천주교와 기독교의 구분
<김정룡의 역사문화이야기>
김정룡 kzl0917@naver.com
황하대륙에서 한 때 ‘멸종’했던 종교가 개혁개방의 흐름을 타고 부활하고 있으며 현재 전통종교인 불교(後漢시기 중국에 유입되었음)와 도교가 주류이고 천주교와 기독교가 그 뒤를 따르고 있는 실정이다. 그런데 종교인이든 비종교인이든 천주교와 기독교는 완전 다른 종교라 인식하거나 같은 종교이지만 그 차이점이 무엇인지에 대해 궁금해 하는 사람들이 많아 필자가 알고 있는 바를 나열해 보려 한다.
결론부터 말하자면 천주교와 기독교는 모두 예수교로서 본래 뿌리는 크리스트교(기독교)이고 같은 <<성서>>를 사용하고 있지만 교리교의해석과 예배의식상에서 차이가 많다. 이에 대한 이해를 돕기 위해 크리스트교(기독교)의 유래와 전파 및 교파 분리과정을 살펴보자.
크리스트는 기름부음을 받은 자(구세주)란 뜻이며 2,000년 전 멸망에 직면한 이집트 알렉산드리아에 망명 간 유태인들이 민족을 구해줄 메시아를 바라는 절박한 상황에서 예수라는 인물을 각색해냈고 하나의 ‘종교’로 세상에 출현하게 되었는데 당시 예수교는 유태인 내에서 환영을 받지 못하고 사도바울에 의해 그 누구도 예측하지 못한 결과가 나타났는데 그것이 바로 이방인의 세계 즉 그리스와 로마를 중심으로 전체 유럽에서 자리매김 되었고 세계종교로 발전했다는 것이다.
크리스트교는 본래 그리스를 중심으로 동유럽 러시아에까지 뻗어져 나아간 것을 동방정교라 하고 이것이 정통인데 유럽에서 정치적으로 서로 갈등이 생기면서 로마교황청을 중심으로 하는 가톨릭(보편적이라는 뜻)이 분리되어 하나의 교파를 형성했고 서유럽이 동유럽보다 정치적, 경제적으로 발전함에 따라 크리스트교의 중심으로 자리매김하게 되었다.
AD324년 로마제국이 크리스트교를 국교로 정함에 따라 전체유럽에 급속히 전파되었고, 그 후 천여 년의 유럽을 신이 통치하는 암흑시대라 말한다.
1517년 독일인 말틴·루터가 종교혁명을 일으켰는데, 그 배경은 로마교황청이 죄를 지은 사람은 면죄를 받고 천당에 갈 수 있다는 이른바 면죄부를 팔아먹는 것이 크리스트교의 윤리에 어긋난다고 루터가 저항했고 종교를 개혁한다는 의미로 이른바 프로테스탄트교(개신교)를 설립한다. 후에 캘빈이 루터의 손을 들어주고 교리교의 확립작업을 한다.
최초 히브리어로 된 <<성서>>가 어떤 것인지 알 길이 없고 후에 가톨릭의 <<성서 >>는 유태인의 역사인 구약46편에 예수생애를 반영한 4복음서(마태복음, 마가복음, 누가복음, 요한복음)를 위주로 여러 편지들로 묶여진 신약27편 총 73편인데, 개신교의 <<성서>>는 구약37편에 신약29편 총 66편으로 되어 있다.
다음 크리스트교가 동아세아에 전파된 과정과 종교 명칭을 살펴보자.당나라 때 지금의 이란을 거쳐 크리스트교의 한 개 교파인 일명 경교(景敎)가 장안에 들어왔고 교회도 세웠고 신도도 수 천 명이 되었다가 사라졌다고 한다. 이것이 크리스트교가 동아세아에 가정 먼저 들어온 사례이다.
강희 연대에 이탈리아 천문학자이자 가톨릭 신부인 마테리오치(중국 명 利瑪竇)가 북경에 와서 오랫동안 머물면서 천문학을 중국에 전파하는 동시에 중국의 고전을 라틴어로 번역하는 작업을 해 서양에 전했고, 크리스트교를 중국에 전파하는 데는 <<성서>>를 한어로 번역하는 작업부터 착수했다. 당시 그가 ‘하느님’을 한어로 어떻게 옮겨야 하는가는 문제에 봉착했는데 기왕에 중국에 上帝라는 개념이 있으나 어쩐지 신통치 않게 느껴져 결국 ‘하늘의 주인’이란 의미로 ‘천주’라 번역했고 이에 따라 중국에서는 크리스트교를 천주교라 부르게 되었던 것이다.
그러다가 19세기 초반부터 미국과 유럽의 개신교 목사들이 대량 중국에 밀려들면서 기왕의 천주교와 구분하는 의미로 개신교를 기독교라 부르게 되었던 것이고 이 케이스가 한반도에 전파되었다.천주교와 기독교는 본래 같은 크리스트교(예수교)에서 갈라져 나온 것이고 눈에 보이는 간단한 차이점들을 말하자면,
ㄱ. 가톨릭과 프로테스탄트동아세아에서 가톨릭을 천주교, 프로테스탄트 즉 개신교를 기독교라 부른다. 천주교를 舊敎, 기독교를 新敎라 부르기도 한다.
ㄴ. 하느님과 하나님중국에서는 천주교의 하느님을 ‘천주’, 기독교의 하나님을 ‘상제’라 부른다. 한반도에서는 천주교는 하느님, 개신교는 하나님이라 부르는데 사실 우리말 하나님은 어법에 맞지 않는 것이지만 개신교에서 유일신을 주장하면서 하나밖에 없는 신이라는 뜻으로 하느님을 하나님이라 부르고 있다(여호와, 알라 , 천주, 상제 혹은 하느님, 하나님 등 그 어떤 호칭으로 부르든 신은 하나이다).
ㄷ. 신부와 목사하느님의 말씀을 전한다는 교단의 설교자를 천주교는 신부, 기독교는 목사라 부른다. 신부는 장가를 가서는 안 되지만 목사는 일반인과 같이 장가도 가고 애새끼도 낳을 수 있다. 신부가 장가를 가지 않는 이유로서, 첫째 하느님도 독신이고 예수도 독신이기 때문이고, 둘째 범인(凡人)이 하는 일(섹스를 추잡스런 일로 여김)을 내가 하지 않으므로 초인적인 모습을 보이려는 것이고, 셋째 가정을 이루면 신성한 이미지에 짐이 된다는 것이다.
ㄹ. 성당과 교회신도들이 모여 설교를 받는 곳을 천주교는 성당(하느님의 말씀을 듣는 성스러운 곳), 기독교는 교회(하나님의 가르침을 받기 위해 모이는 곳)라 부른다.성당은 정문을 들어가면 성당건물 옆에 예수의 엄마인 마리아상이 있고 신도들이 먼저 마리아에 향해 십자를 긋는 굿을 한다. 교회건물엔 마리아상이 따로 없다.성당 건물 문 앞에 물 항아리가 있고 신도들은 그 물을 손가락에 뭍이고 십자를 긋는데 이는 손이 더러워서가 아니라 성당 밖은 더러운 俗世이고 성당은 말 그대로 성스러운 곳 聖世이기 때문에 속세로부터 성세에 들어가자면 반드시 세례를 뜻하는 정화의식을 거쳐야 한다는 의미이다. 교회는 이러한 의식이 없다.
천주교 여신도들은 성당에 들어가서 반드시 머리에 베일로 얼굴을 가려야 하는데 이는 여성은 하느님의 직접적인 자식이 아니고 직접 하느님의 영광을 받을 수 없는 천한 존재라는 의미로 유래된 것이지만 현재도 이 룰을 고수하고 있다. 또 여신도들은 치마를 입고 성당에 출입하는 것을 금하고 있다. 교회는 여신도들이 베일을 쓰지 않는다.
성당에서는 신도들이 포도주와 빵을 맞보는 의식이 있는데 이는 포도주는 예수의 피, 빵은 예수의 살을 상징하며 이것을 먹고 마시므로 하여 나와 예수는 동일체가 되어 구원을 받는다는 의미이다. 일부교회에도 이러한 의식이 있다.
그리고 밥상에 마주 앉아 십자를 그으면 천주교 신도이고 눈을 지그시 감고 뭐라 중얼거리면 기독교신자라는 것을 알 수 있다. 십자가를 후세 크리스트교인들이 세로는 하나님과 신자들의 수직관계를, 가로는 인간의 평등을 의미하고 어쩌고저쩌고 해석하는데, 플라톤 시대의 십자가는 네 끝이 각기 흙, 물, 공기, 불 등 자연을 형성하는 네 가지 기본원소를 뜻하며 이는 흙은 인간의 육체적 단계, 물은 심적 단계, 공기는 영적 단계, 불은 영지적 단계를 상징하며 한 단계씩 승화하여 최후 구원이 완성되는 것을 의미한다. 신화연구가들은 최초 크리스트교가 플라톤시대의 십자가를 빌려다 써먹었는데 후세 크리스찬들이 본래 십자가의 의미를 모르고 제멋대로 풀이하고 있다고 말한다.
정리하여 말하자면 천주교는 각종 전통예배의식을 고수하고 있는데 반해 기독교는 ‘거추장스러운 의식’들을 제거해 버렸다. 천주교는 아직도 교리교의를 중심으로 설교를 많이 하는데 반해 기독교는 예수만 믿으면 돈도 많이 벌고 죽는 사람도 살아나는 등 복을 많이 받는다는 이른바 祈福신앙이 위주이다(한국과 연변의 경우 더욱 심하다).
예수만 믿으면 천당에 간다는 황당하기 그지없는 주장이 어떻게 유래되었을까? 본래 유대인이 최초 크리스트교를 만들어낸 것은 인간의 영적인 구원을 목적으로 했고, 사도·바울이 이방인에게 전도할 때도 영지주의를 주장했기 때문에 널리 전파될 수 있었던 것이다. 영지주의란 무엇인가? 영지는 한자로 靈知라 적는데 말 그대로 영적으로 앎(깨달음)을 뜻한다. 영지주의란 쉽게 말해서 그냥 무턱대고 무작정 믿지 말고 영적인 경지에 도달해야만 영혼의 구원을 받을 수 있다는 뜻이다. 최초 영지주의 크리스트교인들은 교회가 따로 없고 여럿이 모인 곳을 아무장소 관계없이 교회로 삼고 지정된 목사도 따로 없고 서로 번갈아가면서 목사를 하고 전도사를 하고 집사를 하고 하면서 아주 민주적이었으며 참말로 영적인 구원을 목적으로 했다. 그러다가 로마를 중심으로 서유럽 쪽으로 전파됨에 따라 크리스트교를 정치적으로 이용했고, 교회에 권위를 부여하고 <<성서>>에 의문이 있으면 절대 용납하지 않고 무작정 문자 그대로 믿기만 하라는 쪽으로 흘렀다. <<성서>>를 문자 그대로 믿으라는 것을 문자주의라 하는데 이는 영지주의와 대조되고 상반되는 뜻에서 나온 개념이다. 사실 <<성서>>도 인간이 지어냈으면서도 불구하고(신약성서는 AD2세기경 완성되었음) 하나님의 말씀이기 때문에 이의를 갖지 말고 무작정 믿으라는 것이 문자주의이다. 문자주의자들이 한 술 더 떠 예수만 믿으면 천당에 간다는 황당한 주장을 하기에 이르렀고, 이는 본래 최초 크리스트교의 영적인 구원의 취지에 위배된다. 따라서 영지주의는 문자주의광신도들에 의해 역사무대에서 자취를 감추고 말았다.
AD645년 모하메드가 이슬람교를 창시했는데 그 뿌리는 역시 아브라함이고 <<코란(받아 적으라는 뜻) >>의 전반 부분은 크리스트교의 구약성서와 비슷하다. 그러니까 유대교, 크리스트교, 이슬람교 이 세 종교의 뿌리는 하나라는 뜻이다. 뿌리가 하나인 세 종교는 역사적으로 서로 적대관계로 수 없이 싸워왔다. 최초로 크리스트교와 유대교의 싸움은 크리스트교권에서 세상의 구세주인 예수를 죽인 유대인은 하나님의 역사(구약)를 이어받을 자격이 없고 마땅히 죄 값을 치러야 한다면서 유태인을 심하게 박해했다. 유대교와 이슬람교는 같은 조상을 모시고 살지만 땅 싸움을 수 없이 해왔고 현재도 싸우고 있고, 유대교는 아예 예수를 인정하지 않는데 비해 이슬람교는 예수를 그저 설교를 괜찮게 하는 랍비(신부, 목사) 정도로만 인정한다. 크리스트교와 이슬람교는 중세기 200년 전쟁을 할 정도로 갈등이 심했다. 이슬람교는 ‘알라’신 하나만 믿는데 반해 크리스트교는 성부, 성자, 성령 삼위일체를 주장하고 예수를 하나님과 동격으로 받드는데 이슬람교의 입장에서 보면 말이 안 된다는 것이다. 결론적으로 말하자면 크리스트교가 유대교와 이슬람교를 미워하는 가장 중요한 이유가 바로 이 두 종교는 예수를 하나님으로 인정하지 않는다는 것이다.
세상의 모든 종교는 생겨날 때는 하나이지만 후에 추종자들에 의해 수 없는 교파와 종파가 생겨났다.
불교는 소승불교(남아, 동남아)와 대승불교(동북아)로 크게 두 가지로 나누고 천태종, 화엄종, 선종 등 교파가 있고 조계종이요 하는 등 헤아릴 수 없을 정도로 수많은 종파가 있다. 이슬람교는 크게 수니파와 시아파로 나누고, 크리스트교는 크게 동방정교, 가톨릭(천주교), 개신교(기독교) 등 세 개 교파 로 나누고 각기 내부적으로 또 수 없는 종파가 생겨났는데 전하는데 의하면 모두 4만 7천여 개 종파가 있다고 하며 각 종파마다 자기네들이 정통이고 다른 종파를 이단이라 주장하고 또 교회마다 자기네들만 정통이고 다른 교회를 모두 이단이라 선전하면서 신도를 긁어모으기에 분주하다.
본래 본 주제를 갖고 책 한 권 분량의 정도로 풀이해야 하는데 편폭이 너무 제한적이어서 내용이 제대로 전달되지 못한데 대해 죄송스럽게 생각한다.
필자는 그 어느 종교도 믿지 않는 무신론자로서 다만 역사문화공부를 하다 보니 어쩔 수 없이 세계 주요종교에 대한 공부도 따라서 하게 되었을 뿐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