http://www.zoglo.net/blog/kim631217sjz 블로그홈 | 로그인
시지기-죽림
<< 9월 2024 >>
1234567
891011121314
15161718192021
22232425262728
2930     

방문자

조글로카테고리 : 블로그문서카테고리 -> 문학

나의카테고리 : 文人 지구촌

...계속 2
2015년 02월 18일 18시 00분  조회:3926  추천:0  작성자: 죽림

나, 문덕수 시에 나타난 디지털적 요소

 

 

빨간 저녁놀이 반쯤 담긴

유리컵 세 개.

횅하니 열린 문으로는

바람처럼 들어닥칠 듯이 차들이

힐끗힐끗 지나간다.

세 유리컵

그 세 지점을 이으면 삼각형이 되는

그 속에 재떨이는 오롯이 앉아 있었다.

열린 문으로는

서 있는 한 사나이,

길 건너 어느 고층으로 뛰어오를 듯이

서 있는 그 신사의 등이 실은

유리컵을 노려보고 있었다.

세 유리컵

그 세 지점을 그으면 삼각형이 되는

그 금 밖으로 밀려나

금박金箔의 청자 담배와 육각형성냥갑이 앉아 있고

그 틈새에 조그만 라이터가

발딱발딱 숨을 쉬고 있었다.

------문덕수 「탁자를 중심으로 한 풍경」 전문

 

 

문덕수의「탁자를 중심으로 한 풍경」에서도 디지털의 특성을 찾아낼 수 있다. 그 단서는 “빨간 저녁놀이 반쯤 담긴/유리컵 세 개.”와 “열린 문으로는/서 있는 한 사나이, /길 건너 어느 고층으로 뛰어오를 듯이/서 있는 그 신사의 등이 실은/유리컵을 노려보고 있었다.”에서 발견된다. 이 장면은 어떤 의미에 감염되지 않은 탈-관념의 영상언어로 구성되어 있기 때문이다. 따라서 이 시가 표현하고자 하는 것은 시인의 의식이 만들어낸 가상현실이라는 것이 확인된다. 그리고 이 시를 구성하는 언어의 최소 단위들 “빨간 저녁 놀, 재떨이, 유리컵 세 개, 라이터 ,청자 담배. 육각형 성냥갑, 한 사나이 등”은 분리와 합성이 가능한 집합적 결합이라는 것. 그리고 독자적 기능을 가진 교환 가능한 구성 요소(모듈)로 변화될 수 있다는 것을 알게 된다. 그것은 재떨이를 물주전자로, 라이터를 핸드폰으로, 유리컵을 사기 찻잔으로, 청자 담배를 신문지로 변경시키고, 사나이를 20대 젊은 아가씨로 바꾸어도 시의 성립에 영향이 없다는 것을 의미한다. 그 이유는 이 시에 등장하는 소재에는 어떤 관념도 없기 때문이다. 그래서 이 시의 가상현실은 순수한 이미지로 이루어진 생동하는 사물성의 공간이 되고, 독자들의 상상과 의미 붙이기가 무한정 허용되는 세계로 확대된다. 그러나 이 시는 이상(李箱)의「오감도(烏瞰圖)」시제1호(詩第一號)보다 독자의 상상이 들어갈 수 있는 공간이 넓지 않다. 그 까닭은 이 시는 현실세계에서 직접적으로 샘플링(sampling 견본추출)된 세계이기 때문이다.

디지털 세계의 자료들은 아날로그에서 샘플링 된 자료다. 샘플링의 방법은 1차적인 방법과 2차적인 방법으로 구분된다. 1차적인 방법은 직접 현실세계를 사진 찍듯이 하는 샘플링 방법이고 2차적인 방법은 추상적인 상상을 통해서 샘플링 하는 방법이다. 이 때 1차적 방법은 독자가 들어갈 시적공간은 제한되지만 현실과 현장이라는 생명의 감각에 더 접근되어 있어서 정서의 표현이 살아난다. 이에 비해서 2차적인 방법은 추상적인 상상의 공간을 무한대로 펼치면서 새로운 감각의 세계를 열어놓아서 독자가 들어 갈 수 있는 시적 공간은 무한히 넓어질 수 있다. 그러나 현실과 동떨어진 추상성의 세계는 현실적인 생명감각에서 멀어지고 그것이 만들어내는 가상현실의 조작성이 쉽게 드러난다. 따라서 시의 정서도 조작된 정서가 된다. 문덕수의 「탁자를 중심으로 한 풍경」은 1차적 방법에 해당하는 시이고, 이상(李箱)의「오감도(烏瞰圖)」시제1호(詩第一號)는 2차적 방법에 해당되는 시라고 판단된다.

 

4. 디지털 시의 성립과 조건

 

 

가. 디지털 시의 개념과 근거

 

디지털(digital)의 특성과 디지털 시대의 감각에 호응하려는 시운동을 디지털리즘이라고 이름붙이기를 해 본다.(2003년 「디지털리즘」1집에서 오진현 시인이 디지털리즘 선언을 함) 그리고 이를 넘어서서 디지털적인 시각, 사유, 지각, 감성, 정서, 언어 등을 망라하여 그것을 현대시에 흡수하여 언어표현의 방법으로 활용하고, 새로운 상상(시각)과 감각과 감성과 사유의 영역을 열어 보이는 시를 <디지털+시> 즉 디지털 시라고 개념정의를 한다.

그런데 디지털 시의 성립에서 짚고 넘어야 할 문제는 디지털의 특성과 시가 결합할 때, 디지털 시는 기성의 시와 어떤 차별성을 갖느냐 하는 것이다. 그것은 디지털 시의 성립에 중요한 요소가 된다. 아날로그 시(디지털 시에 대응하는 시로 기성의 시를 의미함)나 디지털 시나 공통적인 것은 시의 현실은 현실자체가 아니고 샘프링(sampling 견본추출)된 현실이라는 것이다. 그래서 시는 원래, 현실 그 자체에서 벗어난 가상현실이라고 할 수 있다. 이렇게 볼 때, 샘플링이나 가상현실은 디지털 시만의 특성이 될 수 없다. 따라서 디지털 시의 특성은 기성의 시와는 다른 표현방법에서 찾게 된다.

그래서 디지털 시는 탈-관념을 기본조건으로 하는 분리와 합성이 가능한 언어단위들(unit)에 근거(根據)를 두게 된다. “탈-관념은 글자 그대로 관념에서 벗어난다는 뜻이다. 관념에서 벗어난다는 것은 “대상의 의미”에서 벗어난다는 것이다. 이는 대상에 대한 지각(知覺)을 감지와 인식(의미형성 이전의 의식의 분별작용)의 단계에서 멈춘다는 것을 의미한다. 그것은 대상에 대한 표현에서 대상에 대한 어떤 감정이나 판단을 전혀 드러내지 않는다는 것. 즉 감정, 판단, 배경의미의 유보를 뜻한다. 그것은 지각(知覺)을 사고(思考) 이전의 단계로 내려서 순수인지(純粹認知)의 세계로 낮추는 것이다. 이 때 대상은 그가 태어날 때의 상태로(원래의 상태)돌아 가게 되고 그것을 인식하는 인식주체들은 대상과 새로운 관계 맺기를 하게 되는 것이다. 따라서 탈-관념에서는 꽃은 식물학적인 꽃으로, 길은 도로의 의미로, 숲이나 나무도 자연 그대로의 숲이나 나무로 인식되고 표시된다. 여기에 관념의 표현 방식들 -상징, 암시, 풍자 등-은 발붙일 수가 없다. 이렇게 사물에 붙어있는 의미가 다 벗겨져서 의미(관념)의 제로 포인트로 돌아가면 어떤 의식현상이 생길까. 그런 상태에서 시인들은 무엇을 표현해 낼 수 있을까. 하는 것은 새로운 문제로 떠오른다. 그것은 시인들이 원시상태의 인간으로 돌아가서 사물을 접촉하는 것과 같다.“ (심상운 「탈관념 시에 대한 이해」2006, 8 월간 <시문학>)

...

[필수입력]  닉네임

[필수입력]  인증코드  왼쪽 박스안에 표시된 수자를 정확히 입력하세요.

Total : 2283
번호 제목 날자 추천 조회
1603 詩人은 풀잎같은 존재이다... 2016-10-01 0 4196
1602 詩는 늘 등뒤에서 울고지고... 2016-10-01 0 4138
1601 詩속에는 시작과 시간이 흐른다... 2016-10-01 0 3553
1600 詩는 피해자와 비피해자의 그림자 2016-10-01 0 3877
1599 詩는 "어떤 음계에서"의 암시투성이다... 2016-10-01 0 4390
1598 80년대이래 중국 詩歌 관련하여 2016-10-01 0 3645
1597 연변이 낳은 걸출한 서정시인 ㅡ 윤동주 2016-09-30 0 4207
1596 나는 사람이 아니고 개다... 2016-09-29 0 4001
1595 중국 조선족 시인 시묶음 2016-08-25 0 5783
1594 詩리론은 쉬운것, 아리송한것, 어려운것들의 따위... 2016-08-24 0 4438
1593 詩창작은 곧 "자기표현"이다... 2016-08-24 0 4515
1592 詩는 "어떤 음계에서"의 암시투성이다... 2016-08-22 0 4129
1591 詩적 장치속에 상징이라는 눔이 있다는것... 2016-08-22 0 4077
1590 詩는 <<그저 그런...>>것, 젠장칠,ㅡ ... 2016-08-22 0 4091
1589 정지용 시인과 향수 2016-08-18 0 3830
1588 詩作을 할때 위장술(아이러니)을 변덕스럽게 사용하라... 2016-08-18 0 4367
1587 詩作할때 <<...것들>>로 잘 장식하라... 2016-08-17 0 4228
1586 詩作을 할때 살아있는 은유를 포획하라... 2016-08-16 0 4604
1585 詩人은 새로운 언어를 창조하는 련금사... 2016-08-12 0 4762
1584 詩作을 할때 죽은 비유를 멀리하고 배척하라... 2016-08-11 0 4229
1583 詩作에서 어려운 리론은 잊어버리고 새로운 싹을 티우라... 2016-08-10 0 4576
1582 인습적인것들을 사용하면 좋은 詩가 될수 없다... 2016-08-09 0 4526
1581 좋은 詩들을 많이 읽고, 詩를 쓰고 싶은대로 쓰라... 2016-08-08 0 4218
1580 83세의 한국 아동문학가 - 신현득 童心에 살다... 2016-08-04 0 4101
1579 복습, 예습하는 詩공부하기... 2016-08-04 0 4030
1578 밤중에만 詩공부하는 눔이라구라... 2016-08-04 0 3956
1577 재다시 현대시 공부하기... 2016-08-04 0 4334
1576 다시 詩공부합니다... 2016-08-04 0 3887
1575 詩作하는데는 시험도 숙제도 없다... 2016-08-04 0 3944
1574 詩에서 작은 이미지 하나로 시전체분위기를 만들라... 2016-08-04 0 4136
1573 詩人은 이미지에게 일을 시킬줄 알아야... 2016-08-02 0 3823
1572 詩人의 상상력에 의해 그려진 언어의 그림 곧 이미지이다... 2016-08-01 0 4248
1571 詩는 말하는 그림, 그림은 말없는 詩... 2016-08-01 0 3939
1570 검정 망아지가 큰 검정 馬(말)인 韓春을 그리다... 2016-07-30 0 3893
1569 한국 현대시 100년을 빛낸 시집 5권 2016-07-29 1 4935
1568 한국문학 100년을 빛낸 기념비적 작품들 2016-07-29 0 3926
1567 한국 현대시 100년을 돌아보다... 2016-07-29 0 5951
1566 중국 현대시의 일단면/李陸史 2016-07-29 0 4626
1565 한국 시인 중국 기행 시모음/중국 현대시 개요 2016-07-29 0 4696
1564 詩의 생명이며 극치는 곧 이미지이다... 2016-07-29 0 3647
‹처음  이전 13 14 15 16 17 18 19 20 21 22 23 다음  맨뒤›
조글로홈 | 미디어 | 포럼 | CEO비즈 | 쉼터 | 문학 | 사이버박물관 | 광고문의
[조글로•潮歌网]조선족네트워크교류협회•조선족사이버박물관• 深圳潮歌网信息技术有限公司
网站:www.zoglo.net 电子邮件:zoglo718@sohu.com 公众号: zoglo_net
[粤ICP备2023080415号]
Copyright C 2005-2023 All Rights Reserved.