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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자논란과 만주논란
수년 전에 비해 현재 한국에서 살고 있는 조선족이 글 쓰는 분들이 늘어나고 있는 추세이며 이는 조선족사회발전과 변화에 좋은 일이다. 따라서 한국은 자유민주주의국가이니 반한국적 내용을 담은 글을 제외하고 어떤 글도 쓸 수 있다(지면이 아닌 사이버공간을 이용하는 것을 뜻함).
하지만 우리 스스로 앉을 자리 설 자리를 봐 가며 글을 쓰는 것이 좋지 않을까? 생각된다.
<정치는 아무나 하나?> 이는 연변대학 김관웅 교수의 발언이고 필자는 이에 공감한다. 다시 말해서 재한조선족은 한국에서 글을 쓰되 조선족의 이익에 관련된 내용이거나 기타 삶의 체험 혹은 그 어떤 분야의 지식을 담은 글을 쓰면 좋겠다는 바람이다. 그렇지 않고 우리 조선족과 아무런 관련이 없이 한국정부거나 언론 나아가서 한국정치에 향해 감 놔라 밤 놔라는 식의 글들은 조금 도에 맞지 않은 것 같다.
왜냐? 조선족은 필경 중국공민이지 한국인이 아니다. 개별적인 조선족이 고국에 대한 ‘우국충정’에서 우러나오는 글이라면 나는 할 말이 없다. 하지만 신분증이 있는 자기 나라에 대한 정치와 언론엔 끽 소리 한마디 못하면서 신분증이 없는 대한민국에 쓴 소리 한다면 스스로 앉을 자리 설 자리 모르는 족속으로 속보이게 될 우려가 있지 않을까? 생각된다. 물론 전제가 하나 있다. 만약 한국에서 석·박사 공부하는 유학생이 한국정치와 언론에 관심 있게 연구하고 그러한 글들을 논문으로 쓴다면 별개의 사항이다.
구체적인 실례를 들어가며 얘기해보자.
한국 언론이 김정일 국방위원장의 방중추측보도를 석 달 열흘 하던 삼년 십 개월 떠들던 우리 조선족과 아무런 관련이 없다. 언론이 신용을 잃어도 한국국민에게 잃는 것이지 결코 우리 조선족한테 해가 되는 것이 전혀 없다는 것이다.
다음 중국경제가 급상승함에 따라 한국 내에서 중국어 배우는 열풍이 불고 있는데 현재 일본어를 제체고 제이 외국어로 자리매김하고 있으며 따라서 오랫동안 찬밥신세였던 한문도 되살아나고 있는 중이다. 그런데 현재 한국의 한문은 여전히 옛날 번체자를 그대로 배우고 쓰고 있다.
한국의 한문은 대략 2천년의 역사를 갖고 있으며 그 과정에서 한문본산지인 중국에 없는 한자와 한자 어휘를 많이 만들어왔다.
예를 들어 한국의 한문에 ‘褓負商’이란 것이 있는데 ‘褓負’는 중국어에 없다. ‘易地思之’란 한국의 한자 어휘는 중국어와 아무런 관련이 없다. ‘野壇法席’ ‘理判事判’은 우리 일상용어로 자리매김 되어 왔으나 중국에서는 단지 불교용어일 뿐이다.
때문에 한국의 한문을 단순하게 중국 것을 베껴 옮겨다 사용한 것으로 인식한다면 큰 오류이다.
현재 한국이 간자체 아닌 번체자를 고집하고 있는 데는 여러 가지 요인이 많다.
전통한문이 번거롭고 복잡하니 간자체를 도입할 것이냐? 아니면 어렵더라도 전통이 오랜 번체자를 고집할 것이냐? 이는 한국교육부와 학계에서 판단하고 결정할 일이지 결코 우리 조선족이 나설 일이 아니라 생각한다. 만약 연변대학 혹은 중앙민족대학의 조선족 권위 교수 분께서 학술적으로 이 문제를 다룬다면 별개의 사항일 것이다.
조선족이 한국한테 간자체를 도입할 것을 주장하는 것이 고국에 대한 ‘우국충정’에서 우러나오는 발상인지? 아니면 자기네들이 번체자를 모르겠으니 이렇게 건의하는 것인지?(한국 분들은 이렇게 여기고 코웃음 짓고 있다.) 모르겠으나 아무튼 나는 자신 있게 말할 수 있다. ‘서울대학 석·박사 유학생을 비롯한 40여 만 명에 이르는 재한조선족이 번체자로 <삼국유사> 원문을 읽을 수 있는 자가 몇이나 될까?’
그다음 요즘 이른바 ‘만주논란’에 대해 한마디 하고 싶다.
지명은 세월의 흐름에 따라 정부행정에 의해 개칭된 사례가 많다. 만약 정부행정의 결정에 의해 법적으로 개칭된 지명이라면 현재 명칭을 존중하는 것이 십분 옳은 일이다.
하지만 외국인의 경우 타국의 어떤 지명은 법적 개칭이 무시되고 그냥 습관적으로 정서적으로 옛날 명칭을 그대로 부르는 사례가 허다하다.
본 글 주제로 되는 ‘만주’를 말하자면 일제 때 우리선조들에게 있어서 만주는 땅을 개간하여 배부르게 먹고 살 수 있는 희망과 독립운동을 활발히 펼칠 수 있는 희망의 땅이었다.
1945년 만주가 해방될 당시 조선인이 무려 210만 명이었으며 지금의 동북삼성과 내몽골일대에서 개간한 땅이 한반도 두 배나 된다. 조국이 광복을 맞자 절반을 넘는 110만 명이 만주를 떠나 고향에 돌아갔고 그들은 다수가 양반가문이 아니면 지식인이었다. 그 땅에 남은 조선인은 다수가 고향에 돌아가면 엉덩이를 붙일 땅이 없고 입에 풀칠하기 힘든 농부들이었다.
고향에 돌아간 110만 명의 조선인이 만주시절에 그 땅에서 애환과 희열을 묻고 살아왔다. 그러므로 만주는 우리선조들에게 있어서 영원히 잊지 못할 역사의 한 폐지로 남아 있다. 그런 고로 해방 후 중국이 만주를 없애고 동복삼성으로 행정적으로 개칭했지만 현재 한국인은 그것을 무시하고 그냥 습관적으로 정서적으로 ‘만주’라 부르고 있다고 보는 것이 마땅할 것이다. 물론 냉전시기 40여 년 동안 중한교류가 막혀 있었던 것도 한 몫을 했다고 보아야 할 것이다. 만약 그렇지 않고 현재 한국인이 그 어떤 정치목적으로 간도나 독도와 같은 차원에서 만주를 여긴다면 그것은 별개의 문제이고, 그렇더라도 극히 소수자들의 소행일 것이고 다수는 그냥 습관적으로 정서적으로 만주라 부르고 있다고 보는 것이 옳지 않을까 생각된다.
그러므로 조선족이 굳이 한국인한테 만주를 없애고 우리와 같이 동북삼성으로 불러주시오 하는 요구는 조금 억지가 아닐까?
10년 전에 중국 코미디 프로에 다음과 같은 내용을 담은 것이 있었다. 중국은 미국의 샌프란시스코를 옛날 황금이 많이 났던 곳이라는 뜻으로 ‘舊金山’이라 부른다. 근데 개혁개방 후 한 중국인이 미국에 다녀왔는데 친구들이 “너 舊金山에 다녀왔는가?” 물으니 그자가 먼 산을 쳐다보며 알아듣지 못하는 척하다가 “아! 그 샌프란시스코 말이지?” 하면서 거들먹거린다. 뜻인즉 ‘舊金山’이라 부르면 매우 촌스럽다는 것이다. 중국은 지금도 샌프란시스코를 영어발음을 따르지 않고 ‘舊金山’이라 부르고 있다. 이것은 중국이 습관적으로 정서적으로 그렇게 불러왔기 때문이다.
‘舊金山’과 ‘만주’는 물론 별개의 사항이지만 내가 말하고 싶은 것은, 만약 중국이 정치 경제 문화 등 모든 면에서 세계 제일로 된다면 그때 가서 한국인이 만주라는 명칭을 촌스럽게 여기고 굳이 우리 조선족의 권유가 없이도 동북삼성이라 자연스레 부르게 되지 않을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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