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땡!~ 우리는 언제면 이렇게 될는지???...
2016년 03월 23일 06시 51분  조회:5470  추천:0  작성자: 죽림

 
신효령 기자 = 한국이 주빈국으로 참가한 '2016 파리도서전'이 나흘간의 일정을 마치고 20일(현지시간) 막을 내렸다.

도서전 기간 전시장 곳곳에서 다양한 문화예술 활동을 통해 한국 문학과 문화를 생소해 했던 현지인과 출판 관계자들에게 한국을 알렸다. 주빈국 한국은 506㎡ 규모의 전시 부스를 세웠다. 문화체육관광부의 지원을 받은 대한출판문화협회는 한국출판문화산업진흥원, 한국문학번역원, 한국콘텐츠진흥원 등과 협력해 한국 특별전시관을 운영했다.

파리도서전은 유럽에서 개최되는 대규모 도서전 중 유일하게 B2C 형태를 지향한다. 저작권 거래를 위한 비즈니스 중심의 도서전이 아니라 독자와 저자·출판사·도서관·서점 등 책과 연계된 모든 인적·물적 기능을 동원해 펼치는 문화축전의 장이다.

한국 역시 달라진 위상과 현 상황을 세계 출판인들에게 인식시킨 자리였다는 점에서 의미가 크다. 슬로건을 '새로운 지평'으로 내건 주빈국관은 한국출판의 과거와 현재, 미래를 보여주며 외국인들의 많은 관심을 받았다.

프랑스 파리 베르사유 전시장에서 마련된 한국 특별전시관에는 연일 외국인들의 발길이 이어졌다. 이들은 우리나라 문학을 비롯한 서적을 읽고, 작가들과 출판 관계자들을 만나며 한국의 출판 문화를 체험했다. 개막 공연으로 가야금과 재즈의 협연, 아리랑 등을 선보여 깊은 감동과 여운을 남겼다.

니콜라 조르주 프랑스 문화부 도서독서국장은 한국의 주빈국 행사가 "성공적"이라며 "유럽의 각국 언어로 번역된 한국책들이 많이 소개되면서 한국이 프랑스는 물론, 유럽사회에 널리 알려지게 됐다"고 말했다.


 

베라 미샬스키 호프만 프랑스국제출판사무국 회장 역시 "성공적"이라고 평했다. "한국 출판인 대표단이 세미나 준비를 위해 많은 노력을 기울였다"며 "한국 도서에 대한 관심으로 말미암아 프랑스어로 번역된 한국 도서들이 프랑스 대중들을 통해 매우 사랑받고 향유되고 있다"고 전했다.

고영수 대한출판문화협회장은 "한국의 우수 스토리텔링 생산자인 작가와 이로 인해 재생산된 출판 콘텐츠의 확장을 확인할 수 있는 특별한 시간이 됐다"며 "특히 그라폴리오(일러스트레이션 전문플랫폼) 홍보관은 30명에 이르는 한국 작가와의 만남과 웹툰·일러스트 플랫폼을 확인할 수 있는 자리였다"고 밝혔다. "한국의 초청작가와 프랑스작가가 만나는 문학 행사와 양국의 출판 현황을 살필 출판 전문가 세미나는 책을 바탕으로 문화선진국이 된 프랑스에 한국의 문화를 알리는 소중한 기회가 됐다. 130여년을 이어온 양국의 우호 관계가 한 단계 성장하는 계기가 되기를 바란다."

출협이 총괄한 주빈국관은 비즈니스관, 만화·웹툰관, 전자출판관, 그라폴리오관, 아동도서관, 작가관, 서점운영 공간 등 총 7개 섹션으로 구성됐다. 한국의 전시 도서를 현장에서 판매하는 '서점 공간' 부스는 프랑스의 대표서점인 지베르 조제프의 위탁 판매로 가동됐다. 출협은 이 부스에 불어로 번역된 한국도서와 한국어 발행도서 1만여 책(약 2000종)을 진열했다.

한국작가들을 향한 관심도 높았다. 소설가 황석영(73)·이승우(57)·문정희(69)·오정희(69)·마종기(77), 만화가 김정기(41) 등 30명은 작가 대담과 사인회, 낭송회 등에서 인터뷰에 응하느라 분주했다.

이구용 케이엘매니지먼트 대표는 "한국 문학을 포함해서 한국 출판 저작물을 소개하는 일을 하고 있다"며 "한국 문학에 대한 관심은 서유럽뿐만 아니라 북유럽까지도 확대되고 있다. 근래 들어 핀란드, 노르웨이, 스웨덴 등으로 확산 중"이라고 귀띔했다.


 

파리도서전에서 가장 주목 받은 작가로는 김영하(48)와 한강(46)을 꼽았다. 이 대표는 "김영하 작가는 오래 전부터 꾸준히 여러 작품들이 번역, 출간됐고 꾸준하게 소통하고 있다"고 했다. "한강 작가가 한국인 최초로 맨부커상 후보에 오르면서 주목을 받고 있다. '채식주의자' '바람이 분다. '가라' '소년이 온다' 등이 많은 관심을 받고 있다"고 전했다.

맨부커상은 노벨문학상, 프랑스 공쿠르상과 더불어 세계 3대 문학상으로 불린다. 한강은 2004년 한국에서 발표한 소설 '채식주의자'(The Vegetarian)로 맨부커 상 후보에 올랐다. '채식주의자'는 지난해 1월과 올해 2월 영국과 미국에서 영어로 번역 출간됐다.

한씨는 이 작품이 해외에서 주목을 받은 이유에 대해 "누구나 공감하고 생각할 수 있는 이야기를 썼기 때문이 아닌가 싶다"고 답했다. "'인간이란 무엇인가'라는 질문을 던지고 이에 대한 답을 찾아가는 과정 안에 있는데, 이는 국경을 넘어 인간이라면 누구나 공감할 수 있는 문제다. '채식주의자'를 통해 인간의 폭력성과 인간이 과연 완전히 결백한 존재가 될 수 있는지에 대한 질문을 던져봤다." 맨부커상 후보가 된 것에 대해서는 "진짜 담담하다. 앞으로도 계속 조용히 진지하게 글을 쓰겠다"고 했다.

'고양이학교'의 김진경(63)도 주목받았다. '고양이 학교' 파리 편은 이달 한국과 프랑스에서 동시 출간됐다. 대만·중국·일본·프랑스에서도 번역·출간된 상황이다. 그림책을 쓰는 한성옥(58)은 직접 선별한 대표적인 그림책 일부를 영상에 담아 상영한 뒤 관객과 소통했다.

일부 작품이 현지에서 베스트셀러에 오르는 등 성과를 보이면서 한국 문학에 대한 대접이 달라졌지만, 세계 문학에서 한국 문학의 위상은 아직 미미한 상황이다. 이번 도서전에서 한국 작가들은 문학 낭독회 등 문학 이벤트를 열었다. 보여주기 식의 행사로는 한계가 있는만큼, 내실을 다지는 노력이 필요하다는 지적이다.


 

한국 작가와 작품에 대한 관심이 지속되게 하기 위해서는 작가들의 책이 해외에 번역·출간돼, 해외 독자들이 읽을 수 있게 해야 한다. 이를 위해서는 번역·출판에 대한 투자가 선행되어야 한다. 파리도서전에 초청된 작가들도 한국 작품이 프랑스를 비롯한 해외에 더 많이 알려져야 한다고 입을 모았다.

"'노벨상을 언제 받아오느냐'는 이런 이야기는 제발 그만 해야 한다. 이제 겨우 '세계문학'이라는 문턱을 디디고 한국문학이 알려지기 시작했다. 본격적으로 번역자들도 키우고 우리도 좋은 작품 쓰려고 노력해야 한다."(소설가 황석영)

"영미권 국가들이 한국문학에 제일 관심이 없다. 기타 다른 나라들도 관심이 강한 편이 아니다. 프랑스가 어떤 연유와 배경 하에서 한국 문학을 좋아하게 되었는지를 살펴보고, 이런 프랑스적인 경험을 세계에 확산해야 되지 않을까 그렇게 생각하고 있다."(문학평론가 정과리)

"미국이나 유럽 쪽은 스릴러물이 대중화되어있고 인기가 높다. 하지만 우리나라는 스릴러물이 약간 천대받는 풍토가 있다. 한국 문학이 세계에 알려짐으로써 좀 좋아졌으면 하는 마음이 있다."(소설가 정유정)

한 번의 이벤트에 그치지 않고 세계인과 계속 소통하기 위해서는 한국인의 독서 행태도 바뀌어야 한다. 지난해 우리나라의 성인 독서율은 연간 9.1권이다. 한 달에 한 권의 책도 읽지 못하는 셈이다. 한국 출판과 문화가 더 크게 뻗어나가려면 장기 계획을 통해 꾸준히 노력해야 한다는 지적도 나온다.


 

박익순 한국출판저작권연구소장은 "프랑스는 역시 문화강국이라는 생각이 들었다"며 "개막 전날 저녁때 아마도 회사 일을 마치고 온 것으로 보이는 수많은 출판 관계자들이 모여드는 것을 보고 놀랍고 부러웠다"고 말했다.

"개막 첫날, 끊임없이 들어오는 일반 시민들을 보면서 부러움 반 걱정 반, 서울도서전을 생각해 보았다"며 "숙소와 전시회장을 오가면서 붐비는 전철 안에서도 서서 책을 읽는 파리 시민들을 보고 존경스러웠다. 처음 와 본 파리 도서전에 대한 인상은, 올랑드 대통령부터 정부 기관, 지자체(파리시), 출판 관련 기관과 단체들, 언론, 무엇보다도 시민들이 적극적으로 참여해 도서전과 책 생태계를 살아 움직이게 한다는 인상이 강했다. 한 도시 전체가 책을 통해 소통하고 축제를 벌이는 광경을 연출하는 듯하다"고 밝혔다.

고영수 회장은 "바야흐로 21세기는 문화가 곧 경쟁력인 시대"라며 "그 문화를 일구는 기본 텍스트가 바로 출판에서 비롯된다"고 했다. 윤태용 문체부 문화콘텐츠산업실장은 "지난 130년간 지속되어 온 한불 우호 협력을 다지는 동시에 양국 간 출판교류를 확대하고 발전적 관계를 모색할 계획이다"고 밝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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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대통령이 3시간 관람하고 문화부 장관은 두 번이나 방문… ‘문화의 나라’ 프랑스, 도서전에서 실감” 기사의 사진
오드레 아줄래 프랑스 문화부 장관(가운데)이 18일 오후(현지시간) 파리 베르사유 전시장에서 열리고 있는 파리도서전을 두 번째 방문, 고영수 한국출판문화협회장(오른쪽)의 안내를 받으며 주빈국관인 한국 전시장을 둘러보고 있다. 한국출판문화협회 제공




오드레 아줄래 프랑스 문화부 장관이 지난 18일 오후(현지시간) 파리 베르사유 전시장에서 열리고 있는 ‘2016 파리도서전’을 찾았다. 아줄래 장관이 파리도서전에 나타난 것은 두 번째다. 16일 프랑수아 올랑드 대통령을 수행해 개막식에 참석했었다.

이날 아줄래 장관은 전시장에서 거의 3시간을 보내며 출판사 부스를 방문하고 찾아온 관람객들과 이야기를 나눴다. 도서전의 주빈국관인 한국 전시장에도 들러 30분이나 머물면서 전시된 책을 구경하고 한국 출판인들과 환담했다.

개막식 날 올랑드 대통령이 도서전에서 머문 시간도 3시간가량 된다. 올랑드 대통령은 취재진과 관객에 둘러싸인 채 3시간 내내 도서전 구석구석을 돌아봤다. 대통령 참가는 파리도서전의 관행이라고 한다.

파리도서전을 찾아온 정치인은 대통령과 문화부 장관만이 아니다. 첫날인 17일에는 경제부 장관, 18일에는 해외영토부 장관이 다녀갔다. 19일에는 총리가 방문했다. 파리시장은 개막식 전 프랑스 출판인들과 한국 참석자들을 시청으로 초청해 오찬을 베풀었고, 파리시 부시장도 17일 도서전을 찾았다.

파리도서전에 참석한 한국 출판인들은 프랑스 정부와 파리시의 핵심 인사들이 줄줄이 도서전을 찾아오는 모습을 지켜보면서 ‘문화적 충격’을 받았다. 서울도서전에서는 볼 수 없는 광경이기 때문이다. 지난해 서울도서전에 참석한 정부 최고위직은 문화체육관광부 차관이었다. 대통령이 서울도서전을 찾는 경우도 드물다. ...대통령은 2013년 한 차례 서울도서전에 참석했다. 서울시장이 서울도서전에 참석한 예는 지금까지 한 차례도 없다.

현장을 지켜본 한 국내 출판사 대표는 “프랑스를 문화의 나라라고 하는데 그게 무슨 말인지 이번에 실감했다”면서 “대통령이 도서전에서 3시간이나 머물고, 문화부 장관이 두 번씩이나 찾아온다는 것은 한국에서는 상상하기도 힘든 일”이라고 18일 말했다.

파리도서전은 프랑크푸르트도서전이나 런던도서전과 달리 유럽에서도 유명한 도서전이 아니다. 출판사와 시민들이 만나는 B2C 방식의 도서전으로 프랑스 출판계의 국내 잔치에 가깝다. 규모도 서울도서전에 비하면 2배 정도일 뿐이다. 파리도서전의 규모나 성격을 생각하면 프랑스 정부가 보여주는 관심은 분명히 인상적이다.

아줄래 장관은 17일 한국 전시장 방문에서 “프랑스에서 문화는 심장과 같다. 그 문화의 한가운데에 책이 있다. 프랑스의 모든 정치인은 그걸 알고 있기 때문에 책을 굉장히 중요하게 생각하는 게 당연하다”고 말했다. 그는 또 “역사적으로 프랑스는 책을 사랑하고 책에 대한 열정이 있어서 여러 가지 정부 지원을 해 왔다”면서 “1980년대 초부터 도서정가제 같은 서점에 대한 지원과 도서관에 대한 지원을 통해서 어린이는 물론 남녀노소 누구나, 또 대도시와 지방 구분 없이 모두 쉽게 책에 접근하도록 지원을 아끼지 않았다”고 덧붙였다.

파리도서전에 초청작가로 참석한 소설가 황석영씨는 지난 16일 개막식 직후 “프랑스에서는 대통령도 오고 총리도 오는데, 한국에서는 장관도 안 오고 대사도 없다”면서 “이런 식으로 문화를 홀대하고 소홀히 해선 안 된다”고 비판했다.

파리=김남중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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