핀란드의 핀에어는 일부 승객에 한해 몸무게를 측정합니다. [사진=유튜브 화면캡처]
[아시아경제 김종화 기자]
항공기를 운영하는데 가장 큰 부담은 연료비입니다. 최근 항공업계의 화두는 '고효율·저비용'입니다.
고효율·저비용의 실현을 위해 가장 중요한 것이 연료비 절감이지요. 특히 연료 소모량을 결정하는 것은 속도와 거리 그리고 무게입니다. 얼마나 빨리, 멀리, 그리고 무겁게 비행하느냐에 따라 소모되는 연료량이 크게 차이가 나기 때문이지요.
항공기 승객들이 '유류할증료'를 부담할 수밖에 없고, 항공기 제조사들이 항공기 소재를 경량화하기 위해 노력하는 것도 모두 무게를 줄이기 위해서입니다. 가벼워야 같은 연료량으로 더 빠르게, 더 멀리 비행할 수 있기 때문입니다.
도대체 연료비가 얼마나 들기에 항공사마다 무게 줄이기에 목을 매다는 것일까요? 서울-로스앤젤레스(LA)를 운항할 경우 11시간 정도를 비행하는데는 항공유 16만9300ℓ가 소모된다고 합니다.
4만4724갤런, 드럼 갯수로는 무려 894드럼이나 소모되는데 국제 항공유가를 갤런당 1달러50센트로 해서 환산할 경우 연료비는 원화로 7850만원(달러당 1170원 기준)이 드는 셈입니다. 왕복에는 연료비만 1억5700만원이 투입되는 것이지요.
B747-400 기종으로 김포-제주 노선을 운항할 경우에는 항공유 3119갤런이 소모되는데 이를 드럼으로는 62드럼(1드럼 50갤런)이나 됩니다. 50분 정도 비행하는데 연료비만 548만원이 드는 것입니다.
제주도로 가는 비행기 위에 60개가 넘는 드럼통이 실렸다고 상상해보면 어떤가요? 가는 동안 그 드럼통에 든 연료를 다 사용한다고 생각하면 항공기는 '기름먹는 하마'라고 해도 지나치지 않을 것 같습니다.
이렇다보니 실제 항공기 조종사들의 연료 소모를 줄이기 위한 노력은 눈물겨울 정도입니다. 운항 때 뒷바람 타기는 기본이고, 맞바람 피하기, 경제적 운항고도와 속도 유지하기, 지체없이 활주해서 이륙하고 착륙하기, 관제사에게 가장 짧은 경로를 요청하기도 합니다.
최근의 항공기술로도 더 이상 기체의 무게를 줄이기는 무리입니다. 그래서 마지막으로 줄일 수 있는 것이 승객의 무게입니다. 수하물이나 각종 화물과 기체와 연료의 무게는 정확하게 측정이 되지만 승객의 무게 만큼은 추산치를 적용해 연료를 싣습니다.
성인 남자의 경우 항공사와 노선, 계절 등에 따라 차이가 있지만 대략 88㎏(휴대가방 포함)으로 설정해 항공기 무게에 반영해 연료를 탑재합니다. 유럽항공안전청(EASA)의 경우 성인 남자 승객의 표준 체중은 84.6㎏, 수하물 무게는 6.7㎏, 여성 승객의 경우 각각 66.6㎏, 5.9㎏이 기준으로 하고, 일부 항공사는 성인 남성의 몸무게를 76㎏ 정도로 자동 계산하기도 합니다.
이를 지나치게 초과할 경우 계산상 항공기 무게와 실제 무게에 차이가 생겨 연료 계산에서 오류가 발생할 수 있습니다. 실제로는 더 무겁게 계산해 탑재하는 경우가 보통입니다. 승객의 무게를 측정하는 것이 기술적으로 어려운 점은 없다고 합니다. 탑승구 등에 측정기를 설치해 승객의 몸무게 등을 재는 것은 어렵지 않지만 승객이 느낄 수 있는 불쾌함이 가장 큰 걸림돌입니다.
체중에 따라 항공기 추가요금을 내야 할 날도 머지 않았습니다. [그림=오성수 화백]
그러나 항공업계는 승객의 중량을 정확히 측정할 수밖에 없을 것이라고 전망합니다. 업계는 여객기들은 실제 필요한 연료량보다 1% 정도 더 많이 연료를 싣고, 이 때문에 실제 소모량도 0.3~0.5% 더 많은 것으로 보고 있습니다. 업계는 승객의 정확한 무게를 측정할 수만 있어도 연간 10억 달러 정도의 연료비용을 줄일 수 있다고 호언합니다.
이미 일부 항공사는 탑승객의 무게를 측정해 비행 무게에 반영하고, 몸무게에 따라 좌석을 배정하기도 합니다. 미국 하와이언항공이 대표적입니다. 하와이언항공은 하와이-사모아 구간을 운항하는 노선에서 승객들의 몸무게에 따라 좌석을 지정합니다. 핀에어도 2017년부터 자원하는 일부 승객의 짐 무게와 체중을 측정하고 있습니다. 계절에 따른 나름 적정한 기체 무게를 추산하기 위해서입니다.
항공사가 승객의 체중을 재겠다고 나서는 것도 이해할 수 있지 않은가요? 유가도 영향을 미쳤겠지만, 비만이 그 만큼 심각하다는 것도 이유가 될 수 있습니다. 요즘 항공기를 타는 성인 남자 가운데 체중 76㎏ 이하인 사람은 그다지 많지 않다고 합니다. 항공기로 여행 가시려면 이제 체중부터 관리하셔야 할 것 같습니다.
/김종화 기자
[아시아경제 김종화 기자]
항공기를 운영하는데 가장 큰 부담은 연료비입니다. 최근 항공업계의 화두는 '고효율·저비용'입니다.
고효율·저비용의 실현을 위해 가장 중요한 것이 연료비 절감이지요. 특히 연료 소모량을 결정하는 것은 속도와 거리 그리고 무게입니다. 얼마나 빨리, 멀리, 그리고 무겁게 비행하느냐에 따라 소모되는 연료량이 크게 차이가 나기 때문이지요.
항공기 승객들이 '유류할증료'를 부담할 수밖에 없고, 항공기 제조사들이 항공기 소재를 경량화하기 위해 노력하는 것도 모두 무게를 줄이기 위해서입니다. 가벼워야 같은 연료량으로 더 빠르게, 더 멀리 비행할 수 있기 때문입니다.
도대체 연료비가 얼마나 들기에 항공사마다 무게 줄이기에 목을 매다는 것일까요? 서울-로스앤젤레스(LA)를 운항할 경우 11시간 정도를 비행하는데는 항공유 16만9300ℓ가 소모된다고 합니다.
4만4724갤런, 드럼 갯수로는 무려 894드럼이나 소모되는데 국제 항공유가를 갤런당 1달러50센트로 해서 환산할 경우 연료비는 원화로 7850만원(달러당 1170원 기준)이 드는 셈입니다. 왕복에는 연료비만 1억5700만원이 투입되는 것이지요.
B747-400 기종으로 김포-제주 노선을 운항할 경우에는 항공유 3119갤런이 소모되는데 이를 드럼으로는 62드럼(1드럼 50갤런)이나 됩니다. 50분 정도 비행하는데 연료비만 548만원이 드는 것입니다.
제주도로 가는 비행기 위에 60개가 넘는 드럼통이 실렸다고 상상해보면 어떤가요? 가는 동안 그 드럼통에 든 연료를 다 사용한다고 생각하면 항공기는 '기름먹는 하마'라고 해도 지나치지 않을 것 같습니다.
이렇다보니 실제 항공기 조종사들의 연료 소모를 줄이기 위한 노력은 눈물겨울 정도입니다. 운항 때 뒷바람 타기는 기본이고, 맞바람 피하기, 경제적 운항고도와 속도 유지하기, 지체없이 활주해서 이륙하고 착륙하기, 관제사에게 가장 짧은 경로를 요청하기도 합니다.
최근의 항공기술로도 더 이상 기체의 무게를 줄이기는 무리입니다. 그래서 마지막으로 줄일 수 있는 것이 승객의 무게입니다. 수하물이나 각종 화물과 기체와 연료의 무게는 정확하게 측정이 되지만 승객의 무게 만큼은 추산치를 적용해 연료를 싣습니다.
성인 남자의 경우 항공사와 노선, 계절 등에 따라 차이가 있지만 대략 88㎏(휴대가방 포함)으로 설정해 항공기 무게에 반영해 연료를 탑재합니다. 유럽항공안전청(EASA)의 경우 성인 남자 승객의 표준 체중은 84.6㎏, 수하물 무게는 6.7㎏, 여성 승객의 경우 각각 66.6㎏, 5.9㎏이 기준으로 하고, 일부 항공사는 성인 남성의 몸무게를 76㎏ 정도로 자동 계산하기도 합니다.
이를 지나치게 초과할 경우 계산상 항공기 무게와 실제 무게에 차이가 생겨 연료 계산에서 오류가 발생할 수 있습니다. 실제로는 더 무겁게 계산해 탑재하는 경우가 보통입니다. 승객의 무게를 측정하는 것이 기술적으로 어려운 점은 없다고 합니다. 탑승구 등에 측정기를 설치해 승객의 몸무게 등을 재는 것은 어렵지 않지만 승객이 느낄 수 있는 불쾌함이 가장 큰 걸림돌입니다.
체중에 따라 항공기 추가요금을 내야 할 날도 머지 않았습니다. [그림=오성수 화백]
그러나 항공업계는 승객의 중량을 정확히 측정할 수밖에 없을 것이라고 전망합니다. 업계는 여객기들은 실제 필요한 연료량보다 1% 정도 더 많이 연료를 싣고, 이 때문에 실제 소모량도 0.3~0.5% 더 많은 것으로 보고 있습니다. 업계는 승객의 정확한 무게를 측정할 수만 있어도 연간 10억 달러 정도의 연료비용을 줄일 수 있다고 호언합니다.
이미 일부 항공사는 탑승객의 무게를 측정해 비행 무게에 반영하고, 몸무게에 따라 좌석을 배정하기도 합니다. 미국 하와이언항공이 대표적입니다. 하와이언항공은 하와이-사모아 구간을 운항하는 노선에서 승객들의 몸무게에 따라 좌석을 지정합니다. 핀에어도 2017년부터 자원하는 일부 승객의 짐 무게와 체중을 측정하고 있습니다. 계절에 따른 나름 적정한 기체 무게를 추산하기 위해서입니다.
항공사가 승객의 체중을 재겠다고 나서는 것도 이해할 수 있지 않은가요? 유가도 영향을 미쳤겠지만, 비만이 그 만큼 심각하다는 것도 이유가 될 수 있습니다. 요즘 항공기를 타는 성인 남자 가운데 체중 76㎏ 이하인 사람은 그다지 많지 않다고 합니다. 항공기로 여행 가시려면 이제 체중부터 관리하셔야 할 것 같습니다.
/김종화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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