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미술에서의 기호학
2015년 02월 19일 18시 25분  조회:1933  추천:0  작성자: 죽림

미술기호학으로 본 <세한도>

 

기호와 문화

 

 오늘날 문화예술 비평의 한 축에서 우리는 분석의 출발점을 언어기호에 위치시키는 일련의 움직임을 찾을 수

있다. 작품을 통해 작가의 개인적 목소리나 사회화된 의식이 무엇인지를 찾으려는 비평적 관점에서 탈피하여

텍스트가 지니는 내적 구조를 밝히려는 이러한 노력은 소쉬르가 창안한 기호학이라는 이름으로 20세기 후반

이후 비평의 중심을 이루었다.

 

전통적인 학문의 비창조적인 보수성에 대한 반성으로 현대 문화와 예술의 여러 현상들을 해석함에 있어서

기호학 비평의 적용 범위는 인문학은 물론 음악·미술·건축·영화 등 각 분야에서 뚜렷한 성과를 보이고 있다.

 

분석방법론 

 

 미술기호학은 프랑스의 바르트, 이태리의 에코, 러시아의 타르투 학파에 의해서 제안, 후학들에 의해 연구되고

있다.

 

바르트의 이론은 회화 특유의 언어에 관한 일반이론에서 그 기준을 세울 장치를 발견하기 어려우므로 우선

개별적인 미술작품을 하나의 체계로 보고 분석·검토하려는 입장을 취한다.

 

반면 에코는 도상기호 A가 지시대상 B와 닮았다는 것은 양자가 제공하는 시각 효과와 기능이 우리의 경험적

인식구조에 의해 동일하다는 것을 의미할 뿐, 도상기호가 지시대상과 유연적 관계를 맺는 것이 아니라고 주장

하면서 회화의 도상이론을 비판하고 시각적 텍스트의 어떤 미시적 기호론도 포기할 것을 제안한다.

 

이에 비해 타르투 학파의 로트만과 우스펜스키는 개별 작품보다도 일정한 시기의 일정한 문화권에 있어서 한

작품이 다른 동계열 작품과 공유하고 있는 특징의 보다 넓은 의미구조에 대해서 연구의 초점을 맞추고 있다.

 이처럼 비평가에 따라 달리 접근되고 있는 미술기호학적 방법론은 어떻게 미술 텍스트에 적용될 수 있는가.

도상기호의 개념에 대해 초기 구조주의자들은 현상의 뒤에는 잠재적인 구조가 숨겨져 있으며 현상은 단지

구조의 결과에 지나지 않는다는 믿음을 가지고 구조를 이루는 계열체적 요소와 그 결합 양상인 통합체 관계에

일차적 관심을 가졌다.

 

 시·지각 현상을 대했을 때 기호학자들이 최초로 부딪히는 문제는 이 현상에서 어떻게 언어적 구조를 찾아내는가

하는 문제였다.

 

60년대의 바르트가 “연속적인 표현이 단순한 심볼의 덩어리가 아니라 진정한 기호 체계를 생산할 수 있는지,

이산적이지 않은 연속적 ‘코드’를 받아들일 수 있는지”에 대한 의문을 제시하고 90년대의 그룹 뮈도 “시각

현상은 연속적이고 비균질적인 성질을 가지는데 비해, 기호학은 이산적이고 균질적이어서 양화될 수 있는

대상이 아니면 좀처럼 적용되지 못한다”는 고백은 이 문제의 핵심을 설명하고 있다.

 

그래서 초기의 기호학자들은 ‘연속체’와 ‘이산체’의 간격을 메우려는 시도를 아끼지 않았다. 

하지만 시각기호가 아니라 연속체인 시각 메시지를 계량적인 단위로 분절하는 것은 메츠의 말대로 말을 만들어

내는 것이다.

결국 시각 기호학은 시각행위가 아니라 하나의 메타언어 행위이며 그 연구의 시작점은 ‘도상 연속체'임을

밝히는 작업이 된다.

 

실제로 대부분의 시각 메시지는 말이 곁들여진 영화, 글이 곁들여진 만화처럼 실제로는 혼합텍스트이며 외견상

혼합텍스트가 아닌 것도 구조상으로 그러하다.

이러한 관점에서 도상기호와 문자기호가 공존하는 문인화는 텍스트의 내적 구조를 밝히려는 미술기호학적

방법론의 구체적 실례를 보여줄 수 있을 것이다.

 

 

 

 

 

 

김정희(1786~1856)의 <세한도(歲寒圖)>는 글씨와 그림의 경계 위에 있는 추사의 내면 풍경을 보여주고 있는

작품이다.

이 작품은 그림이 있는 부분과 글의 내용으로 구별할 수 있다.

우선 그림 텍스트는 가운데 여백을 중심으로 화면 오른쪽의 소나무와 왼쪽의 잣나무가 두 그루씩 배치되어

있으며 이들 나무 사이에 집 하나가 위치한다.

 

동양화에서 중시되는 여백은 이 작품에서 세 군데에 걸쳐 사용되는데, 화면 우측에서부터 좌측으로 갈수록

조금씩 줄어든다.

그리고 텍스트의 또 다른 요소인 글은 여백이 가장 좁아진 곳 뒤에서 이어진다.

이렇게 볼 때 <세한도>는 소나무, 전나무, 집, 배경, 여백 등의 도상기호와 더불어 발문, 화제(畵題) 등의 문자

기호로 구성되었음을 알 수 있다.

그리고 이들 각각의 기호들은 자신들이 속한 계열체 중에서 작가에 의해 선택되고 다른 기호들과의 통합체

관계를 맺게 된다.

 

이들을 보다 자세히 들여다보자.

우선 텍스트 속 도상 기호가 지시하는 대상은 외부 현실에 존재하는 지시물이 아니라 작가의 심상을 반영하는

것이다.

오주석이 <옛 그림 읽기의 즐거움>에서 밝혔듯이 우리는 <세한도>에 대한 회화적 오류를 통해 이 작품에 대한

기호학적 비평을 시작할 수 있다.

 

이들 오류들에는 집을 그린 시점이 우측인데 둥근 창문의 벽 두께는 좌측인 점, 직사각형 벽에 이등변 삼각형

지붕의 시점은 우측이 아니라 정면인 점, 지붕의 우측 사선이 앞에 비해 뒤쪽이 가파른 점, 뒤쪽으로 가면서

줄어드는 지붕과 높아지는 벽의 원근법적 모순 등이 찾아진다.

이러한 오류들은 우리로 하여금 김정희가 <세한도>에서 표현한 것이 단순한 지시대상으로서의 집이 아니라

의미가 담겨진 기호임을 역설한다.

그는 자신의 거주 공간인 집을 활용하여 자신의 내면세계를 표현한 것이다.

전면의 반듯한 창, 역원근법으로 점차 넓어지는 듬직한 벽, 가파른 지붕선의 가파름 등이야 말로 추사가 <세한도>

의 집을 통해 보여주려 했던 진정한 기의인 것이다.

 

 

분석틀의 적용 및 미술기호학 연구의 현황

 

따라서 그 뿌리를 대지에 굳게 박은 채 하늘로 뻗쳐 있고 집을 감싸 안은 집 앞의 아름드리 늙은 소나무는 나무

라는 지시대상이 갖는 계열체적이고 본질적 특성 이외에 추사가 그림을 통해 보여주고자 했던 자신의 신념과

의지에 대한 기의를 지닌다.

 

노송 옆의 곧고 젊은 소나무를 그려낸 필선에서 우리는 영락한 옛 스승을 생각해주는 제자 이상적을 향한

추사의 마음을 읽을 수 있다.

짙고 강한 묵선의 기표는 제자의 젊고 푸른 기상을 담고 있으며 자연스럽게 모질고 험한 세태 속에서도 변함없는

제자의 정성이라는 기의를 보여준다.

이와 같이 텍스트를 구성하는 도상기호를 통해 꿋꿋이 역경을 견뎌내는 선비의 올곧고 견정한 의지라는 기호적

가치의 해석은 <세한도> 발문의 문자기호와의 통합체적 연관성에서 볼 때, 설득력이 있다.

 

<논어> ‘자한편(子罕篇)’의 구절인 “세한연후 지송백지후조야(歲寒然後 知松栢之後彫也)”, 즉 날씨가 추워진

뒤에야 소나무와 전나무가 더디 시들음을 알 수 있다는 글귀에서 우리는 ‘날씨’, ‘추위’라는 언어기호가 당시

추사가 처한 외로운 상황의 기표임을, ‘소나무’와 ‘전나무’라는 지시대상이 겨울 매서운 추위 속에서도 그 푸르름

을 잃지 않는 기의를 암시함을 쉽게 알 수 있는 것이다.

 

또 다른 문자기호인 화제는 텍스트 우측 상단에 바짝 붙어 있다. 이 위치가 발문과 더불어 도상기호를 좌우로

감싸 안고 있다는 점과 가장 넓은 여백에 위치하여, 오히려 이 여백은 더욱 텅 비게 느껴진다.

이러한 텅 빈 느낌은 절해고도 유배지에서 늙은 몸으로 홀로 버려진 추사가 나날이 맞닥뜨려야만 했던 씁쓸한

감정을 상징한다. 

지금까지 살펴보았듯이 문인화의 정수로 평가되는 <세한도>에는 문자와 이미지라는 기호를 통해 추사의 뜻과

이념을 구현해내고 있다.

하지만 미술 작품에 대한 도상학과 도상해석학의 비평적 흐름과 사진, 광고, 영화 텍스트에 대한 활발한 연구에

비해 미술 기호학은 시각 이미지를 대상으로 하는 기호학 중에서도 그 적용과 발전이 상대적으로 뒤처져 있다고

평가된다.

 

왜냐하면 미술기호학은 텍스트를 구성하는 도상적 기호와 그 지시 대상 사이의 유사성 설정의 어려움,

즉 회화언어의 분절에 대한 규정이 아직도 확립되지 못하고 있기 때문이다.

아울러 회화 텍스트의 가치에 관계된 분석자간 의견의 혼란, 이른바 미술 기호학의 확립에 있어 회화 텍스트는

부차적인 문제로 남겨진 상황이다. 따라서 순수하게 도상기호로만 구성된 텍스트에 관한 기호학적 연구는

칸딘스키, 성화, 현대미술 등을 분석한 플로슈, 파블리오, 베이아 등과 같은 기호학자들의 연구를 계속 주목해야

할 것이다.

 

 

김기국 / 기호학자, 경희대 프랑스어학과 교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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