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리산 돼지령 부근의 구상나무가 집단 고사해 하얗게 변한 모습. 녹색연합 제공
한라산뿐 아니라 지리산, 설악산 등 내륙에 서식하는 침엽수들도 기후변화의 영향으로 집단 고사(枯死)하고 있다는 환경단체의 조사 결과가 나왔다.
녹색연합은 최근 1년 간 지리산, 설악산, 울진ㆍ삼척산림보호구역 등 국내 주요 침엽수 서식지를 조사한 결과, 침엽수 고사 현상이 확인됐다고 4일 밝혔다.
녹색연합에 따르면 구상나무 집단서식지인 지리산국립공원은 돼지령, 반야봉, 토끼봉, 연하봉 등에서 고사가 심각하게 진행되고 있다. 해발 1,400~1,900m 지점에서 집단고사가 두드러지며, 나무 상태로 미루어 보아 2,3년 전부터 발생한 것으로 추정된다. 고사가 처음 시작될 때는 줄기의 겉껍질이 벗겨지면서 주로 검은 색깔을 띠고, 가지 끝 부분이 어느 정도 남아 있다. 하지만 1년 정도 고사가 진행되면 잔가지가 완전히 사라지고, 줄기와 굵은 가지는 하얀색으로 변한다. 특히 돼지령은 남사면과 북사면 곳곳에서 구상나무가 수십 그루씩 하얗게 죽어있다고 녹색연합은 전했다.
한라산 성판악등산로 해발 1,800m 일대에 구상나무들이 하얗게 말라 죽어 있다. 한라산연구소 제공
구상나무 고사 원인은 겨울 가뭄으로 추정된다. 서재철 녹색연합 전문위원은 “겨울철 적설량과 강수량이 줄어들면서 고산 서식지에 건조 현상이 나타나고 있다”며 “이 때문에 구상나무, 분비나무, 가문비 나무 등이 고사하는 것으로 추정된다”고 말했다. 구상나무는 해외에서 ‘크리스마스 트리’로 널리 알려져 있는 우리나라 토종식물로, 지리산 한라산에만 집단 서식하고 있으며 덕유산 오대산 가야산 등에서 일부 관찰되고 있다. 기후변화로 분포면적이 급격히 감소하자 세계자연보전연맹(IUCN)은 2013년 구상나무를 멸종위기종으로 지정했다.
국내의 대표적인 분비나무 집단 서식지인 설악산에서는 분비나무 집단고사가 확인됐다. 녹색연합은 “설악산국립공원의 주봉인 대청 ㆍ중청ㆍ소청 등을 비롯해 백두대간 줄기를 따라 서북주능 전체에서 고사가 진행 중”이라며 “10년 안에 주요 집단 서식지 대부분이 사리질 것으로 보인다”고 밝혔다. 울진삼척 산림보호구역에 있는 금강소나무도 50그루 이상 고사한 것으로 관찰됐다.
서재철 전문위원은 “정부가 정밀한 조사로 고사된 침엽수들의 위치를 파악해 지리정보체계(GIS)를 구축하고, 이 침엽수들의 기초적인 특성과 고사 원인을 분석해야 한다”고 덧붙였다. 이에 대해 환경부 관계자는 “한라산 구상나무 고사에 대해서는 다양한 연구를 진행하고 있지만, 그 외 지역의 고사에 대해서는 아직 보고받은 바 없다”고 말했다.
남보라 기자
◆침엽수 고사 현황(녹색연합 제공)◆
지리산 반야봉에 구상나무들이 고사한 모습.
지리산 노고단~돼지령 일대의 남사면에서 집단고사한 구상나무.
설악산 소청대피소 일대의 분비나무 집단 고사.
설악산 대청봉 북사면의 분비나무 집단고사.
울진 산림유전자원보호구역의 금강소나무 고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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