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정룡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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복숭아와 잉어를 제사상에 올리지 않는 유래
2007년 10월 21일 10시 06분  조회:6457  추천:114  작성자: 김정룡
김정룡의 역사문화이야기10

10. 복숭아와 잉어를 제사상에 올리지 않는 유래   
 
김정룡
재한조선족칼럼니스트
 
 
 우리민족은 세상에서 제사를 가장 중시한다. 제사를 치르자면 제사상부터 갖춰야 하고 제사상을 차릴 때 여러 가지 금기가 있는데, 여기서는 복숭아와 잉어를 제사상에 올리지 않는 금기의 유래에 관해 얘기해보려 한다.

 <<이조각문헌 풍속관계자료요지>>에 의하면 “도(桃)와 리(鯉)를 제사에 사용치 않는 것은 <공자가어(孔子家語)>와 황씨설(黃氏說)에 의한 것이라 했다. 후세인이 이 이자(二者)를 쓰지 않는 것은 속기(俗忌)에 의한다. 즉 도는 귀를 쫓고 리는 화룡(化龍)하기 때문이다.”라고 했다. 

 중국 일부 학자들은 공자님이 복숭아와 잉어는 ‘여음’을 상징하는 전형적인 물건(東西)이므로 남자를 계보로 하는 조상제사에 올리는 것을 금기로 했을 것이라고 보고 있다. 필자는 이 주장에 동의하는 입장에서 이 글을 쓰게 되었다. 

 그럼 복숭아와 잉어가 어떻게 ‘여음’을 상징하게 되었는가는 유래에 대해 먼저 잉어부터 살펴보자. 

 원시인들은 질병, 전쟁, 자연재해 등으로 인하여 평균수명이 20세 좌우였고 생존율은 50% 미만이어서 부족생존이 가장 큰 고민이었다. 원시인들은 부족생존을 위해 무리하게 불가항력적인 요소와 싸운 것이 아니라, 후대를 많이 번식시키는 것으로서 즉 아이를 많이 낳는 방법으로 부족생존을 도모하였다. 

 이렇게 원시인류는 생식숭배의식이 생겨나게 되었다. 아이는 여자가 낳는다. 그래서 여자가 숭배대상이 된 동시에 따라서 일차적으로 여자가 아이를 낳는 구체적인 부위인 ‘여음(女陰)’이 숭배의 대상이 되었다. 그런데 신체 한 개 부위인 ‘여음’에 대한 숭배만으로는 다산의 한계가 있다고 생각한 원시인류는 특정 자연물을 골라 제사를 통해 그의 신력을 빌어 인간의 다산을 촉진시켜려고 했다. 그 자연물이 외형상에서 ‘여음’과 신통하게 닮은 물고기였다. 물고기는 한번 알을 쓰면 수백, 수천 마리 새끼가 생겨난다. 다산의 상징이다. 더욱이 물고기 가운데서 두 마리 잉어를 포개놓으면 ‘여음’과 매우 흡사하다. 그리하여 잉어는 전형적인 ‘여음’의 상징이 되었다.

 중국에 가면 가정집에 오동통한 남자애가 풍만한 잉어를 안고 있는 그림을 흔히 볼 수 있는데, 이는 가문의 풍요다산을 기원하는 의미가 있다. 

 다음 원시인류의 주요 먹거리는 열매였다. 생식숭배 의식이 강했던 원시인류는 복숭아가 외형상에서 여자의 ‘여음’과 가장 닮았다고 보고 복숭아에 대한 숭배의식이 생겨나게 되었다. 

 중국에는 유명한 번도(嬏桃) 전설이 있다. 즉 서왕모가 수천 년 묵은 나무에 열린 번도를 갖고 있었는데 그것을 먹으면 장생불로해진다고 한다. 서왕모가 삼황오제와 여러 신의 우두머리들을 모여 놓고 번도 연회를 열었다는 이야기가 곧 생식숭배로 인한 복숭아에 대한 숭배의식에서 비롯된 것이다. 

 복숭아가 ‘여음’을 상징하는데서 남자의 여자 관계운을 ‘도화운(桃花運)’이라 하고, 남녀가 연애로 몸을 그르치는 일을 ‘도화’라 비유하고, 남녀가 치정 때문에 벌어진 사건을 ‘도화안(桃花案)’이란 말들이 생겨나게 되었던 것이다. 

 도실(桃實)에 대한 숭배는 전체 도목에 대한 숭배로 확대되었으며 따라서 도목은 나무 중에서 으뜸으로 가는 신목(神木)으로 꼽혔다. 원시인류는 인간이 병드는 것은 사기(邪氣:귀신)가 침입한 결과라 보고 귀신을 쫓으면 병이 낫는다고 여겼다. 예를 들면 정신병환자는 동쪽으로 향한 도기(桃枝)로 머리를 때리면 낫는다는 전설이 있다. 중국에서는 ‘목주(木主)’를 도목으로 만들고, 도교와 불교 사찰에서 ‘인부(印符)’를 도목으로 했으며, 도궁(桃弓)은 진사(鎭邪)한다는 등등의 전설이 많다. 

 이렇게 도실은 신실(神實)이요, 도목은 신목이라는 인식으로부터 복숭아가 귀신을 쫓는다는 유래가 생겨났고, 이는 일차적으로 여성숭배와 생식숭배에 의해 복숭아가 ‘여음’과 가장 닮은 고로 ‘신격화’된데서 비롯된 것이다. 

 아무튼 복숭아와 잉어가 ‘여음’, ‘여성’을 상징한다는 데 대해선 의심의 여지가 없으며 따라서 남자를 계보로 모신 조상제사에 복숭아와 잉어를 올리지 못하는 금기풍속은 또 하나의 남존여비 관습을 반영한 강력한 증거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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