신종 코로나바이러스와『총 균 쇠』
중국 무한에서 시작된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병원균의 주범은 박쥐란다. 앞서 있었던 사스, 에볼라의 병원균 주범도 박쥐다. 메르스의 병원균은 낙타이며 이 외 광우병이요, 조류독감이요, 돼지열병이요 하는 지구촌을 공포에 몰아넣는 전염병들의 공통점은 바로 동물 균이 인간의 몸에 옮겨져 병을 일으키고 심하면 죽음에 이르게 하는 것이다.
동물이 이렇듯 인간에게 치명적인 피해를 주지만 인간은 동물을 떠나서는 살 수 없는 존재, 특히 가축의 역사가 이미 가까우면 반만년, 멀면 일만 년이 되니 ‘이혼’하기엔 너무 멀리 와 버렸다. 가축의 역사를 어떻게 알 수 있을까? 가축의 역사는 농사의 역사와 맥을 같이 한다.
가축역사 및 가축의 균이 어떻게 인류를 몰살(아메리카 대륙의 사례)시키고 어떻게 인류역사에 해를 끼쳐왔는가에 대해 가장 생동하게 잘 설명한 사람으로서는『총 균 쇠』의 저자 재레드 다이아몬드(1937년 9월 10일 생, 미국 생태학자)다.
때는 1972년 7월, 오스트레일리아주에 위치한 뉴기니 해변가에서 한 백인 생태학자가 유유히 거닐고 있었다. 마침 얄리라는 뉴기니 흑인정치가도 그곳에 있었고 먼저 다가가서 말을 걸었다.
“선생님, 당신네 백인들은 그렇게 많은 화물들을 발전시켜 뉴기니까지 가져왔는데 어째서 우리 흑인들은 그런 화물들을 만들지 못한 겁니까?”
『총 균 쇠』는 재레드 다이아몬드가 이 흑인의 질문에 대답으로 지은 책이다. 이 책이 세상에 나오기 전에는 백인이 흑인을 지배하고 지구촌에 식민지를 개척하여 세상을 쥐락펴락 할 수 있었던 것은 백인이 DNA가 우수해서, 지능이 뛰어나서, 체력적으로 전투력이 뛰어나서 등등 때문이란 인식이 보편적이었다. 헌데 이런 보편적인 인식에 찬물을 확 퍼부은 사람이 바로 재레드 다이아몬드다.
저자는 책에서 먼저 배경설명을 간단히 하고 나서 168명의 스페인 군대가 8만 명의 잉카제국의 대부대를 무너뜨리고 아타우알파 황제까지 생포한 과정을 영화처럼 생생하게 그리고 있다.
1532년 11월 16일 잉카의 황제 아타우알파와 스페인의 정복자 프란시스코 피사로가 페루의 고지대 도시인 카하마르카에서 마주치게 되었다.
양측의 거리가 좁혀오자 놀란 쪽은 피사로 군대였다. 그도 그럴 것이 잉카제국의 황제를 모시고 나선 군대의 수는 8만이니 눈에 담을 수 없는 무리라 놀라지 않을 수 없었다. 게다가 어가(御駕)를 안내하고 인도하고 길을 정비하는 군대만 2천이고 그들의 복장은 바둑판처럼 두 색깔로 된 화려한 옷에 금과 은으로 눈이 부시게 치장하여 어지러울 지경이었다. 이 2천 명의 어가 앞의 군대는 싸우는 무기 대신 모두 손에 빗자루를 정중하게 들고 있었다. 황제가 지나갈 길에 개미 한 마리, 지푸라기 한 오라기라도 없애기 위해 깨끗이 쓸어야 했다.
스페인 군대의 표정은 전투를 임한 전사의 굳은 얼굴들이었으나 잉카의 부대는 손님을 맞이하기 위한 환영의 표정을 짓고 있었다.
드디어 양측이 마주할 거리가 좁혀졌다. 피사로는 긴장하지 않고 성경을 아타우알파 황제에게 건넸다. 황제는 처음 접하는 책이라 어리둥절해 하다가
“이 거 뭐야?” 라고 못마땅해 하면서 땅바닥에 홱 던져버렸다.
성경을 목숨처럼 여기는 독실한 크리스찬인 피사로에게는 황제의 행위가 최대의 모욕이었다.
“감히 성경을 던져.”
혼잣말처럼 중얼거리는 순간
“공격!”
하고 외쳤다.
장군의 군령이 떨어지자마자 스페인 군은 총을 쐈다. 당시 총은 살상목적이 아니라 공포를 던지는 무기였다. 그런데도 잉카부대는 처음 접하는 소리를 듣고 마치 천둥이 지구를 휩쓸어가는 소리처럼 기겁해서 오금이 저려났다. 또 행동이 민첩하고 영민하기 그지없는 말들이 방울소리를 내며 여기저기 손살 같이 달리는 모습을 목격하고 몹시 당황해났다. 그들은 말을 처음 보았기 때문이었다. 이때를 놓치지 않고 스페인군대는 득달같이 달려들어 잘 갈아진 칼로 잉카군의 목을 베기 시작했고 황제까지 손쉽게 생포할 수 있었다. 168명의 군대가 목을 벤 숫자가 7천이었다. 당연히 스페인군은 한 명의 사상도 없었다. 만약 날이 저물지 않았다면 나머지 7만여 명의 목도 모두 거둬졌을 것이라고 피사로는 말했다.
168명VS8만명.
현대화 핵전쟁도 아니고 재래식 전투에서 있을 수 없는 말도 안 되는 양측의 비례이지만 결과는 168명의 승리. 그것도 전혀 손실을 보지 않은 아주 깨끗하고 손쉬운 승리.
재레드 다이아몬드는 이 전투의 승리의 요인 및 소수 유럽인이 아메리카대륙을 정복한 이유를 다음과 같은 몇 가지로 정리하였다.
첫째 총과 쇠의 덕이었다.
당시 아메리카 대륙에는 총이 없었던데 비해 유럽은 총기가 발달해 있었다. 살상무기로 사용하는 예리한 칼도 잉카제국에는 없었다. 이 두 가지 무기는 기술의 발달을 설명한다.
둘째 정보의 덕이었다.
이 사건이 있기 전인 1519년, 그러니까 13년 전에 스페인 정복자 코로테스가 이끈 군대가 아젝트제국(멕시코)을 멸망시켰다. 이 사건을 통해 피사로는 아메리카 대륙에 대한 정보를 이미 파악하고 있었던데 비해 잉카제국 사람들은 이 사건에 대해 까마득히 모르고 있었다. 한마디로 잉카제국은 세상이 어떻게 돌아가고 있는지? 까맣게 모르고 있었다는 것이다.
셋째 균의 덕이었다.
유럽인이 달고 온 균에 의해 아메리카 토착인 인디언은 95%가 목숨을 잃었다. 균은 이렇듯 총 한 방 쏘지 않고, 칼 한 번 휘두르지 않고도 토착인을 몰살시켰던 것이다. 백인이 흑인노예를 데려와 아메리카 대륙을 개척한 이유가 바로 토착인 노동력이 없었기 때문이었다.
『총 균 쇠』가 세상에 나오기 전까지 유럽의 천연두, 장티푸스, 홍역, 매독 등 전염병이 아메리카대륙을 비롯해 다른 대륙에 전파되어 많은 인류가 생명을 잃었다는 사실을 많이 밝혀냈지만 재레드 다이아몬드처럼 자세하고 설득력 있게 정리한 사례는 없었다.
총∙균∙쇠 그리고 정보, 유럽인은 어떻게 이것들을 획득할 수 있었을까?
저자는 농사의 덕분이었다고 말한다.
지구촌에서 1천만 부가 팔린 의 저자 유발 하라리는 농사를 인류역사 이래 최대의 사기극이었다고 말해 신선한 충격을 주었던데 비해 재레드 다이아몬드는 농사 장점과 긍정적인데 대해 입에 침이 마르도록 찬양했다.
우선 농사는 수렵 채집시대에 비해 잉여물이 생겨난다. 잉여물은 먹거리를 확보한다. 먹거리가 안전하게 확보되면 여성은 시름 놓고 아이를 낳아 기르고 가사에 집중하게 된다. 중국의 ‘남주외, 여주내(男主外, 女主內)’ 전통도 농경문화의 전형적인 산물이다. 또 잉여물이 생겨나면 사람마다 가진 재간에 따라 분업이 생겨나고 발달한다. 예를 들어 전문직인 목공, 석공, 도공, 성직자, 교사, 작가, 예인(藝人), 기생 심지어 이야기로 생계를 유지하는 이야기꾼이 나타난다. 이것은 기술의 발전과 발달을 의미한다.
농사의 발달은 부족이 도시를 낳고, 도시는 국가를 낳고 국가는 제국을 낳는다.
농사의 최대 성과는 문자의 탄생이다. 문자 이전을 선사시대라 하고 문자기록 이후를 역사시대라 한다.
최초의 문자들은 모두 농사가 발달한 지역에서 새겨났고 어느 지역을 막론하고 상형문자이다. 최초 상형문자는 무엇을 기록하기 위해 만들어졌을까? 점의 결과를 기록하기 위해 만들어졌다는 설도 있지만 구석기시대에도 점치고 제사 지내는 풍습이 있었는데 왜 그때 문자가 탄생하지 않고 신석기시대 즉 농사가 시작되어 문자가 창제되었을까? 설득력이 떨어진다. 재레드 다이아몬드의 주장에 의하면 최초의 문자는 가을 수확물을 분배하고 저장하고 새해 농사준비 등등의 일을 기록으로 남기는데 사용되었다고 한다. 또 언제 밭을 갈고, 언제 씨앗 뿌리고, 언제 기음을 매고, 언제 수확해야 하는지를 기록으로 남겨야 경험이 누적되어 실패를 줄이고 생산량을 증가시키기 위해 문자가 필요했다는 것이다.
문자는 농사일에만 사용된 것이 아니라 점차 각 영역에 사용되기 시작하였다. 가장 좋은 것은 선배들의 시행착오를 기록함으로써 데이터베이스 구축이었다. 이를 통해 실패를 피하고 새로운 것을 기록하여 정보로 사용하는 등 문자는 이렇듯 인류사회를 높은 차원으로 진화하게 만들었다.
인류가 농사를 발명한 것은 대략 1만 년 전쯤이라는 것이 정설이다. 물론 지역에 따라 차이가 있긴 하지만. 농사가 비록 1만년의 역사를 갖고 있다고 하지만 비약적으로 발전하기 시작한 것은 지금으로부터 대략 2천 년 전이다. 2천 년 전, 그때 무슨 일이 있었을까?
중국의 경우를 살펴보자.
중국은 그때 천하가 대혼란에 빠진 전국시대가 한창이었다.
사람들은 흔히 분열시대를 나쁘기만 한 것으로 알고 있는데 좋은 일도 많았다. 분열은 경쟁을 촉진하고 그 가운데서 새로운 것들이 창조된다. 또 혼란한 천하를 수습하려는 ‘구급처방’들이 생겨나는데 이를 정리한 것이 인문학이며 여기서 새로운 사상들이 탄생된다. 유가, 도가, 묵가, 명가, 법가 등 사상이 춘추시대에 싹트고 전국시대에 성숙되어 갔다.
여기서 사상이나 인문학을 논하자는 것이 아니다. 우리의 관심사는 어디까지나 당시 농사 상황인데 중국역사상 그때 농사가 가장 비약적인 발전을 이룩했다는 사실에 주목해보자.
전국시기에 천하는 무한경쟁체제에 돌입했다. 은나라가 상공업을 중시했다면 주나라는 농업을 위주로 했다. 정치체제, 사회제도, 문화시스템 모두가 농경문화를 바탕으로 이뤄졌다. 이런 환경에서 전국시대에 무한경쟁의 가장 큰 성과는 철제농기구의 발명과 사용이었다. 철제농기구는 농업생산을 획기적으로 촉진시켰고 생산물도 대폭 늘었다. 쉽게 말하자면 재산이 갑자기 증가되었다는 것이다. 재산의 급증은 신흥지주계급을 탄생시켰다. 신흥지주계급은 기존의 사대부인 귀족들과 마찰을 일으키고 갈등을 빚기 마련이었다. 진나라 상앙이 바로 이 신흥지주계급을 대변하는 인물이었다.
한편으로 철제전쟁무기도 발달하기 시작하였는데 한족이 주변소수민족을 지배하고 광활한 영토를 지배할 수 있었던 이유 중 하나가 바로 철제품 사용이 앞서 있었기 때문이었다.
총, 균, 쇠 중에서 쇠의 역할이 이토록 인류사회발전에 기여가 컸던 것이다.
지구의 주인은 누구인가?
사람들은 흔히 인간이라고 말한다.
“인간은 만물의 영장이기 때문에.” 이렇게 대답을 쉽게 한다.
옥스퍼드대학 생물학 교수인 리처드 도킨스는 저서 에서 지구의 주인은 유전자라고 주장한다. 만물의 영장이라 자랑하는 인간도 유전자를 전달하는 다른 모든 동물과 마찬가지로 하나의 기계에 지나지 않는다고 말한다.
일부에서는 지구의 주인은 균이라고 말하기도 한다. 인간을 예로 들면 사람의 얼굴피부에만 1천종에 달하는 균이 있고 전체 몸에 지니고 있는 균 종류는 얼마 될까? 인간은 실로 균덩어리다. 재미있는 이야기가 있다. 인간이 외계인을 만나 싸우게 된다면 누가 이길까? 아마 십중팔구는 외계인 쪽에 손을 들 것이다. 하지만 결론은 정반대이다. 인간이 이긴다. 그런데 인간이 힘으로 이길까? NO! 외계인이 지구의 인간의 세균에 항체가 없어 죽는다고 한다. 그러니까 인간이 이기는 것이 아니라 외계인이 스스로 지는 것이다. 이런 맥락에서만 보아도 지구의 주인은 균이라고 말해도 맞는 말인 것 같다. 특히 외계인의 입장에서 볼 때 더욱 그럴 것이라는 것이다.
어찌되었든 균 가운데서도 동물균이 무서운데 아이러니하게도 인간은 동물의 균을 몸에 지니고 살아가고 있다. 어찌된 영문일까?
농경문화에서 가축은 중요한 비중을 차지하는 하나의 문화형태이다. 하지만 가축문화에 있어서 중요한 것은 각 지역에 따라 상황이 다르게 나타나기 마련이라는 것이다.
예를 들어 유럽대륙은 가축으로 적합한 포유류가 소, 말, 되지, 개, 양, 당나귀 등 13종이나 있었다고 한다. 가축으로 적합하다는 것은 식성(가성비)이 맞아야 하고, 성격이 유순해야 하며, 성장속도도 고려대상이다. 다이아몬드가 든 예를 보자. 같은 무게 450킬로그램의 소와 사자를 비교했을 때 소를 잡아먹기까지 소에게 먹이는 옥수수가 4,500킬로그램이 필요한데 비해 사자를 잡아먹기까지 사자가 열 마리 소를 먹어야한다고 가정하면 사자 한 마리에 옥수수가 4만5천 킬로그램이 필요하기 때문에 가성비가 맞지 않아 사자는 가축에서 탈락되었다는 것이다. 고릴라와 코끼리는 15년이 되어야 잡아먹을 수 있기에 성장속도가 느려 수지가 맞지 않아 가축으로 탈락, 회색곰은 무게도 좋고 육질도 좋고 기름도 많지만 그놈의 성격이 더럽게 좋지 않아 탈락이란다.
이래저래, 이런저런 조건을 다 배제하고도 유럽대륙에서는 13종이나 되는 포유류가 가축으로 선발되었던데 비해 아메리카 대륙에는 가축으로 달랑 라마 한 가지만 있었다고 한다.
가축은 인류에게 젖, 비료, 털, 노동력, 교통도구, 군사도구, 고기, 가죽을 제공해주어 인류사회에 지대한 기여를 해왔다. 이 외 가장 중요한 선물을 제공해 준 것이 하나 있는데 그것이 바로 ‘균’이다.
다이아몬드는 이것을 가축이 인류에게 준 ‘사악한 선물’이었다고 표현한다. 왜 사악한 선물인가?
가축 균 때문에 인간이 병들고 전염병이 돌아 많은 생명을 잃게 만들었다. 하지만 유럽인은 아프고 죽고 하는 시간을 거듭하는 과정을 거치면서 대대로 내려오면서 항체가 생겨나 아픔에 시달리지 않고 죽음을 벗어날 수가 있었다.
쉽게 말하자면 유럽인은 13종이나 되는 가축 균을 몸에 달고 사는 것이 일상화되고 체질화화 되었다. 유럽인은 이미 새로운 질병을 이겨낼 만큼 면역력이 강해졌다. 이렇게 면역성이 강한 유럽인이 새로운 대륙인 아메리카에 가서 토착인을 접촉하게 되면 몸에 한 가지 항체밖에 없는 그들이 13종의 병원균에 노출되어 유행병이 돈다. 결국 몸이 저항하지 못하고 그냥 병들어 죽고 만다. 심할 때 원주민 99%가 유럽인의 균에 의해 죽었다.
여기서 근본적인 질문이 하나 생겨난다.
지금까지 논의했던 농사의 성과와 결과, 그렇다면 유럽만 농사짓고 아메리카대륙이나 아프리카대륙에서는 농사를 짓지 않았는가? 결론부터 말하자면 아메리카도 아프리카도 농사를 지었다. 그런데 왜? 아메리카와 아프리카는 유럽에 비해 그토록 낙후되어 있었을까? 이에 대한 논의를 통해 다이아몬드의 탁월함이 돋보인다.
다이아몬드에 의하면 아프리카대륙과 아메리카대륙은 횡적인 넓이보다 종적인 길이가 길다. 종적인 길이가 길면 농사의 확산과 발달이 매우 더딜 뿐만 아니라 어떤 종류는 확산자체가 안 된다. 예를 들어 제주도의 귤을 서울에, 평양에 옮겨 심으면 열매를 맺지 못한다. 즉 제주를 벗어나면 서울과 평양일대에서는 귤농사 자체가 안 된다. 엉덩짝만한 한반도에서조차 이런 폐단이 있는데 하물며 아프리카대륙이나 아메리카대륙에서는 더 말치 않아도 명백한 일이다.
중국속담에 이런 말이 있다.
“강남의 귤을 강북에 옮겨 심으면 탱자가 된다.”
이 속담이 재레드 다이아몬드의 주장을 유력하게 증명하고 있다.
아프리카나 아메리카대륙에 비해 유라시아대륙은 횡적 넓이가 매우 넓다. 지리학적으로 말하자면 같은 위도에 있는 땅이 넓다는 뜻이다. 같은 위도에 처해 있는 지역은 기후가 같고 식생이 같고 토양성분도 같아서 농사의 확산이 매우 유리하다. 유라시아대륙의 이러한 자연환경이 아프리카나 아메리카대륙에 비해 농사가 발달하게 되었고 따라서 ‘총 균 쇠’도 발달하게 되었던 것이다.
자연환경은 인간의 삶에 지대한 영향을 끼치는데 예를 들어 적도 가까운 너무 더운 지방 사람과 시베리아나 캐나다북부 같이 너무 추운 지방 사람은 게으르다는 것이 정설이다. 이에 비해 온대대륙성과 온대해양성 기후 일대에서 사는 인간이 삶의 개척에 가장 적극적이고 또 그렇기 때문에 문명창조와 진화에 앞장서왔던 것이다.
여기까지 논의하고 나서도 아직도 미심쩍은 구석이 있다. 즉 농사의 역사를 논하자면 유럽보다 중국이 앞서 있었고 농경에서 파생되어 생겨난 문명, 이른바 다이아몬드의 논지에 따라 말해도 각종문명이 중국이 유럽보다 훨씬 앞서 있었다. 까놓고 말해서 유럽이 중국을 앞지르기 시작한 것은 겨우 150년 역사밖에 되지 않는다. 거두절미하고 뒤에서 허우적대던 유럽이 중국을 앞서게 된 요인이 무엇이었을까?
명나라 정하의 함대만 해도 콜럼버스함대에 비해 수백 배, 수천 배 규모였다. 그런데 왜 중국은 아메리카대륙을 발명하지 못했으며 새로운 식민지 개척에 나서지 않았을까? 다이아몬드에 의하면 중국은 쇄국정책을 실시하였기 때문에 더 발전이 없이 정체되어 있었다는 것이다. 통일된 거대한 제국이 쇄국 때문에 모험에 인색하여 사방에 담장을 치고 안일하게 세월을 보냈다는 것이다.
이에 비해 유럽은 갈기갈기 수백 개의 소국(독일은 2백 년 전 프로시아 시절 200여개로 분열된 상태였음)으로 찢어져 분열되어 있었는데 오히려 이 분열상태가 경쟁을 불러일으키게 되었다는 것이 다이아몬드의 주장이다. 과학은 무지의 상태에서 호기심에 의해 탐구정신이 작동하여 발명된 것이듯, 본래 무였기 때문에 중국처럼 내세울 자존심도 없었고 내세울 체면도 없이 오로지 호기심으로 서로 경쟁에 뛰어든 결과 전근대적인 산업혁명과 과학기술의 발전을 이룩할 수 있었던 것이다.
이제 결론을 도출할 때가 되었다.
유럽이나 중국(황하와 양자강유역을 중심으로)은 농사에 가장 적합한 환경에 서 살고 있었기 때문에 빛나는 업적을 이룩할 수 있었던데 비해 아메리카와 아프리카 인류는 환경이 좋지 못한 곳에서 살아왔기 때문에 문명 발전과 발달에 뒤쳐져 있을 수밖에 없었던 것이다.
환경이 인간의 삶을 지배한다는 결론이다. 따라서 700페이지에 달하는 를 다섯 글자로 요약하면 ‘환경결정론’이다.
참고로 다이아몬드의 ‘환경결정론’이 다 맞는다고는 긍정할 수는 없다. 일례로 태풍이 많고 지진이 많은 환경이 매우 열악한 일본은 자연을 극복하고 세계선진국 반열에 오른 전형적인 좋은 사례도 있다. 때문에 다이아몬드의 학설을 절대적으로 동의할 수는 없다. 그러나 전반적으로 볼 때 우리 지식을 넓혀주는데 있어서 굉장히 도움이 되기 때문에『총 균 쇠』가 훌륭한 책이라고 평가하고 싶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