http://www.zoglo.net/blog/kim631217sjz 블로그홈 | 로그인
시지기-죽림
<< 12월 2024 >>
1234567
891011121314
15161718192021
22232425262728
293031    

방문자

조글로카테고리 : 블로그문서카테고리 -> 문학

나의카테고리 : 文人 지구촌

詩쓰기 그리기...
2016년 01월 09일 05시 07분  조회:3727  추천:0  작성자: 죽림

그리려는 시쓰기 

                          강사/윤석산 


지난 시간에는 <말하려는 시 쓰기> 에 대해 알아봤으니, 이번 시간에는 <그리려는 시 쓰기>에 대해 함께 알아보기로 할까요? 미국의 신비평가 랜섬(J. C. Ransom)의 분류에 의하면, 말하려는 시는 관념시(platonic poetry), 그리려는 시는 <즉물시(physical poetry)>에 해당합니다. 

그리려는 시 쓰기에 앞장 선 사람들로는 흄(T. E. Hulme), 파운드(E. Pound), 로우엘(A, Lowel), 두우리틀(H. Doolittle), 알딩턴(R. Aldington) 등이 주축이 된 이미지스트들을 꼽을 수 있습니다. 고등 교육이 보편화되고, 독자들의 의식 수준이 시인들과 비슷해짐에 따라 더 이상 시인의 하소연이나 설교를 들으려하지 않는다는 걸 발견했기 때문입니다. 

하지만, 세계문학사를 살펴보면 그리려는 시는 이들이 처음 쓴 게 아닙니다. 한자문화권에서는 일찍부터 이런 시를 써왔습니다. 중국의 한문은 상형성(象形性)이 강하고 우리말과 일본어는 감각어가 발달했기 때문입니다. 이 운동을 주도해온 파운드가 중국의 당시(唐詩)와 일본의 와까(和歌) 하이꾸(俳句) 등을 번역하여 이미지즘 운동의 전범으로 삼은 것도 이 때문입니다. 

그것은 향가나 우리의 한시를 살펴보아도 짐작할 수 있습니다. 

ⓐ(구름을) 열치매 
나타난 달이 
흰구름 쫓아 떠가는 것 아니냐 
새파란 냇가에 
기랑의 모습이 있어라 
이로부터 냇가 조약돌에 
낭이 지니시던 
마음의 끝을 좇고 싶어라 
아으, 잣가지 높아 
서리를 모를 화반(화랑장)이여 
-충담사, [찬기파랑가(讚耆婆郞歌)] 전문 

ⓑ비 그친 강나루 긴 언덕에 풀빛만 날로 푸르러가는데(雨歇長堤草色多) 
남포로 님 보내는 슬픈 노래만 허공 가득 떠도네(送君南浦動悲歌) 
해마다 이별의 눈물을 보태 푸른 물결 넘실대는데(別淚年年添綠派) 
대동강 물 언제 말라 임 만나거 갈꼬(大洞江水何時盡) 
- 정지상(鄭知常), [송인(送人)] 

이미지를 강화시킨 작품만 골랐기 때문에 그렇다고 생각하는 분들이 있다면, 우리말과 인구어를 비교해봐도 확인할 수 있습니다. 영어에 <붉다>다는 낱말은 "red"과 "reddish" 두 개밖에 없지만, 우리말에는 "붉다"·"불그스름하다"·"볼그스름하다"·"발그스름하다"·"불긋불긋하다"·"빨긋빨긋하다"·"뿔긋뿔긋하다"·"빨갛다"·"시뻘겋다"·"새빨갛다"·"검붉다"·"불그죽죽하다" 등 이루 다 열거할 수가 없습니다. 

이와 같이 <그리는 시>는 무엇을 그리려 하느냐에 따라 다시 두 가지로 나눌 수 있습니다. 하나는 시인의 외부에 객관적으로 존재하는 대상을 그리려는 유형이고, 다른 하나는 시인의 내부에서 일렁이는 정서, 무의식, 상상의 결과 등을 그리려는 유형입니다. 그리고, 무엇을 그리려 하느냐에 따라 시를 쓰는 방법도 달라집니다. 
그러면 먼저 시인의 외부에 객관적으로 존재하는 대상을 그리는 방법부터 살펴보기로 할까요? 

외부의 대상을 그리려면 먼저 언어의 속성을 파악해야 한다. 

외부에 존재하는 대상을 그리려 할 때 우선 염두에 두어야 할 것은, 시인은 자기가 거론하는 사물의 모습을 떠올리며 쓰고 있지만, 독자들은 시인이 말한 것의 의미만 받아들이고 사물의 모습을 떠올리지 못하기가 일쑤라는 점입니다. 언어는 사물에 부여한 자의적 명칭으로서, 아래처럼 <시인-언어>, <시인-사물>은 직접적인 관계이지만, <언어-사물>은 간접적인 관계에 불과하기 때문입니다. 

(Language)독서의 출발 → (Object) 

그러므로, 시인이 말한 대로 독자가 받아들이도록 만들기 위해서는 <언어>와 <사물>의 관계를 강화시키지 않으면 안 됩니다. 이를 위해서는 먼저 언어에 따라 사물의 모습을 환기(喚起))시키는 정도가 다르다는 걸 알아야 합니다. 

가령 어떤 시인이 시를 쓸 때, "꽃이 피었다"라고 썼다고 합시다. 그 시인은 그 꽃이 "개나리"인지 "장미"인지 알고 씁니다. 그리고 어디에 어떻게 피었는지도 알고 씁니다. 그러나, 그 꽃을 목격하지 않은 독자들은 무슨 꽃인지, 어디에 어떻게 피었는디 모릅니다. 그러므로, 먼저 "장미"라든지 "개나리"라고 좀 더 구체적으로 "의미의 레벨(meaning level)"을 높혀 써야 합니다. 

하지만 이와 같이 종(種)을 이야기하는 정도에서 그 꽃의 모습을 떠올리기를 바라는 것은 무리입니다. 같은 장미라고 해도 조세핀도 있고, 에스메랄드도 있고, 빨간 장미도 있고, 노란 장미도 있고, 빨간 색도 새빨간 색도 있고, 불그스름한 색도 있고, 볼그스름한 색도 있고…. 그리고, 언제 어디에 어떻게 피었느냐에 따라서 달리보입니다. 그러므로, 되도록 문장을 이루는 각 성분의 의미 등급을 높혀서 표현해야 합니다. 한번 제가 단계별로 높이며 표현해 볼까요? 

①꽃이 피었다. ②장미가 피었다. ③에스메랄다가 피었다. ④붉은 에스메랄다가 피었다. ⑤발그스름한 에스메랄다가 피었다. ⑥발그스름한 에스메랄다가 반쯤 봉오리를 열었다. ⑦뜨락 한구석, 에스메랄다가 반쯤 봉오리를 열었다. ⑧눈부신 햇살이 쏟아지는 뜨락 한구석 발그스름한 에스메랄다가 반쯤 봉오리를 열었다. ⑨눈부신 햇살이 쏟아지는 뜨락 한구석 발그스름한 에스메랄다가 반쯤 봉오리를 연 채 하늘하늘 흔들리고 있다. ⑩눈부신 햇살이 쏟아지는 뜨락 한구석 발그스름한 에스메랄다가 반쯤 봉오리를 연 채 하늘하늘 흔들리면서 아찔한 향기를 흩뿌리고 있다. 

어떼요? <꽃→장미→에스메랄다→붉은 에스메랄다→발그스름한 에스메랄다>, 그리고, 서술부를 <피었다→반쯤 봉오리를 열었다→반쯤 봉오리를 연 채 하늘하늘 흔들리고 있다→반쯤 봉오리를 연 채 하늘하늘 흔들리면서 아찔한 향기를 흩뿌리고 있다>처럼 구체화하니까 직접 보고 있는 느낌이 들지요? 

이런 능력은 글을 쓰기 위하여 기본적으로 갖춰야 할 능력에 속합니다. 그리고 타고나는 게 아닙니다. 빨리 말하지 말고, 차츰차츰 의미를 좁혀가며 말하면 누구나 가능합니다. 그리고 문장의 각 성분을 구체화하여 전체 길이가 길어지면 적당한 길이로 잘라 다른 문장으로 만들면 됩니다. 

이와 같이 이미지화를 할 때는 두 가지 유의할 점이 있습니다. 첫째로 대상을 정적(靜的)으로 그리기보다 동적(動的)으로 그리는 것이 훨씬 효과적이라는 점입니다. 그리고, 시각적인 것만 그리지 말고, 청각, 후각, 촉각, 미각 같은 것들까지 포함하여 공감각적(共感覺的)으로 그리는 것이 효과적입니다. 그것은 앞의 예 가운데 정지태(靜止態)로 그린 ⑧ 이전의 것들과 동태(動態)로 그린 ⑨, 그리고 시각에 후각을 첨가시킨 ⑩을 비교해보면 짐작할 수 있을 것입니다. 우리의 인식 활동은 단일한 자극보다 총체적인 자극을 받았을 때 보다 활발하게 움직이기 때문입니다.

 

 
 

[필수입력]  닉네임

[필수입력]  인증코드  왼쪽 박스안에 표시된 수자를 정확히 입력하세요.

Total : 2283
번호 제목 날자 추천 조회
1323 [또 詩공부]- 틀에 박힌 시선으로 바라보지 말기 2016-04-08 0 6967
1322 [한밤중 詩 한컵 드리꾸매]- 동물의 왕국 2016-04-08 0 4308
1321 <악기> 시모음 2016-04-07 0 4803
1320 ... 2016-04-07 0 5116
1319 ... 2016-04-07 0 4626
1318 [머리 뗑하게 하는 詩공부]- 詩作 첫줄 어떻게 쓰나 2016-04-07 0 4274
1317 [싱숭생숭 진달래 피는 봄날 詩 한송이]- 진달래 2016-04-07 0 4669
1316 [추적추적 봄비 내리는 아침, 詩 한송이]- 철쭉 2016-04-07 0 4230
1315 그는 늘 왼쪽에 앉는다... 2016-04-07 0 4585
1314 詩의 씨앗 2016-04-07 0 4522
1313 멕시코 시인 - 옥타비오 파스 2016-04-06 0 4648
1312 꽃과 그늘 사이... 2016-04-06 0 4574
1311 詩人의 손은 어디에... 2016-04-06 0 4433
1310 詩지기가 만났던 <남도의 시인> - 송수권 타계 2016-04-05 0 4607
1309 [한밤중 詩 한쪼박 드리매]- 보리가 팰 때쯤 2016-04-05 0 4504
1308 [화창한 봄날, 싱숭생숭 詩 한꼭지]-나는 아침에게... 2016-04-05 0 4886
1307 아시아의 등불 - 인도 詩聖 타고르 2016-04-05 0 5029
1306 한국 詩人 김억 / 인도 詩人 타고르 2016-04-04 0 7134
1305 인도 詩人 타고르 / 한국 詩人 한용운 2016-04-04 0 4845
1304 [봄비가 부슬부슬 오는 이 아침 詩 읊다]- 쉼보르스카 2016-04-04 0 4743
1303 [이 계절의 詩 한숲 거닐다]- 사려니 숲길 2016-04-04 0 4709
1302 [월요일 첫 아침 詩 한잔 드이소잉]- 하루 2016-04-04 0 4247
1301 [청명날 드리는 詩 한컵]- 황무지 2016-04-04 0 4725
1300 <작은 것> 시모음 2016-04-04 0 4634
1299 詩와 思愛와 그리고 그림과... 2016-04-03 0 5354
1298 詩, 역시 한줄도 너무 길다... 2016-04-03 0 6123
1297 詩, 한줄도 너무 길다... 2016-04-03 0 4614
1296 [이 계절 꽃 詩 한다발 드리꾸매]- 벚꽃 시묶음 2016-04-03 0 5577
1295 <할머니> 시모음 2016-04-02 0 4470
1294 {童心童詩}- 텃밭에서(詩를 쉽게 쓰라...) 2016-04-02 0 4883
1293 {童心童詩} - 꽃이름 부르면 2016-04-02 0 4148
1292 <발> 시모음 2016-04-02 0 4748
1291 도종환 시모음 2016-04-02 0 5416
1290 [이 계절의 꽃 - 동백꽃] 시모음 2016-04-02 0 5456
1289 이런 詩도 없다? 있다!... 2016-04-02 0 4122
1288 [한밤중 아롱다롱 詩한컷 보내드리꾸이]- 모란 동백 2016-04-02 0 4635
1287 [머리를 동여매고 하는 詩공부]- 자연, 인위적 언어 2016-04-02 0 4352
1286 [머리가 시원한 詩공부]- 죽은자는 말이 없다... 2016-04-01 0 4297
1285 [머리 아픈 詩 공부]- 문학과 련애 2016-04-01 0 5509
1284 [싱숭생숭 봄날 아롱다롱 봄, 풀꽃 詩 한 졸가리] - 풀꽃 2016-03-31 0 3928
‹처음  이전 20 21 22 23 24 25 26 27 28 29 30 다음  맨뒤›
조글로홈 | 미디어 | 포럼 | CEO비즈 | 쉼터 | 문학 | 사이버박물관 | 광고문의
[조글로•潮歌网]조선족네트워크교류협회•조선족사이버박물관• 深圳潮歌网信息技术有限公司
网站:www.zoglo.net 电子邮件:zoglo718@sohu.com 公众号: zoglo_net
[粤ICP备2023080415号]
Copyright C 2005-2023 All Rights Reserved.