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재한조선족문제연구
제2부 재한조선족의 삶의 실태
3. “제 마누라 찾아주세요!”
-코리안드림의 비극을 짚어본다
김정룡 재한조선족칼럼니스트
열을 전에 있었던 일이다. 한 40대 초반으로 보이는 조선족 박모가 중국동포타운센터를 찾아와 “저의 마누라를 추적해주세요.”라고 부탁하는 것이었다.
무슨 사연인가고 물었더니, 그는 “창피하기도 하고 그년이 괘씸해서······”라고 말문을 열기 시작했다.
박모는 7년 전에 한국에 왔다. 첫 1년은 열심히 일해 올 때 진 빚을 갚았다. 이듬해부터 매달 100만원 넘게 꼬박꼬박 집에 부쳐 보냈다. 그러다가 4년이 접어들면서부터 일한 월급을 제때 받지 못해 수개월 한번 씩 돈을 보내게 되었다.
일이 이렇게 되자 마누라가 “한국에서 애인을 친해 사느라 돈을 안 보내는 거 아니냐?”면서 걸고들기 시작했다.
그녀는 또 한국에 와 있는 친구를 스파이로 내세워 남편의 사생활을 추적했다. 친구가 “별 단서가 잡히지 않았다”고 회보하니, 그녀는 남편과 전화통화 시 하다못해 식당여종업원의 말소리가 나도 “당신이 바람피우는 것이 틀림없다”고 고래고래 소리 지르면서 또 “만약 당신이 당금 집에 오지 않으면 이혼하자”고 압력을 가하는 것이었다.
박모는 가정파탄이 두려워 한국생활을 정리하고 귀국했다. 헌데 그는 기절초풍할 일에 부딪쳤다. 그의 아내는 남편이 한국에 떠난 이듬해부터 외간남자와 살림을 차렸고 남편이 피땀으로 번 돈으로 새살림의 생활비로 충당했고 나머지 돈을 챙겨갔고 그 외간남자와 함께 한국수속을 마치고 떠나려는 참이었다. 그녀는 남편이 한국에 있는 것이 껄끄러워 얼려 귀국하게 만들고 자신은 외간남자와 같이 한국에 와서 재미를 보려는 계산이었다. 이런 사실을 전혀 모르고 귀국한 남편은 그녀의 한국행을 놓치고 말았다.
박모는 할 수없이 또 친인척들의 돈을 빌려 갖고 한국에 재입국했다. 하지만 아무리 한국 땅이 좁다고 한들 마누라를 찾는 것이 바다에서 바늘 찾기처럼 어려웠다. 그래서 도움을 받으려고 신문사를 찾아온 것이었다.
필자는 박모의 사연을 듣고 나니 친구 동생인 김철(가명)의 일이 떠올랐다.
김철은 5년 전에 한국에 왔다. 그도 돈을 벌어서는 마누라한테 부쳐 보냈다. 그러다가 노임을 제때 받지 못하게 되자 꼬박꼬박 보내지 못하게 되었다. 그의 마누라는 남편을 의심하기 시작했고 하다못해 고향사람들이 모여 술을 마실 때 전화에서 여자소리가 나도 남편이 한국에서 바람피운다고 야단법석이었다. 이 때문에 김철은 골머리를 앓고 있었다.
필자가 김철의 사람 됨됨이에 대해 너무나도 잘 알고 있기에 “야, 너의 처가 중국에서 바람피우고 있으니 너한테 선수를 치고 있을지도 모르는 일이야.”라고 했더니, 그는 “간대르사(설마하니)?”하면서 마누라를 믿고 있었다. 나는 그에게 괜한 말을 했다고 후회했다. 헌데 몇 달 후에 나의 말이 사실로 밝혀졌다.
한 달 전에 김철은 단속에 걸려 강제추방되어 귀국해보니 마누라가 외간남자와 붙은지가 3년이 넘었고 얼굴부터 튼 뱃살, 보이지 않는 음부까지 성형수술 하느라 숱한 돈을 써버렸다. 그가 집에 도착한 다음날 마누라가 나머지 돈을 챙겨갖고 집을 나간 이후로 들어오지도 않고 이혼을 제기했다고 한다.
위의 두 사례는 매우 공통한 점이 있다. 첫째 남편이 한국에서 피땀으로 번 돈으로 외간남자와 재미를 본다는 것. 둘째 두 여자는 자신이 바람피우고 있으면서 근거 없이 남편이 바람피운다고 떠드는 것으로 이혼조건을 삶으려는 것. 셋째 두 여자 모두 돈을 챙겨갖고 남편과 아이를 버리고 도망간 것이다.
박모가 찾아온 날 한 할머니가 사위와 5살 먹은 손자를 데리고 와서 눈물을 흘리며 “남편과 아이를 버리고 돈을 몽땅 갖고 다른 사내와 사분(私奔)해버린 저의 딸년을 찾아달라고 우리 센터에 방문했다.
연길아리랑방송을 청취해보면 위의 사례와 같은 일이 허다하다. 이는 조선족여성들의 가치관과 가족관이 엄청난 변화가 있다는 것을 말해준다. 이런 코리안드림으로 빚어진 비극이 재발하지 않도록 사회와, 개개인의 소통과 노력이 필요한 시점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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