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현대詩史에 수많은 활구(活句)를 낳다...
2016년 01월 09일 04시 39분  조회:4127  추천:0  작성자: 죽림
 

 서정주 ‘冬天(동천)’
 

 
 
 

 

 

내 마음 속 우리님의 고은 눈썹을 

즈믄 밤의 꿈으로 맑게 씻어서 

하늘에다 옮기어 심어 놨더니 

동지 섣달 나르는 매서운 새가 

그걸 알고 시늉하며 비끼어 가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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겨울 밤하늘을 올려 본다. 얼음에 맨살이 달라붙듯 차갑고 이빨은 시리다. 문득 궁금해진다. 미당(未堂) 서정주 시인은 왜 한천(寒天)에 사랑의 일과 사랑의 언약과 사랑의 얼굴을 심어 두었을까. 손바닥으로 쓸어보아도 온기라고는 하나 없는 그곳에 왜 하필 사랑을 심어 두었을까. 매서운 새조차 ‘비끼어 가’는 사랑의 결기를 심어 두었을까. 

생심(生心)에 대해 문득 생각해본다. 처음으로 마음이 생겨나는 순간을 생각해본다. 무구한 처음을, 손이 타지 않아서 때가 묻지 않은 처음을. 부패와 작파가 없는 처음을. 신성한 처음을. 미당이 한천을 염두에 둔 것은 처음의 사랑과 처음의 연민과 처음의 대비와 처음의 그 생심이 지속되기를 바랐기 때문은 아니었을까. ‘심어 놨’다고 한 까닭도 생심 때문이 아니었을까. 심는다는 것은 생육(生育)한다는 것 아닌가. 여리디 여린 것, 겨우 자리 잡은 것, 막 숨결을 얻은 것, 젖니 같은 것 이런 것이 말하자면 처음이요, 생양해야 할 것들 아닌가. 미당은 초승달이 점점 충만한 빛으로 나아가듯 처음의 사랑 또한 지속되고 원만해지기를 기도했는지도 모를 일이다. 

미당의 시에는 생명 없는 것을 생장시키는 독특한 영기(靈氣)가 서려 있다. 그는 시 ‘첫사랑의 詩’에서 ‘초등학교 3학년때 / 나는 열두살이었는데요. / 우리 이쁜 여선생님을 / 너무나 좋아해서요. / 손톱도 그분같이 늘 깨끗이 깎고, / 공부도 첫째를 노려서 하고, / 그러면서 산에가선 산돌을 줏어다가 / 국화밭에 놓아 두곤 / 날마다 물을 주어 길렀어요.’라고 하지 않았던가. 산돌을 주워 와서 물을 주어 길렀듯이 이 시에서도 미당은 ‘고은 눈썹’을 생장시키는 재기를 보여준다. 

미당의 시에는 유계(幽界)가 있다. 그는 ‘무슨 꽃으로 문지르는 가슴이기에 나는 이리도 살고 싶은가’라며 황홀을 노래했지만 그는 우주의 생명을 수류(水流)와 같은 것으로 보았다. 흘러가되 윤회하는 것으로 보았다. 이 운행에서 그는 목숨 받은 이들의 만나고 헤어지는 일을 노래했다. 목숨 없는 것에는 목숨의 숨결을 불어 넣었다. 미당의 시의 최심(最深)은 삶 너머의 이승 이전의 유계를 돌보는 시심에 있다. 이 광대한 요량으로 그는 현대시사에 수많은 활구(活句)를 낳았다. 

(문태준·시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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