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정룡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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수작이란 말의 유래와 우리민족의 음주가무관습
2007년 10월 06일 09시 38분  조회:5161  추천:98  작성자: 김정룡

김정룡의 역사문화이야기4

수작이란 말의 유래와 우리민족의 음주가무관습  
 
김정룡 재한조선족칼럼니스트
  
 
  우리민족의 일상 언어에 ‘수작을 피우다.’, ‘수작을 걸다.’, ‘개수작하다.’는 말이 있는데 이 수작이란 말은 음주문화에서 유래된 것이다. 

 술상에서 주인이 손님에게 권하는 것을 수(酬)라 하고 손님이 주인에게 권하는 것을 작(酌)이라 한다. 혹은 손님에게서 받은 잔을 되돌려 권하는 것을 수(酬)라 하고 술을 붓거나 스스로 따라서 마시는 것을 작(酌)이라 한다.  아무튼 수작이란 말은 술판에서 유래된 것인데 세월이 흐르면서 사람을 욕되게 하는 말로 변질되었다. 왜일까? 우리민족은 하도 술판이 많고 또 술판에서 서로 이래저래 명분을 달아서 권커니 작거니 하면서 술을 마시다보면 서로 피곤하고 귀찮을 때가 많다. 그리하여 수작이란 말이 사람을 욕되게 하는 것으로 변질되었던 것이다. 

 우리민족은 술만 마셨다 하면 노래와 춤판을 벌리는데 이는 하나의 관습으로 전승되어왔다. 그럼 우리민족은 왜 술판, 노래판, 춤판을 벌리기를 좋아할까? 그 이유를 다음과 같은 몇 가지에서 찾아볼 수 있다. 

 첫째 제천의식
 제천의식이란 농경문화에 있어서 주로 5월 파종이 끝난 후와 10월 수확이 끝난 후 하늘에 향해 제사를 지내는 것을 의미한다. 기원 3세기 중국학자인 진수(陳壽)가 동이족(東夷族:조선민족의 조상)들의 제천의식에 관해 <<위지동이전>>을 통해 다음과 같이 기술했다. “흔히 5월에 파종이 끝나면 귀신에게 제사를 지내는데 남녀노소가 모여서 연일 먹고 마시고 노래 부르고 춤을 춘다...... 10월에 수확을 마치고 반복해서 이러한 제천의식을 거행한다. 

 당시 우리민족 조상들의 여러 갈래가 모두 제천의식을 거행하였으며 모두 나라 안에서 촌락마다 군데군데 크게 모여 먹고 마시고 노래 부르고 춤을 추었다고 한다. 

 이로부터 알 수 있는바 우리민족이 음주가무를 즐기는 것은 어제, 오늘의 일이 아니라 적어도 2천년 역사는 족히 된다. 

 둘째 한의 역사
 한반도는 역사적으로 주변 국가와 민족으로부터 천 번에 가까운 외침을 받아왔다. 우리민족은 유태인처럼 비록 나라는 잃지 않고 용케도 버텨냈으나 너무나도 빈번한 외래침략 때문에 나라는 늘 쑥대밭이 되었고 백성들은 가슴에 멍이 들고 한이 맺혔다. 그리고 특히 조선시대에 들어 양반과 상놈간의 차별이 심했고 관리들은 당파싸움에다 부패했으며 또 자주 발생하는 자연재해 때문에 우리민족은 더구나 가슴에 한이 맺히게 되었다. 그래서 본래 낙천적이었던 우리민족은 술과 노래와 춤으로 한많은 인생살이를 달래려고 했던 것이다. 

 셋째 명분의식
 우리민족은 체면이 강한 민족이다. 매사에 있어서 명분을 따지기를 좋아한다. 즉 음주가무 하는데도 명분이 있어야 한다. 술판에서 타인에게 술을 권할 때 꼭 무슨 명분을 찾아서 연설하고는 권한다. 

 우리민족은 슬프면 슬프다고 마시고 기쁘면 기쁘다고 마시고 심심하면 심심하다고 마신다. 연변축구팬들은 연변축구팀이 이기면 기쁘다고 마시고 지면 슬프다고 마시고 비기면 아쉽다고 마신다. 그러니까 축구경기결과가 어떻든 간에 술을 마실 명분은 다 있다. 

 넷째 판의 문화
 판이란 낱말은 우리민족만이 쓰는 특이한 언어이다. 술판, 춤판, 노래판, 도박판, 오락판, 개판, 한판 벌리다는 등 이러한 말은 타민족 언어로 정확히 번역되지 않는다. 

 세상에서 우리민족만큼 각종 판을 벌리기를 좋아하는 민족은 없다. 필자의 가문에서는 어른들의 생일이면 마치 큰 잔치처럼 친척들이 크게 모여서 술판, 노래판, 춤판을 한바탕 벌리었다. 아마 조선족 가문에서는 거의 다 이러한 관습이 있었을 것이다. 

 현재 세상에서 노래방이 가장 발달한 곳이 곧 한국과 연변이다. 이는 과거 우리민족의 판문화의 연속의 표현이다. 

 다섯째 종교가 없는 민족
 우리민족은 예로부터 신선사상과 무속신앙이 발달했을 뿐 교리교의가 있는 그렇다고 할 만한 종교가 없다. 그렇기 때문에 그 옛날 제천의식을 거행할 때 먹고 마시고 노래 부르고 춤추던 관습이 하나의 생활종교로 되어왔다. 

 이상 다섯 가지 원인으로 인하여 우리민족은 술을 마시고 노래 부르고 춤추기를 즐긴다. 이로부터 알 수 있는바 음주가무관습은 우리민족에게 있어서 하나의 생활신앙이 되어왔으며 본래는 매우 좋은 관습이었다. 허나 유감스럽게도 오늘날 이 관습이 많이 변질되어 부작용이 적지 않게 드러나고 있다.

 이를테면 사촌이 병들어 죽는다 해도 술을 권하거나 술판에서 술을 잘 마시지 못하는 사람을 왕따시키거나 갓 시집온 색시한테 기가 넘어가도록 술을 권한다. 하여튼 우리민족은 세상에서 술을 가장 잘 마시고 노래방에 잘 가고 기타 유흥에 탕진하는 비용이 가장 많다. 앞으로 더욱 밝은 세상을 만들어 가려면 사람마다 절제가 절실하게 필요하다고 생각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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