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창작은 악보, 번역은 연주
2016년 06월 02일 06시 36분  조회:3990  추천:0  작성자: 죽림
창작이 악보라면 번역은 연주
 

음악이 연주자 따라 달라지듯, 소설도 번역자 따라 뚜렷한 차이
한강 '채식주의자' 영어판은 "시를 짓듯 단어를 골랐다"는
번역가의 자유로운 의역으로 까다로운 현지 문단 사로잡아



박해현 문학전문기자
박해현
문학전
기자
영국인 데버러 스미스가 한강의 소설 '채식주의자'를 영역해 원작자와 함께 맨 부커 인터내셔널상의 공동 수상자가 됐다. 심사위원들은 번역에 대해 "이 색다르고 뛰어난 책이 영어로도 제 목소리를 냈다고 느낀다"라며 호평했다. 올해 스물여덟 살인 스미스는 2009년 케임브리지대 영문과를 졸업한 뒤 한국어를 익혔다. 2013년 '채식주의자'를 영역하기 시작했다. 그 책은 세 중편 '채식주의자' '몽고반점' '나무 불꽃'으로 꾸며졌다. 영역은 그 전에도 이뤄졌다. 2010년 캐나다의 한국계 소설가 재닛 홍이 첫 번째 중편만 영역해 발표했다. 미국 하버드대에서 영문으로 발행하는 한국 문학 전문지 '아젤리아(Azalea)'에 실렸다.

창작이 악보(樂譜)라면 번역은 연주(演奏)라는 말이 있다. 베토벤의 음악이 연주자에 따라 달라지듯, 재닛 홍과 데버러 스미스의 번역도 차이를 보였다. '채식주의자'의 여주인공은 '외꺼풀 눈에 약간 튀어나온 광대뼈'를 지녔다. 재닛 홍은 'Asian eyes with no double eyelids, and protruding cheekbones'라고 영역했다. 스미스는 '외꺼풀' 번역을 생략한 채 'somewhat prominent cheekbones(약간 튀어나온 광대뼈)'만 옮겼다. 스미스의 실수였을까. 그렇지는 않다. 그녀는 평소 "서양인이 아시아 소설을 읽을 때 왜 아시아에 대한 인류학적 시각으로만 접근하려는가" 하고 이의를 제기했다. 영어가 모국어인 백인들은 일상생활에서 눈꺼풀이면 눈꺼풀이지 쌍꺼풀과 외꺼풀로 구별해서 말하지 않는다고 한다. '쌍꺼풀이 없는 아시아인의 눈'은 일상의 구술(口述) 언어에 가까워야 하는 소설 문장에 갖다 쓰기엔 좀 부자연스러워 보이니 삭제해도 별 무리는 없다. 여주인공이 아시아인이라는 걸 독자들이 뻔히 아는데 말이다.

재닛 홍은 '개성 있어 보이는 것을 두려워하는 듯한 무채색 옷차림'이란 부분을 'She wore neutral colors, as if she were afraid of standing out(그녀는 튀는 것이 두려운 듯 무채색의 옷을 입었다)'이라고 옮겼다. 데버러 스미스는 이 문장을 빼버렸을 뿐 아니라 아예 창작까지 했다. 그 자리에 'Her timid, sallow aspect told me all I needed to know(그녀의 소심하고 창백한 모습만 봐도 나는 모든 것을 알 수 있었다)'라고 썼다.
 
[박해현의 문학산책] 창작이 악보라면 번역은 연주
/이철원 기자
한강의 소설에서 남편은 아내를 깔보며 '세상에서 가장 평범한 여자로 보이는 그녀'라고 했다. 재닛 홍은 'a woman who appeared to be the most ordinary woman'이라고 옮겼다. 스미스는 'ordinary' 대신 'run-of-the-mill'이라는 형용사를 썼다. '등급이 매겨지지 않은 방앗간의 평균적 곡물처럼 지극히 평범한'이라는 뜻이다. 여성 혐오증에 가까운 남편의 오만방자한 시선을 비유적으로 강조했다.

스미스의 번역은 원문보다 더 강렬한 느낌을 주기도 한다. 남편은 아내가 육식을 거부했을 때 '나는 우리의 생활이 조금이라도 달라질 수 있으리라고 상상한 적이 없었다'고 덤덤하게 말했다. 영역 과정에선 표현이 더 구체적 공포로 바뀌었다. 'I had never considered the possibility that our life together might undergo such an appalling change(나는 우리의 생활이 그토록 소름 끼치는 변화를 겪을 가능성을 생각한 적이 없었다)'라는 것이다.

'아젤리아' 편집장을 맡은 이영준 경희대 후마니타스 칼리지 교수는 "재닛 홍의 번역이 실린 잡지는 미국 대학에서 한국 문학을 강의할 때 교재로 쓰기 때문에 한국어와 영어 문장이 일 대 일로 대응하는 번역을 선호한다"며 "스미스의 번역은 영국의 상업 출판사에서 냈기 때문에 영국인 독자를 염두에 두고 일부 문장을 자유롭게 의역하거나 생략한 부분도 있다"고 풀이했다. 두 번역의 우열을 따질 수는 없다.

스미스는 최근 영국 방송에 출연해 "문학 번역에서 직역이 문학적 효과를 똑같이 내는 것은 아니다"며 "문학 번역을 하려면 출발어(source language)보다 도착어(target language)를 더 잘 알아야 한다"고 밝혔다. 그녀는 '채식주의자'를 옮기며 "시를 짓는 것처럼 단어 하나하나 섬세하게 골랐다"고 토로한 적도 있다. 그런 고생 끝에 '채식주의자' 영어판이 현지 문단의 까다로운 입맛을 사로잡은 듯하다. 독일의 비평가 발터 베냐민은 일찍이 '조악한 번역가의 분방한 자유가 원문의 의미를 더 잘 보존한다'고 했다. '채식주의자' 영역본이 그 대표 사례로 오래도록 남을 것으로 보인다. 번역가의 자유 덕분에 한국 문학이 처음으로 주변부 콤플렉스에서 벗어났다고나 할까. 작가들이여, 열심히 써라. 번역이 너희를 자유케 하리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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