http://www.zoglo.net/blog/kim631217sjz 블로그홈 | 로그인
시지기-죽림
<< 10월 2024 >>
  12345
6789101112
13141516171819
20212223242526
2728293031  

방문자

조글로카테고리 : 블로그문서카테고리 -> 문학

나의카테고리 : 보물 + 뒷간

땡!~ 당신은 무엇하는 사람이기에 외국산 커피 마시능기여...
2016년 04월 07일 06시 43분  조회:5341  추천:0  작성자: 죽림

[시간여행] "커피는 사치"???…

1961년 5월 29일 아침, 모닝 커피 한잔하러 다방에 들른 사람들은 황당한 상황에 빠졌다. 서울 시내 1150곳 다방에서 커피가 일제히 자취를 감춘 것이다. 출입문엔 "협회 지시에 의하여 오늘부터 커피를 팔지 않겠습니다"라는 안내문이 붙었다. 치안국장은 "다방협회 관계자들이 커피를 팔지 않겠다고 자진 제의했다"고 밝혔지만 이 말을 곧이 들을 사람은 거의 없었다. 5·16 쿠데타를 일으킨 후 사회 각 부문 개혁을 군대식으로 몰아붙이던 군사정권은 양담배와 커피를 외화 낭비와 사치의 주범으로 꼽아 전면판금이라는 초강경 조치를 단행한 것이다(조선일보 1961년 5월 29일자). 커피가 사라진 커피숍엔 애꿎은 생강차와 유자차 냄새가 진동했다. 다방 매출은 된서리를 맞았다. 오직 한 곳, 관영호텔인 반도호텔의 커피숍만이 외국 손님의 편의를 핑계 삼아 커피 판매가 허용된 덕에 개점 이래 최대의 매출 대박을 기록했다.
 
1960년 7월 8일 대학생들이 ‘커피 한 잔에 피 한 잔’ 등이 적힌 피켓을 들고 거리를 행진하며 커피·양담배 소비 자제를 외치고 있다. 학생들은 다방으로 뛰어들어가 손님에게 “왜 외국산 커피를 마시고 있느냐”고 따지기도 했다.
1960년 7월 8일 대학생들이 ‘커피 한 잔에 피 한 잔’ 등이 적힌 피켓을 들고 거리를 행진하며 커피·양담배 소비 자제를 외치고 있다. 학생들은 다방으로 뛰어들어가 손님에게 “왜 외국산 커피를 마시고 있느냐”고 따지기도 했다.
커피 판금은 돌연한 조치였지만 시민 상당수는 '올 것이 왔다'는 표정을 지었다. 이미 4·19 혁명 때부터 개혁 바람이 몰아칠 때마다 커피는 늘 도마에 올랐었다. 혁명 직후인 1960년 7월 서울대 문리대생이 중심이 된 '신생활선도대'는 거리를 행진하며 양담배와 커피 추방을 외쳤다. 어떤 학생은 거리의 다방에까지 뛰어들어가 손님에게 "당신은 무엇하는 사람이기에 대낮부터 여기 앉아 외국산 커피를 마시고 있느냐"고 일장훈계를 퍼부었다. 사회 일각에서 학생들의 과격한 행동을 우려했지만, 서민층에선 "뜨뜻미지근하게 개혁을 추진해 봤댔자 허영과 사치에 물들어 버린 족속들이 정신차릴 리 만무하니 강력하게 해야 한다"고 지지하는 분위기가 있었다.

군사정권의 커피 퇴출은 외화 낭비 때문만은 아니었다. '오갈 데 없는 실업자들이 다방에 죽치고 앉아 커피 한 잔 놓고 온갖 잡담을 하고, 천하를 뒤흔들겠다는 공리공론을 늘어놓는 비건설적인' 풍조 자체에 대한 군인의 철퇴였다. 5·16 후 공무원에겐 다방 출입 금지령도 내려졌다. 감투 좀 쓰기 위해 정치인이나 정치 브로커를 만나려고 다방을 찾던 사람의 발길도 뚝 끊어졌다. 커피가 학생 혁명 세력과 군부 세력 모두에게 배척받은 점이 흥미롭다. 몇 년 뒤인 1966년 중국 문화혁명 때 홍위병도 커피를 '부르주아의 사치품'인 동시에 외화의 낭비라고 규탄해 광둥시 다방은 냉수만 팔게 될 것이라고 UPI가 보도했다. 제3공화국 정부는 커피를 몰래 판 다방을 수시로 적발해 수십 곳씩 무더기로 영업 정지시키고, 다방 마담을 구속까지 했다. 한 신문은 5·16 1주년 성과를 점검하면서 '커피가 철두철미 없어진 일'을 꼽았다.

하지만 '신이 내린 음료'를 사회악처럼 배격한 시절은 그리 오래가지 않았다. 1964년 9월 25일, 정부는 커피의 수입 판매를 마침내 허용했다. 1961년 커피와 함께 퇴출됐던 양담배는 1986년까지 25년간 꽁꽁 묶였지만, 커피 금지의 시대는 3년 만에 막을 내렸다. 사치의 공간으로 몰렸던 1960년의 다방은 전국에 2800곳이었는데, 오늘의 커피 전문점은 전국에 4만9600곳이다. 1960년 서울 시민 한 사람은 한 해 커피를 약 25잔꼴로 마셨는데, 2015년의 1인당 커피 소비는 484잔으로 폭증했다.


[필수입력]  닉네임

[필수입력]  인증코드  왼쪽 박스안에 표시된 수자를 정확히 입력하세요.

Total : 3117
번호 제목 날자 추천 조회
2677 [록색문학평화주의者] - 문화재는 문화재로 처리해야... 2019-07-17 0 3548
2676 [나들이] - 지금 백두산 천지 모습 2019-07-11 0 3258
2675 [그것이 알고싶다] - 국경선 려행 2019-07-11 0 3423
2674 [그것이 알고싶다] - 세계의 국경선... 2019-07-11 0 3920
2673 [그것이 알고싶다] - 아프리카 이집트 : 수단 분쟁 2019-07-11 0 4567
2672 [그것이 알고싶다] - 세계의 신기한 장소 5곳... 2019-07-11 0 3294
2671 [록색문학평화주의者] - "기후협약", 남의 일이 아니다... 2019-07-09 0 3966
2670 [그것이 알고싶다] - "서울"의 본 뜻과 수도의 "서울"... 2019-07-07 0 3337
2669 [별의별] - 치마 입고 돈 벌자... 2019-05-31 0 3430
2668 [이런저런] - 245g = 엄지공주 2019-05-31 0 3089
2667 [록색문학평화주의者] - "백두산연구", 남의 일이 아니다... 2019-05-31 0 3800
2666 [록색문학평화주의者] - "문화재관리문제", 남의 일이 아니다... 2019-05-30 0 3808
2665 [록색문학평화주의者] - 아예 "국제자연문화공원" 만들기 2019-05-19 0 3995
2664 [록색문학평화주의者] - "반달곰"아, 잘 자라거라... 2019-05-19 0 4070
2663 [그것이 알고싶다] - 세계 최대의 담수어= 피라루쿠 2019-05-18 0 4817
2662 [록색문학평화주의者] - 사라져가던 물고기가 돌아오다... 2019-05-18 0 3286
2661 "연변말은 곧 조선족에게는 표준어이다"... 하지만... 2019-05-17 0 3334
2660 [고향문단] - "씨실과 날실" 닐리리... "알나리 깔나리" 동동... 2019-05-13 0 3545
2659 [작문써클선생님께] - "서법"으로 우리 글 전수하기, 받기... 2019-05-13 0 3252
2658 [그것이 알고싶다] - "몸무게 + 수화물무게 = 비행기표값" 2019-05-13 0 3823
2657 [록색문학평화주의者] - "자연살리기", 남의 일이 아니다... 2019-05-11 0 3538
2656 [록색문학평화주의者] - "환경의 날"... 2019-04-21 0 3742
2655 [록색문학평화주의者] - "지구의 날"... 2019-04-21 0 3658
2654 [그것이 알고싶다] - 바다가 제일 깊은 곳에서 사는 물고기?... 2019-04-21 0 4498
2653 [록색문학평화주의者] - "플라스틱문제", 남의 일이 아니다... 2019-04-20 0 3652
2652 [지금 이때] - 만드는것도 좋지만 지키고 관리하고 실천해야... 2019-04-17 0 3313
2651 [그것이 알고싶다] - "세계 10대 축제"?... 2019-04-15 0 3787
2650 [그것이 알고싶다] - 세계의 축제; "물축제(송크란)"... 2019-04-15 0 5410
2649 [그것이 알고싶다] - 우주는 지금... 2019-04-10 1 3659
2648 [그것이 알고싶다] - 화가 반 고흐와 "자살 권총"?... 2019-04-09 0 3953
2647 [그때 그시절] - 검은 머리, 흰 머리... 2019-04-01 0 3984
2646 [문단소식] -전병칠시인 "한가닥의 진화"을 붙잡고 읊조리다... 2019-04-01 0 3163
2645 [록색문학평화주의者] - "길고양이문제", 남의 일이 아니다... 2019-04-01 0 3875
2644 [그것이 알고싶다] - "오줌싸개 소년동상" ... 2019-03-31 0 4812
2643 [록색문학평화주의者] - "...구걸하지 말고..." 2019-03-31 0 3763
2642 [록색문학평화주의者] - "물랑비문제", 남의 일이 아니다... 2019-03-31 0 3216
2641 [록색문학평화주의者] - ""그럴수도 있지..." 2019-03-31 0 3130
2640 "나는 천국에 가서도..." 2019-03-27 0 3644
2639 [그것이 알고싶다] - 안중근 유해 찾아 안식시켜야... 2019-03-27 0 3814
2638 [그것이 알고싶다] - "실록" = 2219책 = 국보 2019-03-27 0 4193
‹처음  이전 7 8 9 10 11 12 13 14 15 16 17 다음  맨뒤›
조글로홈 | 미디어 | 포럼 | CEO비즈 | 쉼터 | 문학 | 사이버박물관 | 광고문의
[조글로•潮歌网]조선족네트워크교류협회•조선족사이버박물관• 深圳潮歌网信息技术有限公司
网站:www.zoglo.net 电子邮件:zoglo718@sohu.com 公众号: zoglo_net
[粤ICP备2023080415号]
Copyright C 2005-2023 All Rights Reserved.