http://www.zoglo.net/blog/kim631217sjz 블로그홈 | 로그인
시지기-죽림
<< 6월 2024 >>
      1
2345678
9101112131415
16171819202122
23242526272829
30      

방문자

조글로카테고리 : 블로그문서카테고리 -> 문학

나의카테고리 : 시인 지구촌

詩란 언어와의 사랑이다...
2016년 07월 07일 21시 33분  조회:3340  추천:0  작성자: 죽림

[3강] 언어와의 사랑

강사/김영천

오늘은 시를 쓰는데 언어를 왜 사랑해야하는가
간단히 생각해보기로 하지요.

예술엔 여러 장르가 있는데 특히 언어를 사용하는 예술이 바로
시입니다. 도공이 한낱 흙으로 그 아름다운 도자기를 구워내듯
이 시인은 아무나 쓰는, 어디에나 있는 그 말들로
참으로 빛나는 시를 빚어내야 합니다.
그러니 우리가 언어를 어떻게 쓰면 좋은 시가 되는가를 알면
되겠지요.

물고기가 물을 떠나서 살 수 없듯이 시인은 언어를 떠나서 살
수가 없습니다.
언어와 평생을 함께할 동반자 이며 천생연분입니다.

언젠가 라디오 프로그램에 노인들을 위한 퀴즈프로그램이
있었는데, 한 노인 부부가 나와서 퀴즈를 풀었답니다.
이 때 사회자가 영감님에게 "천생연분"이란 카드를 주었습니다.
영감님이 설명을 하고 할머니가 맞추는 퀴즈인데
영감님이 만면에 웃음을 띄우며 이 것쯤이야 하고는

"할멈과 나 사이" 하니까
할멈이 생각도 할 필요도 없이 불쑥 "웬수" 하더랍니다.
방청석은 그야말로 폭소의 도가니가 되고
영감님은 안절부절하더니

"두 자 말고, 네 자, 네자"
하니까
할머니가 또 두 말 없이
"평생 웬수"하더랍니다.

우스개 소리 이지만
우리 시를 쓰는 사람들에겐 언어가 이렇듯 평생 원수가
되어서는 안되고 천생연분이 되어야 할 것입니다.

아마 여러분도 언어를 자유자재로 다루는 것이 소원이
겠지요. 그러나 누구도 사람이 만든 언어를
능수능란하게 쓰기엔 어렵습니다.
오히려 답답하고 막막합니다.

특히 좋은 경치를 보았거나,
아아, 이 건 시가 될 것 같아 하는 경험을 하였어도
막상 시를 쓸려하면 제대로 표현할 말을 찾지 못해
안타까울 때가 많을 것입니다.

저도 어디 경치 좋은데 가면 주윗 분들이
즉석 시 하나 지어보라고 강요당하는 경우가 많은데요
그 때마다 "아, 좋다" 이 것이 시요.
하고 웃고 말아버립니다.

천상병 시인의 <무명>이란 시를 한번 읽어봅시다.

뭐라고
말 할 수 없이
저녁 놀이 져 가는 것이다

그 시간과 밤을 보면서
나는 그 때
내일을 생각하고 있었다

봄도 가고
어제도 오늘 이 순간도
빨가니 타서 아, 쓰러지는 놀빛.

저기 저 하늘을 깎아서
하루 빨리 내가
나의 無名을 적어야 할 까닭을,

나는 알려고 한다
나는 알려고 한다

천상병 시인은 <귀천>으로 유명하지요.
그의 시에는 어려운 말이 없이 어린아이와 같은
말로서 시를 쓰는 시인입니다.

이런 대시인도 노을이 지는 모습을 표현하지 못하고
"뭐라고/말 할 수 없이"라고 합니다.

우리는 언어를 사랑해야 합니다.
시에 적합한 최상의 말들을 찾아야 합니다.
그러기 위해서는 우리가 우리 말을 더욱 많이 알고
있어야 합니다.

사실 국어사전을 보면 우리가 미처 알지 못하는 말들이나
알면서도 쓰지 못하고 버려두는 말, 우리에게 잊혀져가는
좋은 말들이 너무나 많거든요.
그런 말들을 일부러 찾거나, 다른 사람의 글에서
보면 꼭 적어놓는 습관을 들입시다.

사투리나 고어도 시에서는 아주 긴히 쓰이는 말입니다.
언어의 정부라고 불리는 서정주는 특히 구수한
전라도 방언을 아주 잘 구사하였지요.

야생화나 나무들, 저 많은 산새와 벌레들 이름까지도
많이 알아두거나 기록하는 습관을 들입시다.
꽃이름이 예뻐서 그 이름 자체가 시적 분위기가 물씬 나는
것도 참 많지요.

여기 문학의 방에 있는 제 시중에 "눈부처"라는 순 한국말
이 있는데요. 이의 뜻은 눈동자에 비치는 사람의 형상을
두고 하는 말로 상대방의 눈동자에 비치는 내모습이 되겠
지요.
저는 처음에 이 단어를 알았을 때 너무너무 기뻤답니다.

아무튼 여러분은 이제부터라도 늘 쓰는 말을 버리지 마시고
자기의 가슴에, 머릿속에, 노트에, 메모장에
늘 외워두고 기록하는 습관을 들이시기로 하십시다.

그러기 위해서는 다른 시인의 좋은 시들을 많이 읽어야
합니다. 너무 어려운 시를 택하시지 말고
우리가 학교에서 배웠던 시나, 많이 알려진 시
또 처음보는 시라도 쉬운 시부터 보시는 게 좋습니다.

여기 박용철님의 시 <떠나가는 배>를 조용히 소리내어
읽어보면서
오늘 강의는 이만 마칩니다.

나 두 야 간다
나의 이 젊은 나이를
눈물로야 보낼거냐
나 두 야 가련다

아늑한 이 항군들 손쉽게야 버릴거냐
안개같이 물어린 눈에도 비치나니
골짜기마다 발에 익은 묏부리 모양
주름살도 눈에 익은 아, 사랑하던 사람들

버리고 가는 이도 못 잊는 마음
쫒겨가는 마음인들 무어 다를거냐
돌아보는 구름에는 바람이 헤살짓는다.
앞 대일 어덕인들 마련이나 있을거냐

나 두 야 가련다
나의 이 젊은 나이를
눈물로야 보낼거냐
나 두 야 간다


===================================================

 

 
도봉근린공원
―권혁웅(1967∼)


 
얼굴을 선캡과 마스크로 무장한 채
구십 도 각도로 팔을 뻗으며 다가오는 아낙들을 보면
인생이 무장강도 같다는 생각이 든다
동계적응훈련 같다는 생각이 든다
제대한 지 몇 년인데, 지갑은 집에 두고 왔는데,
우물쭈물하는 사이 윽박지르듯 지나쳐 간다
철봉 옆에는 허공을 걷는 사내들과
앉아서 제 몸을 들어 올리는 사내들이 있다 몇 갑자
내공을 들쳐 메고 무협지 밖으로 걸어 나온 자들이다
애먼 나무둥치에 몸을 비비는 저편 부부는
겨울잠에서 깨어난 곰을 닮았다
영역표시를 해놓는 거다
신문지 위에 소주와 순대를 진설한 노인은
지금 막 주지육림에 들었다
개울물이 포석정처럼 노인을 중심으로 돈다
약수터에 놓인 빨간 플라스틱 바가지는 예쁘고
헤픈 처녀 같아서 뭇입이 지나간 참이다
나도 머뭇거리며 손잡이 쪽에 얼굴을 가져간다
제일 많이 혀를 탄 곳이다 방금 나는
웬 노파와 입을 맞췄다
맨발 지압로에는 볼일 급한 애완견이 먼저 지나갔고
음이온 산책로에는 보행기를 끄는 고목이 서 있으니
놀랍도다, 이 저녁의 평화는 왜 이리 분주한 것이며
요즘의 태평성대는 왜 이리 쓸쓸한 것이냐
그래, 맞아. 어쩜 이리 똑같을까! 시의 풍경이 눈에 선해서 키득키득 웃게 된다. 도봉구나 용산구나, 이 근린공원이나 저 근린공원이나. 철봉이나 역기 등의 운동기구랑 오두막 정자는 기본, 맨발 지압로랑 산책로가 있고, 약수터가 있다. 이용객들 모습도 닮았다. 우리는 근린공원에서 살뜰히 놀고 쉬고, 악착같이 체력을 다진다. 심상히 지나칠 법한 그 풍경을 시인은 잘도
꼼꼼히 들여다보고 생생히 그려 보인다. 문장과 문장을 이어주는 순발력이 여간 아니다. 예컨대, 약수터의 빨간 플라스틱 바가지를 보면서 대개 ‘께름칙하네. 얼마나 많은 사람들이 저 바가지에 입을 댔을까’, 요 정도 생각에 그칠 텐데 시인은 즉각적으로 ‘헤픈 처녀’ ‘뭇입이 지나간 참’이라 짚어준다.

금연운동과 더불어 근린공원 신설이 대세. 비행기나 고속철도(KTX)를 타고 멀리 떠나지 못하는 대개의 서민들, 저녁마다 근린공원에 간다. 전투 치르듯 치열한 그 여가(餘暇)에 시인은 움찔하고, 어쩐지 쓸쓸하단다.
 

[필수입력]  닉네임

[필수입력]  인증코드  왼쪽 박스안에 표시된 수자를 정확히 입력하세요.

Total : 2162
번호 제목 날자 추천 조회
1562 詩속에 음악성을 듬뿍듬뿍 띄워야... 2016-07-27 0 3369
1561 흑룡강의 시혼과 함께...강효삼론/허인 2016-07-26 0 3355
1560 詩의 文脈은 山脈, 血脈 등과 간통해야 한다... 2016-07-26 0 3687
1559 보리피리 시인=파랑새 시인 2016-07-25 0 3209
1558 詩의 리론을 깨끗이 잊는것도 공부이다... 2016-07-25 0 3544
1557 詩의 언어는 암시성을 강하게 장치해야 한다... 2016-07-25 0 3639
1556 詩作은 도자기를 만드는것과 같다... 2016-07-23 0 3200
1555 詩作을 할때 詩적 은유를 많이 리용하라... 2016-07-21 0 3748
1554 詩란 진부한 표현을 말살하는 작업이다... 2016-07-20 0 3792
1553 詩란 內美之象적 언어를 뿜어내는 것... 2016-07-19 0 3587
1552 詩作은 그림을 그리는 것... 2016-07-18 0 3529
1551 詩란 의미전달목적과 론리설명언어표현도 아닌 정서적 울림! 2016-07-17 0 3641
1550 시어의 운률미/최균선//방순애시집평론/허인//김금용... 2016-07-15 0 3980
1549 詩란 전례를 타파하는것, 고로 쓰기가 힘든것... 2016-07-15 0 3477
1548 詩作은 풍부한 사유를 많이 하는 것... 2016-07-14 0 3570
1547 詩에 상상의 날개를 달아주자... 2016-07-14 0 3229
1546 詩란 나와의 싸움의 결과물이다... 2016-07-12 0 3405
1545 詩作는 날마다 숙제를 하듯 쓰는 습관을 가져야... 2016-07-11 5 3507
1544 詩는 예리한 눈에서 탄생한다... 2016-07-11 0 3450
1543 詩作은 많은 문학적 경험에서 나온다... 2016-07-11 0 3522
1542 詩란 언어와의 사랑이다... 2016-07-07 0 3340
1541 詩란 고정관념틀을 깨고 그속의 비밀, 맘의 눈으로 보기 2016-07-06 0 3862
1540 [재미있는 詩뒷이야기]-杜牧 唐代詩人의 詩 <淸明>과 련관되여 2016-07-05 0 4650
1539 詩는 제천의식(祭天儀式)에서 유래 2016-07-05 0 3094
1538 李相和와 李陸史 2016-07-04 0 3938
1537 詩는 문학의 정점, 곧 시작과 끝... 2016-07-04 0 3488
1536 名詩들 앞에 선 초라하고 불쌍한 자아의 詩여!!! 2016-07-02 0 3058
1535 詩란 유산균이 풍부한 잘 곰삭은 맛깔스러운 국물! 2016-07-01 0 3443
1534 詩는 안이 밖이 되고 밖이 안이 되는 것... 2016-06-30 0 3426
1533 가짜 詩人과 진짜 詩人 2016-06-29 0 3177
1532 [생각하는 詩 여러 컷] - 탁발 / 소금 ... ... 2016-06-27 0 3794
1531 사람과 사람 사이에 섬이 없다? 있다!... 2016-06-27 0 3493
1530 <조문(弔問)과 죽음 묵상> 시모음 2016-06-26 0 3570
1529 詩적 상상력을 키워야... 2016-06-25 0 4262
1528 詩作은 금기를 풀고 틀을 깨는것... 2016-06-25 0 3921
1527 詩는 時와 空을 초월해야... 2016-06-23 0 4457
1526 詩는 광고정보 전달 수단이 아니다... 2016-06-23 0 3924
1525 [장마전, 한무더운 아침 詩 둬컷] - 밥 / 산경 2016-06-23 0 3383
1524 詩란 천장을 뚫고 하늘의 높이를 재보는것... 2016-06-21 0 3844
1523 詩의 꽃을 피우기 위해 詩의 씨앗이 있어야... 2016-06-20 0 3817
‹처음  이전 11 12 13 14 15 16 17 18 19 20 21 다음  맨뒤›
조글로홈 | 미디어 | 포럼 | CEO비즈 | 쉼터 | 문학 | 사이버박물관 | 광고문의
[조글로•潮歌网]조선족네트워크교류협회•조선족사이버박물관• 深圳潮歌网信息技术有限公司
网站:www.zoglo.net 电子邮件:zoglo718@sohu.com 公众号: zoglo_net
[粤ICP备2023080415号]
Copyright C 2005-2023 All Rights Reserved.