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진짜 시인, 가짜 시인, 시인다워야 시인
2016년 05월 19일 08시 19분  조회:4021  추천:0  작성자: 죽림

  나는 두 종류의 시인이 있다고 본다.

시인다운 시인과 시인처럼 보이는 시인, 즉 진짜 시인과 가짜 시인이 있다라는 말이다.

이것을 어떤 학자는 심리적 시인과 사회적 시인으로 나누는데, 시인이 됨직한 특질과 서정성, 그리고 인간 됨이 자기가 쓴 시에 값할 수 있는 사람일 때 심리적 시인으로 보는 것이고, 필요에 의해서 시를 배워 시는 그런대로 쓰지만 그 생각과 행동과 말이 시에 값하지 못하고 시를 장신구처럼 자기를 꾸미는데 이용하는 사람을 사회적 시인으로 분류하는 것이다. 후자의 경우 자기 시를 자랑하고 싶어서 같은 시를 여기저기 퍼지르듯 게시하기도 하지만 시인의 진정성이나 겸손, 작품을 귀히 여기는 자세에선 한참 비껴난 행동임을 알지 못하는 사람들도 있다.

지난 몇십 년간 시단의 인정을 받는다는 각종 매체에서 내어 놓은 시인들의 대부분은 작품의 질에 초점을 맞추어 뽑은 사람들인데 그 중 상당 수는 시인으로 성공하지 못하고 중도에서 소리소문 없이 사라졌다. 그것은 그 사람의 피치못할 사연과 환경 탓도 있겠지만 그런 유의 사람들에게서 발견되는 공통점은 등단을 위한 반짝시를 썼거나 시는 좋은데 사람 됨됨이가 따라 주지 못하는 경우가 많다는 것이다. 그렇게 되면 제풀에 지쳐서 시를 쓰지 못하거나 사사건건 사람들과 부딪혀서 다른 사람에게 상처를 주거나 자기 스스로 상처를 받고는 그 원인을 상대방에게 있는 것인 양 매도하고는 잠수를 해버리는 경우도 많다는 것이다. 자기의 시가 우리 사회에 긍정적으로 기여하기 위한 공동체적 노력이나 시대적 소명감 보다는 자기 잘난 맛에 시를 쓰는 개인주의적 성향이 너무 강한 시인들이 양산된 데는 지금의 등단 제도가 시에 값하는 인성을 지닌 시인다운 시인을 뽑는 것이 아니라 시를 잘 쓰는 사람, 심하게 말하면 시 기술자나 시 노동자를 뽑게 되는 치명적 약점을 지니고 있다는 것을 말해주는 사례이기도 하다. 그래서 나는 입버릇처럼 하는 말이 있다.
"시만 잘 쓴다고 시인인가? 시인다워야 시인이지"

시인다움에 대해서는 앞 강좌를 통해서 여러 번 말했지만 "벌말을 마구 휘두르지 않는 시인, 시에 대해 말과 행동의 책임을 질 수 있는 시인"이라는 것을 다시 한 번 말하지 않을 수 없다. 벌말이란 말 같지 않게 함부로 해대는 말이다. 시인 스스로 제 시의 주인은 고사하고 머슴으로도 살지 못하는, 시와 삶이 일치하지 않는 시인은 그 시가 아무리 좋다고 한들 벌말을 남발한 경우와 다르지 않다는 뜻이고 그것은 곧 삼류 시인축에도 끼이지 못할 가짜 시인이라는 말이다. 시를 좀 못 쓰면 어떻고 잘 쓰면 어떤가? 일류 시인이거나 이류, 삼류 시인이라는 것은 시단에서 함부로 구분 짓는 경우가 허다하다고 나는 생각한다. 작품성이 있다고 하더라도 사람들에게 읽혀지지 않는 어려운 시, 전문가적인 높은 수준이라야 좋은 시라면 그것 나름대로의 가치가 크다고 치더라도 특수 계층이나 시 전문가를 위한 전유물이 되어버려서 사회의 신선한 공기로, 국민 대중에게 널리 읽히거나 정서에 이바지하는 것이 되기는 힘든다. 그것은 결국 시가 사람들에게서 멀어지거나 버림을 받게 되는 결과를 가져오게 될 것이다. 나는 시가 사람들에게 위안과 행복을 주고 삼라만상의 아름다움과 방언을 새롭게 해석하여 그것을 미학으로 요리할 수만 있다면, 그 시에 책임을 질 수 있는 삶을 살아온 사람이라면 훌륭한 시인이라고 정의한다. 사람의 인품에 상관 없이 시 짓는 전문적인 기술을 익혀서 매끈하게 내어놓은 화려한 시, 자기도 설명 하기가 쉽지 않은 난해한 시를 수준 높고 좋은 시라고 쓰는 시인과, 인생을 살아 오면서 체험하고 발견한 새로운 이야기를 약간 서툴게라도 그 사람의 냄새가 나도록 쓰는 시인 중에서 당신은 어느 시가 진짜 시라고 생각 하는가? 물론 오랜 세월 자기 단련을 거친 후 실험적이거나 패기가 있는 훌륭한 시를 발표하며 혜성처럼 등장하는 신인도 있긴 하지만 나는 자기 연륜에 맞는 시, 자신의 삶에서 진솔하게 뽑아낸 자기만의 시를 쓰되 결국 사람을 이롭게 하는 시인이 최고의 시인, 생명의 시를 쓰는 시인이라고 생각한다.

그래서 나는 다음과 같이 <생명시 4대 실천 운동>을 제안 하는 것이다.

1. 간사하거나 사특하지 않는 사무사(思無邪)의 정신을 기본으로 하는 시를 쓰자

2. 삶의 현장에서 덧샘으로 기여하는 시대정신을 담은 새롭고 진솔한 시를 쓰자

3. 세상을 긍정적으로 바라보는 어머니의 약손 같은 시를 쓰자.

4. 시인이 되기 위해 시를 쓰는 것이 아니라 사람다운 사람이 되기 위한 시를 쓰자.

한 마리의 나비는 가볍고 하찮아 보인다. 그러나 추운 겨울을 지난 어느 날, 나풀거리며 날아가는 나비의 뒤에는 찬란한 봄이 따라 오는 것이다. 공부 잘하는 아이가 최고인 양 가르치는 교육현장처럼 시를 잘 쓰는 것만이 최고의 미덕인 양 가르치고 흘러가는 시단에서 좀 더 밝고 진취적이며 세상에 기여하는 시를 읽고 써보자라는<생명시 운동 2016년>을 펼치고자 하는 것이다. 어쩌면 이 일의 진의를 왜곡 해석하면 시의 다양성을 해칠 수 있다는 염려와, 시단 어른들의 미움을 받을 수도 있다. 그리고 아직은 서툴고 하찮아서 더 다듬어야 할 개념일 수도 있다. 그러나 이것은 시를 진정으로 사랑하자는 것이요 어줍잖은 시인이 되기 보다는 진정한 독자가 되자는 운동이고, 가슴에 품은 용암 같은 것을 글로 표현하는 방법을 찾지 못하여 답답해 하는 사람들이 자기만의 방법으로 시로 분출 할 수 있도록 길을 알려주고자 하는 운동인 것이다. 그래서 시를 읽는 사람들을 행복에 젖게하고 치열한 삶의 숨 소리를 같이 느끼며 함께 웃고 울고 싶은 것이다.

/- 이어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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