http://www.zoglo.net/blog/kim631217sjz 블로그홈 | 로그인
시지기-죽림
<< 10월 2024 >>
  12345
6789101112
13141516171819
20212223242526
2728293031  

방문자

조글로카테고리 : 블로그문서카테고리 -> 문학

나의카테고리 : 文人 지구촌

창작은 악보, 번역은 연주
2016년 06월 02일 06시 36분  조회:4242  추천:0  작성자: 죽림
창작이 악보라면 번역은 연주
 

음악이 연주자 따라 달라지듯, 소설도 번역자 따라 뚜렷한 차이
한강 '채식주의자' 영어판은 "시를 짓듯 단어를 골랐다"는
번역가의 자유로운 의역으로 까다로운 현지 문단 사로잡아



박해현 문학전문기자
박해현
문학전
기자
영국인 데버러 스미스가 한강의 소설 '채식주의자'를 영역해 원작자와 함께 맨 부커 인터내셔널상의 공동 수상자가 됐다. 심사위원들은 번역에 대해 "이 색다르고 뛰어난 책이 영어로도 제 목소리를 냈다고 느낀다"라며 호평했다. 올해 스물여덟 살인 스미스는 2009년 케임브리지대 영문과를 졸업한 뒤 한국어를 익혔다. 2013년 '채식주의자'를 영역하기 시작했다. 그 책은 세 중편 '채식주의자' '몽고반점' '나무 불꽃'으로 꾸며졌다. 영역은 그 전에도 이뤄졌다. 2010년 캐나다의 한국계 소설가 재닛 홍이 첫 번째 중편만 영역해 발표했다. 미국 하버드대에서 영문으로 발행하는 한국 문학 전문지 '아젤리아(Azalea)'에 실렸다.

창작이 악보(樂譜)라면 번역은 연주(演奏)라는 말이 있다. 베토벤의 음악이 연주자에 따라 달라지듯, 재닛 홍과 데버러 스미스의 번역도 차이를 보였다. '채식주의자'의 여주인공은 '외꺼풀 눈에 약간 튀어나온 광대뼈'를 지녔다. 재닛 홍은 'Asian eyes with no double eyelids, and protruding cheekbones'라고 영역했다. 스미스는 '외꺼풀' 번역을 생략한 채 'somewhat prominent cheekbones(약간 튀어나온 광대뼈)'만 옮겼다. 스미스의 실수였을까. 그렇지는 않다. 그녀는 평소 "서양인이 아시아 소설을 읽을 때 왜 아시아에 대한 인류학적 시각으로만 접근하려는가" 하고 이의를 제기했다. 영어가 모국어인 백인들은 일상생활에서 눈꺼풀이면 눈꺼풀이지 쌍꺼풀과 외꺼풀로 구별해서 말하지 않는다고 한다. '쌍꺼풀이 없는 아시아인의 눈'은 일상의 구술(口述) 언어에 가까워야 하는 소설 문장에 갖다 쓰기엔 좀 부자연스러워 보이니 삭제해도 별 무리는 없다. 여주인공이 아시아인이라는 걸 독자들이 뻔히 아는데 말이다.

재닛 홍은 '개성 있어 보이는 것을 두려워하는 듯한 무채색 옷차림'이란 부분을 'She wore neutral colors, as if she were afraid of standing out(그녀는 튀는 것이 두려운 듯 무채색의 옷을 입었다)'이라고 옮겼다. 데버러 스미스는 이 문장을 빼버렸을 뿐 아니라 아예 창작까지 했다. 그 자리에 'Her timid, sallow aspect told me all I needed to know(그녀의 소심하고 창백한 모습만 봐도 나는 모든 것을 알 수 있었다)'라고 썼다.
 
[박해현의 문학산책] 창작이 악보라면 번역은 연주
/이철원 기자
한강의 소설에서 남편은 아내를 깔보며 '세상에서 가장 평범한 여자로 보이는 그녀'라고 했다. 재닛 홍은 'a woman who appeared to be the most ordinary woman'이라고 옮겼다. 스미스는 'ordinary' 대신 'run-of-the-mill'이라는 형용사를 썼다. '등급이 매겨지지 않은 방앗간의 평균적 곡물처럼 지극히 평범한'이라는 뜻이다. 여성 혐오증에 가까운 남편의 오만방자한 시선을 비유적으로 강조했다.

스미스의 번역은 원문보다 더 강렬한 느낌을 주기도 한다. 남편은 아내가 육식을 거부했을 때 '나는 우리의 생활이 조금이라도 달라질 수 있으리라고 상상한 적이 없었다'고 덤덤하게 말했다. 영역 과정에선 표현이 더 구체적 공포로 바뀌었다. 'I had never considered the possibility that our life together might undergo such an appalling change(나는 우리의 생활이 그토록 소름 끼치는 변화를 겪을 가능성을 생각한 적이 없었다)'라는 것이다.

'아젤리아' 편집장을 맡은 이영준 경희대 후마니타스 칼리지 교수는 "재닛 홍의 번역이 실린 잡지는 미국 대학에서 한국 문학을 강의할 때 교재로 쓰기 때문에 한국어와 영어 문장이 일 대 일로 대응하는 번역을 선호한다"며 "스미스의 번역은 영국의 상업 출판사에서 냈기 때문에 영국인 독자를 염두에 두고 일부 문장을 자유롭게 의역하거나 생략한 부분도 있다"고 풀이했다. 두 번역의 우열을 따질 수는 없다.

스미스는 최근 영국 방송에 출연해 "문학 번역에서 직역이 문학적 효과를 똑같이 내는 것은 아니다"며 "문학 번역을 하려면 출발어(source language)보다 도착어(target language)를 더 잘 알아야 한다"고 밝혔다. 그녀는 '채식주의자'를 옮기며 "시를 짓는 것처럼 단어 하나하나 섬세하게 골랐다"고 토로한 적도 있다. 그런 고생 끝에 '채식주의자' 영어판이 현지 문단의 까다로운 입맛을 사로잡은 듯하다. 독일의 비평가 발터 베냐민은 일찍이 '조악한 번역가의 분방한 자유가 원문의 의미를 더 잘 보존한다'고 했다. '채식주의자' 영역본이 그 대표 사례로 오래도록 남을 것으로 보인다. 번역가의 자유 덕분에 한국 문학이 처음으로 주변부 콤플렉스에서 벗어났다고나 할까. 작가들이여, 열심히 써라. 번역이 너희를 자유케 하리니.

[필수입력]  닉네임

[필수입력]  인증코드  왼쪽 박스안에 표시된 수자를 정확히 입력하세요.

Total : 2283
번호 제목 날자 추천 조회
1963 중국 몽롱파 시인 - 顧城 2016-12-25 0 4410
1962 해학과 풍자의 시인 - 流沙河 2016-12-25 0 4054
1961 루마니아 작가 - 게오르기우(규)와 산문시 "한국찬가" 2016-12-18 0 4963
1960 영국계 미국 시인 - 오든 2016-12-16 1 6113
1959 페미니즘과 모더니즘의 선구자 - 버지니아 울프 2016-12-16 0 5583
1958 러시아 상징주의 시인 - 기피우스 2016-12-16 0 4047
1957 러시아 녀류시인 -안나 아흐마토바 2016-12-14 0 7660
1956 풍자적, 반어적으로 쓴 허무주의 현실 고발서...페루 시인-벨리 2016-12-14 0 4020
1955 로마 방언 作 "소네트" 2천편 소각하라...이탈리아시인-벨리 2016-12-14 0 4094
1954 한국 시인 피천득과 그의 딸 2016-12-14 1 3803
1953 중국 죽림칠현 대표 시인 - 阮籍 2016-12-13 0 3759
1952 러시아 최고 현대 음유시인 - 부라트 오쿠자바 2016-12-13 0 4335
1951 중국 晩唐의 詞人 - 溫庭筠 2016-12-13 0 4504
1950 중국 詩佛 자연시인 - 王維 2016-12-13 0 4054
1949 프랑스 시인 - 알프레드 드 비니 2016-12-13 0 5786
1948 중국 송대 詞人 - 柳永 2016-12-13 0 4329
1947 중국 "문학의 자각"시인 - 陸機 2016-12-13 0 3806
1946 중국 송대 詞人 - 리청조 2016-12-13 1 3799
1945 대만 시인 - 葉維廉 2016-12-13 0 3453
1944 아일랜드 시인 - 윌리엄 버틀러 예이츠 2016-12-11 1 6358
1943 영국 시인 - D.H 로런스 2016-12-11 0 4660
1942 스페인 시인 - 가르시아 로르카 2016-12-11 0 5319
1941 프랑스 실존주의파 시인 - 장 주네 2016-12-11 0 4869
1940 프랑스 "인민의 시인" - 자크 프레베르 2016-12-11 0 5483
1939 오스트리아 표현주의 시인 - 게오르그 트라클 2016-12-10 0 4715
1938 시인,애독자, 딸 그리고 100년... 2016-12-10 0 5416
1937 100여년 잊혀있던 독일 시인 - 프리드리히 횔덜린 2016-12-10 0 5827
1936 사상 최초, 최고 대서사시를 지은 그리스 시인 - 호메로스 2016-12-10 0 5954
1935 서인도제도 영국령 세인트루시아 시인 - 데릭 월컷(월코트) 2016-12-10 2 6756
1934 페르시아 시인 - 잘랄 앗 딘 루미 2016-12-10 0 6178
1933 러시아 시인 - 브류소프 2016-12-08 0 3806
1932 러시아 시인 - 벨리 2016-12-08 0 4825
1931 러시아 시대의 비극적 테너 시인 - 알렉산드르 블로크 2016-12-08 0 5297
1930 러시아 최후의 "천부적인 재능의 농민시인" - 세르게이 예세닌 2016-12-08 0 5973
1929 독일로 한번도 가본적 없는 유대계 독일 시인 - 파울 첼란 2016-12-07 0 6544
1928 문학예술가, 녀인, 그리고 "뮤즈의 삶" 2016-12-05 0 5979
1927 프랑스 시인 - 폴 엘뤼아르 2016-12-05 0 7527
1926 미국 시인 - 로버트 로웰 2016-12-04 0 5153
1925 영국 계관시인 - 로버트 브리지스 2016-12-04 0 5828
1924 미국 최초의 계관시인 - 로버트 워런 2016-12-04 0 4899
‹처음  이전 4 5 6 7 8 9 10 11 12 13 14 다음  맨뒤›
조글로홈 | 미디어 | 포럼 | CEO비즈 | 쉼터 | 문학 | 사이버박물관 | 광고문의
[조글로•潮歌网]조선족네트워크교류협회•조선족사이버박물관• 深圳潮歌网信息技术有限公司
网站:www.zoglo.net 电子邮件:zoglo718@sohu.com 公众号: zoglo_net
[粤ICP备2023080415号]
Copyright C 2005-2023 All Rights Reserved.