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현대시사상 가장 다양한 시형의 개척자 - 김수영
2016년 10월 06일 23시 09분  조회:4101  추천:0  작성자: 죽림
 

시의 기법의 발견과 그 수용-김수영 시 「전화이야기」를 중심으로 』- 한명희

1. 문제 제기
2. 「전화이야기」의 기법
3. 「전화이야기」의 수용 양상
(1) ‘전화’ 담화를 통한 수용
(2) ‘전화’ 담화의 변용을 통한 수용
4. 결론

1. 문제 제기

해방 이후의 한국 현대시사에서 가장 큰 영향력을 미친 시인의 첫째자리에 김수영을 놓기를 주저하는 사람은 별로 없을 것이다. 김수영은 시정신의 측면에서는 물론 시의 기법 면에서도 새로운 영역을 개척한 바 크다. ‘반복의 효과’는 김수영이 완성한 새로운 기술로 고평되고 있으며 황동규, ‘언어의 범속화’는 ‘김수영에 의해서 개발된 매우 중요한 현상’으로 여겨지고 있다. 시의 형식에 있어서도 김수영은 ‘이상과 더불어 현국현대시사상 가장 다양한 시형을 개척한 시인’ 으로 평가되고 있다. 김수영이 시에서 구사한 ‘풍자’와 ‘아이러니’의 기법도 주목에 값하는 것이다.
김수영의 시에 나타나는 이러한 다양한 기법들은 김수영이 시의 작품성에도 민감했다는 점을 보여주는 것이라고 하겠다. 실제 그는 산문에서 ‘최소한도 작품다운 작품’ , ‘<문맥이 통하는> 단계에서 <작품이 되는> 단계’, ‘말하고자 하는 그 무엇을 어떻게 시의 수준에까지 올려놓느냐’ 등의 표현을 통해 ‘시의 예술성’ 
을 강조한 바 있다. 시인에게 있어 ‘기법’이란 그가 시의 주제를 발견하고, 탐험하고, 발전시키는 것을 의미하는 것으로 , 김수영이 시에서 개척한 새로운 형식과 기법들은 그의 시정신과 불가분의 관계를 가지는 것이다. 

이 글에서 살펴보고자하는 것은 김수영에 의해서 처음으로 시도되었다고 판단되는 기법을 사용한 시 「전화이야기」이다. 「전화이야기」가 새로운 기법을 보여주는 시임에도 불구하고 김수영 시에서 이러한 기법이 사용된 시를 더 이상 발견할 수는 없다. 그러나 「전화이야기」의 기법이 우리 문단에 끼친 영향은 결코 작은 것이었다고 할 수 없다. 많은 후배 시인들이 자신의 시에 「전화이야기」를 수용하고 있기 때문이다. 「전화이야기」에 대한 연구가 후배 시인들에게 수용된 양상까지를 포함하지 않을 수 없는 이유가 여기에 있다. 이 글에서 필자는 「전화이야기」가 서정시의 양식에 어떤 변화를 몰고 왔는지를 ‘전화’라는 소통 매체의 특성을 중심으로 고찰해 볼 것이다. 그리고 그것이 후배 시인들에게 어떤 영향을 미쳤는지, 후배 시인들은 「전화이야기」를 어떻게 수용하고 있는지 구체적인 작품을 예로 들어가며 설명하려 한다. 

2. 전화이야기의 기법 

「전화이야기」는 김수영이 1966년 6월 14일에 써서 같은 해 9월에 「한국문학」에 발표한 시로 김수영의 후기작에 속한다. 이 시에서 김수영은 ‘전화’라는 매체를 통한 화자의 발화라는, 이전의 우리 시에서는 볼 수 없었던 새로운 담화 방식을 보여준다. 시에 의사 소통의 매체를 도입함으로써 화자의 발화 양식에 변화를 가져왔던 것으로는 편지 형식을 들 수 있을 것이다. 1920년대, 임화가 「우리 오빠와 화로」에서 편지 형식을 활용하였던 것이 대표적인 예다. 편지에서 한 걸음 더 나아가 ‘전화’라는 의사소통 매체를 도입하여 시의 목소리에 일대 변화를 가져온 것이 바로 「전화이야기」이다. 

여보세요. 앨비의 아메리칸 드림예요. 절망예요.
八월달에 실려주세요. 절망에서 나왔어요.
모레면 다 돼요. 二백매예요. 特種이죠.
머릿속에 特種이란 자가 보여요. 여편네하고
싸우고 나왔지요. 순수하죠. 앨비 말얘요.
살롱 드라마이지요. 半島호텔이나 朝鮮호텔에서
공연을 하게 돼요. 절망의 여운이에요.
미해결이지요. 좋아요. 만족입니다.
新聞會館 三층에서 하는 게 낫다구요. 아네요.
거기에는 냉방장치가 없어요. 장소는 三백명가량
수용될지 모르지만요. 절망의 연료가 모자
란다구요. 그래요! 半島호텔같은 데라야
미국놈들한테서 입장료를 받을 수 있지요. 
여편네하고는 헤어져도 되지만, 아이들이 불쌍해서요, 미해결예요.

코리안 드림이라구요. 놀리지 마세요. 
아이놈은 자구 있어요. 구원이지요. 나를
방해를 안하니까요. 절망의 물방울이 
튄 거지요.
내주신다면, 당신의 잡지의 八월호에 내주신다면, 
특종이니깐요, 극단도 좋고, 당신네도
좋고, 번역하는 사람도 좋고, 나도 좋은 일을 하는 폭이 되지요.
앨비예요, 엘비예요. 에이 엘 비 이이. 네.
그래요. 아아, 그렇군요. 
네에, 그러실 겁니다. 아뇨. 아아, 그렇군요.

이런 전화를, 번역하는 친구를 옆에 놓고, 
생색을 내려고 하고나서, 그 訃告를
그에게 전하고, 그 무지무지한 騷亂 속에서
나의 소란을 하나 더 보탠 것에 만족을 
느낀 것은 절망에 지각하고 난 뒤이다. 
― 「電話이야기」 전문

위의 시는 크게 1, 2연과 3연의 두 부분으로 나눌 수 있다. 1, 2연이 전화를 통한 발화 내용을 옮겨놓은 것인데 반해 3연은 전화가 끝난 후의 화자의 진술이기 때문이다. 먼저 ‘전화’를 통한 발화인 1, 2연에 주목해 보자. ‘전화’ 통화를 옮겼다는 것은 우선, 이 시가 ‘문자 언어’보다는 ‘구술 언어’의 특징을 보여줄 것이라고 기대하게 하는데 이 시에서는 ‘말하기’의 특성이 그대로 드러나고 있다. 전화 통화는 송화자와 수화자를 필요로 하는데 이 시에서는 송화자의 발화만 드러날 뿐, 수화자의 발화는 직접 언표되지 않는다. 이 시는 특정한 상황, 즉 출판사에 전화를 해서 원고를 실어달라는 부탁을 하는 상황이 설정되어 있다는 점에서 극의 모습을 띠고 있는 것처럼 보인다. 특히 이 극적인 상황이 화자의 일방적 독백으로 전달되고 있어서 알프레드 테니슨에 의해 처음 시도되어 로버트 브라우닝에 의해 완성되었다고 하는 ‘극적 독백’의 모습과도 일견 비슷해 보인다. 그러나 이 시는 시인 자신의 입으로 말하고 있다는 점에서 극적 독백과는 다르다. 
이 시가 전통적인 시의 발화 방식과도 다름은 물론이다. 엘리어트는 시의 음성을 세 가지로 구분하여 제시한 바 있다. 첫 번째 음성은 자기 자신에게 말하는 시인의 음성이다. 둘째는 많거나 적거나간에 청중에게 말하는 시인의 음성이며, 셋째는 시인이 만들어 낸 한 극중 인물로 하여금 시로서 말하게 하려고 할 때의 시인의 음성이다. 이 경우에 시인은 자기 자신이 말하려는 것을 말하는 것이 아니고, 한 상상적 인물이 다른 한 상상적 인물에게 말을 한다는 한계 내에서 말하고 있는 것이다.
대부분의 서정시는 이 세 가지 음성 중 하나로 씌어지거나 두 가지 이상을 결합해 씌어 것이다. 그러나 김수영의 「전화이야기」는 이 세 가지 음성 어디에도 해당되지 않는 새로운 음성으로 씌어진 시이다. 앞에서도 얘기한 것처럼, 이시의 표면적 진술은 송화자의 그것만으로 되어 있다. 그러나 독자들은 전화의 수화자가 되는 청자의 음성까지도 충분히 짐직할 수 있게 된다. 화자의 목소리 자체가 수화자의 영향을 받아 발화된 것이기 때문에 청자의 목소리를 짐작해가면서 이 시를 읽지 않는다면 시의 독해 자체가 불가능해질 것이다. 
청자(수화자)의 목소리가 어떤 식으로 개입하고 있는지 자세히 살펴보자. 「전화이야기」의 1, 2, 3, 4, 5연은 수화자의 독백처럼 느껴지기도 하고 수화자의 발화가 추측되기도 한다. 그러나 수화자의 발화 내용이 무엇인지 정확히 판단하기는 어렵다. 그러나 9연 “신문회관 3층에서 하는 게 낫다구요. 아네요”에 이르면, 이것이 수화자의 발화에 대한 응답임이 분명해진다. 송화자는 6, 7연에서 “반도호텔이나 조선호텔에서 공연을 하게 돼요”라고 말한 바 있다. 그런데 문맥에 드러나지 않는 수화자의 발화, 아마도 “신문회관 3층에서 공연을 하자”는 것이 주된 내용이었을 발화가 이어졌기에 송화자의 9연의 말이 나온 것이다. 그러니까 “아네요./ 거기에는 냉방장치가 없어요.”는 수화자의 발화에 대한 송화자의 응답이라고 할 수 있다. “코리안 드림이라구요. 놀리지 마세요” 역시 수화자의 발화가 없었다면 나오기 어려운 말이다. 이 시에서 수화자가 발화했으리라고 추정되는 곳을 표시해보면 다음과 같다. 

( )
코리안 드림이라구요. 놀리지 마세요. 
( )
아이놈은 자구 있어요. 구원이지요. 나를
방해를 안하니까요. 절망의 물방울이 
튄 거지요.
내주신다면, 당신의 잡지의 八월호에 내주신다면, 
특종이니깐요, 극단도 좋고, 당신네도
좋고, 번역하는 사람도 좋고, 나도 좋은 일을 하는 폭이 되지요.
( )
앨비예요, 엘비예요. 에이 엘 비 이이. ( ) 네.
( )
그래요. 아아, 그렇군요.
( ) 
네에, 그러실 겁니다.( ) 아뇨. ( )아아, 그렇군요.

위에서 괄호 표시를 한 곳이 수화자가 발화를 했으리라고 추정되는 곳이다. 이것은 송화자의 발화에 중요한 영향을 미치는 곳이기도 하다. 괄호에는 순서대로 아메리칸 드림이 아니라 코리안 드림이다, 아이들은 뭐하는가, 작가 이름이 뭐라고 했는가, 잡지에 싣기는 어렵겠다, 우리에게도 사정이 있다, 미안하다, 우리 입장은 이렇다 등의 내용이 들어갈 수 있으리라고 생각된다. 물론 수화자의 발화는 독자에 따라 다르게 추정될 수 있을 것이다. 그러나 발화내용을 독자나름대로 추측하게 만드는 것, 그러면서도 독자들이 비슷한 추측을 하게 만드는 것이야말로 이 시의 중요한 방법이라고 할 수 있다. 이렇게 수화자의 발화를 독자들이 삽입해서 읽게 되는 방식은 ‘전화’라는 의사소통 매체 때문에 가능해진 것이라고 할 수 있다. ‘전화’는 ‘상대방의 참여’를 요구하는 매체이기 때문이다.
화자가 발화할 때 그 내용과 어조 어법 등이 화자의 개성을 구현한다는 것은 너무나 당연한 일일 것이다. 그런데 「전화이야기」처럼 청자의 목소리까지 추정할 수 있을 때, 우리는 문면에 드러나지 않은 청자의 개성까지를 느낄 수 있다. 그리고 이 시의 독자는 무엇보다 송화자와 수화자의 사적인 대화를 엿듣게 되는 입장에 놓인다는 특징을 지니게 된다. 
지금까지 필자는 이 시의 1, 2연에 대해서만 얘기를 해왔다. 3연은 1, 2연의 상황, 즉 전화 통화가 끝난 후의 화자의 발화이다. 그러니까 1, 2연은 통화 내용을 재현하고 있는 것으로 시가 발화의 상태라는 전통적인 시에 대한 생각을 바꾸어놓은 것이라고 할 수 있다. 3연에는 1, 2연에서는 나타나지 않았던 ‘번역하는 친구’가 등장하는데, 이 친구는 1, 2연의 화자의 발화를 지켜보던 사람이다. 1, 2연의 화자의 전화는 이 친구를 위한 전화였던 것이다. 이렇게 전화의 용건이 분명함에도 불구하고 이 시에는 ‘절망’과 관련된 얘기- ‘절망예요’, ‘절마에서 나왔어요’, ‘절망의 여운이에요’, ‘절망의 연료가 모자/란다구요’, ‘절망의 물방울이/ 튄 거지요’-와 가족과 관련된 얘기- ‘여편네하고/ 싸우고 나왔지요’, ‘여편네하고는 헤어져도 되지만, 아이들이 불쌍해서요’, ‘아이놈은 자고 있어요’가 불쑥불쑥 끼어들어 있다. 이렇게 송화자와 수화자의 대화가 통일성을 갖지 못하고 자꾸만 분산되는 것은 언어의 ‘구술’ 자체가 지닌 특성을 반영하는 것이라고 할 수 있다. 문자 문화에서는 동질성, 획일성, 연속성이 중심이 되는 반면, 구술 문화는 다원성, 특이성, 비연속성을 특성으로 하기 때문이다. 
3연의 청자, 그러니까 화자의 ‘번역하는 친구’는 화자인 송화자와 수화자의 담화를 엿듣게 된 상황에 처해 있다. 이것은 화자가 친구에게 “생색을 내려고” 일부러 친구 앞에서 한 전화이기 때문에 친구가 엿듣게 되는 것은 화자의 의도에 의한 것으로 보아야 한다. 그러니까 이 시에는 1, 2연의 화자의 발화를 듣는 청자가 있고, 화자와 청자의 대화를 엿듣는 청자가 또 존재하는 액자구조를 보여주는 것이다. 화자의 목소리도 1, 2연에서 수화자와 직접 통화를 하는 목소리가 있는가하면, 전화 통화를 한 자신의 목소리를 재현하는 시를 쓰는 화자의 목소리가 겹으로 존재한다. 
「전화이야기」는 ‘전화’라는 소통매체를 통한 발화라는 점 외에도 몇 가지 특징을 지닌다. 김수영의 시는 그가 독서한 책들을 소재로 한 것이 많은데 이 시에도 그가 독서한 글과 그 글의 내용이 그대로 시의 소재가 되고 있다. 이 시에서 화자가 제시하고 있는 작가는 ‘앨비’다. 김수영은 그의 산문 「반시론」에서 ‘앨비와 보즈네센스키의 싸움’ 이라고 하여 ‘앨비’를 거론한 바 있는데, 이 시 속에서도 앨비에 대한 관심을 드러내고 있는 것이다. 「전화이야기」의 화자가 “앨비예요 엘비예요. 에이 엘 비 이이. 네”라고 표현한 에드워드 앨비(Edward Albee)는 1928년에 미국에서 태어난 희곡작가이다. 1960년에 발표한 「동물원 이야기」로 유명해졌으며 1961년에 「모래상자」, 1962년에 「누가 버지니아 울프를 두려워하랴」를 발표했다. 1967년에는 「미묘한 균형」으로 퓰리쳐상을 수상했으며, 1975년에 「바다 풍경」으로 다시 퓰리처상을 수상했다. 「전화이야기」의 소재가 된 「아메리칸 드림」(The American Dream)은 1960년에 앨비가 발표한 희곡 작품의 제목이다. 시 속에 “살롱 드라마지요. 반도호텔이나 조선호텔에서/ 공연을 하게 돼요”라는 구절이 나오는 것으로 보아 「전화이야기」의 「아메리칸 드림」을 지칭하는 것임을 알 수 있다. 이 희곡 작품은 응접실이라는 단일한 무대에 마마, 대디, 그랜마, 미시즈 베이커, 더 영 맨의 다섯 인물이 등장하는 단막극인데, 「전화이야기」의 화자가 잡지사 직원에게 이 작품을 ‘살롱 드라마’라고 소개하는 것은 김수영이 이 희곡의 내용을 알고 있었음을 보여주는 것이라고 하겠다. 

이렇게 「전화이야기」는 김수영이 읽은 책을 시의 소재로 활용했다는 점도 특징적이지만, 특히 ‘전화’라는 의사 소통매체를 시에 도입하여 서정시의 양식에 새로운 변화를 가져왔다는 점에서 중요하게 다루어지지 않으면 안 될 작품이다. 소설의 경우, ‘최초의 전화 텍스트’는 박완서가 1994년에 발표한 「나의 가장 나종 지니인 것」이라고 한다. 
이보다 18여년 앞서 김수영은 「전화이야기」를 통해 전화를 통한 담화 형식을 완성하였던 것이다. 김수영이 「전화이야기」에서 보여준 기법은 많은 후배 시인들의 시에서 수용, 변형된다. 다음 장에서는 그것이 어떤 양상으로 드러나는지를 살펴보기로 하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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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상에 없는 잠 ―최문자(1943∼)

어젯밤 꽃나무 가지에서 한숨 잤네
외로울 필요가 있었네
우주에 가득찬 비를 맞으며
꽃잎 옆에서 자고 깨보니
흰 손수건이 젖어 있었네
지상에서 없어진 한 꽃이 되어 있었네
한 장의 나뭇잎을 서로 찢으며
지상의 입들은 여전히 싸우고 있네
저물녘 마른 껍질 같아서 들을 수 없는 말
나무 위로 올라오지 못한 꽃들은
짐승 냄새를 풍겼네
내가 보았던 모든 것과 닿지 않는 침대
세상에 닿지 않는 꽃가지가 좋았네
하늘을 데려다가 허공의 아랫도리를 덮었네
어젯밤 꽃나무에서 꽃가지를 베고 잤네
세상과 닿지 않을 필요가 있었네
지상에 없는 꽃잎으로 잤네 


명절은 ‘나’보다 ‘우리’가 되어 사는 시간이기 쉽다. 여기서 ‘우리’라는 말은 참 다정하고 좋다. 여럿이 모여 우리가 되면 마음은 든든하고 가슴은 따뜻해진다. 하지만 사람과 사람이 모이면 다툼도 일고 상처도 받고 염증도 느끼게 된다. ‘우리’는 든든하고 따뜻한 말이지만, 서로 부대끼며 살다 보면 무리를 떠나고 싶을 때가 있다.

최문자 시인의 ‘지상에 없는 잠’은 떠나고 싶은 마음을 표현한 작품이다. 시인은 ‘우리’가 아니라 ‘나’로 돌아가야 함을 아름답게 강조하고 있다. 다시 ‘나’로 돌아가야 하는 이유는 이미 많은 상처로 엉망이 되었기 때문이다. 짐작건대 시인은 사람들 사이에서 많은 상처를 입었나 보다. 한 장의 나뭇잎을 차지하려고 ‘지상의 입들’이 서로 싸운다고, 시인은 썼다. 이 땅은 ‘짐승 냄새’를 풍기는 속된 일로 가득하다고, 시인은 썼다. 견디기 힘든 탓에 그들과 멀어질 필요가 있었다.

그런데 대체 어디로 갈까. 이곳을 떠나는 것이 가능할까. 시인은 자신이 속한 모든 현실을 떠나기 위해 원고지로 돌아와 시를 썼다. 시 안에서 비로소 혼자만의 방을 찾고 그 안에 자기 자신의 영혼을 뉘여 쉬게 만들 수 있었다. 이것이 이 작품에 등장하는 ‘꽃나무’의 의미이다. 시를 한번 읽어보자. 여기에는 처연하게 병든 영혼을 정갈한 상상 나무의 가지에 걸어두는 한 여인이 보인다. 그 영혼은 상처 입었지만 정갈한 나무에서 쉬면서 스스로의 정화 능력으로 상처를 치유해갈 것이다.
 

 

누구든 세상과 멀어지고 싶을 때가 있다. 심지어 가족과 연인으로부터도 자신을 격리하고 싶을 때가 있다. 이것은 성정이 뾰족하거나 예민해서가 아니다. 혼자만의 방에서야 숨통이 트이는 것은 상처받았기 때문이다. 그럴 때 이 시를 읽자. 아픈 영혼의 자정 능력을 믿어보자. 때로 외로울 필요가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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