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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시음병자>> ㅡㅡㅡ김룡운(평론가)
2015년 02월 02일 12시 02분  조회:3898  추천:0  작성자: 죽림



 

시음병자 그의 시적그라프

 
                                                                      김룡운 (평론가)
 
 
 
 
 
1. 김승종 – 그는 누구인가
 
한권의 책을 읽고 난 후이면 그는 도대체 누구인가 하는 물음에 매달리게 되는데 이러한 물음은 책이 주는 감흥의 대소에 따라 순간에 머물을수도 있고 오래 지속될수도 있다.
요즈음 젊은 시인 김승종이 《보리 한알과 등록되잖은 R와 일회용 삶》 이라는 첫시집을 펴냈고 이제 곧 그의 시의 가치를 점검해보는 세미나가 열리게 된다. 지금 필자는 김승종시인한테길다란 물음표를 던져본다. 김승종 너는 도대체 어떤 사람인가.
이 시인을 알아보는 첩경이 아마도 시집의 표지풀이와 시인의 고백, 그리고 시집의 뒤부분을 장식하고 있는 시 《시음병자와 얄미운 시란 놈과 그 잠언(1, 2)》 일것 같다.
우선 시집의 표제를 보면 대단히 아이니컬하고 유머적이고 신선한데 우리 시단에서는 찾아보기 힘든 흡인력이 있고 함축된 표제이다. 《보리》를 곡식으로 보면 그것은 말등에 속하는것으로 《보리》에는 주위환경과의 소외감이나 괴리감으로부터 오는 고독과 불안 내지 대항적에토스가 역설적으로 담겨져 있다. 가령 《보리》를 불교에서의 정각(正覺)을 깨치는 길로 나아가는 《보리》(菩提)로 읽는다면 륙진(六塵)을 떠나 오직 시만을 안고 깨끗하게 마음을 비우고 륙근청정(六根淸淨)하면서 살아가겠다는 정화된 삶이 체현될것이다. 하여튼 남들과는 다른 모습으로 살아보자는 삶의 신조가 명징(明徵)한것만은 사실이다.
《등록되잖은R와 일회용 삶》은 《보리》에 대한 전개나 확산이라고 볼수 있겠다. 《등록되잖은R》일진대 그는 《호적》에서 언녕 버려진 존재, 그 가치를 무시당했거나 확인받지 못한《하찮은》 민초(民草)로서의 인간일것이다. 김승종의 시가 무척 아방가르드적이고 파괴적이며 스트레스가 많은 원인이 주로 그 버려진 존재, 무시당하는 존재로부터 유발되는것이며 시의 원광(圓光)도 거기로부터 비롯되는 것이다.
《일회용 삶》은 유한한 생명을 가치있게 뜻있게 살겠다는 시인의 생명선언으로 들리고 또 고귀한 삶에 대한 역설로도 안겨든다.
시인은 《나오는 말》에서 이렇게 설파한다. 《포지에(Poesie)=시를 탁마하는 길은 나로 하여금 시인이 되기 먼저 인간이 되게끔 늘 건곤(乾坤)이 타일러 주었으며 또 타일러 주고 있습니다.》《시를 쓴다는것은 자기의 생애를 걸고 벼랑길을 걷는 모험이라고 할가, 자기의 피를 빨아 먹으며 자기의 살점을 뜯어 먹으며 자기의 뼈를 갉아 먹으면서 일체를 분쇄하는 길임을 말하고싶습니다.》 시인은 또 자신을 《고행의 길ㅡ시의 길에서 계속 뛰고 뛸 시음병자(詩淫病者)》라고 자칭한다.
시음병자란 곧 시에 미친 사람이다. 사실 진정한 시인이 되자면 미쳐야 한다. 머콜리는 말한다. 《아무도 정신에 이상이 없으면 시인이 될수도 시를 즐길수도 없을것이다.》 김승종은 바로시에 미친 시음병자이기때문에 《자기의 피를 빨아 먹고 자기의 살점을 뜯어 먹으며 자기의 뼈를 갉아 먹으면서 일체를 분쇄하는 길》을 톺아 갈수있고 《살기가 숨이 찬 세상이지만 빈 항아리에 꽃꿈을 가득가득 채우》는 작업을 힘차게 할수 있는것이며 《그림자와 어둠이 때묻지 않은 찬란한 새벽을 찾》아 흔들림없이 전진할수 있는것이다.
《나오는 말》에서 삶의 신조를 피력했다면 《시음병자와 얄미운 시란 놈과 그 잠언》(1)과(2)에서는 미학주장을 극명(極明)하게 추켜들고 있다.
《시란 물리적변화보다 화학적반응의 가치조합이며 고독의 산물이며 신토불이(身土不二)이며 ∙∙∙훌륭히 잘못 말하기이며 완강한 부정이며 잘못의 가장 매력적인 꽃입니다.》
김승종의 시적주장중에서 특히 주목되는것은《화학반응의 가치조합》,《훌륭히 잘못 말하기》,《완강한 부정》,《잘못의 가장 매력적인 꽃》이다. 김승종시의 애매성과 모호성, 난해성은 바로 상술한 미학주장에서 비롯된것이다. 시인은 의식적이든 무의식적이든 뉴크리티시즘–반실증주의에 치우치고 있으며 주의(主意)와 매체사이의 동질성에 바탕을 둔 장식적은유보다 충돌과 상반에 구조를 세운 현대시의 기능적은유에 쏠리며 역설의 론리를 내세운다. 본디 현대시는 심상들의 결탁이 아니라 결투에 의해 불꽃이 생기는것이다.
역설과 유기체설에 바탕을 둔 김승종의 미학주장은 어쩔수 없이 모험을 동반하고 기존질서를 파괴하는 《위험》한 길로 나아가게 되며 이 경우 부득불 또 《예술의 방탕아》, 《전통의 반역자》가 되지 않으면 아니 된다.
아래에 보리 한알로서의 김승종, 등록되잖은 R로서의 김승종, 일회용 삶으로서의 김승종, 시음병자로서의 김승종의 시적그라프를 간단히 살펴보기로 한다.
 
2. 파괴와 재축의 그라프
 
김승종은 자기의 시를 《만인에게 부치는 청승맞을 락서장》(《시음병자와 얄미운 시란놈과 그 잠언(1)》)이라고 하면서 마음껏 《락서》를 한다. 그 락서는 용기를 앞세우고 리념과 아집의 패각(貝殼)을 마스고 용감히 반란하는것으로 표현된다.
그는 우선 구조상에서 재래의 시틀을 마스고 자기 나름대로 새로운 표현방식을 재축(再築)한다. 유표한것은 음운이거나 문장부호, 수자, 도형들까지 시어의 대렬에 들어서며 그것들이 당당히 기표(記標)나 기의(記意)로 되여 의미를 창출한다는것이다.
이렇게 시어의 대렬에 들어선 음운이거나 문장부호, 수자, 도형들은 상당한 함축력을 가지면서 애매성과 모호성, 난해성의 외의를 걸치게 된다.
 

 
등장인물 : ㄴ, ㄴ
시간 : 유명(幽明)
지점 : □
 

 
ㄴ  : ∙∙∙∙∙∙
ㄴ : 뒤로 넘어졌다
참 아프다
ㄴ  : ~ ~ ~ ~
ㄴ : 으흐흥∙∙∙
 

 
유명 두쪼각
ㄴ, ㄴ한테
빨강이 빨강이
잘도 타 죽는다
          -《찬란한 대화∙27》전문
 
얼핏 보건대 대단히 황당하여 말그대로 한심한 《락서》같이 보이지만 조금만 품을 들여 해독하면 난해의 안개가 가셔지고 시의 몸뚱이가 우렷이 드러난다.
《ㄴ》를 남자라는 《남》자에서 ㄴ를 따온것이고 ㄴ를 녀자라는 녀자에서 ㄴ를 따오고 거기다 녀자임을 분명히 밝혀주기 위해 동그라미를 더 씌웠다고 생각해보면 짧은 드라마를 련상케 하는 이 시에서 시적주인공이 어떤 남자와 어떤 녀자라는것이 드러난다. 시간을 나타내는 유명(幽明)의 본뜻은 어두움과 밝음이지만 《유》를 음(陰)으로 상징되는 녀자로 《명》을 양(陽)으로 상징되는 남자라고 생각하면 시간속에도 남녀가 함께 용해되여 있어 무척이나 재미있다. 《□》는 그 어떤 가상적인 공간이라고 할수 있다. 이렇게 보면 이 부호투성이의 시는 남녀사랑의 극치를 썼다는것을 알수 있다. 이 시에서 남자는 수동적이여서 그 행위란 다만 침묵을 나타내는 생략부호《∙∙∙ ∙∙∙》와 흥분상태를 지시하는 물결표 《~ ~ ~ ~》밖에 없다. 남자가 녀자한테당한다. 남자는 다만 녀자의 몸에 익어서 《빨강이 빨강이》 타죽을뿐이다. 어찌보면 이것은 대남자주의의 파산도 곁들려고 했는지도 모른다.
《우문우답》은 순 수자로 만들어진 괴상한 시다. 표제 자체부터 조소, 유머와 풍자가 내비치고 있다. 표제는 어리석은 물음(愚問)에는 어리석은 답(愚答)을 주어야 하느니라의 뜻으로서진리를 직시하는 자의 랭소어린 훈계라고 볼수 있다.
 
3+8=11
3-8=-5
3×8=24
3÷8=0.375

38-
《×》(그름)
 
3+8=1
3-8=1
3×8=1
3÷8=1

38-
《0》(옳음)
 
참, 내탓!
-《우문우답(12)》전문
 
19세기 프랑스 상징파의 거두시인의 하나이며 반역정신으로 충일(充溢)된 시만을 주로 써왔던 랭보는 이렇게 말한바 있다.
《시인은 모든 감각들을 막대히, 오래, 신중하게, 대폭 교란시킴으로써 자신을 환상가로 만든다.》
《우문우답(12)》은 수자들의 요란스런 장난으로 정상적인 사유를 대폭 교란시킴으로써 기존시의 표현방식에 반기를 든다. 첫련은 분명히 진리를 말했음에도 불구하고 틀렸다고 가위다리표(×)를 치고 두번째련은 확실히 황당함에도 불구하고 옳다고 동그라미표(0)를 쳐준다. 세번째련의 《참, 내탓!》이라는 반어는 뒤죽박죽이 된 시비가름에 대해 던지는 시적화자의 분격이고 쓰거운 랭소이다.
김승종시인은 남들과 다른 구조를 짜보려고 무척이나 애를 쓰는것 같다. 수자로 된 이런 《장난》기 어린 시도 과연 시호적에 넣을수 있겠는가. 필자의 대답은 《있다!》이다. 모호성과 애매성도 그로서의 음미의 가치가 따로 있기때문이다. 그러나 순 수자나 부호로 만드는것과 같은 시들은 널리 추광할바는 못되고 실험용으로 가끔씩 써보는것은 무방하다는 생각이다. 그리고 이시에서 원래는 더 《교란》시키고 더 《장난》질을 할수도 있었겠는데 시인은 그만 지쳐버렸던지 아니면 참지 못하였던지 진술한테 기대이고 말았다. 《×》를 쳤으면 《그름》이란 설명은필요없는것이고 《0》를 쳤으면 《옳다》는 설명은 필요없는데 혹처럼 《그름》과 《옳음》을 가첨하여 놓았다.
《새벽 한자락》역시 형식미의 탐구가 력력히 보이는 시다.
시인은 곧은 지팽이를 핍진하게 형상화하기 위해 한글자를 한행으로 하나의 종선-지팽이를 세워놓는다. 지팽이는 그 어떤 목적이나 기대, 욕구나 희망일수도 있고 더 추상적으로 말하면 인생행로라고도 할수 있다. 왜냐하면 지팽이는 길과 련계되여 있기때문이다. 아무튼 지금 개미 한마리가 우로 기여 오른다. 그 어떤 목표를 위해 가파른 인생길을 열심히 열심히 톺아 오른다. 우리는 개미를 주어진 삶을 숙명으로 받아들이고 부지런히 인생을 영위해가는 민초의 형상이라고 볼수 있다.
 
개미 한마리가
지팽이끝으로 향해 기여오른다.
 










교의 (交椅)는 없다
-《새벽 한자락》일부
 
그러나 간신히 오르고 보니 자기가 앉을 자리가 없다. 희망은 무산되고 목적은 궤멸된다. 개미는 각성한다. 각성한 개미는 《새벽 한자락》을 주어가지고 도로 지팽이에서 뛰여 내린다.
시인은 허영과 라태가 아니라 분투와 각고를 통해서 얻은것만이 값진 삶이고 의의있는 삶임을 시사해주고 있다. 《새벽 한자락》이야말로 아름답고도 싱싱한 미래다. 시인은 오를 때의 동작과 마찬가지로 내릴 때의 속도와 동작을 핍진하게 보여 주기 위해 시 마지막에도 한글자를 한행으로 처리하고 있으며 떨어짐의 련속성을 암시하기 위해 점 세개를 찍어놓고 있다. 그 점도 시에 기호로 들어온 이상 기표와 기의를 갖는다고 보아야 할것이다.
이외도 김승종의 시에는 기성표현방식을 허물고 나름대로의 새로운 시틀을 재축하려고 꾀한 시들이 적지 않다. 김승종시인은 자신에게만 속하는 특유의 틀을 만들었지만 틀이 새로운데반해 그안에 든 물건은 그리 풍부하지 못해 퍼그나 유감을 주는것 같다.
 
3. 풍자와 유머그라프
 
김승종의 시에 사랑시, 풍물시, 애향시, 민족우환시 등도 없는것은 아니지만 강렬한 비판을 기저에 깔고있는 풍자, 유머의 스찔이 주조(主潮)를 이룬다. 글머리에서 잠간 살펴봤지만 그의미학주장이 바로 《훌륭히 잘못 말하기이며 완강한 부정이며 잘못의 가장 매력적인 꽃》일진대 이러한 시인의 가슴에서 만들어지는 시가 어찌 부드럽고 잔잔하고 공순하고 착할수가 있겠는가. 노하고 비웃고 울부짖는것은 너무나 당연한 일이라 하겠다. 하물며 《뒤틀린 성미가 현대문학의 시신(詩神)》임에랴. 김승종은 인간의 실재와 부재사이를 오가는 중에 어둠과 밝음에 회의를 품고 공허와 고독을 체험하기도 하고 등록되지 않은 삶에 고통과 분개를 풀기도 하며 거기로부터 패라독소가 흘러나오고 종당엔 시의 불꽃으로 튕겨나와 풍자와 유머로 시를 빚어 《빈 항아리에 꽃꿈을 가득가득》채운다.
김승종이 다루고있는 풍자와 유머는 침울하고 고통스런 내향적인 분위기보다도 통쾌하고 우락부락하고 외향적인 기분이 다분하다. 먼저 부제가 《슬픔의 저목장(2)》이라고 달린 《모두들 안녕하시우》를 보기로 하자. 이 시는 람벌로 인한 삼림의 파괴, 록색생명의 훼멸을 폭로비판한 시다. 시인의 눈길은 저목장에 와서 머문다. 시에 의인화하여 등장하는 버빡골 할배, 수영재골 할배, 다랑골 할매, 상공당 할매… 등등은 조난당한 나무들의 추상화된 이름이다. 람벌로 삼림은 심하게 황페화되였지만 저목장은 풍요로운 공동묘지로 된다. 시인은 이런 살풍경을 보고 서러워할 대신 능청스럽게 《모두들 안녕하시우》라고 너스레를 떨며 인사수작을 한다. 그러나 대답이 없다.
 
모두들 안녕하시우
 
침묵
침묵
침묵
침묵

저목장
슬픔의 저목장
그곳은 공동묘지였소
-으핫핫…
-으힛힛…
그리워지는 《록색교향곡》이여

모두들 안녕하시우
-《모두들 안녕하시우》의 일부
무수한 《시체》들을 앞에 놓고 부르고 웨치는 애절한 초혼이요, 장중한 추도곡이요, 강렬한 분노의 절규다. 죽어가는 자연앞에서 록색교향곡을 사뭇 그리는 모든 사람들이 함께 부르고웨치는 초혼이요, 추도곡이요, 절규다. 초혼과 장송곡과 질타를 일축하여 아닌 보살하고 능청스럽게 《모두들 안녕하시우》라고 위트적인 인사를 하는 여기에 이 시의 묘미가 있다. 《모두들안녕하시우》를 더 실감나게 살펴주는것이 《-으핫핫》《-으힛힛》이라는 웃음소리다. 이 웃음소리가 있음으로 하여 풍자가 더 풍자다워지고 유머가 더 유머답게 되였다. 여섯번씩이나 반복되는 《모두들 안녕하시우》는 이 시에 커다란 에너지를 불어넣고 있다.
《<좋겠스꾸마>의 영탄조(1)》은 모두들 떠나버리고 텅 비여버린 농촌의 피폐상을 풍자비판한 시다.
 
《좋겠스꾸마》고향은-
      반디불과
           모기떼와
                하루살이와
         핫-
넋 잃고 굼닐어서…
 
《좋겠스꾸마》고향은-
       호접은
          꿀벌은
              해빛은
          핫-
삭막하고 정(情) 휘발돼…
 
《좋겠스꾸마》고향은-
            나리꽃들이
                 들깨꽃들이
                     달맞이꽃들이
                핫-
꾸겨진 령혼으로 떠나버려…
 
《참, 좋겠스꾸마》고향은!…
 
시골풍경을 시골풍경답게 만들어주던 아름답고 풍요로운 모든것들-호접, 꿀벌, 해빛 그리고 각가지 꽃이 모두 떠나버렸기에 시골은 삭막하고 피폐하고 남은것이란 반디불과 모기와 하루살이들뿐이다. 하지만 시적주인공은 이 모든것을 모르는척 하면서 한켠에 비켜서서 《참, 좋겠스꾸마》라고 익살조의 인사를 던진다. 《모두들 안녕하시우》가 《모두들 얼마나 괴롭겠수》라고 되는것처럼 여기서 《참,  좋겠스꾸마》는 《참, 괴롭겠스꾸마》의 패라독스로 된다. 《핫》하는 기막힌 웃음소리는 역시 한심한 시골정경에 대한 한탄의 소리로 울린다.
《좋다》타령은 21행으로 된 시인데 행마다 《좋다》로 끝난다. 여기서 몇행만 간추려보기로 한다.
 
① 붉은 《+》집에서도 도살장 돼 좋다.
② 《OK》에도 근드리 웃음 팔아 좋다.
③ 명작들이 거미줄에 생포로 돼 얼씨구 좋다.
④ 《아이들을 구하라!》좋다.
 
시인은 이 세상의 모든 나쁜 현상들을 일일이 라렬시켜 놓고는 뒤에다 좋다는 딱지를 붙힌다. 결국은 《나쁘다》는것의 반의어이다. 모든 행이 반어적표현으로 된 이 시에서 다만 진즉진(眞卽眞)으로 된것은 《<아이들을 구하라!>좋다》뿐이다. 시인의 의도는 명백하다. 구겨지고 녹쓸고 곰팽이 낀 일체 페단을 조속히 없애버려야만 아름다운 미래가 있다는것이다. 아이들은 곧 미래가 아닌가.
이외 시인 김승종은 지루할 정도의 반복법으로 여러 편의 시들에서 풍자와 유머의 효과를 거두기도 한다. 이를테면
 
적색의 쥐들이다.
등색의 쥐들이다.
황색의 쥐들이다.
록색의 쥐들이다.
청색의 쥐들이다.
남색의 쥐들이다.
자색의 쥐들이다.

-《력사, 쥐, 그리고…》의 일부
 
우에서도 잠간 나왔지만 김승종은 또 그 특유의 감탄사 《으핫핫》, 《으힛힛》, 《아아아》,《오오오》,《히히히》,《핫》,《후유》등으로 유독 그만이 창출할수 있는 유머나 풍자를 만들며 또 기지나 위트적인 언어로 특색이 있는 풍자나 유머를 만들기도 한다.
 
없어도 없는체 아니하다
있어도 있는체 아니하다
알아도 아는체 아니하다
몰라도 모르는체 아니하다
-《<7천만>영탄조》의 일부
 
오해 아닌 최대의 최대의 오해 아니다
시비 아닌 최대의 최대의 시비 아니다.
       -《봄우뢰, 골짜기 및 메우기》일부
 
이런 언어유희기법은 우리 시단에서 그리 흔치 않은줄로 안다. 언어유희는 단지 수단으로 될 때는 그저 장난에 그치고 말지만 그것이 목적으로 씌일 때는 커다란 파워를 발휘한다. 생각컨대 김승종의 유희는 수단으로서가 아니라 목적으로 사용된것 같다.
 
4. 남기는 
 
여기까지 내려오면서 우리는 《시음병자》로서의 인간 김승종시인과 그의 미학관과 그의 시가 그리고있는 《파괴와 재축의 그라프》, 《풍자와 유머그라프》를 간추려 보았다. 모두어말하면 그는 개성이 있는 시인이며 재능이 있는 시인이다. 그는 삶을 투철하게 꿰뚫어볼줄 알며 비교적 열린 시각으로 세상을 내다본다.
그는 아방가르드적인 기질로 모든것을 뜯어고치려고 한다. 그의 시는 절반쯤은 모더니즘 내지 쉐르알리즘에 치우친다. 최룡관시인은 《보리 한알과 등록되잖은 R와 일회용 삶》의 발문에서 김승종을 일컬어 《한국의 이상시인을 떠올리는 그런 스찔이 매우 다분하다》고 말했는데 필자도 수긍이 간다. 그러나 아직 명실공한 현대파시인으로 되자면 거리가 멀다. 현재의 시점에서 볼 때 그의 시는 리얼리즘과 모더니즘의 융합상태에 있다. 물론 우세는 모더니즘이다. 그의 시에는 제대로 씌여지지 못한 리얼리즘시들도 적지 않다. 필자는 결코 리얼리즘시를 배제하지 않는다. 잘된것이라면 무슨 시도 좋다. 김승종의 시들중에서 《하얀 넋》,《시골운동장에서》,《입에 대한 생각》,《나는 하얀 두만강물새》등 거의 20여수를 헤아리는 시들은 잘되지 못한 리얼리즘시들이다. 이런 시들은 장식적은유에 머무르고 있을뿐 기능적은유에 이르지 못하고 있다.
특히 《입에 대한 생각》은 아무런 감명도 주지 못한다. 설명식 산문을 시행으로 갈라놓은것 같은 느낌을 준다. 이 시가 이렇게 된데는 서로 밀고 당기고 역동적인 힘들의 힘겨운 결투와 화합이 없고 표면 장력이 미약하기때문이다.
김승종시인의 시들은 또 시원한 스트레스로서는 훌륭하나 삶의 근원적인 모습과 인간의 본연을 파헤치는데서는 손색이 보이며 로맨틱한 필치는 능란하나 장중미가 결여한듯 싶다. 그 원인은 주로 우리 허다한 시인들이 공동으로 안고있는 병집인 철학적사고의 옅음에 있는것 같다. 코울리지는 《신오한 철학자가 아니면서 위대한 시인이 된 사람은 아직까지 아무도 없다》고 했는데 이것은 문학가에게 있어서 철학이 얼마나 중요한가 하는것을 단적으로 시사해주고 있다. 금후 이면에서 더 각고하길 희망한다.
이러나 저러나간에 김승종시인은 현대파의 기치를 높이 추켜든 우리 시단에서 보기 드문 《시의 반역자》중의 한사람이다. 순리(順理)보다도 역리(逆理)속에서 새로운 무엇을 탐구하려는 시인이 많이 나올수록 우리 시단은 번창할것이고 우리 시의 래일도 창창할것이다.
김승종시인이 금후 가파로운 시의 벼랑길을 톺아가는 와중에 더욱 알찬 시들을 만들면서 자신의 시의 그라프를 더욱 멋지게 그리리라는것을 믿어의심치 않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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