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詩의 리론을 깨끗이 잊는것도 공부이다...
2016년 07월 25일 19시 44분  조회:3902  추천:0  작성자: 죽림
[17강] 시의 언어가 갖는 특성.3 

강사/김영천 


요즘 강의가 좀 어려워서 시에 대한 매력이 없어지실까 
사실 두려운데요. 너무 어려워하진 마십시오. 
어려운 건 그 자리에서 읽고 잊어버리십시오. 
이론을 많이 안다고 시를 잘 쓰는 건 아닙니다. 
그러면 왜 공부를 하느냐구요? 

여러분이 외우기보다는 글 읽는데 취미를 갖는 게 훨씬 중요합니다. 
어려운 이론을 이해하는 것 보다는 좋은 시 한 편을 읽고 
가슴으로 느낄 수 있으면 그 것이 훨씬 좋습니다. 
자 그럼 부담없이(?) 어려운 강의에 들어가볼까요 

4)언어의 애매성 

제목 그대로 시의 언어는 애매성을 가지고 있습니다. 
이 애매를 사전에서 보면 '희미하여 확실하지 못하다'고 
되어 있고, 어원을 보면, 두 길로 몰고 간다고 하였구요 
그러나 이것은 난해한 언어를 사용하는 것이 아니고 
어떤 단순함에 구속되지 않고 여러 방향으로 의미를 확산 
시키면서 시 세계를 더욱 깊고 넓게 만드는 역할을 합니다. 

시를 읽고 설명을 하기로 하지요. 
여러분이 너무도 잘 아시는 시 김소월의 <산유화>를 
복습하는 의미에서 한 번 읽어볼까요? 

산에는 꽃 피네 
꽃이 피네 
갈 봄 여름 없이 
꽃이 피네 

산에 
산에 
피는 꽃은 
저만치 혼자서 피어 있네 

잘 아시는 시이니 두 연만 소개했습니다. 
여기서 볼 때 '갈 봄'의 '갈'은 무슨 뜻입니까? 
모두 학교에서 배울 때를 상기해봅시다. 
어떤 분들은 가을의 준말이라고 합니다. 
또 어떤 분은 간다는 의미라고 합니다. 
그래서 '가을 봄'도 되구요. '가는 봄'도 됩니다. 
작가가 아니고는 우리가 알 수 없는 정말 애매한 
표현입니다. 

여기서 또 '저만치'는 '저만큼'떨어져서 피어있다는 
뜻인지 '저처럼' 혼자 외롭게 피어있다는 뜻인지 
애매합니다. 

이처럼 그 의미 파악이 여러가지 가능성을 지님으로써 
시의 세계가 애매하거나 불투명하기는커녕 오히려 
시세계의 풍부함은 물론 시적 깊이와 감동을 더해주고 
있음을 우리는 알아야 하겠습니다. 

김승희님의 <안전벨트를 맨 사람>을 읽어보지요. 

너무 오랫동안 안전벨트를 묶고 있어서인가 
뼈가 펴지지 않는다. 
이 몸은 나의 몸이 아니다. 
안전벨트의 안전 속에 
구속 당한 몸. 
안전의 골방 속에 너무 깊이 묶여 있으면 
안전의 골병이 생긴다. 

어떤 격랑 속에서도 안전벨트를 묶고 앉아 있는 
오너드라이브 그가 묶은 것은 무엇이고 
그에게 묶인 것은 무엇인가? 

이 시에 대한 조태일님의 해석을 옮기니 읽어 
보시기 바랍니다. 

" '안전'은 그야말로 위험하지 않는 것이며, 아무런 
위험이 없는 상태를 가리킨다. 그러나 '골병'이란 속으로 
깊이 들어서 좀처럼 고치기 어렵게 된 병이다. 따라서 
'안전'과 '골병'은 같은 상황에 놓일 수 없는 배타적인 
성질인 것이다. 그런데 시인은 '안전의 골병'이라는 
서로 의미가 모순된 어휘들을 결합함으로써 독자로 하여금 

안전의 진정한 의미가 지금까지 느껴왔던 것과는 달리 
여러 방향으로 새롭게 그 것의 참 모습을 찾아보게 되는 
것이다. '골병' 역시 마찬가지다 독자의 주관적 인식에 
따라서 여러 가지 의미들을 이끌어낼 수 있는 함축성을 
지니고 있다." 


영국의 문학이론가 엠프스는 
이 애매성이 시에서 새롭고도 
풍부한 의미를 발생시킨다는 점을 알고 
이를 7가지 유형으로 분류하였는데 
참고로 적으니 외우실 필요 없구요. 
한 번 읽고 모두 잊어버리기로 합시다. 

첫째:하나의 단어나 문장이 동시에 다양한 효과를 나타내는 
경우 
둘째:두 개 이상의 의미가 시인이 의도한 하나의 의미로 
나타나는 경우 
셋째: 두 개념이 문맥상 동시에 양쪽에 관계되어서 하나로 
나타나는 경우. 
넷째: 둘 이상의 의미가 서로 모순되게 결합하면서 시인의 
복잡한 정신 상태를 나타내는 경우 

다섯째: 일종의 직유로서 직유의 두 관념으로 옮겨감을, 즉 
불명료한 것에서 명료한 것으로 나타나 있음을 암시하는 경우. 
여섯째:하나의 표현이 모순 되거나 아무것도 의미하지 않을 
경우에 독자가 그 시 속에 개입하여 자기 스스로 해석해야 
할 경우. 
일곱째: 하나의 표현이 근본적으로 모순되어 시인의 마음 
속에 분열을 일으키고 있음을 암시하는 경우 

여러분 읽어보셨죠? 
이젠 깨끗이 잊어버리십시오. 
잘 잊는 것도 공부입니다. 

그러면 오규원님의 <물과 길.2>를 한 번 읽어볼까요? 

돌밭에서도 나무들은 구불거리며 하늘로 
가는 길을 가지 위에 얹어 두었다 
어떤 가지도 그러나 물의 길이 끊어진 
곳에서 멈춘다 
나무들이 멈춘 그곳에서 집을 짓고 
새들이 날아올랐다 그때마다 
하늘은 새의 배경이 되었다 어떤 새는 
보이지 않는 곳에까지 날아올랐지만 
거기서부터는 새가 없는 
하늘이 시작되었다 

시인의 시작노트 중 이 시와 직접 관계 있는 부분만 
발췌하여 읽기로 하지요. 

"나는 이 작품을 발표 이후 한번 고쳤다. 처음 
발표한 작품은 다음과 같다. 이 고치는 과정을 보면 
나의 작업을 더 잘 이해할 수 있을 것이다. 

돌밭에서도 나무들은 구불거리며 하늘로 
가는 길을 가지 위에 얹어 두었다 
어떤 가지도 그러나 물의 길이 끊어진 
곳에서 멈추어야 했다 
나무들이 멈춘 그 곳에서 집을 짓고 
새들이 날아 올랐다 그때마다 
하늘은 새의 배경이 되었다 어떤 새는 
보이지 않는 곳에까지 날아올랐지만 
거기서부터는 보이지 않는 
하늘이 시작되었다 

1)1행에서 <나무들은 구불거리며 (개미들이)하늘로/ 
가는 길을~>에서 괄호친 부분을 삭제하고 발표했는데, 
그로 인해 <길>이 은유의 성질을 가지게 되었지만, 
그 은유는 일차적으로 대체 사물이므로 그냥 두고 
보기로 했다. 

2)4행에서 <멈추어야 했다>는 <멈춘다>로 고쳤다. 그 
이유는 <어떤 가지도 그러나 물의 길이 끊어지 곳에서 
멈추어야 했다>는 것은 사실에 값하는 현상이긴 하지만 
<했다>는 표현이 나무의 의지에 너무 깊이 관여하는 
측면이 있으므로, 나무에 덜 관여하기 위해서 <멈춘다> 
는 보다 객관적인 현상 쪽을 선택했다. 

3)9행의 <보이지 않는 하늘>은 그것 자체로는 시각적 
상태의 사실적 현상이지만, <보이지 않는 하늘이 시작 
되었다>는 표현 속에서는 그 <시작의 사실>을 볼 수 
있는 것이 아니므로 관념이다. 그래서 <거기에서부터는 
새가 없는 하늘이 시작되었다>라고 고쳤다. <새가 
없는 하늘>은 무엇보다 먼저 사실적 존재이며, 다른 
의미의 존재로의 존재전 이는 그 다음의 문제이기 
때문이다. 
그런 결과 위의 작품과 같은 시로 변했다. 

여기 시인의 첫 작품과 시인이 어떤 이유로 어떻게 
시를 고쳤는가가 자세히 기록되어 있음으로 여러분께 
실질적으로 많은 도움이 될 것입니다. 

김경미 시인의 <부엌에 대하여>를 읽고 
오늘 강의를 마치겠습니다. 

여름 바다가 젖가슴처럼 출렁이는 거리 
활짝 벗은 듯 
샌들 신고 팔 없는 원피스 입고 나서고 싶어 
그 여자들 일제히, 

김치를 담근다 
손톱 밑이 금세 새빨개진다. 습관적인 코피같이 
작은 부엌 창으로 
이 세상 것 아닌 팔월 하늘을 본다. 
이른 저녁 준비 
수저에만 부딪쳐도 파래진다 

'그런 체질이 있어요 멍이 유난히 잘 드는..... 
부엌에서 유난히 잘 넘어지고 부딪치고 떨어뜨리는 체질... 
물끄러미 창을 내다보다 냄비를 자주 태워먹곤하는 체질 
말예요.......' 

비누로 아무리 씻어도 쉽게 씻어지지 않는 
아늑함과 평온함의 비늘 
그 행복들이 너무하는구나 싶어 우는 여자들 
매일 같이 찾아와 들여다 보고 가는 
절연의 
노을 
싱싱하고 아름다운 거리들도 곧 사라지겠지 
곧 김치 다시 담가야 하리라 
한 번 나가 보기도 전에 


====================================================

 

 

절필(絶筆) 
―이근배 (1940∼)

아직 밖은 매운 바람일 때
하늘의 창을 열고
흰 불꽃을 터뜨리는
목련의 한 획
또는
봄밤을 밝혀 지새우고는
그 쏟아낸 혈흔(血痕)들을 지워가는
벚꽃의 산화(散華)
소리를 내지르며 달려드는
단풍으로 알몸을 태우는
설악(雪嶽)의 물소리
오오 꺾어봤으면
그것들처럼 한 번
짐승스럽게 꺾어봤으면
이 무딘 사랑의
붓대

 

 

여기서 절필은 붓을 놓아 글쓰기를 그만둔다는 뜻일까? 그럴 수도 있겠으나 절세(絶世)의 글, ‘세상에 비할 것 없을 만큼 썩 빼어난’ ‘절대(絶代)’의 시를 뜻할 수도 있겠다.

만개한 벚꽃이 일순간 화르르 지며 흩날리는 ‘벚꽃의 산화(散華)’, ‘소리를 내지르며 달려드는/단풍으로 알몸을 태우는/설악의 물소리’, 그러한 것이 아름다움의 절정(絶頂)이라고 시인은 느낀다. 아름다움은 꺾이는 순간 극대화된다고. ‘오오 꺾어봤으면/그것들처럼 한 번/짐승스럽게 꺾어봤으면’! 세상의 아름다움을 꺾어보고 싶다고 시인은 열망하지만, 아름다움을 꺾어 그 극치를 재현할 수 없는 제 언어의 무력함에 절망한다. 절망(絶望)이라니… 또 절(絶)이다. 꺾임으로써 열망도 아름다운가! 칼칼한 시어로 버무린 절필의 맛!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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