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정섭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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리욱시비를 찾아서
2011년 05월 02일 00시 58분  조회:1760  추천:63  작성자: 김정섭

리욱시비를 찾아서



 

올해 여름방학에는 유람삼아 연변의 몇개 현시 관광명소들을 돌아볼 타산이였다.

 

얼마전에 도문의 일광산 화엄사, 도문강공원의 정몽호문학비, 량수진의 온성단교를 돌아보고 집에서 휴식하는데 장춘사범대학을 다니는 련옥학생으로부터 두만강문학답사에 동행해줄것을 요청해왔다.

련옥학생은 고중시절부터 글짓기에 남다른 흥취를 가지고 열심히 글을 써왔고 여러차례 상을 받은 문학지망생이였다. 나는 흔쾌히 제자의 요청을 수락하고 어디로 갈것인가를 생각던 끝에 오래전부터 한번 찾아보고 싶었던 중국조선족 시문학의 선구자의 한분인 리욱선생님의 시비가 모셔져 있다는 화룡시 로과촌 호곡령을 찾아 문화산책을 하기로 하고 다음날 떠나기로 약속했다.

다음날(7월17일) 한 아빠트단지에 있는 후배 김선생과 함께 약속한 지점에 도착하여 정각 8시에 우리 일행 3명을 싫은 택시는 화룡시 로과촌 리욱시비를 찾아 떠났다. 룡정과 화룡구간을 40십여분정도 달리면서 차창밖으로 스쳐 지나가는 농촌마을들은 그처럼 정다웠다. 화룡에서 우심산을 지나 소골령밑에 이르면 도로는 두갈래로 갈라지는데 좌측도로는 남평방향이고 우측도로는 숭선방향이였다. 택시는 우측 숭선방향 소골령 굽이굽이를 힘겹게 오르기 시작하였다. 소골령 비포장도로를 달리는 우리들은 창밖으로 바라보이는 신기한 풍경에 취해버렸다. 공기가 맑고 신선할뿐만아니라 울울창창 나무숲이 우거지고 우불구불 아슬아슬하게 한굽이 한굽이를 톺아 오르는데 마치 자연의 원시림을 달리는 상쾌하고 긴장되고 이상한 기분이였다.

문뜩 머리속에 옛시구가 떠오르면서 입속으로 읊어보았다. 《산이 첩첩하고 물이 겹겹하여 길이 없나했더니 굽이를 돌아서니 새 마을이 나타나네.》 과연 선인들이 과찬하던 명시구였다. 가까스로 소골령을 내려서면서 눈앞이 확 트이고 두만강이 가로 막아서고 조선의 산천경개가 한 눈에 안겨왔다.

두만강기슭에 자리잡은 로과촌에 도착한것이다. 그런데 차는 변방부대훈련기지라고 간판이 보이는 건물앞에서 멈추어서야 했다. 한창 도로건설중이라 사처에 흙을 파헤쳤놓았고 차량들이 앞을 막고 있어 건어갈수 없었다. 그참에 슬적 차에서 내려 길옆집에 찾아 들어가서 공손히 인사를 드리고 리욱시비를 찾아가자면 어떻게 가야하는가고 물었더니 집주인은 아주 따뜻하게 대해주면서 상세하게 알려주는것이였다. 남평방향으로 6리쯤 가면 령이 있는데 그 령에서 오른쪽 오솔길로 50-60메터쯤 올라가면 있다는것이다. 너무 감사했다.

길옆집에서 돌아서 나오니 길이 열리였다. 그곳을 재빨리 빠져나와 남평방향으로 달리였다. 울퉁불퉁하고 산처럼 파헤친 흙무지를 에돌아가면서 천천히 가파롭고 위험한 산고개를 향해 달렸다. 도로건설로동자들의 곳곳에 표시해놓은 안내패쪽에 따라 산마루에 도착하니 차는 더는 나갈수 없었다. 차에서 내려 오른쪽을 보니 과연 오솔길이 있었다. 무더운 여름날씨에 땀을 흘리면서 나무숲이 우거진 오솔길을 따라 올라가니 리욱시비가 눈앞에 나타났다. 시비로 올라가는 층계는 풀이 많이 자랐고 참나무가지가 우거져 층계를 가리고 있어 멀리에서는 잘 보이지 않았다. 드디여 리욱시비를 마주하고 묵묵히 인사를 드리면서 시비를 살펴보니 보수가 잘 되지 않아 시비곳곳에 금이가고 기초부분의 벽체가 떨어져있어 마음한구석은 어쩐지 아쉽고 섭섭하였다. 우리는 파손된 콩크리트쪼각들을 바로잡아놓고 시비를 배경으로 기념사진을 남기였다.

리욱시비는 1988년 9월 5일에 정부와 문화지성인들에 의하여 세워졌고 시비정면에 리욱선생님의 시 《할아버지의 마음》 전문을 새겨넣었다. 우리들은 함께 시비에 새겨진 시를 읊어 내려갔다.

할아버지의 마음에 담긴 깊은 뜻을 음미하면서 자리를 찾아 앉아 땀을 들이면서 조선무산시의 전경을 굽어보고 있는데 련옥학생이 선생의 생애와 문학활동을 알고싶다고 물어왔다. 그래서 얼마전에 찾아본 재료를 더듬으면서 강의를 하게 되였다.

리욱(1907.7.25.-1984.2.6) 저명한 조선족시인, 로씨야 연해주 신한촌에서 출생. 1910년 봄 화룡현 로과향 강장동에 이주. 1923년에 룡정 동흥중학교에 입학. 1924년에 《생명의 례물》, 《봄비》를 각기 《간도일보》와 《조선문단》에 발표하여 시적재능을 과시하였다. 30년대말부터 1945년 《8.15》광복까지의 민족문화사의 암흑기에 《척촉화》, 《바위》, 《금붕어》, 《석양》, 《봄꿈》, 《혈흔에 핀 꽃》, 《나의 노래》, 《락엽》, 《5월》, 《별》, 《모아산》 등 대표적인 작품을 발표하였는데 이런 시작들은 모두 일제의 민족말살정책으로 빚어진 참담한 현실을 고발하면서 그 험난한 환경에서도 민족의 얼을 간직하고 자유로운 미래에로 나아가려는 민족에 대한 충정과 념원과 신념을 노래한 작품들이였다.

본문 저자와 련옥학생

이렇게 질서없이 시인에 대한 소개를 마무리하면서 자리에서 일어났다.

련옥학생과 김선생은 이번 걸음에 한차례 문학공부를 하게 되여 기쁘고 조선족 시문학의 개척자이신 리욱선생을 알게 되여 많은것을 배웠다고 거듭 치하, 그러면서도 보수가 잘 되지 않아 볼품없이 된 시비에 대해서는 아쉽고 섭섭한 마음을 감추지 못했다.

거기에 후배로서 이렇게 늦게 찾아온 부끄러운 마음이 내내 우리의 발목을 잡아 죄스러운 생각까지 갈마들어 귀로에 오르는 우리의 발걸음은 무겁기만 하였다.

보기에도 민망스러운 리욱시비 우리의 심정은 착잡하기만 하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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