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정룡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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중국에 '사나이'가 있는가?
2010년 02월 27일 15시 53분  조회:4440  추천:29  작성자: 김정룡



중국에 ‘사나이’가 있는가?


2월 27일 캐나다 밴쿠버에 또 한 번 오성홍기가 높이 올랐고 중국국가가 울러 펴졌다. 그 주인공은 여자 1000미터 쇼트트랙 우승자 왕멍이었다. 왕멍은 500미터와 3000미터계주까지 3관왕을 달성하여 시상식에서 환하게 웃었다. 이번 올림픽에서 주양의 1500미터 우승을 포함해 중국이 한국을 제치고 여자 쇼트트랙 전체 네 개 종목을 석권했으며 세계에서 명실상부한 최강국임을 입증하였다.

중국이 이번 <2010밴쿠버동계올림픽>에서 2월 27일까지 금메달 획득수가 모두 5개인데 그중 4개는 여자쇼트트랙이고 나머지 하나는 신설/조굉박이 双人自由式滑氷 종목에서 딴 것이다. 그러니까 5개 금메달에서 4.5개가 여자의 몫이었다는 얘기이고 남자들의 단독 종목에서 금메달 하나도 따지 못했다.

사실 중국스포츠는 남자에 비해 여자들의 약진이 주류를 이어왔다. 1980년대 중국여자배구는 배구세계월드컵과 올림픽을 비롯해 세계 정상급 경기에서 여섯 차례나 연속 우승했지만 남자배구는 세계무대에서 명함도 내밀지 못했다. 중국여자축구는 미국과 우승을 다툴 정도로 세계 정상급이었지만 남자축구는 아세아도 벗어나지 못해 껑껑 댔다. 여자 만 미터와 마라톤은 세계대회에서 우승했지만 남자선수들은 예선에도 나서지 못했다. 등등의 이러한 현상을 두고 당시에 ‘음성양쇠(陰盛陽衰)’란 말이 생겨났고, 남자들이 가정에서 마누라한테 주눅이 드니 밖에 나가서도 기를 못 펴서 그렇다는 말이 유행되었다.

이런 맥락에서 1980년대 후반 중국에서 “사나이를 찾아라.”는 구호가 유행되었다. 이에 대해 가장 먼저 민감한 반응을 보인 것이 상해였다. 1991년 상해 텔레비전이 제작한 <<상해파 남편을 위한 변주곡(海派丈夫變奏曲)>>이라는 드라마가 방영되었는데 그 주제가의 가사가 다음과 같다.

사나이는 어디에 있나? 남자들은 거리에 가득 찼는데, 젊은 이선생은 장바구니 들고 나오고, 왕씨 아저씨는 연탄을 사러 가네. 젊은 장씨는 우윳병 들고 가고, 조씨 아저씨 간장을 사오네. 아내가 고함을 지르면 남편은 온몸을 떤다네. 월급봉투 보너스봉투 모두 바치고, 먹다 남은 국이랑 식은 밥을 차려먹는 남편. 힘든 일 더러운 일은 혼자서 하고, 얻어맞고 욕을 먹어도 끾소리 못하는구나.

이쯤하면 확실히 사나이를 찾기가 힘들다.

요 몇 년래 류상이 110미터허들 세계챔피언이 되면서 중국남자들의 체면을 살리는 듯싶더니 이번 동계올림픽에서 또 중국‘사나이’가 보이지 않는다.

필자는 중국에서의 ‘음성양쇠’ 현상이 어제 오늘의 일이 아니라 먼 옛날로 거슬러 올라가 보면 역사가 오래다는 것을 말하고 싶다.

중국역사를 돌이켜보면 송대(宋代) 이전에는 그래도 남성은 대체로 남자다웠으나 송대 이후에는 그렇지 못했다. 게다가 명대나 청대에 이르러서는 갈수록 못해졌다. 그 축소판이라 할 수 있는 <<홍루몽>>의 등장인물을 살펴보면 그렇다. 전통예법에 얽매인 가정(賈政)은 죽은 시체와도 같이 딱딱하기 그지없었고, 가사(賈赦)는 ‘구더기’같은 존재였다. 그나마 가장 훌륭한 남자라고 하는 것이 가보옥과 같은 여성화된 젊은 도련님이었다.

중국역사에서 남자가 남자답지 못한 것은 도가와 불가의 부드러움에서 비롯되었다고 하고 유교의 경직된 예의에서 비롯되었다고도 한다. 아무튼 강인했던 이민족도 중화문명에 융합되면 남자답지 못하게 변해버린다. 그 실례로서 본래 누르하치의 자손들은 거의 모두가 용맹하고 강인한 기병이었으나 200여년의 중화문명을 마신 결과 짐도 지지 못하는 나약한 팔기(八旗)의 귀족자제로 변해버리고 말았다. 易中天의 표현을 빌려 말하자면 "그들이 할 줄 아는 것이라고는 한가롭게 차를 마시거나 새장을 들고 산보하는 일 뿐이었다. 그리하여 마지막에는 조상들이 힘들여 개척해놓은 강산을 일개 여인(자희태후)의 손에 고스란히 넘겨주고 말았다."

중국역사에서 남자가 남자답지 못하니 따라서 여자도 여자답지 못한 울지도 웃지도 못할 현상이 벌어지고 말았다. 이것을 중국어로 ‘男不男, 女不女’라 한다. 따라서 서양에서는 영웅이 미녀를 구해주고 사랑을 나누지만 중국에서는 미녀가 나약하기 그지없는 병신 같은 남자를 구해주고 사랑을 나눈다.

이러한 역사가 결국 여자가 남자 위에 설 정도로 여자들이 대가 세게 만들었다.

중국여자들이 가뜩이나 대가 센 데다 모택동이 “여성은 하늘의 절반을 떠인다.”는 말을 해 중국부녀들이 더구나 여성답지 못하게 말이 아니게 변해버렸다. 그 대표적인 사례가 여자홍위병이다.

북경 대원(大院:혁명가 가족들이 모여 살던 곳) 안에서 살던 ‘말괄량이’나 ‘정신 나간 계집아이’들이 어려서부터 전통교육은 받지 못하고 혁명정신만을 배웠기 때문에 문화혁명이 일어나자 혁명의 선두에 서서 두 손을 양 옆구리에 찌르고 입만 벌리면 ‘제기랄!’이고 스승이고 선배고 노선만 다르면 두들겨 패는 망나니 계집애들이 모여 여자홍위병조직을 만들었다. 당시 시대정신이 이러한 망나니 계집애들을 요구했으므로 삽시간에 전국 도처에서 그들을 본받아 여자홍위병조직이 우후죽순마냥 생겨났다. 비록 여자홍위병조직이 2~3년이 지나자 시들어버렸지만 그 영향력이 지대하다. 1980년대 심각하게 나타났던 ‘음성양쇠’ 현상이 여자홍위병조직의 출몰과 연관이 있다고 보아야 마땅할 것이다.

남녀문제에 있어서 절대적인 평등이란 있을 수 없는 법이다. 특히 여자가 기가 세고 대가 세면 남자들이 기가 죽기 마련이다. 언제 가면 중국에서 ‘양성음쇠’ 세상이 되어 “사나이를 찾아라.”는 말을 듣지 않게 되겠는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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전체 [ 1 ]

1   작성자 : 위로
날자:2010-02-27 20:44:14
이 글을 읽으며 좋은 아이디어를 하나 얻었다. 밴쿠버 올림픽에서 한국이 종합순위 5위이고 중국은 7위이다. 아마 생각이 좀 있는 중국인들은 한국에 뒤쳐진 결과를 놓고 엄청난 충격을 받았을 것이다. 더우기 메달의 질을 따지면 (쇼트트랙이 비인기 변두리 종목이라는 면에서) 한국과 중국의 차이는 너무도 심하게 벌어졌다. 그야말로 주류 선진국 종목인 스피드 스케이팅에서 금메달 3개와 동계 올림픽의 꽃인 여자 피겨스케이팅에서 한국의 금메달 획득으로 중국으로서는 거진 정신이 멍할 정도의 충격이 있으리라 본다. 나름 고민을 했다. 어떻게 중국인들이 입은 마음의 상처를 위로해 줄 것인가? 저자의 글이 좋은 해답을 제공해 주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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