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 甲骨文(殷商)
은상시기의 선조들은 특별히 귀신을 숭상했다.
크고 작은 모든 일, 즉 전쟁수렵경작을 비롯하여 자연의 풍우와
번개 등은 일종의 신의 역량으로 좌우된다고 생각했다.
그렇기 때문에 그들은 일을 하기 전에 먼저 신령의 암시를 얻기 위해 신에게 점을 물었다.
점을 묻는 방법으로 처음에는 소나 말의 견갑골을 불에 태워 파열된 문양의
조짐을 보고 길흉을 정했다. 이후 수골(獸骨)과 갑골(甲骨)을 겸용했다.
그리고 점괘와 이와 관계된 일을 갑골에 새겼으니 이것이 바로 ‘갑골문’이다.
갑골문의 하남성 안양 소둔촌의 은허에서 최초로 출토되었다.
당시는 이것이 중요한 고물(古物)인지 모르고 혹 잘게 부수어 ‘도첨약(刀尖藥)’을 만들거나
혹은 대부분 약재로 쓰이는 ‘용골(龍骨)’로 사용했다.
이는 광서 25년(1890년에 왕의영(王懿榮)과 유악(劉鶚) 등이 발견했으며
1904년 손이양(孫詒讓)이 『계문거례(契文擧例)』를 편찬하여 처음 고증하고 풀었다.
이후 계속하여 발굴해서 약 10만 편 이상이 되었으며 현재 알고 있는
단독자는 약 5000자이며 이중에서 1500자 정도만 해독이 가능하다.
문자의 결구는 이미 단독자에서 합체자로 향하고 있을 뿐만 아니라
약 20% 정도의 형성문자가 나타나고 있다. 이것들은 상당히 성숙한 것으로
현재 볼 수 있는 가장 오래된 문자이다.
장기간의 연구를 걸쳐 동작빈(董作賓, 1895-1963)은 새겨진 글씨의 서로 다른 풍격에 따라
은나라 후기 약 300년간의 갑골문을 5시기로 나누고 또한 신구 양파로 분리했다.
제1시기는 반경(盤庚)에서 무정(武丁)에 이르는 기간으로(二世四王) 서풍은 웅장하고
위대하며 기세는 드높다. 제2시기는 조경(祖庚)과 조갑(祖甲)에 이르는 기간으로(一世二王)
서풍은 근엄하고 온유하면서 조용하다. 제3시기는 늠신(廩辛)과 강정(康丁)에
이르는 기간으로(一世二王) 서풍은 무너져 거칠고 구차하며 때로는 전도되어 틀리기도 한다.
제4시기는 무을(武乙)과 문정(文丁)에 이르는 기간으로(二世二王) 서풍은 혹 거칠고 성글며
고졸하면서 굳세거나, 혹 기울고 생동하면서 골력이 펼쳐지기도 하며,
혹 가늘고 작으면서 수려하다. 제5시기는 제을(帝乙)과 제신(帝辛)에 이르는 기간으로(二世二王)
서풍은 엄정하고 큰 글자는 비교적 적으며 작은 글자는 엄숙하고 공정하며
수려하면서 자태가 다양하다.
곽말약(郭沫若)은 『계수편ㆍ자서(契粹篇ㆍ自序)』에서 이렇게 말했다.
복사는 귀골에 새긴 것으로 그 새김이 정갈하고 글씨가 아름다워 수천 년 뒤인
우리들에게 정신을 전해준다. 문자의 작풍 또한 사람과 세상에 따라 다르다.……
세상에 새김 문자가 존재함은 실로 일대의 법서가 됨을 알 수 있다.
그리고 글씨를 새긴 사람은 은나라의 종요왕희지안진경유공권이다.
卜辭契于龜骨, 其契之精而字之美, 每令吾輩數千載後人神往. 文字作風且因人因世而異……
足知存世契文, 實爲一代法書. 而書之契之者, 乃殷世之鍾王顔柳也.
도판은 제1시기의 대표적인 갑골문으로 가장 완전하며, 전체는 6단락으로 나누어졌으나
읽는 방향에 다름이 있다. 서풍으로 보면 필의가 상당히 웅장하고 호방하면서
통쾌하고 시원하며 필법이 정갈하고 능숙하면서 교묘하다.
필획마다 굵고 가늠이 다르며 한 필획에서도 암암리 경중이 있고
내리긋는 획은 더욱 입체감이 있다. 특히 왼쪽부분(제5단락) 선의 변화는 더욱 풍부하고
기세는 분방하며 골력은 굳세어 큰 기세를 이룬다.
가장 주의할 점은 각종 전절에 방절(方折)과 원전(圓轉)이 있다는 것이다.
방절은 비록 직선으로 서로 접하나 매우 교묘함과 동시에 경중과 음양으로 나누어
더욱 의미가 있으니 ‘日’‘貞’이 그러하다.
원전은 도법이 유창하고 경중과 굵고 가늠이 뜻에 다라 변해 마치 쓴 것과 같은
의취가 있으니 ‘旬’이 그러하다. 이러한 것은 서예뿐만 아니라 전각에 대해서도
매우 계발적인 의의가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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