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詩란 사라진 시간을 찾아 떠나는 려행객이다...
2016년 10월 01일 18시 16분  조회:3697  추천:0  작성자: 죽림

[8강] 시의 행 만들기(2) 


시의 이론을 알면서부터 시를 쓰기가 힘들다는 분들이 계신데요. 
아마 그 것이 정상일 것입니다. 왜냐하면, 시를 보는 안목이 
생긴 것이지요. 
일반인들과 시를 공부한 사람들의 차이도 그 것입니다. 일반 
인들이 좋아하는 시라는 것은 다분히 감정적인 것이어서 우리 
의 말초를 자극하는 것입니다. 
사랑과 연애와 눈물, 절망 물론 그런 것들이 우리의 시에서 
영원히 떠날 수는 없지만 직접적으로 써서 눈물을 자극하는 
유행가 같은 시는 결코 좋은 시가 될 수 없습니다. 

적당히 감추고, 또 적당히 축약시키고, 더러 과감히 생략하며 
어떤 이미지를 보여줌으로서 잔잔한 감동을 느끼게 하고 
그 감동이 마음 속에 오래 남아있게 하는 것이 진정 좋은 시입니다. 
그런 언어가 절제된 좋은 시를 쓰기 위해서 여러분들 은 지금 공부를 
하는 것입니다. 


오늘은 어제에 이어 의미의 단락으로 행 만들기를 
공부하겠습니다. 

2)의미의 단락으로 행 만들기 

에즈라 파운드의 말을 빌리면 시 속에 나타나 있는 의미란, 
한 마디로 말하자면, 시라는 예술 작품 공간에 자리잡고 있 
는 모든 표현의 내용을 말하는 것입니다. 그 내용은 시적 
언술의 특성답게 묘사되어 있거나 진술되어 있습니다. 그러 
니까 시 속에 묘사되어 있는 것 또는 진술되어 있는 것들이 
곧 의미가 된다는 말입니다. 

물론 묘사되어 있는 것이라 하더라도 서경적, 서사적,심상적 
인 작품 구조에 따라 다르게 나타나 있기도 하고, 그것들은 
또 축어적으로 표현되어 있기도 하고, 비유적으로 표현되어 
있기도 할 만큼 그 의미의 가시적 양태는 다양할 것입니다. 
그러니 시 속에 나타난 의미란 시만큼 다양하다고 보아야 하 
겠지요. 

그러나 의미가 중심이 되기 때문에 시의 리듬 부분에 대해서 
혹은 이미지에 대하여 느슨해질 수가 있다는 점에 유의해야 
할 것입니다. 

김준태님의 <참깨를 털면서>를 읽어보지요. 이 시는 언젠가 
한 번 읽은 시이던가요? 

산그늘 내린 밭귀퉁이에서 할머니와 참깨를 턴다. 
보아하니 할머니는 슬슬 막대기질을 하지만 
어두워지기 전에 집으로 돌아가고 싶은 젊은 나는 
한번을 내리치는 데도 힘을 더한다. 
세상사에는 흔히 맛보기가 어려운 쾌감이 
참깨를 털어내는 일엔 희한하게 있는 것 같다. 
한번을 내리쳐도 셀 수 없이 
솨아솨아 쏟아지는 무수한 흰 알맹이들 
도시에서 십년을 가차이 살아온 나로선 
기가 막히게 신나는 일인지라 
휘파람을 불어가며 몇 다발이고 연이어 털어낸다. 
참깨처럼 솨아솨아 쏟아지는 것들이 
얼마든지 있을 거라고 생각하며 정신없이 털다가 
"아가, 모가지까지 털어져선 안되느니라" 
할머니의 가엾어하는 꾸중을 듣기도 했다. 

이 시의 행은 어제 읽은 시들과는 완전히 그 형태가 다른 
것을 알 수가 있을 것입니다. 행 구분이 리듬의 단락에 의 
거했을 경우에는 하나의 행이 뚜렷한 운율을 형성하게 되 
지만 이 시에서는 운율감은 다소 떨어지게 됩니다. 그러나 
하나의 행마다 의미들이 자연스럽게 담겨져 있어, 읽는 독자 
들에겐 그렇게 거북하거나 거슬리지 않는 것입니다. 

이렇게 의미 단락으로 행을 놓으면 독자들에겐 시적 의미들이 
오히려 쉽고 자연스럽게 살아날 수가 있는 장점은 있겠지만 
리듬감이 약해질 수 있다는 점에 꼭 유의하셔야 할 것입니다. 


3)이미지의 단락으로 행 만들기 

우리가 이미 이미지에 대해선는 공부를 했지요. 결국 이미지란 
우리가 겪은 사실적 경험을 감각화 시킨 것, 육화(肉化)시킨 것 
을 말하는 것이지요. 

이러한 이미지가 언어 발달의 단계에 따라 정신적 이미지, 비 
유적 이미지, 상징적 이미지로 나뉜다는 것도 이미 배운 바 
있습니다. 

복습하는 차원에서 말씀드리면 정신적(심리적)이미지는 감각 
기관(시각, 청각, 촉각, 미각, 후각 등)에 의해 이루어진 정 
신 현상을 말하는 것이구요. 두 개 이상의 다른 감각이 합해 
진 형태를 공감각(共感覺)이라고 한다는 것도 모두 알고 계실 
것입니다. 

이미지 단락에 의해서 행을 만들게 되면, 의미의 단락으로 만 
든 행에서 느꼈던 자연스러움보다는 선명한 인상이 부각될 것 
입니다. 

김기림님의 <기상도, 세계의 아침>의 일부를 읽어보겠습니다. 

海峽(해협)은 
배암의 잔등 
처럼 살아났고 
아롱진 아라비아의 의상을 둘른 젊은 산맥들. 

바람은 바닷가에서 사라센의 비단幅(폭)처럼 미끄러웁고 
오만한 풍경은 바로 午前(오전) 七時의 절정에 가로누웠다. 

헐덕이는 들 우에 
늙은 향수를 뿌리는 
교당의 녹슬은 종소리. 
송아지들은 들로 돌아가려무나. 
아가씨는 바다에 밀려가는 輪船(윤선)을 오늘도 바래보냈다. 


이 시의 첫 연의 행들을 한 번 살펴 볼까요. 
이 행들은 자연스러운 의미 단락으로 행을 놓는 것이 아니라, 
각각 시어의 이미지가 살아나도록 이미지의 행을 배치하고 
있습니다. 만약 의미의 단락으로 구분했다면 

비늘 돋힌 해협은 
배암의 잔등처럼 살아났고 
아롱진 아라비아의 의상을 둘른 산맥들. 

아마 이렇게 그 형태가 바뀌었을 것입니다. 이 것을 시각적 
이미지를 살아나게 각각 한 행으로 독립시킨 것입니다. 
특히 당연히 붙어 있어야 할 조사 '처럼'을 떼어 다음 행에 
배치함으로서 배암의 잔등이 더욱 더 선명한 이미지로 나타 
나고 있음을 알 수 있습니다. 

이러한 점을 볼 때 이미지의 단락을 하나의 행으로 놓은 시인 
의 의도가 시의 형태 속에서 고스란히 드러나고 있음을 알 수 
있습니다. 


김관식님의 <屋漏(옥루)의 書>를 읽어보겠습니다. 

조그만 암캐 
마아리가 있었다 
토굴 속에는, 

천정에서 떨어지는 푸른 빗방울 

宮 ... 
商 ... 
角 ... 
徵 ... 
羽 ... 

오음이 和諧(화해)하는 소리 
끼니가 없어도 호올로 晏如(안여)함은 
갈색 피부에 주름살이 새겨진 
인도의 숲 속 마하트마 깐디가 
원탁회의에 양을 몰고 나가듯 
젖만을 먹고 살기 때문이지요. 

벼슬아치가 
수레를 머무르고 찾아온다 할지라도 
두 다리 쭈욱 뻗고 마루에 걸터앉아 
괼타리를 까 배꼽을 내놓은 채 
이를 잡으며 말할 것이다. 

옆에 
아무도 
없는 것처럼 

이 시에서 3연을 한번 살펴보실까요? 
난데없이 宮, 商, 角, 徵, 羽라은 다섯 개의 한자어가 각각 
하나씩 행을 이루고 있는 독특한 형태를 취하고 있습니다. 
시인이 이러한 독특한 모습을 차용한 것은 똑,똑,똑,똑,똑 
빗방울 떨어지는 모습을 이미지화 한 것으로 볼 수 있으며 
또 빗방울이 떨어지는 소리를 동양 음악의 오음을 아울러 
이르는 궁, 상, 각, 치, 우에 비유하는 것입니다. 
말하자면 독자에게 청각적 이미지와 시각적 이미지를 느끼 
게 해주고 있어 이 시의 분위기는 감각적이면서도 재기발랄 
하게 살아나고 있습니다. 

이수익님의 <봄날에.2>의 부분을 읽어보겠습니다. 

설레는 
봄, 
봄날이다 

종다리는 까무라치게 
자꾸 
울어쌓고 

이 시에서 감각적 대상은 '봄'과 '종다리'입니다. 
그 둘은 '화냥기처럼 설레는' 특성과 '까무라치게 우는' 특성 
을 가지고 있습니다. 여기에서 왜 이렇게 행을 놓았을까는 
여러분들이 한번 생각해보시기 바랍니다. 

시의 행과 연이 아주 자유스럽고 특이한 시를 소개 
합니다. 어디까지가 행이고 어디까지가 연인가 한번 
씩 나누어 보십시오. 

고재종님의 <나무 속엔 물관이 있다>를 올립니다. 

잦은 바람 속의 겨울 감나무를 보면 

그 가지들이 가는 것이거나 굵은 것이거나 아예 실가 
지거나 우둠지거나 모두 다 서로를 훼방 놓는 법이 없 
이 제 숨결 닿는 만큼의 찰랑한 허공을 끌어 안고 

바르르 떨거나 사운거리거나 건들거리거나 휙휙 후리 
거나 모두 다 제 깜냥껏 한 세상을 흔들거리는데 
그 모든 것이 웬만해선 흔들림이 없는 한 집의 주춧기 
둥 같은 둥치에서 뻗어나간 게 새삼 신기한 일이다. 

더더욱 그 실가지 하나에 앉은 조막만한 새 한 마리 
의 무게가 둥치를 타고 내려가 깜깜한 땅속의 그 중 
깊이 뻗은 실뿌리에까지 거기 흙살에까지 미쳐 
그 무게를 견딜 힘을 다시 우둠지에까지 올려보내는 
땅심의 배려로 산 가지는 어느 여린 것 하나라도 어 
떤 댑바람에도 꺾이지 않는 당참을 보여주는 것인가. 

아, 우린 너무 감동을 모르고 살았구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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장지동 버스 종점 
―최호일(1958∼ )

버스를 잘못 내렸네 장지동은 모르는 곳

입이 없고 커다란 모자를 눌러쓴 사람이 내 몸에 모르는 물건을 놓고 나간 듯 신열이 나고 개망초 꽃이 보였네

탁자가 있고 낡은 시간이 놓여 있고
아무 말도 하지 않으려고
머리칼이 하얀 남자가 상점에서 라면을 끓이고 있었네

칠십 년대식으로 사이다를 샀네 나는 이미 사라진 
풀벌레 소리인가 아마존의
주인 없는 미나리 밭으로 두 시간 걸어온 걸까

 

 

시계가 고장 나 지구별에 늦게 도착한 고양이의 신음 소리를 냈네
나 장지동에 잘못 왔네 라면을 먹지 않았네

내 몸은 모르는 사람들이 더 많이 다녀간 곳

장지동에 가야겠네 그곳은 한없이 가다가 개망초 앞에서 멈추는 곳

미나리 밭을 지나 목성을 지나 더 먼 별의 기억을 지나 라면을 후후 불며 먹고 와야겠네

나도 모르는 사이
사라진 시간을 찾아서 지우고 와야겠네



 

 

서울 송파구 장지동에 나도 한 번 가 본 적이 있다. 강북 구시가에 사는 내게는 멀기도 멀더라. 서울이 엄청 넓어졌다. 늦은 밤에 버스에서 잠들었다가 버스기사가 흔들어 깨울 때야 눈을 뜬다면 여간 난감하지 않을 테다. 택시요금이 꽤 나올 테다. 한남동이나 마포가 버스 종점인 시절이었다면 집까지 걸어갈 수도 있으련만. 다행히도 화자는 한낮에 버스에서 잘못 내렸다. 

졸지에 모르는 동네, 그것도 개망초 꽃 핀 공터며 ‘머리칼이 하얀 남자가 라면을 끓이고 있는’ 구멍가게가 있는 한적한 옛날 동네에 떨어진 화자는 어리둥절하고 막막하다. ‘입이 없고 커다란 모자를 눌러쓴 사람이 내 몸에 모르는 물건을 놓고 나간 듯 신열이’ 난단다. 여기가 어딘가요? 이건 70년대 아닌가? 화자가 모르는 새 뚫고 지나온 시간의 막이 기이한 감촉으로 휘어지는 듯하다. 그렇거나 말거나 여긴 목적지가 아니지. 화자는 사이다 한 병 사서 마시고 장지동을 벗어난다. 누구나 겪을 수 있는 예사로운 일을 시인은 예사롭지 않은 사건으로 기발하게 펼쳐 보인다. 최호일은 일상을 날선 감각으로 집요하게, 그러나 유유히 음미하며 낯설게 하는 재능을 타고난 듯한 시인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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