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詩의 이미지와 이미저리
2015년 10월 08일 18시 00분  조회:3920  추천:0  작성자: 죽림

詩의 要素[Ⅱ]:이미지와 이미저리 




자, 여러분, 정말로 시를 짓고 싶으시다면 지금부터는 정신 좀 바짝 차리고 강의안을 읽으셔야 합니다. 
왜냐구요? 
시가 자신의 넋두리가 되거나 자기 도취에 빠져서 감상으로만 흐르지 않고 '시다운 시', '자신의 혼을 불어넣은 시', 그래서 '타인의 영혼을 울릴 수 있는 시'가 되도록 하기 위해서는 이제부터 공부해 나갈 '이미지(Image)'와 '이미저리(Imagery)'는 물론, '비유'와 '상징' 등도 기본적으로 꼭 알아야 하니까요. 
여기서부터는 게으름을 피우면 '시 창작 교실'의 영원한 낙오자가 되고 맙니다. 
그러니 여러분! 나태가 행여 있었다면 과감히 떨쳐 버리시고 정신 바짝 차리세요. 
다시 한 번 말씀 드리는데 제5강까지는 깡그리 잊어버려도 좋습니다만 여기서부터는 반드시 알고 넘어가야 합니다. 
물론 '어휴ㅡ 시 짓기도 골치 아프군. 까짓 시 안 쓴다고 세상 안 굴러가나!' 하실 분이라면 지금까지 투자한 시간만 손해보고, 아예 여기서 만세 부르세요. 
그게 여러분이 아까운 시간 덜 손해 보는 길입니다. 
내가 여러분들에게 너무 겁을 주고 있나요? 아닙니다. 나는 거짓말은 안 하는 사람입니다. 우리 집에 내려오는 가훈은 '사무사(思無邪)'이지만, 나는 여기에 더하여 내 아이들에게까지도 '거짓말을 하지 마라'는 가르침을 하나 더 얹어 준 사람입니다. 
이러다간 얘기가 삼천포로 빠지겠군요. 
다시 본디로 돌아가서 말씀 드리지요. 겁주려는 게 아닙니다. 허나 여기서도 부담은 갖지 마세요. 이제까지보다는 좀 정신을 집중해서 공부해야 한다는 뜻이니까요. 
하기사 막말로 해서 시 못 짓는다고 사람 구실 못합니까? 목구멍이 포도청이라는 데 시 못 짓는다고 어디 밥 못 먹고 삽니까? 이래도 한 세상 저래도 한 세상 세상 살기는 다 마찬가지 아닙니까, 그렇지요? 
그러나 남보다 더 잘 살고 싶은 게 인간의 욕심입니다. 돈도 남보다 많이 벌고 싶고, 자식들도 남보다 훌륭하게 키우고 싶고...... 등등 얼마나 많습니까? 
그 중에서 여러분들은 다른 것 다 두고라도 남보다 더 넉넉한 영혼을 가지고 살고 싶어하시는 분들 아닙니까. 그래서 이 '시 창작 교실'의 문도 두드리신 것이구요. 그렇다면 여기서 포기하신 데서야 어디 쓰겠습니까? 자존심도 많이 상하실 것이구요. 그러니 한 번 뽑은 칼 썩은 호박이라도 내리치고 칼집에 넣어야지요. 
그럼 마음 편안히 가지시고 이미지와 이미저리에 대한 공부 함께 시작해 볼까요? 

1. 이미지, 이 놈 너 누구냐? 

P.발레리는 현대시의 80%가 이미지로 되어 있다고 말했습니다. 그만큼 이미지는 시에 있어서 중요한 존재입니다. 그런데 이 이미지는 그에 비례하여 또 그만큼 골치 아픈 존재이기도 하지요. 
한 번 물어 볼까요? '이미지, 이 놈 너 누구냐?' 'ㅡㅡㅡㅡㅡㅡ' 
어, 대답이 없네요. 아마 벙어리인가 봅니다. 
하는 수 없으니 우리가 사전을 찾아보고 스스로 터득해야 할 것 같습니다. 
우선 이미지(Image)'를 사전에서 찾아봅시다. 
이미지는 '마음속에 그려지는 사물의 감각적 영상(映像)'이라고 나와 있군요. 그럼 '영상(映像)'은 또 무엇일까요? '영상'은 '머릿속에 떠오르는 사물의 모습. 이미지. 심상' 이렇게 나와 있네요. 그럼 또 '심상(心象)'은 무엇인지 찾아봐야 하겠군요. 어, 이게 어쩐 일입니까? '심상'은 또 '감각 기관의 자극 없이 의식 속에 떠오르는 상. 영상. 표상'으로 나와 있네요. 
그럼 여기서 또 '표상(表象)'을 찾아봐야 하겠군요. 그런데 여기는 또 뜻풀이가 왜 이렇게 많습니까? 하나는 '대표적인 상징'이고 두 번째는 '철학에서의 이데아(Idea)', 세 번째는 '심리학에서, 감각을 요소로 하는 심적 복합체를 이르는 말. 의식 중 과거의 인상이 재현된 것, 또는 어떤 대상을 지향하는 의식 내용을 가리킴. 심상(心象)' 이렇게 나와 있군요. 
어휴우ㅡ 이러다가는 사전 찾다가 날 새는 게 아니라 사전 찾다가 삶이 끝나겠군요. '이미지→영상→이미지, 심상→영상, 표상→(상징, 이데아),(심적 복합체, 과거의 인상이 재현된 것), 심상' 이렇게 다람쥐 쳇바퀴 돌 듯 돌고 있으니 정신이 다 어지럽네요. 
'제기랄(죄송)' 상말이 막 나오려 하네요. 아, 지금 여러분이나 나나 욕 안 나오게 생겼습니까? 그렇지만 우리는 적어도 영혼이 풍요로운 삶을 위해 '시 짓기' 공부를 하는 문화인들이니 욕을 할 수도 없고, 참자니 속이 끓고 그저 '북북' 할밖에요. 

그래도 조금은 얻은 것이 있는 것 같으네요. 
사전의 뜻풀이를 종합해서 분석해 보니 이미지란 간단하게 말해서 '심상(心象), 영상(映像), 표상(表象)3'인 것 같군요. 
그렇다면 이제 다시 한 번 물어봅시다. 
'이미지, 이 놈 너 누구냐?' 
'나는 어떤 대상(對象)이나 사물(事物)에 대한 너의 지각이나 기억, 상상, 환상, 느낌 등이 영화의 화면처럼 재생되어 너의 마음속에 떠오르는 것이다. 왜 어쩔래? ' 
어허, 뭐 뀐 놈이 성낸다더니 제 녀석이 되려 화를 내네요. 그렇지만 우리가 참읍시다. 그리고 이제 우리 나름대로 정리를 해서 이미지의 정의를 간략하게 내려봅시다. 물론 여기에는 정답이 없다는 것쯤은 알고 계시죠? 
'이미지란 대상(對象)에 대한 지각, 기억, 상상, 환상, 느낌 등이 마음속에 떠오르는 것'ㅡ 
이 정도로 '이미지'를 정리해 두면 되겠습니까? 그럼 이제 이미저리 만나보러 갑시다. 

2. 이미저리(Imagery), 너는 또 누구냐? 

'이미지' 그 녀석에게서 고생을 많이 했으니 이제 '이미저리'란 녀석은 쉽게 만나봅시다. 
그게 좋겠지요, 여러분? 잘 안 들리는데 큰 소리로 대답해 주세요. 그게 좋겠지요, 여러분! 
그래도 아직 목소리가 작군요. 더 크게 해 보세요. 젖 먹은 힘까지 다 해서요. 
'그게 좋겠지요, 여러부운ㅡ!' '네에에에ㅡ!' 이제 됐습니다. 그럼 물어봅시다. 
'이미저리야, 너는 또 누구냐?' 'ㅡㅡㅡㅡㅡㅡ'. 허허, 이 녀석도 대답이 없네요. 
우리 다른 사이트에서 좋은 글이나 음악, 그림 퍼오는 실력 있지요? 갈 길이 바쁘니 이 녀석은 <시를 어떻게 쓸 것인가>(문학아카데미)에서 인용해 놓은 프리스톤대학 <시학사전>에 나온 글을 퍼와서 읽어볼까요? 

'이미지는 신체적 지각에 일어난 감각이 마음속에 재생된 것이다. ...... 한때 지각되었으나 현재는 지각되지 않는 어떤 것을 기억하려고 하는 경우나 체험상 마음의 무방향적 표류의 경우나 상상력에 의해서 지각 내용을 결합하는 경우나 꿈과 열병에서 나타나는 환각 등의 경우처럼 직접적인 신체적 지각이 아니더라도 마음은 역시 이미지를 생산할 수 있다. 한층 특수한 문학적 용법으로서의 이미저리는 언어에 의하여 마음속에 생산된 이미지군(群)들을 가리킨다.' 

역시가 역시나지요? 이렇게 유식한 사람들이 써 놓은 글들을 보면 어렵다니까요. 우리는 쉽게 생각해 봅시다. 위의 글에서 몇 마디만 기억해 둡시다. 그것이 이미저리 같으니까요. 
'이미저리는 언어에 의하여 마음속에 생산된 이미지군(群)들을 가리킨다.' 
이 구절만 기억하세요. 
여러분, 장미꽃 좋아하시죠? 
'장미꽃 송이가 이미지라면, 장미꽃 다발[묶음]이 이미저리다.' 
그러니 우리처럼 무식한(?) 사람들은 이렇게 무식하고 간단하게 기억합시다. 
그럼 여기서 다시 한 번 '이미저리'에게도 물어 볼까요? 
'이미저리, 너는 또 누구냐?' 
'나는 이미지의 집합체이다. 이미지와 이미지가 모여서 내가 된다. 알겠니?' 
어! 얘는 '어린 왕자'에 나오는 여우인가 보네요. 이제 아시겠지요? 
'이미저리는 이미지의 집합체이다.' 
어린 왕자가 기억하기 위해서 되뇌듯 우리도 되뇌어 봅시다. 
그리고 이제는 작품 속에서 이미지와 이미저리를 공부해 볼까요? 

3. 이미지 이미저리야! 

우리가 여기서 아무리 '이미지 이미저리야!' 하고 소리쳐 불러봐도 '불러도 대답 없는 이름일 뿐' 아무도 대답해 줄 이는 없습니다. 허니 우리가 찾아 나서야지요. 그럼 슬슬 찾아 나서 볼까요? 여기서도 무작정 찾아 나서기보다는 나침반이라도 하나 가지고 나서야 하겠지요. 

존 러스킨이란 작자는 우리 머리를 또 아프게 만들었습니다. 왜인고 하니, 그가 이미지를 창조해 내는 가장 중요한 정신 능력의 하나인 '상상력(想像力)'을 직관적(直觀的) 상상력과 연합적(聯合的) 상상력 그리고 정관적(靜觀的) 상상력으로 분류하였기 때문이지요. 
내야 뭐 잘 모르겠습니다만 여기서 직관적 상상력이란 '사물의 정신적·내면적인 것을 결합시키는 것'을 뜻하며, 연합적 상상력이란 '이미지[心象]를 결합하여 새로운 이미지를 만들어 내는 것'을 뜻하며, 정관적 상상력이란 '대상의 본질을 마음의 눈으로 조용히 관찰하여 나타나는 사상과 정서로 체험 전체를 통일시키는 것'을 뜻한다고 하더군요. 
머리 아프지만 알고 넘어가는 것이 좋을 것 같아서 이것도 <시를 어떻게 쓸 것인가>(문학아카데미)에서 빌려 왔지요. 
그렇다고 동문 선배인 박제천 시인이 저작권 운운이야 하겠습니까? 

그럼 이제 이미지를 사용한 시들을 살펴보기로 할까요? 
여러분 작년 흰눈 펑펑 쏟아지던 크리스마스 이브에 하늘이 쓰는 시가 좋아서 신선되어 눈 타고 하늘 오르신 미당 서정주 시인 아시죠? 그 미당 선생님ㅡ 내게는 은사님이시기에 ㅡ의 '국화 옆에서' 모르시는 분 있으시면 손 들어 보세요. 그 시 둘째 연 한번 먼저 볼까요? 

"그립고 아쉬움에 가슴 조이던 
머언 먼 젊음의 뒤안길에서 
인제는 돌아와 거울 앞에 선 
내 누님같이 생긴 꽃이여" 

여기서 시인은 가을에 노랗게 핀 '국화꽃'의 이미지를 젊음의 뒤안길에서 돌아온 중년의 '누님'으로 표현하고 있습니다. 얼굴에 이제는 주름이 잡히기 시작한 중년의 누님이 지닌 '원숙한 아름다움'이 바로 시인이 상상력으로 노래한 '국화꽃의 아름다움'이지요. 

이 번에는 회화적 이미지를 많이 구사했던 김광균 시인의 1938년 조선일보 신춘문예 당선작인 '설야(雪夜)'의 전체 6연 중 4연까지를 한번 살펴볼까요? 

"어느 먼 곳의 그리운 소식이기에 
이 한밤 소리 없이 흩날리느뇨. 

처마 끝에 호롱불 여위어 가며 
서글픈 옛 자취인 양 흰 눈이 내려 

하이얀 입김 절로 가슴에 메어 
마음 허공에 등불을 켜고 
내 홀로 밤 깊어 뜰에 내리면 

머언 곳에 여인의 옷 벗는 소리." 

여기서 시인은 '눈[雪]'의 이미지를 어느 먼 곳의 '그리운 소식'과 '서글픈 옛 자취'로, 어둠 속에 '눈이 내리는 소리'를 머언 곳에 '여인의 옷 벗는 소리'로 그리고 있습니다. 이러한 이미지들은 모두 시인의 상상력의 산물이지요. 

이처럼 이미지는 시인의 상상력에 의하여 많이 만들어지기 때문에 상상력은 이미지를 만드는 중요한 요소가 됩니다. 그러나 상상력은 어디까지나 상상력일 뿐, 이미지 그 자체는 아니지요. 따라서 상상력은 어떠한 상상력이든 그 결과가 언어로 표현되어야만 이미지가 됩니다. 
여러분, 제2강의 일화에서 드가에게 한 S.말라르메의 말 기억하시지요? 잊어버리신 분들은 돌아가셔서 다시 한번 읽어보고 오세요. 집으로 아주 가시지는 말구요. 

그럼 마지막으로 이미저리를 찾아볼까요? 
이미저리는 하나의 시구(詩句)에서도 찾을 수 있고, 한 편의 시 전체에서도 찾을 수 있지요. 
고등학교 국어 시간에 약방의 감초처럼 등장하던 청각을 시각으로 변화시켜 표현한 시구인 '분수처럼 흩어지는 푸른 종소리'(김광균의 <외인촌>)와 '흔들리는 종소리의 동그라미'(정한모의 <가을에>) 같은 것이 있는데, 이 시구들은 잘 알고 계시죠. 학교에서 선생님들이 '공감각적 심상'이라고 귀에 딱지가 앉도록 설명하셨을 테니까요. 
'분수처럼 흩어지는 푸른 종소리'에서는 종소리의 청각을 푸른 빛깔로 시각화함으로써 청각적 이미지와 시각적 이미지를 결합하였고, '흔들리는 종소리의 동그라미'에서는 종소리의 파장을 동그라미로 시각화함으로써 청각적 이미지와 시각적 이미지를 결합하였습니다. 
이처럼 이미지를 결합하여 만들어 내는 이미지군(群)이 이미저리가 되지요. 

그럼 이번에는 시 전체에서 이미저리를 찾아봐야 하겠는데, 본디 내가 주변머리도 없고 발도 마당발이 못 되고 겁도 많고 실력도 없다 보니 유명한 시인들의 글은 인용을 못 하겠고 해서 내 졸작 '얼굴'에서 찾아보기로 하겠으니 과히 허물치 마시기를 바랍니다. 

"두 눈썹 
한 획 
가로 그으면 
은어(銀魚)떼처럼 
몰려 오는 빛살 
아침으로 모도아 고이 
영원에 뿌리면 
사랑으로 피는 
둥근 미소(微笑) 
오, 빛살도 미소도 
머무는 거울아 
어릴 적 내가 
꿈으로 써 둔 
시(詩)." 

여기에 대한 것은 평론가인 서울대 권영민 교수가 내 첫 시집의 발문에서 썼던 시평으로 대신하는 것이 더 신뢰성이 있을 것 같아 그로 대신합니다. 
"이 시에서 시인은 시적 대상에 대한 감각적 인식을 최대한 활용하고 있다. 이채롭기조차 하다고 말할 수 있는 시각적 심상들의 시적 결합을 통해 시인이 드러내고 있는 것은 맑고 깨끗한 것, 순수 그 자체이다. '얼굴'이라는 시의 제목을 염두에 두고 다시 이 시를 읽으면, 시인이 그리고자 하는 대상의 구체성이 '빛살'·'미소'·'거울' 등의 시어가 함축하고 있는 의미와 내적으로 긴밀하게 결합되고 있음을 알 수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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