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시인 - 리성비
2015년 03월 12일 21시 11분  조회:4694  추천:0  작성자: 죽림





리성비 제4회 동심컵아동문학상 수상

기자: [ 김창희 ] [ 길림신문 ] 발표시간: [ 2008-08-29 15:14:52 ] 

연변인민출판사 《아동문학》편집부, 연변조선족자치주조선족아동문학학회, 한국 계몽아동문학회가 공동 주최한 제4회 동심컵아동문학상시상식이 8월 29일, 백산호텔에서 개최, 연변민간문예가협회 상무부주석으로 근무하는 리성비시인이 동시 《비온 하늘에는(외 5수) 》로 수상의 영예를 안았다.

리성비시인은 수상소감에서 가슴속에 동심을 심고 알뜰히 가꾸면서 사시절 꽃피워가는 시인은 행복한 시인이라면서 주로 성인시를 쓰는 자신에게 동시상수상 영예를 안겨준 평심위원들에게 감사하다고 말했다.

시상식에 참석한 동시인들은  성인시 시인들이 동시창작에 뛰여드는것은  동시창작력량을 강화하는데 유조하다고 입을 모았다.

조선족아동문학의 질적향상을 취지로 설립한 동심컵아동문학상은 한국 계몽아동문학회 문삼석회장의 후원으로  지속되고있다.

수상자 리성비(앞줄 왼쪽 네번째 )시인과 시상식참가자들.



여기서 잠깐 리성비 시인을 소개하면,

나는 조선족인 리성비 시인을 이곳에 와서 이번에 처음 만나게 됐는데, 이름이 특이할 뿐만 아니라 나하고 의형제를 맺은 석화 시인의 시에 등장하기도 해, 내가 평소 그 시의 분위기에 흠뻑 젖어 있어서 더욱 기억나는 시인이기도 했던 것이다. 연길의 조선족 시인인 석화 시인의 따뜻한 시정(詩情)이 담긴 ‘이 가을에는 성비형’이라는 시를 보면 다음과 같다. 


서늘한 하늘 
감수 깊은 가을이 오면 
시가 잘 씌여진다는 
우리 시인 성비형 

옷 벗는 나무의 고독을 찾아 
락엽을 노래하고 
남으로 날아가는 기러기행렬 
그 사라져가는 울음소리 쫓아 
운률도 곱게 다듬어 
좋은 시 많이 쓰는 
성비형 

이 가을에는 
고개 좀 쳐들고 
저기 푸른물 못벗는 콩밭과 
쭉정이 썰렁한 논벌 
그리고 그곁에 쭈크리고 앉은 우리 칠촌아저씨 
꺼질듯 타들어가는 담배불에 
눈길을 돌려봐주시구려 
마음 착한 성비형 

타박타박 산길을 밟는 
우리 누나들의 버들광주리에 
까만 머루 몇송이나 들어있는지 봐주고 
보짐을 꿍져이고 
장거리 찾아가는 
동네아줌마들 입가에 
걸직한 롱담과 까르르 맴돌던 웃음소리 
다시 얹어주시구려 
마음 고운 성비형 

그리고 새뽀햔 먼지 일구며 
살같이 달려가는 현정부찝차와 
성급한듯 어깨를 스치며 지나쳐버리는 
촌주임어른의 향방이 어데인지 
지켜봐주세요 
마음 바른 성비형 

이 가을엔 
가슴이 서늘한 시보다 
따뜻한 입김같은 시 한편을 
더 써주시지요 
우리 시인 성비형 

-석화 시 ‘이 가을에는 성비형’ 전문. 

특히, 한 인물을 두고 쓴 시인데 문장을 매만지는 솜씨가 뛰어나고 감각적이며 신선한 표현들이 잔치를 벌이고 있는 형국 다름 아니다. 

그것도 ‘서늘한 가을’을 모티브로 해서 짙은 서정성과 향토색 짙은 질감들을 노래하고 있는데 느낌만으로 충족시켜주는 게 아니라 서민적 삶의 풍경들까지 합세해  ‘우리 시인 성비형’, ‘운률도 곱게 다듬어/ 좋은 시 많이 쓰는/ 성비형’, ‘마음 착한 성비형’, ‘마음 고운 성비형’, ‘마음 바른 성비형’, ‘우리 시인 성비형’으로 귀결시키고 있다. 덕담을 소재로 하면서도 인간미가 철철 넘쳐흐르는 시이기에 소개하는 것이다. 

누가 이런 절창의 시를 소개하겠는가 하는 생각조차 들지만 이런 시가 우리 한국땅에도 전파되었으면 싶고, 만주 연길땅엔 이런 모습들의 시인들이 시를 쓰며 살아가고 있다는 것을 인식해 주었으면 하는 바램도 앞서니까 말이다. 

‘옷 벗는 나무의 고독을 찾아/ 락엽을 노래하고/ 남으로 날아가는 기러기행렬’이라는 구절에서도 그냥 스케치식의 표현이 아니라 무언가 찡한 심상의 세계를 형성하고 있으면서 ‘운률도 곱게 다듬어/ 좋은 시 많이 쓰는/ 성비형’과 같이 멋진 비유적 조화를 이루고 있기도 하다. 

이뿐만 아니다. ‘저기 푸른 물 못벗는 콩밭과/ 쭉정이 썰렁한 논벌/ 그리고 그곁에 쭈크리고 앉은 우리 칠촌아저씨/ 꺼질듯 타들어가는 담배불에/ 눈길을 돌려봐주시구려’에서는 서민적 고뇌까지 지닌 시인의 눈길이고, ‘타박타박 산길을 밟는/ 우리 누나들의 버들광주리에/ 까만 머루 몇송이나 들어있는지 봐주고/보짐을 꿍져이고/ 장거리 찾아가는/동네아줌마들 입가에 /걸직한 롱담’ 등에서는 시골인심을, 그리고 ‘살같이 달려가는 현정부찝차와/ 성급한 듯 어깨를 스치며 지나쳐버리는/ 촌주임어른’에서 풍기는 인물상에 대한 현실감각 은 그 모두를 아우른 인간적인 성비형에 귀결시키고 있다. 

어찌보면 시인이란 사회적 높낮이를 하나의 통념으로 일관되게 바라보는 진실한 눈을 가진 존재로 석화 시인은 이 시에서 그런 것을 훌륭하게 소화해 내고 있으며 그 대상을 성비형으로, 그러니까 성비형이 그런 시인이라는 결론에 도달하게 되는 것이다. 

이런 좋은 시 한 편이 좋은 벗 하나 얻은 것 못지 않다면 틀린 말일까. 시를 쓰면서 자연이나 사물 그 자체만을 가지고 시를 쓰는 게 아니라 자연이나 사물의 대상을 모두 끌어들여 한데 잔치를 벌이고 있는 풍요로운 마당이 바로 ‘이 가을에는 성비형’이라는 이 시가 아닌가 한다. 연변인민출판사에서 간행된 리성비 시인의 시집 ‘이슬꿰는 빛’에 수록되어 있는 ‘보름달’이라는 시를 보자. 

계수나무 가지에 
부엉이 

그 눈이 
유난히 밝다 

감는 데 보름 
뜨는 데 보름 

산에 산에 산쥐 
들에 들에 들쥐 

한쪽 눈은 저쪽 세상 비추고 
한쪽 눈은 이쪽 세상 비추다 

보름달을 읊은 작품이나 보름달 자체를 두고 읊은 것이 아니라는데 이 시의 비중이 있어 보인다. 보름달의 생성과정을 ‘두고 감는 데 보름, 뜨는 데 보름’ 이라는 표현도 참신하거니와‘산에 산에 산쥐, 들에 들에 들쥐’라는 어떻게 보면 난데없는 이미지가 들어와 앉아 조화를 이루고 있는데, 그처럼 이쪽과 저쪽이 차오르고 기우는 달의 생성의 법칙이 그것인 것이다. 

더욱 의미를 심화시켜서 ‘한쪽 눈’이 될 때는 ‘저쪽 세상’ 비추고, 또 다른 한쪽 눈이 되었을 때는 ‘이쪽 세상’ 비추어 상현달과 하현달의 이미지를 의인화해서 심도있게 표현하고 있음을 알 수 있다. 

그게 합치면 바로 ‘보름달’인 것이다. 부엉이의 눈이 유난히 밝다는 것은 보름달의 밝음의 의미를 더욱 강조함이며 그런 보름달 뜨는 밤엔 부엉이가 우는 것이다. 아, 조선족시인인 리성비 시인의 이런 기막힌 시가 있음도 이번 연변땅에 와서 알았던 것이다. 어쨌든 연변땅 즉 연길의 두 시인의 앎에 대해 나는 아주 복되게 생각하는 것이다. 

(서지월 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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