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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이들 가슴에 천만년의 보배로 가득 찰 때까지...
2016년 10월 17일 21시 28분  조회:4691  추천:0  작성자: 죽림
삼일 수심 천재보요,
백년 탐물 
일조진이라
(三日 修心 千載寶,
百年 貪物 一朝塵)

요즘 법조계를 뒤 흔든 스폰서 검사 보도를 보며 떠올린 불가의 초발심자경문의 한 구절이다.


이는 '출가한 사미가 지켜야 할 덕목을 적은 기본 규율서'라고 한다. 삼일 동안 닦은 마음 천년의 보배요, 백 년 동안 탐한 재물 하루아침의 티끌이라 옮길 수 있겠다.

어디 출가한 사미승에게만 해당되는 구절일까? 옳지 못한 탐욕은 한 순간에 한 아버지(어머니)의 자랑스럽던 아들(딸)을, 한 아내(남편)의 믿음직했던 남편(아내)을, 한 아들(딸)의 존경스럽던 아버지(어머니)를 만인의 손가락질 대상으로 만들어 버리지 않았는가? '나만은 괜찮다. 나는 그래도 된다'라는 오만과 착각이 그 지경까지 이르게 하는 것 아니겠는가? 내가 알고 상대방이 아는 사실을 오직 하늘은 모를 거라는 착각과 내가 이 자리에 오르기까지 들인 공이 얼마인데 이 정도쯤이야 하는 오만이 낳은 결과치곤 그 나락이 너무 깊을 수밖에 없다.

누구나 기본적인 의식주를 해결하기 위해 최소한의 재물은 필요하다. 더구나 재물은 생활을 편리하고 풍요롭게 할뿐만 아니라 우리 마음을 여유롭게 하는 마법도 지녔다. 우리 속담에도 '곳간에서 인심난다'는 말이 있지 않은가. 하지만 이는 자신의 피와 땀으로 일군 재물일 때, 또 모은 재물을 나와 이웃의 풍요를 위해 기꺼이 쓸 수 있을 때 가능한 것이다. 어디 옳지 못한 구린 방법으로 축재하고 이를 지키고, 불리기 위해 온갖 술수를 마다하지 않는 사람에게 이런 마음의 여유까지 기대할 수 있겠는가?

초발심자경문의 탐물은 바로 이를 두고 한 말이라 생각한다. 재물을 모으는 과정이 부정하니 마음이 편할 리 없고, 마음이 불편하니 어디 매사 형통하겠는가? 옳지 못함이 영원히 감춰질 리 없고, 천하에 드러나는 순간 지금까지의 영화는 하루아침의 티끌보다 더 허무할 것은 자명한 일이다.

바로 백년 탐물 일조진(百年 貪物 一朝塵)이다.


그 예가 우리 사회에 어디 스폰서 검사뿐 이겠는가? 더 충격적인 것은 고등학생 56%가 '10억원이 생긴다면 죄를 짓고 1년 정도 감옥에 가도 괜찮다'고 응답한 사실이다. 물론 별 생각없이 즉흥적인 답이리라 위안도 해보지만, 10억원이 아무리 큰돈이라도 어찌 자신의 인생과 바꿀 생각을 할 수 있단 말인가? 우리 사회의 일그러진 단상을 보는 것 같아 심히 우울하다.

모두의 그릇된 마음을 경계해야 할 일이다. 율곡 선생이 자경문까지 지어 자신의 마음을 다스린 것처럼. 율곡 선생은 '오래도록 멋대로 하도록 내버려두었던 마음을 하루아침에 거두어들이는 일은 어렵기 때문에 분잡한 생각들이 일어날 때에는 마땅히 정신을 수렴해 집착 없이 그것을 살필 일이다'라고 흐트러지는 마음을 다 잡으셨다. 넘쳐나는 물질과 피폐해진 정신세계를 사는 오늘, 우리도 각자의 자경문 하나씩을 마련해야 할 때인가 보다. 마음이 편안하면 초가집도 아늑하고(心安茅屋穩, 심안모옥온), 성품이 안정되면 나물국도 향기롭다. (性定菜羹香, 성정채갱향) 명심보감의 한 구절이다. 오늘날의 수심(修心)이란 편안한 마음과 안정된 성품을 바탕으로 바른 삶의 길을 찾고, 이웃과 더불어 살아가는 힘을 기르는 것 아닐까 생각한다.

바로 충남교육청이 지향하는 '참학력'이다. 자기를 성찰하고, 이해하여 앞날을 개척하는 자주적인 삶, 남을 존중하고 배려하며, 상대방의 인권까지도 지켜주는 더불어 사는 삶, 인문적 소양을 바탕으로 자연을 이해하고, 생명을 존중하는 거기에 심미적 감수성까지 갖춘 문화적인 삶을 자주적으로 설계할 수 있는 능력을 말한다. 이를 어찌 아이들에게만 맡길 수 있겠는가? 가정과 학교, 교육청 그리고 사회가 나서야 할 때이다. 우리 모든 아이들의 가슴이 천년의 보배로 가득 찰 때까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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