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강] 시를 창작한다는 것은 무엇인가
강사/김영천
시 창작은 근세나 고대에 인간이 필요해서 만들어 낸 예술의
분야가 아니고 원시시대의 제천의식(祭天儀式)에서 유래된
것으로 봅니다.
즉 원시 종합예술에서 소리와 춤으로 나누어졌고 다시 춤은
무용과 연극으로, 소리는 다시 음악과 가사로 나누어 졌습니다.
여기 가사가 마침내 시와 소설로 나뉜 것은 비교적 근세의
일입니다.
1)시 창작은 자기 마음을 표현하는 것
사람의 마음은 감정을 생성해내며 사물을 비추는 거울입니다.
우리가 기쁘거나 슬프거나, 또는 분노를 나타내는 것도 다
마음에 따름인 것입니다. 또한 우리가 사물을 볼 때 그 느낌이
다른 것은 서로간에 마음이 다른 것이기 때문이구요.
예를 들면 초생달을 보고 어떤 사람은 조각배와 같다고 하는가
하면, 또 어떤 사람은 여인의 눈섭과 같다고 합니다.
여러분은 초생달이 무엇과 같다고 생각하십니까?
이렇듯 사물을 서로 다르게 보는 것을 그 마음을 언어로
표현하면 시가 됩니다. 시는 이렇듯 아주 주관적인 예술인
것입니다.
마음은 그 순수성에 따라 꿈을 꿀수도 있고, 헛된 욕망을
품을 수도 있지요. 시를 쓸 때는 전자인 순수한 마음이
필요합니다. 거기에서 아름다운 꿈을 꾸고 온갖 상상력을
낳게 함으로서 시를 창작하게 되는 것입니다.
1930년대 , 지성적 시인을 대표했던 정지용 시인의
대표작 <유리창> <향수><고향> 등에서 우린 진솔한
마음을 만나게 되는데, 그의 지성과 감각도 순수한 마음에
근원을 두기 때문입니다. 여기에선 우선 그의 시 <유리창>을
예로 들어볼 터이니 여러분이 쓰신다고 생각하고, 이 시인의
마음이 한 번 되어 보십시오
유리에 차고 슬픈 것이 어린거린다
열 없이 붙어 서서 입김을 흐리우니
길들은 양 연 날개를 파닥거린다
지우고 보고 지우고 보아도
새까만 밤이 밀려나가고 밀려와 부딪치고,
물먹은 별이, 반짝, 보석처럼 백힌다.
밤에 홀로 유리를 닦는 것은
의로운 황홀한 심사이어니,
고운 폐혈관이 찢어진 채로
아아, 늬는 산새처럼 날라갔구나!
-정지용,<유리창> 전문
이 시에 대한 조태일의 해설을 옮기면
" 위 시의 창작 동기가 된 것은 사랑하던 아들의 죽음이라고
한다. 그러니까 자식을 잃은 부모의 애끓는 심정을 표현한
것이다. 죽은 자식을 앞에 둔 부모의 슬픈 마음이야
똑 같겠지만, 그 슬픔을 표현해내는 방식은 조금씩 다르다고
할 수 있다.
위 시는 두 다리 뻗고 땅을 치며 목놓아 우는 모습 대신
슬픔을 안으로 삭이는 절제된 행위 속에서 오히려
한 어버이의 슬픈 마음을 더욱 지극하게 표현하고 있다.
시인은 얼어 붙은 날개를 애처럽게 파닥이는 새의 영상을
통해서, 폐혈관이 찢어진 채 죽은 아들의 모습을 보고 있다.
유리창에 기대어 서서 밤 내내 입김을 불며 유리창을 닦는 것은
죽은 아들을 향한 어쩌지 못하는 그리운 마음 때문이다."라고
하였습니다.
아마, 누구나 이런 경우를 당하면 망연자실하여 말을 잃거나,
차마 이기지 못하여 술을 마시고 넉두리를 하거나 할 것입니다.
더러 그 마음을 이기지 못하여 홧병을 얻기도 하지요.
옛부터 부모가 죽으면 산에 묻고, 자식이 죽으면 가슴에
묻는다는 속담이 있듯이 우리네 가슴엔 온갖 슬픔까지도
묻을 있는 무한한 감정의 창고입니다.
이 마음은 다른 사람들하곤 전혀 그 색깔이 다르지요.
천 사람의 지문이 천 가지 이듯 천 사람의 마음이 천 가지가
되는 것입니다. 그래서 자기 마음을 잘 표현하면 독창성과
개성이 그대로 드러나게 되는 것이지요.
우리는 이제 자기만의 마음을 언어로 표현하는 연습을
해봅시다. 시의 첫 출발은 자기가 생활하며 얻은 마음,
또는 거기에서 파생하는 수많은 상상력들을 글로써 표현해내는
일이기 때문입니다.
그러나 이제껏 유명한 시인들이 써 온 시가 꼭 내 마음과
같다고 해도 그 건 이미 내 마음이 아니고 다른 사람의
마음이니, 오직 내 눈으로 본 것, 내 마음으로 느낀 것을
써보도록 해야합니다.
그럴려면 먼저 사물을 보는 방법에 우리가 주의를 기울일
필요가 있습니다. 무엇이든지 무심코 보아 넘겨버리지 말고,
또한 잡스런 생각을 버리고 맑고 순수한 마음으로 사물을
보는 습관을 들여야 할 것입니다.
그 부분은 다음 시간에 강의 하기로 하겠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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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리고매우멀어바다같아요
―성기완(1967∼ )
그리고매우멀어바다같다던
당신이떠난그곳이어딘지
알수없어
매우멀어바다같아요
당신이남겨놓으신흔적들
파도에씻긴조가비같은것들
함께바다에여행갔을때당신이
무릎접고고개숙이고줍던
그시간이
매우멀어바다같아요
당신이나를버린이유
알수없어걷고또걷던새벽에얻은
몽유의버릇
주머니에가득한물음표
아이가쏟아놓은퍼즐조각처럼
그이유가망망(茫茫)해서대해(大海)같아요
언젠가부터긴긴잠을자고있어요
당신이어디사는지알지도못하는
그냥내가한참미워밤바다같아요
그리고너무멀어
오늘이
망망(茫茫)큰바다같아요
성기완은 밴드 3호선버터플라이 멤버다. 즉 뮤지션이기도 하다. 그래서인지 그의 시들은 리드미컬하다. 이 시에서도 아련한 그리움과 상실감을 아름답게 노래했다. 실연은 쓰디쓴 것이나 실연의 노래는 달콤한 것.
어느 날 갑자기 연인이 종적을 감춘다. 왜? 도대체 왜? ‘당신이나를버린이유/알수없어’. 그런데 곰곰 생각하니 언젠가 그녀가 한 말이 생각난다. ‘그리고매우멀어바다같다던’. 그랬나? 그랬어! 화자는 그녀의 말을 되뇌며 추억과 회한을 곱씹는다. 애달프구나, 사나이 순정. 세상의 연인들이여, 떠날 때는 말이나 하고 떠나시라. 문자라도 보내시라! 남은 사람 가슴 터지게 할 셈이 아니라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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