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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승훈 시론 1
2015년 05월 20일 23시 33분  조회:4685  추천:0  작성자: 죽림

 

상징과 이미지의 변주

 

1. 은유냐 상징이냐

직유가 발전하면 은유가 되고 은유는 서로 다른 범주에 있는 두 사물을 
동일시하는 기법이라고 말한바 있다. 
직유가 상사성을 토대로 두 사물을 비교한다면 
은유는 비 상사성을 토대로 비유하고, 그런 점에서 
전자에 비해 신비한 느낌을 준다. 말하자면 시적 호소력이 크다. 
그러나 두 기법 모두 두 사물을 비교하고 비교되는 두 사물이 시에 나타난다는 
점에서는 비슷하다. 예컨대


장님처럼 나 이제 더듬거리며 문을 잠그네 
가엾은 내사랑 빈집에 갇혔네 
ㅡㅡ기형도,(빈집)


같은 시행에서 ‘장님처럼 나 이제 더듬거리며 문을 잠그네’는 직유의 형식으로 
되어있다. 말하자면 ‘나는 장님처럼’은 직유이고 따라서 이런 형식은 
더듬거리며 문을 잠그는 행위’를 구체적으로 설명한다. 
이 시행을 예컨대 ‘나 장님 이제 더듬거리며 문을 잠그네’라고 쓴다면 
은유가 되고, 직유의 형식에서 비교조사‘ㅡ처럼’을 생략하면 은유가 된다는 말은 이런 의미에서이다. 그러나‘ 나는 장님처럼’이라는 말과 
나는 장님’이라는 말은 두 사물을 비교해야 한다는 점에서는 같지만 그 내용은 매우 다르다 전자가 문을 잠그는 행위를 구체적으로 설명하지만 
후자는 그런 설명보다 ‘나’와‘장님’의 동일시가 강조되고 따라서 이때 
'나’는 ‘장님’이면서 ‘장님’이 아닌 이상한 특성을 보여준다. 
왜냐하면 기형도는 장님이 아니기 때문이다. 그러나 그가 만일 이렇게 쓴다면 그는 장님이고 장님이 아니다. 그리고 은유의 형식으로 시를 쓴다면 ‘더듬거리며 문을 잠그네’가 아닌 다른 내용이 나오는게 좋다 
한편 ‘가엾은 내 사랑 빈 집에 갇혔네’의 경우 ‘빈 집’의 이미지는 이 시행만 놓고 보면 무엇을 비유하는지 알 수 없고 따라서 
취의 tenor 와 매재 vehicle 의 관계가 시행에 드러나지 않고 취의가 생략된 형식이 된다. 직유나 은유 에서는 취의와 매재의 관계가 드러나지만 
이런 이미지의 경우에는 취의가 생략되고 매재만 드러난다. 
이런 이미지를 상징 이라고 부른다. 그런 점에서 상징은 은유가 발전한 형식이고 그 의미는 하나가 아니고 분명치 않고 모호하다.
간단히 도식으로 나타내면 다음과 같다.


[직유] t : v = 1 : 1 (나는 장님처럼) 
[은유] t : v = 1 : 1 (나는 장님) 
[상징] t : v = ? : 1 (빈 집)


‘빈집’ 은 무엇인가를 의미하지만 이 시행만 놓고 보면 
그 내용,취의 하고자 하는 말을 알 수 없다. 그렇치 않은가? 
‘가엾은 내 사랑 빈 집에 갇혔네’ 라는 시행만 놓고 보면 
이 ‘빈 집’이 무엇을 의미 하는지 분명치 않고 다만 전체 시를 찬찬히 읽을때 
그 의미가 드러난다.이‘빈 집’이 무엇을 상징한다는 것은 
(상징象徵은 영어로 symbol이고 그리스어로 뜻하는 명사 symbolon 에서오고 
이 명사는 짜 맞춘다는 뜻의 동사 symballein 과 관계가 있다. 
좀더 자세한 것은 이승훈, 시작법, 탑 출판사,1988,201면 참고바람), 
그러니까 다른 무엇과 짜 맞추어져야 한다는 것은, 말하자면 
이 이미지가 어떤 관념을 지시한다는 것은 이 ‘빈 집’이 말 그대로
우리가 흔히 말하는 그런 ‘빈 집’이 아니기 때문이다. 
물론 ‘가엾은 내 사랑’ 을 의인법으로 읽어 
‘가엾은 내 애인’이 갇혔다고 할 수도 있지만 사랑이든 애인이든 
‘빈 집’에 갇혔다는 말은 이상한 소리이기 때문이다. 
특히 사랑의 경우가 그렇다. 
사랑이 어떻게 빈 집에 갇힐수 있는가? 
요컨대 은유와 비교하면 상징은 비유되는 두 사물 가운데 
취의가 생략되는 형식이고 또한 이미지와 관념의 관계로 치환하면


[은유] 이미지 : 관념 = 1 : 1 (장님은 나) 
[상징] 이미지 : 관념 = 1 : 다 (빈 집은 무엇?)


와 같다. 이미지와 관념의 관계가 ‘1 ; 다’ 라고할 때 다는 다라는 것이 아니라 아직도 모자란다는 뜻이고 말하자면 상징의 의미는 아무리 퍼내고 쏟아 붓고 
계속 의미를 부여해도 모자란다는 뜻이고 그러므로 다多는 다이고 다가 아니다. 
그런가하면 또한 다는 다da이다. 이 다는 디자인 dasein,현존재라는 의미의 
디자인의 접두사이고 현재 존재하는 나, 지금 여기있는 나의 의미를 강조한다. 
현 존재는 존재 sein 와 현da이 결합된 존재이고 그러므로 여기da가 중요하다. 
여기는 어디인가? 프로이트는 18개월짜리 손자가 혼자 노는 것을 관찰하며 
그 아이가 오/아를 반복 하는것에 주의한 바 있다. 
엄마가 없는 빈 방에서 아이는 혼자 실패 놀이를 하고 실패가 멀리가면 ‘오’ , 
실패가 돌아오면‘아’ 라고 소리친다, ‘오’는fort(저기),‘아’는 da(여기) 
라고 해석한 것은 프로이트이다. (프로이트,“쾌락 원칙을 넘어서”). 
나는 나를 멀리 던지고 그 나는 다시 돌아온다. 나를 던질 때 나는 돌아온다. 
무슨 말인가?그러나 나는 떠나고 돌아오고 다시 떠나고 돌아온다. 
요컨대 반복이 있을 뿐이고 이 반복, 죽고 싶은 마음이 칼을 찾는다. 
칼은 날이 접혀서 펴지지 않으니 날을 노호하는 초조가 절벽에 끊어지려 한다’(이상,“침몰”). 
나는 지금 시작법 (그것도 알기 쉬운?)에 대해 글을 쓰는지 
1 ; 다’에 나오는 다에 대한 잡념에 시달리는지 잡념을 즐기는지 
나도 모르겠다. 아마 다ㅡ 콤플렉스가 아니면 다ㅡ 강박증 인가보다. 
요컨대 현재는 없기 때문에 현 존재의 다da는 그런 無, 
불교식으로는 空 을 지향한다. 그렇다면 이 무,공의 의미는 무엇인가? 
모두는 무엇이고 많다는 것은 무엇이고 다 da는 무엇인가? 
지난밤에는 밤새도록 비가오고 어두운 새벽 빗소리에 놀라 잠이 깼다. 
갑자기 무섭고 서럽고 불안한 생각이 들어 작은방, 지금 이글을 쓰는방, 
옛날에 딸애가 공부하던 방으로 와서 전등을 켜고 앉아 담배를 피우고 돌아가 
다시 잠이 든 이런 행위는 무엇을 상징 하는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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