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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국의 현대시
2015년 06월 12일 18시 19분  조회:4106  추천:0  작성자: 죽림
한국의 현대시는 개화계몽시대에 일반화되기 시작한 국문 글쓰기를 기반으로 성립된다. 개화계몽시대 국어국문운동이 확대되자, 한문의 사회 문화적 기능이 축소되면서 한문으로 이루어지던 문필활동도 위축되기에 이른다. 그 결과 시문학을 주도해온 한시의 위상이 이 무렵부터 무너지기 시작한다. 이와 함께 국문 글쓰기를 기반으로 새로운 시 형식을 모색하게 되면서 현대시로서의 ‘신시(新詩)’의 형태가 등장하게 된다. 

개화계몽시대에 새롭게 등장한 신시는 형태적 개방성과 자유로움을 지향한다. 이러한 특징은 전통적인 국문 시가 양식인 시조와 가사의 근대적 변혁과정에서 확인할 수 있다. 개화계몽시대 신문 잡지에 많이 발표된 개화가사와 개화시조를 보면, 창곡으로서의 음악적인 형식과 분리되면서 창곡이 요구했던 형태적 고정성을 탈피하고 개방적인 형식을 추구하는 경향을 보여준다. 그리고 전통 시가의 고정적 형태가 붕괴되는 과정에서 새롭게 등장한 신시 형태 역시 시적 형식의 개방성을 드러낸다. 이것은 한국 현대시의 출발 자체가 자유시(自由詩) 형태를 지향하고 있음을 말해주는 것이다. 

한국 현대시는 그 출발 단계에서부터 서구(西歐) 현대시의 시법에 크게 기대고 있다. 한국의 현대시는 근본적으로 한국 민족의 정서를 한국어라는 민족의 언어로 표현하는 것이지만, 그와 같은 시적 전통을 독자적으로 확립한 것은 아니다. 한국 현대문학의 성립 단계에서 시작 활동을 전개한 시인들은 대부분 일본 유학을 거치면서 서구 문학에 대한 전문적인 지식과 교양을 키워온 사람들이다. 이들이 시 창작을 시작하면서 가장 깊은 관심을 기울인 것은 시적 형식과 율격의 문제이다. 이들은 전통적인 시조나 가사의 고정적인 형식을 벗어나 한국어로 새로운 시 형식을 창안하기 위해 서양의 자유시 형태에 관심을 두게 된다. 한국의 현대시는 시적 형식의 개방성에 기초한 서구적인 자유시 형태를 수용하여 형식의 균형과 율격의 조화를 찾아내면서 새로운 시적 전통을 확립하게 되는 것이다. 
한국 현대시는 시대적 순서 개념을 따른다면 개화계몽시대 문학→식민지시대 문학→분단시대 문학이라는 커다란 범주 안에서 그 전개 양상을 논의할 수 있다. 개화계몽시대부터 일본 식민지시대의 전반기는 전통시가의 근대적 변혁과정을 거쳐 자유시 형태가 정착되면서 여러 가지 시적 양식을 실험한 시기이다. 일본 식민지시대 한국 현대시는 자유시 형태에서 출발하여 산문시와 장시의 형태를 실험하기도 하고 형식적 고정성을 유지하는 현대시조의 부흥운동을 시도하기도 한다. 그리고 이러한 여러 가지 시 형식에 민족의 정서를 담아내는 데에 주력한다. 그리고 식민지시대 후반기에 현대시는 서양의 모더니즘 시운동의 영향으로 공간적 감각을 살려내고 지적인 주제를 적극 포괄한다. 해방 이후 민족 분단의 시대에는 현대시의 영역에서 전통적인 서정시 계열과 역사와 현실 문제에 적극적인 관심을 표현하는 사회시 계열이 구분되기 시작한다. 그리고 1960년대 후반기 이후의 산업화 과정과 한국 사회의 민주화 시대를 거치면서 당대의 정치 상황에 대응하여 순수시와 참여시 또는 민중시의 대립이 나타나기도 하였다. 한국의 현대시는 한국인의 삶과 그 정서의 미적 추구라는 시 정신의 본질을 계승하면서 다양한 변화와 실험을 지속하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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