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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시장 시 모음> + 벼룩시장 오랜 것에 대한 가치 멋스러움까지 갖가지 숨은 이야기 담아 들려주고는 연륜의 아름다움 전하는 벼룩시장 안 진풍경들이 나를 가지고 놀고 있다 (강재은·시인) + 독서 시장(市場)은 누덕누덕한 사기(史記) 한 권이다 함석과 슬레이트 판자로 만든 표지는 아주 낡았다 책갈피처럼 나 넘보지만 동부시장이라고 쓴 큼지막한 제목만 읽어낼 뿐이다 생의 동쪽 찾아가는 유목민들이 아기가 크는 동안 잠시 눌러앉은 푸른 초원 어느새 눈 맑은 부족이야기를 읽고 있다 한 여인이 건넨 덤 때문에 나도 푸른 초원편의 한 페이지가 되었다 (이경호·시인, 충남 서산 출생) + 600원짜리 화폐는 없다 - 깻잎 한 단에 600원! - 고마 500원 하소! - 그카지 말고 고마 1,000원에 2개 가가뿌이소! - 이렇게 팔마 안 되잖나. - 마수해 줘 고맙구마. 깻잎과 1,000원을 교환한 것만 아니다 지폐 한 장 안에도 산 사람과 판 사람의 흥정을 셈하는 방식이 꼬깃꼬깃 접혀 있다. (채천수·교사시인, 1957-) + 시골장 좌판에는 어느 시골 장 좌판에 단정히 올려져 있는 검정 고무신이 나를 눈부시게 바라본다. 깊은 겨울날 코빼기가 찢어진 고무신을 묵묵히 꿰매주시던 어머니 눈밭을 걸어도 흰 실밥이 보이던 꿰맨 고무신을 내려다보면 발이 시리지 않던 기억 속에 까만 고무신이 시골 장 좌판 위에서 반세기 동안 나를 기다리고 있었다. (김상현·시인, 1947-) + 시장 시장 뒷골목에는 우리네 할머니들이 낡은 상자 자판 위에 풋 배추 시금치 열무 몇 단에 뒷산에서 꺾어 온 봄나물 소쿠리에 세월 때묻은 정 듬뿍 담아 놓고 작은 양산 그늘을 머리 위에 이고 앉아 오고 가는 사람들의 발길에 채이는 시간을 마시며 정을 판다 지나쳐 온 세월 끝자락 작은 양산 그늘조차도 고맙기만 한, 세월 속에 묻혀 가는 인정들을 찾아 나온 시장 세월의 두께만큼이나 깊게 패인 이마의 주름살 속에 무거운 땀방울을 매달고 먼 하늘 구름자락에 세월을 판다 (김근이·어부 시인) + 새벽시장 사람들 어둠을 밀어내고 안개를 삼킨다 바다 갈매기 날아와 붉은 태양 토해낼 때 숨가쁜 영혼으로 종종걸음치며 가끔씩 내지르는 사람들의 외마디 비명 소리가 새벽을 연다 미처 뜨지 못한 눈 비비며 시장 안을 휘젓고 질긴 삶을 외치는 사람들의 숨소리 빛바랜 떡잎 같은 운명 움켜쥐고 절망으로부터 벗어나려는 몸부림 아직 문을 열지 않은 한 곳에는 굽은 등이 서러워 눈물짓는 할머니 오늘도 새벽시장은 세상 사람들의 억억(億億) 소리에 굽은 허리 더욱 낮아져 헉헉거리고 찬바람이 스쳐 지나간 얼굴에 시장사람들 얼룩진 눈물 자국 안개꽃 되어 떨어진다 (김정호·시인) + 시장길·1 고깃간의 육절기 앞에서 나는 겁이 난다 고기를 맵시 있게 잘도 썰어 나가는 최신식 육절기 앞에서 나는 오금이 저린다 잘려나가는 것은 돼지고기 쇠고기지만 내 팔이 잘리고 내 허벅지가 잘리는 것만 같아 오싹오싹 소름이 끼친다 우리가 이렇게 짐승의 고기를 썰어먹은 죄로 저승에 가서는 우리 고기를 대신으로 썰어 바치라는 세상 있으면 어쩔까 우리가 죽어 다시 태어나는 별에는 소나 돼지가 주인이 되고 우리가 그들의 짐승이 되는 지경이면 우리는 무슨 꼴이 될까 생각만 해도 지레 겁이 난다. (나태주·시인, 1945-) + 한 수 위 어이, 할매 살라먼 사고 안 살라먼 자꼬 만지지 마씨요 - 때깔은 존디 기지가 영 허술해 보잉만 먼 소리다요 요 웃도리가 작년에 유행하던 기진디 우리 여편네도 요거 입고 서울 딸네도 가고 마을 회관에도 가고 벵원에도 가고 올여름 한려수도 관광도 댕겨왔소 물도 안 빠지고 늘어나도 않고 요거 보씨요 백화점에 납품하던 상푠디 요즘 겡기가 안 좋아 이월상품이라고 여그 나왔다요 헹편이 안 되먼 깎아달란 말이나 허제 안즉 해장 마수걸이도 못했는디 넘 장사판에 기지가 좋네 안 좋네 어쩌네 구신 씨나락 까묵는 소리허들 말고 어서 가씨요 - 뭐 내가 돈이 없어 그러간디 나도 돈 있어라 요까이껏이 허면 얼마나 헌다고 괄시는 괄시요 팔처넌인디 산다먼 내 육처넌에 주지라 할매 차비는 빼드리께 뿌시럭거리며 괴춤에서 돈을 꺼내 할매 펴보이는 돈이 천원짜리 구지폐 넉 장이다 - 애개개 어쩐다요 됐소 고거라도 주고 가씨오 마수걸이라 밑지고 준 줄이나 아이씨요잉 못 이긴 척 배시시 웃는 할배와 또 수줍게 웃고 돌아서는 할매 둘 다 어금니가 하나도 없다 (복효근·시인, 1962-) + 모닥불 온 세상 꽁꽁 얼어붙은 겨울날 시장 바닥 칼바람 속 노점상 몇 사람 모닥불 주위에 둘러앉아 때늦은 점심 식사를 합니다 도란도란 얘기꽃 피우며 맛있게 밥을 먹습니다 한 폭의 따뜻한 풍경화입니다 나도 그들 사이에 살짝 끼여들고 싶습니다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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