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詩적 령감은 땀흘려 찾는 자의 몫
2016년 06월 19일 20시 14분  조회:4124  추천:0  작성자: 죽림
[8강] 시의 발상과 전개방식. 1 


강사/ 나 호열 

이 번에 저의 6번째 시집을 발간하게 되어 지인들로부터 이런 이야기를 많이 듣습니다 "언제 이렇게 많은 시를 썼어요? 시간도 없을 텐데......" . 그렇습니다. 시를 써서 밥을 먹을 수는 없기 때문에 저도 학생들을 가르치고 하는 등의 생업을 가지고 있습니다. 그렇지만 어디에서든지 "당신의 직업이 무엇입니까?"라고 물으면 저는 "시인입니다" 라고 대답합니다. 여러분과 마찬가지로 저도 하루 하루를 바쁘게 움직이고 있습니다. 한가롭게 앉아서 '무엇을 쓸까?' 생각할 여유가 없습니다. 그렇다면 언제 시를 생각하고 쓰게 될까요? 

'눈 떠서 잠들기 직전 까지!' 

이것은 매우 어려운 일입니다. 시를 쓰는 일은 고도의 정신집중을 요하는 일이기 때문에 모든 정신력을 잠시도 쉬지 않고 시 쓰는 일에 쏟아낼 수는 없습니다. 제가 말하고자 하는 것은 나에게 다가오는 일상과 사물 앞에 나의 모든 감각을 개방시켜 놓는다는 것입니다. 이 말은 시를 쓰고자 하는 초심자들에게는 매우 어려운 일이 될 것입니다. 누구나 처음에는 시를 쓸 수 있는 여건 - 분위기- 이 조성되어야만 시 쓰기가 수월할 것입니다. 그러다가 일년, 이년 점차적으로 연륜이 더해지다 보면 나에게 주어지는 모든 대상들이 다 시의 대상이 된다는 사실을 깨닫게 됩니다. 여기에 기본적으로 주어져야 하는 것이 시인이 가지고 있는 인생관, 세계관, 실험정신이지요. 

많은 사람들이 시적 분위기에 매료되거나 자신이 억누르지 못하는 희로애락을 바탕으로 시를 쓰고자 하는 열망을 갖게 되는데 나중에 써놓고 보면 다른 사람들이 쓴 것과 비슷비슷한 그런 글들이 되고 마는 경험을 되풀이하게 됩니다. 이 쓰디쓴 경험을 회피하기 위해서는 우선 기성시인의 시들을 많이 읽어야 합니다. 제가 자료실에 올려놓은 시집을 참고하셔도 좋고 다른 경로를 택해도 좋지만 가장 중요한 것은 내가 선택한 시를 요모조모 분석해 보는 일입니다. 내 취향에 맞지 않는다! 어렵다! 이런 난관을 헤치고 그 시인이 쓰고자하는 것이 무엇인지를 해독하는 일을 쉬지 않아야 합니다. 그런 해독을 통해서 발상으로부터 시작해서 한 편의 시로서 완결되기까지의 경로를 나름대로 터득하게 되는 것이지요. 

저에게도 존경하는 선배 시인들이 많습니다만 그런 분 중에 오늘은 임보 시인의 글을 통해서 강의를 시작할까 합니다. 

임보 시인은 좋은 시의 조건을 다음과 같이 이야기하고 있습니다. 
시란 하나의 발언 : 곧 남에게 들려주는 짧은 말이다 - 언어의 범주를 벗어나서는 곤란하다. 
1) '남에게 들려주는', 2) '짧은 말' 

내가 시를 쓴다는 것은 남에게 이야기한다는 것입니다. 나의 이야기를 하던 제 3 자의 이야기를 하던 아니면 너에게 이야기를 하던 그 이야기는 함축성을 가져야 한다는 것입니다. 

함축성이라는 것은 중언부언하는 것이 아니라 사고의 폭이 넓은 상징성이 있는 상태를 말하는 것이지요. 

습작시를 한 편 읽어 볼까요 

첫눈 오는 날 

눈이 내린다 
(내가 내린다) 

하이얀 송이들이 
지붕으로 내려 앉고 
*(부유하는) 그 속에 나도 내린다 

지면에 닿아 쌓이거나 
녹아 내려야 했다 
바람은 나를 안고 (눈을 안고) 
공중으로 솟구친다 

*(갈망하는 것은) *((착지)였을 뿐) 
고단한 몸을 누이고자 했을 뿐인데 
*(영원처럼) 떠도는 이런 것이라니 
어디까지 몰고 갈 것인가 

순간 몸이 가볍다 
(난 (너를) 베고 누웠다) 
녹아지리라 

<눈> 
대기 중의 찬 수증기가 찬 기운을 만나 얼어서 땅 위로 떨어지는 얼음의 결정. 눈은 그 색깔이 하얗다는 속성 때문에 순결성과 진실성의 표상이 된다. 또 눈은 모든 것을 덮는다는 측면과 관련해서는 포근함과 높낮이 없이 고르게 내린다는 점에서는 평등의 상징이 되기도 한다. 이러한 눈이 환기하는 정조는 그리움과 기쁨이며 특히 첫 눈은 막연한 설레임도 동반한다. 싸락눈과 진눈깨비는 불완전함을 상징하는데 비해 함박눈은 완전함을 상징한다. 
- 한국 현대시 시어사전, 김재홍 편저, 고려대학교 출판부 

이 글을 쓴 분은 <눈>이라는 소재를 통하여 자신의 감정을 이야기하고자 하는 것입니다. 말하자면 눈은 객관적 상관물인 셈이지요. 이 글을 쓴 분이 눈이라는 대상을 만나기 전에 이미 주어져 있는 심리적 상태가 존재합니다. 즉 눈이라는 대상을 마주치는 순간 어떤 정조가 발생하는 것이 아니라 막연했던 어떤 심리가 눈이라는 대상으로 드러나고 있다고 보는 것이지요. 

이 글을 쓴 분은 정처없이 부유하는 삶의 고단함으로부터 내려앉고 싶어하는 욕구를 가지고 있습니다. 내려앉는 것 뿐만 아니라 체온이 있는 것(사람)에 자신을 던지고 녹아 내리고 싶어 합니다. 그런데 눈은 바람에 의해 착지하지 못하고 이리저리 날아다닙니다. 그러다가 '너'라는 대상을 만나 녹습니다. 그러나 '너'는 지상에 뿌리내린 그런 사물이 아니라 허공에 자리잡고 있는 것, 나와 같이 부유하고 있는 허무한 그 무엇입니다. 

궁극적으로는 그렇게 되겠지만 일차적으로 시는 메시지의 전달이 아닙니다. 앞에서 시의 함축성이란 상징성이라고 정의했지요? 1,2차 강의에서 유추와 연상의 문제를 다룬 바 있음을 기억하고 계시지요? 여기에 책상이 있습니다. 책상의 정의는 글을 쓰거나 밥을 먹거나 다용도로 사용할 수 있는 도구라고 할 수 있지요. 이렇게 책상을 정의하기 위해서 필요한 것이 개념입니다. 개념을 이용하여 우리는 관념을 형성하게 됩니다. 알기 쉽게 관념이란 하나의 이미지라고 정의합시다. 이미지야말로 시를 구성하는 핵심 요소임을 꼭 기억합시다! 

시를 읽는 이유는 시로부터 어떤 정보나 지식을 습득하고자 하는 것이 아니라 확연하게 드러나지 않는 情調 (mood)를 체감하는데 있습니다. 어떤 시를 읽고 공감한다는 것은 시에서 드러난 이미지를 독자가 잘 받아들이고 있다는 것입니다. 두 사물 사이의 동일성이나 유사성에 근거하는 것이 類推이고 인접성이나 친근성에 근거하는 것이 聯想의 법칙입니다. 그러므로 어떤 시를 읽고 공감하는데에는 원관념(주제)과 보조관념(소재)의 동일성과 인접성이 커야 한다는 것을 알 수 있게 되지요. 

다시 습작시를 분석해 보기로 합시다. 

첫 연에서 '눈이 내린다/ 내가 내린다' 라고 눈과 나의 동일성을 이야기합니다. 두 번 째 연에서는 내리는 눈과 나의 동작의 결과를 보여 줍니다. 그런데 세 번 째 연에서는 어디엔가 내려야 하는데 그렇지 못한 불화의 상태를 드러내고 네 번 째 연에서는 자신의 욕망을 언명하고 마지막 연에서는 부질없이 허공 또는 바람을 껴안는 비극적 인식을 보여 줍니다. 사실 이 정도의 시를 쓰기 위해서는 나름대로의 연마가 필요합니다. 

일단, 괄호 쳐진 것을 제외하고 이 시를 읽어 봅시다. 

첫눈 오는 날 

눈이 내린다 
하이얀 송이들이 
지붕으로 내려 앉고 
그 속에 나도 내려 앉는다 

지면에 닿아 쌓이거나 
녹아내려야 했다(는데) 
바람은 나를 안고 
공중으로 솟구친다 

고단한 몸을 누이고자 했을 뿐인데 
떠도는 이런 것이라니 
어디까지 몰고 갈 것인가 

순간 몸이 가볍다 
녹아지리라 

훨씬 시가 간결해졌습니다. 임보 시인의 짧은 글의 의미는 이런 것입니다. 우리가 일상적으로 대화하는 데에는 허사가 사용되지요. 음, 그런데, 말이지, 라든가 인과의 과정이라든가, 동작의 진행이라든가 하는 등등,.....시는 이런 것들을 뭉텅뭉텅 잘라내 버립니다. 과감하게! 

부유하는, 갈망하는, 영원처럼, 이런 단어 혹은 표현들은 일상에서는 아주 자연스럽지만 시에서는 부적절하게 사용되는 말들입니다. 浮游는 떠도는 것, 渴望하는, 永遠처럼 에서와 같이 한자어는 詩作에서 회피하는 것이 좋습니다. 

이 시를 읽고나서 사실 많은 영감을 얻습니다. 허공을 안고 빙글빙글 돌아가는 여인의 춤사위, 동작 하나 하나에서 떨어지는 꽃잎같은, 눈물같은, 빛의 환영들....... 

이 글을 쓰신 분은 충분히 좋은 글을 쓸 수 있는 능력이 있으십니다. 계속 노력해 주십시오 

두 번 째 시를 읽어 봅시다. 


뻐꾸기 소리 

장석남 

창호지에 우러나는 저 복숭아 꽃빛같이 
아무 생각 없이 
창호지에 우러나는 저 복숭아 꽃빛만 같이 

사랑도 꼭 그만큼에서 
그 빛깔만 같이 

이 시는 매우 간략한 형태인데 읽기에는 많은 어려움이 따릅니다. 우리가 공부한 동일성이라든지 인접성이라든지 하는 독법으로 뻐꾸기 소리와 복숭아 꽃빛을 대치시키는데는 많은 어려움이 다릅니다. 자, 이 시는 어떻게 감상해야 할까요? 분명히 이 시는 사랑에 대해서 이야기하고 있습니다. 그 사랑은 어떤 사랑이냐? 이 시는 공간적으로 읽어야 할 것 같습니다. 

뻐꾸기 소리: 어느 한 지점으로부터 내가 그 소리를 듣게 되는 이 지점까지의 거리, 그 속에 가득 차는 뻐꾸기 소리 (뻐꾸기는 보이지 않는다) → 창호지에 → 우러나는 복숭아 꽃빛 = 뻐꾸기 소리 

어느 봄날 뻐꾸기 소리가 내 귓가에 들려 옵니다. 뻐꾸기가 왜 우는 지 나는 모릅니다. 뻐꾸기는 보이지 않고 뻐꾸기 소리만 기쁘게, 슬프게 들려 옵니다. 나는 방안에 앉아 그 소리를 듣습니다. 창호지에 복숭아 꽃빛이 환한 그런 화창한 날입니다. 뻐꾸기 소리가 복숭아 꽃빛으로 창호지에 물듭니다. 사랑은 멀리 있습니다. 몸(뻐꾸기)은 멀리 있으면서도 감정(소리)은 바로 내 마음(창호지)을 물들입니다. 복숭아 꽃빛은 창호지에 물들고 사랑은 결코 몸 부딪치지 않아도 충만한 것입니다. 오히려 그 거리감으로 인해 더욱 간절해지고 애틋해 집니다. 그리워지는 것입니다. 

이 시의 키 포인트는 바로 뻐꾸기 울음소리(파동)가 복숭아 꽃빛(빛깔)로 변화하는 그 시간의 흐름과 동화의 상태를 사랑으로 인식하는데 있습니다. 

위와 같은 해석은 물론 저의 자의적인 해석입니다. 여러분은 어떻게 이 시를 읽으시겠습니까? 이 시는 뻐꾸기가 울음우는 사실로부터, 복숭아꽃이 피는 사실로부터 빚어지는 상상의 세계를 상징화하는데 그 의미가 있습니다. '뻐꾸기 소리는 복숭아 꽃빛이다' 라는 상상력! 

시를 쓰고 시를 읽는 재미는 시인의 궤적을 좇아서 그 흔적을 탐색하고 그 끝트머리에서 시인과 만나는데 있는 것이 아닐까요? 

세 번 째 시는 저의 졸작입니다. 

불꽃 

타오르는 불꽃 속에는 
두 사람이 있다 

하나가 되기 위하여 
가슴을 맞대어도 
더욱 활활 타올라도 

우리는 서로를 밝히지 못한다 
한숨이 되어 
뿜어 나오는 향기 
그 몸짓만이 남아 

하나가 되자 
하나가 되자 
더도 가지 말고 이 자리에서 
풀썩거리는 한줌의 재 

불꽃 속에는 
타오르는 두 사람이 있다. 

몇 년 전 일입니다. 서울 근교에 화가가 운영하는 카페가 있었는데 그 카페에서 그림 한 점을 구경하게 되었습니다. 상체를 벗은 젊은 두 남녀가 서로를 부둥켜 안은 그림이었는데 얼싸안은 두 사람의 힘찬 근육의 움직임이 매우 인상적이었습니다. 그 그림을 보며 차 한잔을 마시면서 그 부둥켜 안은 그 모습에서 문득 불꽃을 연상하게 되었습니다. 타오르는 모습이지요 

타오르는 불꽃 속에는 
두 사람이 있다. 

- 모닥불이든, 촛불이든 타오르는 불꽃은 스스로 타는 것이 아니라 어떤 사람들이 있다는 생각! 

하나가 되기 위하여 
가슴을 맞대어도 
더욱 활활 타올라도 

-사랑은 하나가 되는 행위입니다. 정신과 육체의 합일을 희구하면 할수록 우리는 모순에 빠집니다. 

우리는 서로를 밝히지 못한다 
한숨이 되어 
뿜어나오는 향기 
그 몸짓만이 남아 

- 서로를 위하여, 헌신하기 위하여 갈구하는 것인데, 때로는 그 사랑이 정신과 육체를 소모하기도 하는 것입니다. 

하나가 되자 
하나가 되자 
더도 가지 말고 이 자리에서 
풀썩거리는 한 줌의 재 

- 그러므로 진정한 사랑이란 바로 이 자리에서 한 줌의 재가 되는 것을 두려워 하지 않는 것이다 

불꽃 속에는 
타오르는 두 사람이 있다 

타오르는 불꽃 속에는 두 사람이 있다 → 불꽃 속에는 타오르는 두 사람이 있다로 변환되는 인식의 흐름, 즉 하나의 불꽃은 어둠을 밝히기도 하고 추위를 가시게 해주는 따사로움이기도 하지만 그러기 위해서는 희생되어지는 탈 것 나무와 석유, 휘발유 같은 것들이 필요하다는 존재의 허무성을 드러내게 되는 것입니다. 

시인은 어떤 결론을 미리 상정하고 시를 쓰기 보다는 새로운 의미망을 창조하기 위해서 시를 씁니다. 

포옹하는 그림 → 불꽃 → 불꽃의 1차 의미 (하나됨을 희구함) → 불꽃의 2차 의미 (타자를 위한 따사로움, 빛) →불꽃의 3차 의미 (완전한 연소 : 사리화) → 불꽃이라 일컬어지는 모든 존재 속에 존재하는 사랑의 실재) 

이 시의 발상은 그림을 보지 않았으면 이루어지지 않았을지도 모르지만 사랑에 대한, 존재에 대한 막연한 인식이 저의 마음 속에 그려져 있기 때문에 가능한 것입니다. 

잠자는 시간 빼 놓고 시를 생각한다는 바의 의미는 이 세계에 존재하는 나에 대한 반성과 탐색이 지속되고 있다는 것입니다. 

다시 한번 임보 시인의 말을 빌려 강의를 마무리 하고자 합니다. 

상상적 이미지는 대상이 시인에게 스스로 부여해 주는 것이 아니라 시인이 대상 속에 파고들어 발굴해 내야 하는 것임을 기억해야 한다. 광부가 하나의 광맥을 찾기 위해서 수 백 미터의 지하를 뚫고 들어가듯이, 창조적 이미지를 찾는다는 것은 예지와 인내와 노역을 동반하는 고행의 길이다. 그것은 사물과의 피나는 투쟁이며, 세계를 처단하는 폭력이며, 세상을 새롭게 창조하는 독재다. 시인이 그러한 고뇌를 감수하면서도 시의 길을 가는 것은 바로 이 독재적인 창조를 통해 맛보는 환희로 보상받기 때문이리라. 

시의 눈부신 씨앗 - 영감은 기다리는 자의 것이 아니라 땀흘려 찾는 자의 몫이다 

- 임보, 시의 씨앗에서 일부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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마사오카 시키 이후(1867~)의 하이쿠 / 시인 최윤희

 

 

 

나쓰메 소세키 夏目漱石 (1867~1916)

 

다음 생에는 제비꽃처럼 작게 태어나기를
밑바닥의 돌 움직이는 듯 보이는 맑은 물
사람이 그리웠나 어깨에 와서 앉는 고추잠자리
소쩍새가 부르지만 똥 누느라 나갈 수 없다
흰 국화 앞에서 잠시 마음 흔들리는 가위인가
그대 돌아오지도 못할 어느 곳으로 꽃을 보러 갔는가
눈썹 가늘게 밀고 그 후에 바로 세상 떠나네
있는 국화 모두 던져 넣어라 관 속으로
겨울 찬 바람 저녁 해를 바다로 불어 내리네
바람에게 물으라 어느 것이 먼저 지는지 나뭇잎 중에
두들겨 맞고 낮의 모기 토하는 목어여라
나팔꽃 이제 막 피었을 뿐인 목숨이어라
수선화 피었네 코감기 걸린 사람 머리맡에서
가을 강에서 새하얀 돌 하나 주워 들다
너의 진면목은 무엇이니 눈사람아
미인이었던 그대의 마지막도 해골이구나
무슨 일인가 고인에게 바친 꽃에 미친 나비
떠난 자에게 남아 있는 자에게 오는 기러기
눈이 아파서 불을 켤 수 없다 여름 장맛비
참새 날아와 장지문도 움직이지 않는 가을의 강
가을의 매미 그 목소리에 죽기 싫은 기색 역력하다
봄비 내리네 몸을 붙여서 걷는 한 개의 우산
창문 낮은데 유채꽃 환해라 흐린 저물녘
울기 시작한 쓰르라미 오늘이 죽는 날
가을바람 속 도축당하러 가는 소의 엉덩이
가을 강에 박아 넣는 말뚝의 울음이어라
가을이 되었다 한 권의 책을 마저 읽지 못한다
홍시여, 잊지 말게 너도 젊었을 때는 무척 떫었다는 것을
(홍시여, 젊었을 때는 너도 무척 떫었지)
헤어져 가는 구나 꿈 한 줄기의 은하수

 

 

와자키 고요  尾崎紅葉  (1868~1903)

 

번갈아 운다 팔려 온 벌레통 속 풀벌레들

 

 

마쓰세 세이세이  松瀬青々 (1869~1937)

 

걸인이 걸어가고 그 뒤에 나란히 나비가 따라간다
물속에서 움직이지 않는 물고기 가을바람
불볕더위 속 나비 날개 스치는 소리 들린다
동틀 무렵 북두칠성 적시는 봄의 밀물

 

 

도쿠다 슈세이  德田秋声  (1872~1943)

 

물을 마시는 고양이의 목젖 가을 늦더위

 

 

가와히가시 헤키고토  河東碧梧桐  (1873~1937)

 

붉은 동백이 흰 동백과 함께 떨어졌어라
허공을 집은 게가 죽어 있다 뭉게구름
국화가 나른하다고 말했다 견딜 수 없다고 말했다
사과를 집어 다 말하려 해도 반복하지 않으면 안 되게
지진 난 줄 모르고 깜빡 잠들다 봄날 저녁
이 길에 의지할 수밖에 없는 마른 들판이어라
먼 곳의 불꽃놀이 소리만 나고 아무것도 없어라
키야마치여 뒤쪽을 흐르는 봄 물
설날 아침 해가 비치는 스자쿠 대로의 조용함이여
복숭아꽃 피어 있구나 호수가의 열 개 마을
개연꽃에 모인 송사리인가
고향에서 쓸쓸하게 되돌아오는 오솔길인가
필통에 부채가 꽂혀 있는 책상이구나
맘꽃이 흐드러져 있구나 가마 넣어 둔 방
미끄러져 떨어지는 참억새 속에 반딧불이구나
여름 모자를 날려 보낸 연꽃구경이여
이 길이 후지가 되어 가네 참억새여
생각치 못하게 병아리 태어났네 겨울 장미
온천 숙소에 어린 말을 기르네 피리 소리
낙엽송은 쓸쓸한 나무가 되고 고추잠자리
달 앞에 높은 연기로구나 시장의 하늘
새가 날아가는 박물관 숲인가
키미산에 머무르려고 한다 달이 차고
에조로 건너가는 에조산도 역시 불타는 밤에
스모선수 태운 배가 왜 잔잔하게 되는지
북쪽에서 조금만 불면 아리소가 거칠어지는 가을
오늘 여행이 흥이 나지 않아 서선을 터네
절에 있을 때의 벗 떠올리면 은행잎 노랗게 진다
미끄럼 타며 떨어지는 억새풀 속 반디불이
갯바람에 춤추며 떨어지는 싸라기눈
그늘에서 나비가 어쩐지 쓸쓸하게 날고 있다
미모사 필 무렵에 온 미모사를 병에 꽂는다
매화를 꺾으니 더불어 꽃이 진다 눈썹 위로
생각지 않는 병아리 태어났네 겨울의 장미
추운 밤 논의 물에 비친 떠가는 구름
천편일률적으로 나는 잠자리여라
파리 때려잡기 전에는 이것은 파리채가 아니였다
벌집의 벌 화나게 한 작대기 버리고 달아나다
매화꽃 아래 걷다가 광산을 지나쳤다
사이를 갈라놓는 뿌리가 난 구름이

 

 

다카하마 교시  高浜虚子  (1874~1959)

 

떠내려가는 무 잎사귀의 빠름이여
금풍뎅이 내던지는 어둠의 깊이
먼 산의 해와 맞닿은 시든 벌판
첫 나비 날아와 무슨 색인가 물어 노란색이라 답한다
그가 한마디 내가 한마디 가을은 깊어 가고
흰 모란이라 말할지라도 분홍색 어렴풋
봄의 우수여 차가워진 두 발을 포개어 놓고
오동잎 한 잎 햇빛을 받으면서 땅에 떨어지네
큰 절을 에워싸고 아우성치는 나무의 싹들
굴을 나오는 뱀을 보고 있는 까마귀
햅쌀 한 톨의 빛이여
늙은 매화나무의 추한 곳에까지 많은 꽃을 피웠네
겨울 햇살이 지금 눈꺼풀 위에 무거워라
툇마루 위에 어디선지 모르게 떨어진 꽃잎
비유하자면 팽이가 튕겨 나간 것 같은 거지
불을 켜는 손가락 사이 봄밤의 어둠
지난해 올해 가로지르는 막대기 같은 것
봄이 오는 산 시신을 땅에 묻고 허무하여라
먼 산에 해가 비치는 마른 들판이여
풀잎 사이에 빛나고 있는 봄 물
반짝 반짝 낮별이 보이고 곰팡이가 자라고
깃발처럼 나부끼는 겨울 햇살을 우연히 보았네
초원에 뱀 있네 바람이 불어된다
머리 감는 여자 백태의 하나
산 위의 백색 안료를 내던진 것
오래된 성이 있고 푸른 잎 가운데 남은 눈
하나의 뿌리에서 떨어져 봄 물 위에 떠 있는 나뭇잎이여
단풍이구나 여행길 나그네인 나에게 그립게
하루 종일 내리는 눈 쓸쓸하지 않구나
으스스한 추위도 남은 추위도 나 혼자
대한의 먼지처럼 사람은 죽네
여름 풀에 늘어져 휘감기는 소의 혀
세상을 즐기는 마음이여 고드름 꺾네
눈이 녹아 급히 사람들이 왔다 갔다 하네
나비가 먹는 소리의 조용함이여
하늘과 땅 사이 흐느끼듯 내리는 겨울비
물을 뿌리면 여름 나비 그곳에서 태어나네
가을 하늘 밑 들국화 꽃잎이 부족하다
바다로 들어가 다시 태어나는 으스름달
이른 봄의 뜰을 거닐며 문을 나서지 않네
뿌리와 헤어져 떠가는 잎사귀 하나 봄의 물 위에
연달아 재채기해서 위엄이 무너지네
목숨 걸고 애벌레 싫어하는 여자여라
가을바람 분다 마음속 수많은 산과 강에
가을바람 분다 눈 속에 있는 것 모두 하이쿠
썩은 물에 동백꽃 떨어져서 움푹 패이네
고무공 놀이 슬픈 사연을 아름답게
길 떠난다고 마음먹었던 봄도 저물어 가네
꼴사나워라 늦더위의 끈질김
남아 있는 더위도 흔들흔들 싸리나무의 이슬
돌 위의 먼지에 떨어지는 가을비
눈을 감으면 젊은 내가 있어라 봄날 저녁
두견과 짧았던 날 그 후 기나긴 날도

 

 

마쓰네 도요조 松根東洋城  (1878~1964)

 

결혼하지 않기로 스스로 결정한 가을 저물녘

 

 

나카야마 도세이  中山稲青 (1879~1945)

 

사람들 연달아 나고 드는 다리 위에서 바람 쐬기
무더운 날에 승려가 되겠다고 마음먹었다

 

 

나가이 가후  永田荷風  (1879~1959)

 

우산 받치지 않고 사람 오가네 봄비 속
휘파람새 장지문에 어리는 물무늬
깊은 강 꽃은 아직 없어도 봄의 물

목욕하고 돌아오는 맨발의 진흙 봄비 내리고

 

 

오스가 오쓰지 大須賀乙字 (1881~1920)

 

장마 끝나고 들국화 핀 강둑 올려다보네

 

 

다네다 산토카  種田山頭火 (1882~1940)

 

언제든 죽을 수 있는 풀이 꽃도 피우고 열매도 맺고
갑자기 눈을 뜨자 눈물이 흘러내린다
나비 한 마리 날아가도 날아가도 온통 돌무더기
죽고 싶지도 살고 싶지도 않다 바람이 건드리고 간다
민들레 지네 자꾸만 생각나는 어머니의 죽음
이렇게 죽어 버릴지도 모르는 차가운 땅에서 잠든다
다시 볼 수 없을지도 모르는 산이 멀어진다
반딧불이야 얼른 이리 와 고향에 왔다
마음 놓고 죽을 수 있을 것 같다 마른 풀
던져 준 동전 한 닢의 빛
그것은 죽기 전의 나비의 춤
하루 종일 말 없이 바다를 마주하고 있으면 밀물이 차 왔다
버스 지나가는 무논의 별들 물기에 흐려졌다가 돌아온다
하늘로 뻗는 어린 대나무 고뇌 하나 없구나
다친 손에 햇볕을 쪼인다
죽는 사람 주위에 사람들이 몰려든다 구름 없는 하늘
자, 어디로 갈 것인가 바람이 분다
겨울비 내려 길의 표지판 글자를 읽을 수 없다
까마귀 울어 나도 혼자
혼자서 모기에 물리고 있다
눈 내린다 혼자서 혼자서 간다
팔랑팔랑 나비는 노래할 줄 모르네
오늘도 하루 종일 바람 속을 걸어왔다
이렇게 야위어 버린 손을 맞잡아 봐도
뒷모습이 초겨울 비에 젖어서 가는가
술에 취하면 온갖 목소리가 들린다 겨울비 내리고
너를 생각하고 또 생각하고 걷고 또 걸으며
꿈속 여인의 손을 잡았으나 꿈
들국화만 꺾어 든 아이 얼굴에 옅은 햇살
울며 돌아온 아이에게는 내 집 등불 밝아라
산 있으면 산을 본다 비 내리는 날은 비를 듣는다
타고 또 타오르는 불처럼 아름답게
오줌이 붉다 여행을 언제까지 계속할 수 있을까
차가운 대지에 열에 들뜬 몸을 눕힌다
오늘의 길을 따라 민들레 피었다
이따금 구걸을 멈추고 산을 보고 있다
묘지 옆에 아름다운 봄이 왔다
해를 들이마시다
계속 걷는다 피안화 피고 또 피어 있다
시간, 공간, 이 나무 이곳에 시든다
미끄러져 구른 산의 고요
올빼미는 올빼미로 나는 나로 잠들지 못한다
뒤돌아보지 않을 길을 서둘러 간다
소리는 겨울비인가
오늘도 하루 종일 아무도 오지 않았다 반딧불이만이
파리를 치고 모기를 치고 나를 치고
이 길밖에 없다 봄눈 내린다
죽은 나뭇가지 부러뜨리며 아무 생각도 하지 않는다
책상 위 꽃 한 송이 서서히 벌어진다
태어난 집은 흔적도 없고 반딧불이만
지는 달을 보고 있다 혼자서

 

 

와타나베 스이하  渡辺水巴  (1882~1946)

 

한낮은 나의 영혼 떨어지는 잎
한낮은 나의 영혼 가을바람
달빛에 부딪치며 간다 산으로 난 길
수선화 다발을 푼다 꽃 흔들면서
도토리 한 알 자신의 낙엽에 파묻혀 있네
뒤에서부터 가을바람 불어오네 들풀 속에서
끝없는 하늘 그저 웃고 싶어라 가을꽃 들판
초상화 속 아버지 기침도 하지 않는 소나기
나비 집으면 두려워하는 모습 가을 늦더위
겨울 산 어디까지 오르나 우편 배달부
한데 모여서 옅은 빛을 내는 제비꽃

 

 

오기와라 세이센스이  荻原井泉水 (1884~1976)

 

물에 내리는 눈 물속으로부터 내리네
겨울밤 내 그림자와 함께 나에 대해 쓴다
민들레 민들레 모래톱에 봄이 눈을 뜨고
자신의 밥그릇이 있는 집으로 돌아오고 있다
나무의 싹 젖는 만큼 사람도 젖어서 간다
그대도 나도 겨울나무로 계속 서서 그림자 떨구네
나비가 나비를 나비에게 빼앗겨 날고 있다
바닥에 앉아 모래를 손에 쥐니 모래의 따뜻함
전부를 잃어버린 손자 손이 살아서 맞잡는다
내 얼굴 맞댄 이 얼굴은 어머니의 마지막 얼굴
어느 쪽을 보아도 산토카가 걸어간 산 가을의 구름
여윈 손을 모으고 있는 그에게 손을 모은다

 

 

오자키 호사이  尾崎放哉  (1885~1926)

 

손톱을 깎았다 손가락이 열 개
엎드려서 쓰고 있는 편지를 닭이 엿보고 있다
한 사람이 소매 속에 성냥을 가지고 있다
흘러가는 바람에 떠밀려 바다로 나간다
바람 속 달려온 손 안의 뜨거운 동전
조금 아픈 아이에게 금붕어를 사 준다
손톱 자르는 가위조차 빌리지 않으면 안 된다
내 얼굴이 있는 작은 거울을 사 가지고 돌아왔다
열쇠 구멍이 어두워 덜거덕거리며 끼운다
치다가 망쳐 버린 못이 고개를 숙였다
헤어지고 와서 외로움에 꺾는 들국화여라
하나뿐인 종이우산을 빌려 주었다
외로운 몸에서 손톱이 자란다
텅 빈 가슴에 눈이 두 개 열려 있다
성냥개비로 귀 파는데 날이 저물고 있다
꽃 여러가지 피어 모두 팔려 나간다
이곳까지 와 버리고는 급히 편지를 쓰고 있다
하루 종일 말을 하지 않았다 나비 그림자 비치고
외롭게 잠든다 책이 없다
아무것도 없는 책상 서랍을 열어 본다
사람을 기다리는 작은 손님방에서 바다가 보인다
눈이 아파 한쪽 눈으로 외롭게 편지를 쓰고 있다
가만히 외로운 내 그림자를 움직여 본다
넓은 하늘 바로 밑 모자를 쓰지 않고
산에 오르면 외로운 마을이 전부 다 보인다
아내 없는 빈집 장지문이 갑자기 어두워졌다
뜨거운 차 한 잔 마시고 싶어 잠들어 버린다
저녁 하늘을 보고 나서 저녁 먹을 젓가락을 든다
한쪽 눈 가진 사람에게 주시당하고 있다
멋진 젓가슴에 모기가 앉아 있다
언제인지 모르게 따라온 재와 함께 해변에 있다
친구의 여름 모자가 새것이네 바다에 갈까
색연필의 파란색을 조용히 깎고 있다
여기서 파도 소리 들리지 않을 만큼 먼 바다의 파랑
날이 저물어 발을 씻고 있다
우물의 어둠 속에서 내 얼굴을 찾아낸다
바다가 조금 보이는 작은 창 하나가 있다
꺾어진 꽃을 병든 사람이 보고 있다
입 열지 않고 가막조개 죽어 있다
바닷가에서 뒤돌아보면 내 발자국도 없다
봄 산 뒤쪽에서 연기가 번지고
기차가 달린다 산불 번지고
죽은 나뭇가지 부러뜨리기 좋다
봄이 왔다고 크게 광고하는 신문
바다가 보고 싶다고 생각했다
불 없는 화로가 보이는 침상이다
그림을 그리고 싶어 하는 아이가 놀러 와 있다
골똘히 생각에 잠긴 우렁이가 기어가고 있다
빗속에서 흙 묻은 손을 씻는다
어린잎 향기 속 화장터에 도달했다
하나둘 반딧불이 보며 찾아가는 집
자면서 들으면 먼 옛날을 우는 모기여라
외로운 채로 열 식어 있다

고요한 연못에 거북이 한 마리 떠올라 온다

 

 

이다 다코쓰  飯田蛇笏  (1885~1962)

 

오래된 세상의 불의 색깔 번져 가는 들판에 불 놓기
꺾어 들면 나긋하게 묵직한 억새꽃
시체이구나 가을바람 통과하는 콧구멍
죽을병 얻어 손톱만 아름답다 난로 탓인가
검은 쇠의 가을 풍경은 울리고
가을 들어서 강여울에 섞이는 바람 소리
명이 다하자 약 내음만 차갑게 떠나갔구나

 

 

도미야스 후세이 富安風生  (1885~1979) 

 

곰팡이라는 글자의 우울한 점과 획이여
밤 벚꽃이여 멀어질수록 더욱 뒤돌아보는
늦은 국화 옆에서 서성이는 손님을 마중 나가네
떨어진 꽃잎 가득한 수면 위에 개구리의 눈

 

 

이시카와 다쿠보쿠  石川啄木  (1886~1912)

 

높은 곳에서 뛰어내리는 마음으로 일생을 마침이 옳지 아니한가

 

 

 

기노시타 리겐  木下利玄  (1886~1925)

 

모란꽃 어김없이 피어 고요히 꽃이 차지한 위치의 정확함

 

 

 

하라 세키테이 原石鼎  (1886~1951)

 

높이높이 나비 떠가는 골짜기의 깊이여

 

 

오카모토 가노코 岡本かの子  (1889~1939)

 

벚꽃, 목숨 다해 필 테니 목숨 걸고 나는 바라본다

 

 

 

구보타 만타로  久保田萬太郞 (1889~1963)

 

한 사람 가면 두 사람 다가오는 모닥불 피우기
나팔꽃 첫 꽃봉오리 원폭 터진 날
탕두부여 목숨 끝의 어스름이여
밝아 오는 봄날의 짧은 밤 물 내음
아버지 하나 자식 하나 반딧불이 빛나네

시계방의 시계 봄밤 어느 것이 정말인가

 

 

야마구치 세이손  山口青邨 (1892~1988)

 

손을 마구 휘둘러도 나비는 닿을 듯 닿지 안네
귀뚜라미의 이 고집스러운 얼굴을 보라

가라앉아 가는 해파리 물 색깔이 되어 사라진다

 

 

다카노 스주 高野素十 (1893~1976)

 

거미줄 한 줄 앞을 가로지르는 백합꽃
기러기 울음 잠깐 동안 하늘에 울려 퍼지다
밭둑에서 피어오르는 한 줄기 연기를 뒤돌아본다
바람 불어와 나비 급하게 날아가네
똑 바른 길에 나갔어라 가을 저녁
잡아끄는 실 똑바르다 딱정벌레
날개 쪼개어 무당벌레 날아오른다

툇마루 끝에 다만 앉아 있는 아버지의 두려움

 

 

오자와 다케지 小沢武二  (1896~1966)

 

죽은 친구의 편지 다발 그 파란 끈을 푼다
징 치며 가는 여자의 등에서 깊이 잠든 아이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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