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시지기-죽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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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누이 詩碑
2016년 05월 24일 23시 53분  조회:4472  추천:0  작성자: 죽림
 
소재지 : 경상북도 청도군 청도읍 내호리 259번지
등록문화재 제 293호


▲ 동상(소싸움) © 박태선기자

비 개인 햇볕이 쨍쨍 한 날. 우린 청도에서 밀양으로 넘어가는 도중에 있다는 시조시인 이호우님과 이영도 남매의 생가와 詩碑(시비)공원을 찾아 집을 나섰다.
남성현재를 구비돌아 올라 정상에 있는 휴계소에 잠시 쉬어가려 머물렸는데, 예전에 보았던 이호우님의 '살구꽃 피는 마을'의 詩碑(시비)는 없어지고, 그 자리엔 소싸움으로 유명한 청도의 싸움하는 소 두마리가 조각되어 있었다.


▲ 이정표 © 박태선기자

다시 출발하여 용암온천도 지나 사거리...어디로 가야할까?
잠시 길가에 차를 정차시켜놓고 마침 옆을 지나치는 소년에게 물었다. 이호우님의 생가가 있다는 내호리를 물었더니 진영, 밀양쪽으로 직진해서 쭉 가면 된단다.


▲ 내호리 입구 © 박태선기자

밀양가는 쪽으로 죽 달렸지만, 내호리는 보이지 않았다. 한참을 더 가다가 길가 도로에서 복숭아를 팔고 계시는 아저씨에게 여쭈었더니, 여기서 한참을 더가면 검문소가 있는데....검문소를 지나 비스듬히 아래로 내리닫이 철길이 나오면, 곧장 좌회전으로 완전히 꺽어 들어 죽 가면 그곳이 내호리라고 하신다.

검문소도 지나고 한참을 달리다 보니 내리닫이 길이 보이며 좌회전표시판이 있다.
그때야 아하, 하고 깨달았다. 철길이 아니라 첫길이라고 말씀하신것을 우린 둘다 철길로 들었다. 이제라도 알았으니 천만다행이었다.


▲ 안내 팻말 © 박태선기자

길가에 '이호우, 이영도시인 생가'팻말이 보였다. 조금 더 가서 적당한 곳에 차를 주차해놓고 디카를 들고 생가로 향했다. 생가 대문 앞에 검은 차 한대가 주차해 있어서, 좁은 옆길로 안으로 들어가니, 담장에 길게 늘어뜨린 가는 줄 끝에 선홍색으로 곱게 핀 능소화가 우릴 반겨 주었다. 아무리 아름다운 꽃도 질때는 시들어 보기싫어지지만, 능소화는 필때 모습 그대로 뚝! 떨어져 다시 한번 아름다움을 과시한다.

▲ 이호우. 이영도 남매시인 生家(생가) © 박태선기자

이곳은 우리나라 대표적인 시조시인인 이호우와 그의 동생 이영도가 태어나고 성장한 곳이다. 생가는 1910년경에 지어졌으며, 한옥기와집으로 건물 배치는 안채와 사랑채가 'ㄱ'자형으로 구성되어있다.

꽃들이 한창인 작은 정원에서...고요함으로 나그네를 맞이하는 생가. 인기척이 없는 고요한 생가에서 몇장의 사진을 찍었다. 씨없는 감의 고장답게 감나무가 푸르게 서 있었으며 집 뒤에는 대나무가 푸른물결로 다가오고, 마당의 흙들도 예사롭게 보이지 않았다.

감꽃이 필 때면 떨어진 꽃으로 목걸이도 만들며, 오누이가 오손도손 소꼽장난도 하였겠지요. 여름이면 흐르는 강에서 물장구치며, 가을이면 붉게 익은 홍시도 먹었겠지요. 시인의 어린시절로 돌아가 꿈속을 가듯 가물가물 저 멀리 끝없이 이어지는 상념들...


▲ 이호우. 이영도 시인의 약력 碑(비) © 박태선기자

사진으로 얼핏 보기엔 벌통같아 보이지만, 뜰안 한쪽으로는 두 사람의 약력을 알리는 碑(비)를 만들어 두었다. 비문의 내용을 올려보면..

爾豪愚(이호우) 선생의 생가
이곳은 '開花(개화)' '살구꽃 피는 마을' '休火山(휴화산)' '달밤'등 서정을 바탕으로 주옥같은 현대 시조를 남김으로써 한국 현대 시조의격을 한차원 높인 李鎬雨(이호우,1912~1970) 시인이 태어나고 성장한 곳으로 선생의 시혼이 감도는 유서깊은 생가이다.
문화유산의 해를 맞이하여 선생의 업적과 격조높은 시정신을 기리고자 한국문인협회가 sbs 문화재단의 후원을 받아 현대문학 표장사업의 일환으로 이 글을 새긴다.

1997년 9월 10일
社團法人 韓國文協會 理事長 黃 命

李永道(이영도)선생의 생가
이곳은 '보리고개' '달무리'등 민족고유의 情恨(정한)으로 단아하고 섬세한 가락으로 승화시켜 빼어난 시조를 남김으로써 현대시조사를 한층 빛낸 丁芸 李永道(정운 이영도, 1916~1976)시인이 태어나고 성장한 자리로 선생의 시혼이 살아있는 유서 깊은 곳이다.
문화유산의 해를 맞이하여 선생의 격조 높은 시업(詩業)을 기리고자 한국문인협회가 sbs 문화재단의 후원을 받아 현대문학 표징사업의 일환으로 이 글을 새긴다.

1997년 9월 10일
社團法人 韓國文協會 理事長 黃 命


▲ 남매시인 시비공원 © 박태선기자

행정상 주소는 청도읍 내호리이지만 청도에서는대부분 유천이라 부른다.
시와 조각과 경관 등 시비조형물에 역점을 두고 제작 설치했다고 한다. 이호우, 이영도 詩碑는 옛 추억속에 묻혀있는 우리들의 고향, 고향에서 바라보는 달무리의 형상을 원과 부드러운 곡선으로 나타내었다고 한다.


▲ 남매시인 시비공원 © 박태선기자

한 사람의 시인도 태어나기가 쉽지 않은데.... 어찌 오누이 두 남매가 다 문장에 뛰어날까? 산세가 좋아서 일까? 명당이여서 일까? 살펴본 산세는 멋모르는 나그네의 눈에도 줄이어 선 산들이 마을을 감싸흐르는 강과 어울려 저절로 복사꽃 피는 마을을 연상하게 한다.

▲ 오누이 시비 © 박태선기자

이호우 시조시인은 1924년 경성제일고등보통학교에 입학하였으나 28년 신경쇠약증세로 낙향하였고, 29년에 일본 도쿄예술대학[東京藝術大學]에 유학하였으나 신경쇠약증세의 재발과 위장병으로 귀국하였다.

시작활동은 39년 동아일보 '투고란''낙엽'을 발표하면서 시작되었고, 李秉岐(이병기)의 추천으로 '달밤'이 실리면서 본격화되었다.


▲ 이호우 시비(살구꽃 피는마을) © 박태선기자

광복 후 대구일보 편집과 경영에도 참여하였으며, 55년 첫시조집 '이호우시조집'을 간행하였다. 그 후의 작품들을 모아 68년 '休火山(휴화산)' 을 발간하였다.
'달밤'에서와 같이 범상한 제재를 선택하여 평이하게 쓴 것이 초기 작품의 특징이라면
'휴화산'에서는 인간 욕망의 승화와 안주적 경지를 나타내고 있다고 한다.

55년 첫시조집으로 제1회 경북문화상을 받았으며, 72년 大邱(대구) 남산공원에 시비가 세워졌다. 편저로 '古今時調精解(고금시조정해)'가 있으며, 누이동생 영도와 함께 1968년에 펴낸 '비가 오고 바람이 붑니다'가 있다.


오후의 따가운 햇볕이 사진 찍기를 거부한다. 햇볕을 마주보고 찍을수 밖에 없어서...시가 그림자에 묻혀서 보이지 않았다. 다시 밑에 크게해서 올려보았습니다.

▲ 살구꽃 피는 마을 © 박태선기자

국어 교과서에 실렸던 이호우 시조시인의 '달밤'도 소개합니다.

洛東江(낙동강) 빈 나루에 달빛이 푸릅니다 / 무엔지 그리운 밤 지향없이 가고파서 / 흐르는 금빛 노을에 배를 맡겨 봅니다.

낯익은 풍경(風景)이되 달 아래 고쳐 보니 / 돌아올 기약 없는 먼 길이나 떠나온 듯 / 뒤지는 들과 산(山)들이 돌아돌아 뵙니다.

아득히 그림 속에 정화(淨化)된 초가집들 / 할머니「趙雄傳(조웅전)」에 잠들던 그날밤도 / 할버진 율(律) 지으시고 달이 밝았더니다.

미움도 더러움도 아름다운 사랑으로 / 온 세상 쉬는 숨결 한 갈래로 맑습니다. / 차라리 외로울망정 이 밤 더디 새소서.

이 시조를 쓴 이호우 시인은 이영도 시인의 친 오라버니이시며, 허균과 허난설헌 남매를 연상케 하는 이들 오누이 시인들로 말미암아 우리 시조의 맥이 더욱 영글어졌다고 해도 지나친 말이 아닐 것 같다.


▲ 이영도 시비(달무리) © 박태선기자

丁芸(정운) 이영도시인에게 바쳤던 유치환의 연시를 떠올리게 했다. 스물한 살에 남편과 사별하고 딸 하나만 길러온 이영도 시인에게 '너와 나의 애틋한 연분도 한 방울 연련한 양귀비꽃인지도 모른다.' 고 노래한 청마는 유부남이었다.
1945년, 해방되던 해 통영여중의 동료 교사로 청마와 정운은 만났다. 서른여덟 살의 청마는 스물아홉의 청상 정운을 만나 걷잡을 수 없는 사랑에 빠졌고, 그녀에게 무려 5천 통에 가까운 사랑의 편지를 썼다. 1967년 2월. 청마가 교통사고로 숨질 때까지 이어졌다.

그녀를 유명하게 만들었던 것은 바로 청마 유치환과의 플라토닉사랑입니다.
세상이 모두 알고 있는 것과 같이 그는 여류시인 이영도에게 무려 5천여통의 사랑의 편지를 띄웠었고 청마가 정운에게 준 연애편지를 청마가 돌아가신 후, 출판된 '사랑하였으므로 행복하였네라'란 책에 절절히 기록되어 모든이에게 읽혀졌습니다. 그 수익은 이영도의 뜻에 따라 후진 양성을 위한 '시조시인상' 기금으로 희사하였다고 한다.

청마유치환님이 정운이영도님께 보낸 사모의 시...를 올려봅니다.

사랑하였으므로 행복하였네라

오늘도 나는 / 에메랄드빛 하늘이 환히 내다 뵈는 / 우체국 창문 앞에 와서 너에게 편지를 쓴다.

행길을 향한 문으로 숫한 사람들이 / 제각기 한가지씩 생각에족한 얼굴로 와선 / 총총히 우표를 사고 전봇지를 받고 / 먼 고향으로 또는 그리운사람께로 / 슬프고 즐겁고 다정한 사연들을 보내나니.

세상의 고달픈 바람결에시달리고 나부끼어 / 더욱더 의지 삼고 피어 흥클어진 인정의 꽃밭에서 / 너와 나의 애틋한 연분도 / 한망울 연연한 진홍빛 양비귀꽃인지도 모른다.

사랑하는 것은 / 사랑을 받느니보다 행복하나니라.

오늘도 나는 너에게 편지를 쓰느니 / 그리운 이여 그러면 안녕! / 설령 이것이 이 세상 마지막 인사가 될지라도 / 사랑하였으므로 나는 진정 행복하였네라.

두사람의 로멘스(?) 그 뒤에는 그늘에서 가슴탔던 한 여인의 모습이...씁쓸하게한다.


▲ 남매시인 시비공원 © 박태선기자

이영도시인은 1945년 '竹筍(죽순)' 동인으로 활동하면서 시조 '除夜(제야)'등을 발표하며 등단하였다. 이어 고등학교 교사를 거쳐 부산여자대학에 출강하였고, 부산어린이회관 관장, '현대시학' 편집위원 등을 지냈다.

민족정서를 바탕으로, 잊혀져가는 고유의 가락을 시조에서 재현하고자 힘썼으며, 간결하고 섬세한 표현으로 여성의 맑고 경건한 啓示主義(계시주의), 기다림 등의 정서를 다스리며 관조적인 인생관을 보여주었다.

1966년 제8회 訥月文化賞(눌월문화상)을 받았으며, 대표작품으로 '바람' '아지랭이' '황혼에 서서' '미소'등이 있으며, 시조집 '靑苧集(청저집)' '석류' 등과, 수필집 '春芹集(춘근집)' '비둘기 내리는 뜨락' '머나먼 사념의 길목' 등이 있다.

이영도 시조시인의 또 다른 시조 몇편을 소개할까 합니다.

단풍

너도 따라 여기 / 황홀한 불길 속에
사랑도 미움도 / 넘어선 정이어라
못내 턴 / 그 청춘들이 / 사뤄 오르는 저 향로!

황혼에 서서

산이여, 목메인 듯 / 지긋이 숨죽이고
바다를 굽어보는 / 먼 침묵은
어쩌지 못할 너 목숨의 / 아픈 견딤이랴
너는 가고 / 애모는 바다처럼 / 저무는데



그대 그리움이 / 고요히 젖는 이 밤
한결 외로움도 / 보배냥 오붓하고
실실이 / 푸는 그 사연 / 장지 밖에 듣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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