력이 쟁기보다 훨씬 굉장하네요.”
그 말에 헌원은 자존심이 상했다. 그러나 사실은 어디까지나 사실이었다. 그것을 아는지 모르는지 아소가 계속 이야기했다.
“이 중원은 땅이 넓은 만큼 오곡을 비롯해 많은 작물의 재배가 가능하네요. 땅은 곳곳에 따라 그 질이 다르기 때문에 어느 땅에 무슨 곡식을 심고 무슨 야채를 재배하면 생산효율이 달라질 것이니 관찰이 매우 중요한 것 같아요.”
헌원은 아소가 훌륭한 참모가 되어주어 마음이 든든했다.
“토지의 성분 구조를 잘 파악해야 농사를 잘 지을 수 있듯이 사내가 여자와 교합하고자 하면 반드시 여자의 생리구조를 똑똑히 알아야 원만하게 치를 수 있답니다.”
여자의 성기는 외성기관과 내성기관으로 나눈다. 외성기관으로서는 음부(陰阜), 대음순, 음핵, 음전정(陰前庭)과 처녀막이다. 음부는 작은 배 아래 있다. 외음부의 위쪽은 피하지방이 비교적 많다. 작은 언덕처럼 부풀어 일어나고 음모가 떼를 지어 자란다. 근육 아래에 음골(陰骨)이 있는데 교합 시에 사내의 힘을 받는 지탱점이 된다.
대음순은 외음호이며 좌우로 대칭해 있고 비대하며 융기되어 있다. 피부엔 첩피(褶被: 겉옷 주름)가 있고 피하지방이 풍부하여 음모가 무성하게 자란다. 대음순이 양물의 자극을 받거나 혹은 압박을 받으면 성욕이 생기는데 그 쾌락 정도는 비교적 낮다.
소음순은 대음순 안쪽에 바짝 붙어 있다. 양쪽은 작은 꽃잎 모양의 추부(皱腑)이며 음모가 나지 않는다. 처녀 시에는 담색이 나타나며 성경험과 분만을 겪은 후의 추부색은 점점 진하여 암조(暗鳥)가 된다. 좌우 양 꽃잎의 소음순은 위쪽으로 붙어 둘러싸고 있는 음핵에 연접되어 있다. 아래쪽은 음도 입구에 연접되어 있다. 여기에 매우 많은 지각신경이 빽빽하게 분포되어 있어 성적 자극에 굉장히 민감하다. 전정은 이 소음순을 포위하고 있는 배 밑창의 비좁은 부분처럼 하반부에 질의 입구가 있다. 그 사이에 음핵과 회음의 두 개의 성감대가 있다. 회음과 항문 사이도 매우 중요한 성감대이며 수음 시 요도를 이용한다.
처녀막은 질의 입구를 가린다. 탄력적인 점막성(粘膜性)의 박막(薄膜)이 있다. 비록 처녀라도 모두 그 질 입구에 손가락 하나 크기의 엉성한 빈틈이 있어 월경을 모아 배출한다. 질 옆의 선관(腺管)과 대전정선(大前庭腺)은 요도구의 양쪽에 하나씩 대칭해 있다. 흥분자극에 당면했을 때 소음순이 열리며 투명하고 무미한 점액을 분비한다.
일반적으로 양물이 삽입되는 깊이는 여자의 생리구조와 우연하게 맞아떨어진다. 때문에 질이 양물의 자극을 받으면 곧 강박적으로 확장되며 아울러 저도 모르게 수축 동작이 일어난다. 질관(窒官) 외부의 1/3 부위는 수축력이 특별히 강해 양물을 팽팽하게 압박한다. 사내로 하여금 매우 유쾌함을 느끼게 하고 짜릿한 사정을 이끌어낸다.
중원은 산이 적고 평야가 많다. 간혹 산이 있긴 하지만 가물에 콩 나듯 드물고 고도가 높지 않고 산세가 험악하지도 않다. 이런 산형을 보통 여성성산이라 했다. 산이 낮고 세가 험악하지 않으니 계곡도 가파르지 못하다. 그래서인지 이곳 사람들의 성격이 비교적 온화하고 부드럽다. 개명수와 우둘처럼 우락부락하고 왈가닥거리는 사나이가 아주 드물다. 우두머리인 신농씨도 헌원과 성격이 전혀 다르게 아주 지적이다.
거꾸로 고도가 높은 산에 계곡이 가파르고 하늘을 찌르는 수림이 빼곡하고 아홉 굽이를 흐르는 험한 폭포수와 낙차가 심한 강물이 있는 곤륜산의 사람들은 성격이 매우 남성적이다. 옥녀도 이런 자연환경 탓으로 대외적으로 살벌한 여인으로 알려졌다. 사내들은 더 말할 나위 없이 사나이답다. 신농씨가 비록 여러 가지 발명으로 명성을 떨치고 그 주변에 많은 사람들이 모여들긴 하지만 헌원처럼 사나이다운 통솔력이 부족하다. 신농씨는 비록 능력이 출중하나 아직도 여인네들의 속박에서 벗어나지 못하고 있었다.
중원에서는 우두머리가 병사를 이끌고 타 부족을 공략해 땅을 차지하면 자기네 소유라는 표식을 세운다. 경계에 도랑을 파고 가운데에는 큰 움을 파놓는다. 헌원의 눈에 그 도랑과 움은 암컷을 상징하는 것이었다.
“저 움을 보면 무엇이 떠오르오?”
헌원이 아소에게 물었다.
“호호, 당연한 것 아닌가요. 이곳은 아직도 여자 중심 사회에 머물러 있으니 그 징표들도 전부 암컷을 상징하는 것들로 되어 있지 않겠어요.”
아소는 그 징표들을 보고 여성의 자부심을 갖는 데 비해 헌원의 생각은 전혀 달랐다. 우선 도랑과 움은 암컷의 음부가 숨겨져 있는 것과 같이 먼 곳에서 보이지 않는다. 그러므로 땅의 경계가 한눈에 드러나지 못하고 중심이 어딘지도 일목요연하지 않다. 헌원이 그 문제로 신농씨를 찾아갔다.
“스승님, 소인은 이곳 중원에 여러모로 크게 매력을 갖고 있지만 어떤 것들은 눈에 거슬립니다.”
“거슬리는 것이 중대한 것이라면 나와 논의하고, 그런 것이 아니라면 차차 적응하면서 해결해 나가면 되네.”
“소인이 말씀 드리고자 하는 것은 우리 사내들의 문제입니다. 물론 사내의 문제는 자연히 여자와도 관련이 있지요. 땅의 경계와 중심의 표식이 마음에 들지 않습니다.”
“동방삭 스승을 통해 전해들은 바에 의하면 자넨 남근을 힘의 원리로 지나치게 밀어붙여 왕모와 갈등이 생겨 곤륜산을 떠나게 되었다고 하더구먼.”
“그건 소인의 본의와 다르게 그렇게 되었습니다.”
“이곳 중원은 농경이 발전함에 따라 힘이 필요하기 때문에 사내들의 목소리가 높아가는 추세이나 아직도 여인들의 천하일세. 그러니 당연히 인간의 삶에 중요한 땅의 경계 표시도 도랑과 움으로 되어 있을 수밖에 없다네.”
“그 상황을 개변시키지 않으면 영원히 천지개벽이 일어나지 않을 것입니다.”
신농씨가 헌원의 두꺼비 같은 손을 굳게 잡았다.
“그렇다면 이방인인 자네가 나서 실천해보게나.”
헌원은 황릉 산꼭대기에 남근의 상징인 소도(蘇塗)를 세우고 이곳저곳에 역시 남근의 상징인 깃발을 꽂았다. 땅의 경계를 알리는 표식으로는 나무말뚝을 박았다. 말뚝도 두말할 것 없이 남근의 상징이다. 새로운 땅을 넓히면 그곳에 말뚝을 박고 한가운데에 중원 사람들이 상서로운 나무로 여기는 뽕나무를 세워놓았다.
중원 사람들은 중심에 파놓은 움에 모여 제사를 지내는 전통이 있었다. 헌원이 이런 전통풍습을 타파하고 뽕나무를 세운 곳에 모여 제사를 올리게 만들었다. 제사 장소는 똑같았으나 상징물이 달랐다. 부족민들은 흙을 쌓아놓고 ‘사(社)’라 부르며 제사를 올렸다. 헌원이 문자 만들기에 열심인 창힐(倉頡)을 불러 구경하게 하고 글자를 만들라 명했더니 그가 샤머니즘의 의미가 짙은 볼 ‘시(示)’에 흙 ‘토(土)’를 합쳐 ‘社’란 문자를 지어냈다.
처음엔 허허벌판에 나무를 세워놓는 것에서 시작해 헌원이 중원에 지상가옥 짓기를 전파한 이후로 제사를 올리는 곳에 사당을 지었다. 사당에는 부족의 최초 족장을 모셨는데 시체는 썩어 사라져버렸기에 다른 상징물로 대체했다. 그 상징물이 바로 족장의 남근 모형물이다. 남근 모형물은 부족들의 토템 동물의 뼈를 깎아 만들고 길이는 1자 2치이다. 후대에 내려오면서 성을 금기시하는 인습이 생겨 남근 모형물이 위패로 바뀌었다.
여성 상위사회였던 중원이 헌원의 남근을 상징하는 말뚝, 깃발, 지상가옥 및 사당 등에 의해 점차 하늘과 땅이 뒤바뀌어 사내 상위시대를 맞게 되었다.
한편 기나긴 난륜과 군혼시대를 거친 인류가 복희씨와 여와가 창안한 가취제도에 의해 혼인법이 생겨나 남과 여의 사회질서가 정립되어 가고 있었으나 그 과정이 대단히 복잡하고 혼란스러웠다. 신농씨는 헌원이 아소와 지극히 친근한 모습을 보고 부러워 감탄했다.
“하늘이 내린 한 쌍의 원앙이로구먼. 언제 혼인식을 치렀는가?”
헌원이 그 말을 이해하지 못해 되물었다.
“혼인식이라니요?”
“하하, 이곳 중원은 저 동방에 계시는 복희씨와 여와 부부의 선례에 따라 남녀가 혼인을 맺고 식을 거행한다네. 그렇게 되면 공식적인 부부가 되지. 혼인법에 궁금한 사항이 있으면 복희씨를 찾아가 물어보게나.”
헌원과 아소는 비록 혼인하지는 않았으나 어렴풋이 그 뜻을 알고는 있었다.
“호호, 혼인이라. 우리 둘 사이는 이미 혼인한 거나 마찬가지 아닌가요?”
“하하. 하긴 그렇소.”
과거도 그렇고 현재도 마찬가지다. 남녀가 서로 좋아하면 붙어살면 그만이지 굳이 혼인을 해야 하나? 이것이 아소의 생각이다. 곤륜산은 남녀가 내것 네것 없이 눈이 맞으면 자유분방하게 교합을 하면 그만이었다. 아기가 생기면 여자들이 키우면 되었다. 굳이 혼인이란 법이 없이도 사람들은 잘만 살아갔다. 그런데 이곳 중원은 다르다. 물론 아직도 세도가 있는 여인네들은 여러 사내를 끼고 살고, 권세가 있고 재물이 있는 사내들 역시 여러 여자를 거느리고 살아간다. 그러므로 혼인법도 공평하지 못하다 할 수 있었다.
신농씨는 여러 여자와 혼인하여 살고 있었다. 만약 헌원이 중원의 혼인법을 받아들인다면 아소 한 여자와만 결혼한다는 보장이 없었다. 그래서 아소는 사내를 꽉 움켜잡을 비법 연마에 몰두하기 시작했다.
언젠가 꿈결에 상아가 나타나 사내를 꼼짝달싹하지 못하게 하는 비법을 가르쳤다. 하지만 그동안 이 비법을 써먹지 않았다. 새파란 젊은 여인이, 게다가 천하일색인 소녀가 그 비법을 쓰지 않아도 헌원이 푹 빠져 헤어 나오지 못하기 때문이었다. 허나 혼인법을 받아들이면 말이 달라진다. 여러 부인을 만나면 그 가운데 화용월모(花容月貌)의 자색이 뛰어난 계집이 반드시 있기 마련이고 그렇게 되면 사내는 갈대의 순정이 되어 마음이 떠날 수도 있는 것이다. 아소의 신조는 ‘사내란 여인 하기 나름이다’였다.
아소는 수탉이 홰를 치고 참새가 먹이를 찾아 지저귀는 이른 아침에 기상하여 뒷동산의 약수터를 찾았다. 마을 북쪽에 참나무, 잣나무, 싸리나무 등 다양한 나무들이 줄지어 있는 바위산에 올랐다. 산 남쪽에 이백 길 되는 절벽이 있고 산 밑에 샘물이 흘렀다. 바위틈에 마치 여인의 작은 고추(음핵)처럼 생긴 돌이 있고 그 양쪽으로 샘물이 흐른다. 여인이 오줌을 싸는 모습과 흡사했다.
새벽녘의 샘물은 손발을 담그면 무척이나 차갑다. 한 모금 마시면 이가 얼어들고 배꼽에 얼음이 낀다. 그녀는 그 찬물에 음부를 담그었다. 얼음 같은 샘물에 산천어가 노닐었다. 옆으로 납작한 몸, 위턱은 눈 아래로 휘어져 내려와 뒤 끝은 눈 뒤를 지나고 위턱은 아래턱보다 약간 앞으로 튀어나왔고, 악골, 구개골, 혀에는 날카로운 이가 한 줄 혹은 두 줄로 배열되어 있다.
이 아름다운 산천어들이 퀴퀴한 냄새를 풍기는 아소의 음부에 입을 맞추었다. 얼어들던 소녀의 음부는 온기를 느꼈고 산천어가 친구가 되어 참을 수 있었다. 집에 돌아와서는 김이 모락모락 피어오르는 온수에 음부를 담그었다. 음부를 얼음 같은 찬물에 담그면 수축되고 뜨거운 물에 담그면 팽창된다. 동시에 곡도를 조이는 연습도 병행했다. 이렇게 수축과 팽창 연습을 매일 거르지 않고 석 달 열흘 동안 지속하면 음부에 강력한 힘이 생겨 팔뚝 두께의 박달나무 가지도 꺾을 수 있다.
헌원이 복희씨를 방문하기로 결정한 날 밤에 아소와 치열한 정사를 한바탕 치렀다. 남녀가 수십 번이나 천국과 지옥을 오간 다음에 절정에 이르렀다. 아소는 헌원이 파정(사정)하려는 낌새를 채고 음부에 힘을 쏟아 부었다. 헌원은 보물이 잘려나가는 느낌에 갑자기 비명을 질렀다. 통증에서 오는 비명이 아니라 이상야릇한 번개가 양물을 자극했기 때문이었다. 그러다가 양물은 호수 안에서 포로가 되어 얌전해졌다. 그 이상야릇한 짜릿함의 여운이 오랫동안 떠나지 않고 헌원의 몸을 감돌았다.
헌원은 아소와 헤아릴 수 없이 정사를 치러왔지만 오늘 같은 짜릿함의 극치는 처음 맛보았다. 천하제일의 사나이가 소녀 앞에서 한 마리의 온순한 양이 되어버렸다.
아소에게서 시작된 음문 수축 기교는 수천 년 동안 후대에 전해져왔다. 황제의 궁녀들은 너나할 것 없이 이 기교를 연마하기에 여념이 없었다. 하(夏)나라 말기에 걸왕을 망하게 한 매희, 은나라 주왕을 망하게 한 달기, 주나라를 망하게 한 포사는 물론이고 월왕 구천이 오왕 부차에게 바친 서시, 한나라 때 흉노에 보내진 왕소군, 삼국 쟁투시기 여포의 여자 초선, 당 현종을 오금 못 쓰게 만든 양귀비, 서문경의 뼛속을 녹인 반금련 등의 미녀들이 비단 외모만 특출 나게 예뻤던 것이 아니라 교합 기교 역시 일품이었다. 그러므로 현대의 여성들도 이 기교를 익혀 아름다운 사랑을 누릴 필요가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