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6강] 이미지의 종류.1
강사/김영천
반갑습니다
갈수록 강의가 좀 어렵다고 생각하실 수 있습니다.
사실 학문은 어떤 과목이라도 어려울 수 밖에 없습니다.
그러나 반복해서 듣고 다음에 또 듣고, 어디선가 같은 이야기를
만나면 그래도 반갑고 알 것 같은 것이랍니다.
시험도 없고, 숙제도 없으니 부담 갖지 마시고 어려운 곳은
그냥 넘어갔다가 표시해 둔 후 언젠가 여유있는 시간에 다시
와서 읽어보시기 바랍니다. 아마 그러면 또 곧 이해가 가실
것입니다.
수업에 들어가기 전에 한 가지 노파심에서 말씀드리는데요.
오늘부터 강의하는 이미지의 분석까지는 꼭 알아야하진 않습
니다. 이미지가 무엇인지 알면 되지요.
다만 시 속에서 어떻게 이미지를 살릴까 더 연구하시고 싶은
분이 계실 것 같아서 자세히 합니다만 지금 사용하는 교제가
다 대학교나 대학원의 강의에 쓰이는 것입니다.
여러분께서는 지금 대학교나 대학원 국문과의 강의에 버금가는
공부를 하신다는 자부심을 가지시고, 도중에 포기하지
마시고 열심히 하십시오.
다음엔 이미지만큼 중요한 비유(직유, 은유 등), 상징, 아이
러니 등 정말 중요한 부분이 남았고요. 제목 붙이는 방법도
공부할 것입니다. 시를 쓰면서 제목 정하기가 얼마나 힘드는
지 모릅니다. 우리 함께 열심히 하십시다.
그럼 강의에 들어가겠습니다.
이미지는 그 것을 보는 관점에 따라 여러 종류로 나누어 볼 수
있습니다. 그런만큼 학자들에 따라서 분류하는 방법도 다른데요.
우선 이미지(언어)가 환기하는 범위와 작용에 따라 분류하는
경원대학교 이영섭교수에 의하면
1)심리적 이미지
2)비유적 이미지
3)상징적 이미지로 나누고 있으며
홍윤기씨는
1)시각적 이미지
2)청각적 이미지
3)촉각적 이미지
4)운동적 이미지 로 분류하고 있읍니다.
최동호 교수는
1)지각적 이미저리
2)비유적 이미저리
3)상징적 이미저리로
조태일님은
1)정신적 이미지
2)비유적 이미지
3)상징적 이미지 로 나누고 있습니다.
우리는 여기에서 조태일님의 분류를 중심으로 다루어
나가면서 다른 분들의 의견은 필요시마다 참고로 하겠습
니다.
또한 정신적 이미지는 지각적 이미지나 심리적 이미지와
같은 의미로 볼 때 홍윤기씨의 분류외에는 모두 한 맥락이며
그 부르는 이름만 다른 것을 알 수 있습니다.
또 홍윤기씨의 분류는 정신적 이미지를 세분한 목록임을 알
수 있을 것입니다.
1)정신적(지각적,심리적)이미지
정신적 이미지는 대상에 대하여 감각적 체험의 재생을 그
목적으로 하는 것이기에 대상을 얼마만큼 효과적으로 느끼
게 해주느냐에 초점이 맞추어집니다.
지금까지 우리 주변에서 이미지를 논할 때 가장 많이 거론
되는 것이 정신적 이미지인데 이를 다시 세분하면 시각적
이미지(명암, 선명도, 색체, 동작 등)와 청각적이미지,
후각적이미지(향기, 악취 등), 미각적이미지, 촉각적이미지
(열기, 냉기,감촉 등), 등으로 나눌 수 있으며, 이 다섯 가지
감각은 우리 들의 감각을 대표하는 오감으로서 정신적이미지
를 만들어 내는데 원천이 됩니다. 이 밖에도 학자에따라서
감관적(신체조직기능-심장박동,혈압,호흡,소화등의 인식,
근육운동-근육의 긴장과 이완), 역동적(운동적), 공감각적
이미지 등으로 세분하기도 합니다.
예를 들어가면서 공부를 하면 쉽게 알아보실 수 있습니다.
조병화님의 <겨울 달> 전문입니다.
구름 한 점 없는
먼 하늘에 둥근 사발물이 꽁꽁
얼어 붙어 있다
하얗게
위의 시는 겨울의 맑디 맑은 밤 하늘에 걸려 있는 '달'을
꽁꽁 얼어붙어 있는 '둥근 사발물'에 비유함으로써 우리의
시각을 자극시켜서 생생한 시각적 이미지를 만들어 내고
있습니다.
이에 비해 지난 시간에 읽은 김광균님의 <雪夜>에서 볼 수
있는 청각적 이미지의 시각화는 이 시가 발표되던 1930년대
후반에는 탁월한 사례로 임화,김기림에 의해 평가되었습니다.
허영자님의 <감>을 읽어보겠습니다.
이 맑은 가을 햇살 속에선
누구도 어쩔 수 없다
그냥 나이 먹고 철이 들 수 밖에는
젊은 날
떫고 비리던 내 피도
저 붉은 단감으로 익을 수 밖에는-
어떻습니까?
'떫고 비린'이란 미각적 이미지를 '붉은 단감'이라는 시각
적 이미지 속에 용해시켜, 젊은 날의 고통과 가을 햇살 속
에서의 인간적 성숙을 붉은 단감 속의 감각 이미지로 간명
하게 형상화 시키고 있습니다. 시의 문면에 드러나지 않는
수많은 말들이 두 개의 감각적 이미지를 통해서 성공적으로
축약되었습니다. 아마도 이와 같은 시적 방법은 현대시에서
두드러지게 하용되는 언어적 용법이라는 생각이 듭니다.
박라연님의 <서울 매미>전문입니다.
우면산 가랑이에서
떡갈나무 등걸에서
삐요시 삐요시 삘릴리이
삐요시 삐요시 삘릴리이
숫매미가 자지러지면
집 떠난 처녀들
귀 가렵고
아파트에 혼자 누운 그 사람들
속 쓰리다
삐요시 삐요시 삘릴리이
삐요시 삐요시 삘릴리이
우리는 보통 매미 우는 소리를 매암 매암 매암,또는
맴맴맴, 이라고 표현하지만 여기서 시인이 창조한
독특한 매미 울음 소리는 그 낯설게하기로 새롭고
신선하게 우리의 청각을 자극시키고 있습니다.
박재삼님의 <매미 울음에>에서 보면
오늘은 귀를 뜨고 마음을 뜨고, 아, 임의 말소리, 미더운
발소리,또는 대님 푸는 소리로까지 어여삐 기뻐 그려낼
수 있는
明明한 明明한 매미가 우네
이는 이도령을 간절히 그리워하는 춘향이의 시점에 선
화자가 한 여름 숲에서 우는 매미의 소리를, '明明한'
소리로 들음으로서 반가운 임의 말소리, 미더운 발소리,
대님 푸는 소리 등으로 자연스럽게 연상시켜 임에 대한 간절
한 그리움을 자연스럽게 연상시켜 줄 뿐만 아니라, 맴맴이라
는 의성어를 한자음 明明이라고 표현해 의미적 요소와 결합
되어 기다리는 이의 어두운 마음을 스스로 밝은 마음으로
바꾸어내는 중요한 매개 역할을 하고 있습니다. 또한 그 의
성어의 낯설게하기로 우리의 청각을 신선하게 자극하고 있습
니다. 이 청각적 이미지에 의해 시의 분위기가 훨씬 더 생동
감 있게 느껴지는 것입니다.
이용악님의 <두메산골.1>입니다.
들창을 열면 물구지떡 내음새 내달았다
쌍바라지 열어제치면
썩달나무 썩는 냄새 유달리 향그러웠다
뒷산에두 봋나무
앞산두 군데군데 봋나무
주인장은 매 사냥을 다니다가
바위틈에서 죽었다는 주막집에서
오래 오래 옛말처럼 살고 싶었다.
"물구지떡 내음새"와 "썩달나무 썩는 냄새 유달리 향그러
웠다"는 우리의 후각을 자극시키는 후각적 이미지이지요.
특히 위의 시는 단순히 후각적 이미지 뿐만 아니라 향토적,
토속적 분위기까지 자아내고 있는 것을 알 수 있습니다.
다음엔 황동규님의 <봄밤> 중에서 후각적 이미지가 나타
나는 부분을 읽어보겠습니다.
혼자 몰래 마신 고량주 냄새 조금 몰아내며
거실 창을 여니 바로 봄밤.
하늘에 달무리가 선연하고
비가 내리지 않았는데도
비릿한 비 냄새.
겨울난 화초들이 심호흡하며
냄새 맡기 분주하다.
이 작품은 고량주 냄새를 조금 내보내려던 화자가 창을
여니, 오히려 몸밤의 비릿한 비 냄새가 코끝에 스쳐오고,
겨울을 난 화초들도 심호흡하며 봄냄새 맡기에 분주한
모습을 그리고 있습니다. 시인은 후각적 이미지를 통해
이 세계에서 존재하고 있는 사물들이 서로의 체취를 맡
으며 서로 교감하는 왕성한 생명력을 잘 표현하고 있습니다.
여기서 복습하는 의미에서 우선 시각적, 청각적, 후각적
이미지가 잘 나타나 있는 시를 더 읽어보겠습니다.
감태준님의 <흔들릴 때마다 한잔>의 전문입니다.
포장술집에는 두 꾼이, 멀리 뒷산에는 단풍 쓴 나무들이
가을비에 흔들린다 흔들려, 흔들릴 때마다 한잔씩, 도무지
취하지 않는 막걸리에서 막걸리로, 소주에서 소주로 한 얼
굴을 더 쓰고 다시 소주로, 꾼 옆에는 반쯤 죽은 주모가
살아 있는 참새를 굽고 있다 한 놈은 너고 한 놈은 나다.
접시 위에 차례로 놓이는 날개를 씹으며, 꾼 옆에도 꾼이
떠도는 마음에 또 한잔, 젖은 담배에 몇 번이나 성냥불을
댕긴다 이제부터 시작이야, 포장 사이로 나간 길은 빗속에
흐늘흐늘 이리저리 풀리고, 풀린 꾼들은 빈 술병에도 얽
히며 술집 밖으로 사라진다 가뭇한 연기처럼, 사라져야 별
수 없이, 다만 다같이 풀리는 기쁨, 멀리 뒷산에는 문득
나무들이 손 쳐들고 일어서서 단풍을 털고 있다.
이 시는 시 전체를 통해서 시각적 이미지가 압도해오는
작품입니다. 특히 이 시는 포장 술집 멀리 뒷산의 단풍이
든 나무들이 시의 서두와 말미에 표현되고 있어서 시각적
이미지가 짙은 서정성에 의해서 더욱 두드러진 표현미를
이루고 있는 특징이 있지요.
시각적, 청각적 이미지가 동시에 표혀됨으로시 전체를
발랄하고 신선하게 해 주는 시로 김종길님의 <춘니(春泥)>
를 읽어보겠습니다.
여자대학은 크림빛 건물이었다.
구두창에 붙는 진흙이 잘 떨어지지 않았다.
알맞게 숨이 차는 언덕길 끝은
파릇한 보리밭-
어디서 연식 정구의 흰 공 퉁기는 소리가 나고 있었다.
뻐꾸기가 울기엔 아직 철이 일렀지만
언덕 위에선
신입생들이 노고지리처럼 재재거리고 있었다.
청각적 이미지의 예로 문충성님의 <여름>의 전문을 읽어
보겠습니다.
호이호이 해녀들 휘파람 속
새빨갛게 타는 협죽도 꽃울음
濟州 바다
일렁이는 물결이
잴 수 없는 넓이를 만들어내고
한 길 두 길
그 깊이를 재어 넓이를 캐어내고 자꾸만
전복만한 삶을 자멱질하고 호이호이
핏줄 부푸는 꿈을 일구어내고
알몸뚱이 나의 여름이여
뙤약볕 정적을 깨내는 소리 호이호이
그 속으로 내달리고
그 속으로 잠기어 들고.
오늘은 강의가 너무 길었네요. 그러나 우리가 잘 알고
있는 오감으로 인한 분류임으로 비교적 이해하기 쉬우
실 것입니다. 다음 시간에도 정신적이미지를 더 공부
하겠습니다.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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달력이 여름을 말하기 시작할 때
―메리 올리버(1935∼)
나는 학교에서 나온다 재빨리
그리고 정원들을 지나 숲으로 간다,
그리고 그동안 배운 걸 잊는 데 여름을 다 보낸다
2 곱하기 2, 근면 등등,
겸손하고 쓸모 있는 사람이 되는 법,
성공하는 법 등등,
기계와 기름과 플라스틱과 돈 등등.
가을쯤 되면 어느 정도 회복되지만, 다시 불려간다
분필 가루 날리는 교실과 책상으로,
거기 앉아서 추억한다
강물이 조약돌을 굴리던 광경을,
야생 굴뚝새들이 통장에 돈 한 푼 없으면서도
노래하던 소리를,
꽃들이 빛으로만 된 옷을 입고 있던 모습을.
어린이의 순수함이 예쁘게 그려져 있다. 이 시의 화자, 참 행복한 어린 시절을 보냈네! 어린이가 이렇게 속 편하게 살아도 되는 환경이 부럽다. 그런데 우리 세대 사람들은 어렸을 때 비슷하게 행복한 여름방학을 보냈다. 개학을 한 이틀 남기고 밀린 방학숙제를 하느라 낑낑거릴 정도로 펑펑 놀았었지. 우리 인생의 아르카디아인 초등학생 시절의 여름방학! 요즘 우리나라 어린이들에게는 영원히 갈 수 없는 유토피아다. 어른의 간섭 없어도 스스로 다잡아 방학 기간 공부 계획을 세우는 어린이도 있단다. 만약 엄마 아빠가 방학에는 ‘그동안 배운 걸 잊’고 놀라고 권한다면 오히려 징징거리겠지?
어느 철학자인가, 하느님이 인간에게 가장 아름답고 행복한 시간을 생애의 중간도 아니요 끝도 아니요, 꼭 앞에 두셨다고 투덜댔었지. 지금 어린이들에게 가장 행복한 시간은 어디 있을까! ‘노세, 노세, 젊어서 놀아/늙어지면 못 노나니.’ 아주 오래전에 이런 가사의 유행가를 흥얼거린 기억이 난다. 젊어서 놀기를 바라지는 못할지언정 유년시절에는 방학에라도 자연 속에서 뒹굴며 오직 놀아야지! 우리 어른들도 이번 주말에는 ‘기계와 기름과 플라스틱과 돈 등등’을 싹 잊어버리고 어떻게든 놀아보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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