http://www.zoglo.net/blog/kim631217sjz 블로그홈 | 로그인
시지기-죽림
<< 6월 2024 >>
      1
2345678
9101112131415
16171819202122
23242526272829
30      

방문자

조글로카테고리 : 블로그문서카테고리 -> 문학

나의카테고리 : 시인 지구촌

<밥> 시모음
2016년 10월 19일 20시 28분  조회:3305  추천:0  작성자: 죽림
 
<밥 관한 시 모음> 
 
+ 푸른 우주
밥 먹으며
쌀알 하나에 스민 햇살
잘게 씹는다.
콩알 하나에 배인 흙내음
낯익은 발자국, 바람결
되씹는다.
내 속으로 펼쳐지는
푸른 우주를 본다.
(이응인·교사 시인, 1962-)

+ 새벽밥
새벽에 너무 어두워
밥솥을 열어봅니다
하얀 별들이 밥이 되어
으스러져라 껴안고 있습니다
별이 쌀이 될 때까지
쌀이 밥이 될 때까지 살아야 합니다.
그런 사랑 무르익고 있습니다
(김승희·시인, 1952-)

+ 밥
외로워서 밥을 많이 먹는다던 너에게
권태로워 잠을 많이 잔다던 너에게
슬퍼서 많이 운다던 너에게
나는 쓴다.
궁지에 몰린 마음을 밥처럼 씹어라.
어차피 삶은 너가 소화해야 할 것이니까.
(천양희·시인, 1942-)

+ 밥도 가지가지
논에서는 쌀밥
밭에서는 보리밥
고들고들 고두밥
아슬아슬 고봉밥
이에 물렁 무밥
혀에 찰싹 찰밥
달달 볶아 볶음밥
싹싹 비벼 비빔밥
함께 하면 한솥밥
따돌리면 찬밥
(안도현·시인, 1961-)

+ 꽃밥 
꽃을 피워 밥을 합니다 
아궁이에 불 지피는 할머니 
마른 나무 목단, 작약이 핍니다 
부지깽이에 할머니 눈 속에 홍매화 복사꽃 피었다 집니다. 
어느 마른 몸들이 밀어내는 힘이 저리도 뜨거울까요 
만개한 꽃잎에 밥이 끓습니다 
밥물이 넘쳐 또 이팝꽃 핍니다 
안개꽃 자욱한 세상, 밥이 꽃을 피웁니다 
(엄재국·시인, 경북 문경 출생)

+ 밥값
어머니 
아무래도 제가 지옥에 한번 다녀오겠습니다
아무리 멀어도
아침에 출근하듯이 갔다가
저녁에 퇴근하듯이 다녀오겠습니다
식사 거르지 마시고 꼭꼭 씹어서 잡수시고
외출하실 때는 가스불 꼭 잠그시고
너무 염려하지는 마세요
지옥도 사람 사는 곳이겠지요
지금이라도 밥값을 하러 지옥에 가면
비로소 제가 인간이 될 수 있을 겁니다
(정호승·시인, 1950-)

+ 밥심
가을 들녘, 추수를 마친 논도 있고 
아직 볕을 더 쬐고 있는 벼들도 보인다. 
누런 벼들만 봐도 마음은 풍요롭고 
햅쌀로 지은 밥을 눈앞에 둔 상상을 하기도 한다. 
햇것이라는 싱싱하고 찰진 느낌에다가 
밥심으로 산다는 어른들의 말을 반찬으로 얹어 
한술 뜨는 가을이 맛있다.
밥심으로 산다. 
그 말을 이해하려면 어느 정도 나이를 먹어야 한다. 
지금은 굳이 밥이 아니더라도 빵이나 기타 음식으로 
배를 채울 것이 많다. 
하지만 뱃고래가 든든하기 위해서는 
오로지 밥에 기대야 하는 시절이 있었다. 
쌀이 어떻게 해서 집까지 오는지 
얼마나 많은 땀을 쏟아야 하는지 듣기는 하지만 
시대가 변한만큼 잘 모르는 자녀들도 많다. 
가을들녘을 지나갈 경우 꼭 한번은 일러주시라. 
쌀의 힘, 그리고 밥심에 대해서. 
(최선옥·시인)

+ 밥상
산 자(者)들이여, 이 세상 소리 가운데 
밥상 위에 놓이는 수저 소리보다 아름다운 것이 또 있겠는가
아침마다 사람들은 문 밖에서 깨어나 
풀잎들에게 맡겨둔 햇볕을 되찾아 오지만 
이미 초록이 마셔버린 오전의 햇살을 빼앗을 수 없어 
아낙들은 끼니마다 도마 위에 풀뿌리를 자른다
청과(靑果) 시장에 쏟아진 여름이 다발로 묶여와 
풋나물 무치는 주부들의 손에서 베어지는 여름 
채근(採根)의 저 아름다운 殺生으로 사람들은 오늘도 
저녁으로 걸어가고 
푸른 시금치 몇 잎으로 싱싱해진 밤을 
아이들 이름 불러 처마 아래 눕힌다
아무것도 탓하지 않고 全身을 내려놓은 빗방울처럼 
주홍빛 가슴을 지닌 사람에게는 未完이 슬픔이 될 순 없다
산 者들이여, 이 세상 소리 가운데 
밥솥에 물 끓는 소리보다 아름다운 것 또 있겠는가 
(이기철·시인, 1943-)

+ 밥 먹자
밥 먹자 
이 방에 대고 저 방에 대고 
아내가 소리치니 
바깥에 어스름이 내렸다
밥 먹자 
어머니도 그랬다 
밥 먹자, 모든 하루는 끝났지만 
밥 먹자, 모든 하루가 시작되었다 
밥상에 올릴 배추 무 고추 정구지 
남새밭에서 온종일 앉은 걸음으로 풀 매고 들어와서 
마당에 대고 뒤란에 대고 
저녁밥 먹자 
어머니가 소리치니 
닭들이 횃대로 올라가고 
감나무가 그늘을 끌어들였고 
아침밥 먹자 
어머니가 소리치니 
볕이 처마 아래로 들어오고 
연기가 굴뚝을 떠났다 
숟가락질하다가 이따금 곁눈질하면 
아내가 되어 있는 어머니를 
어머니가 되어 있는 아내를 
비로소 보게 되는 시간
아들딸이 밥투정을 하고 
내가 반찬투정을 해도 
아내는 말없이 매매 씹어 먹으니 
애늙은 남편이 어린 자식이 되고 
어린 자식이 애늙은 남편이 되도록 
집안으로 어스름이 스며들었다.
(하종오·시인, 1954-)

+ 식탁의 즐거움
식탁을 보라 
죽지 않은 것이 어디 있는가 
그래도 식탁 위에 오른 푸성귀랑 
고등어자반은 얼마나 즐거워하는가 
남의 입에 들어가기 직전인데도 
그들은 생글생글 웃고 있다 
한여름 땡볕 아래 밭이랑 똥거름 빨며 파릇했던 
파도보다 먼저 물굽이 헤치며 
한때 바다의 자식으로 뛰놀던 그들은 
데쳐지고 지져지고 튀겨져 식탁에 올라와서도 
끊임없이 흔들리고 펄떡이고 출렁이고 싶다 
그들은 죽어서 남의 밥이 되고 싶다 
풋고추 몇 개는 식탁에 올라와서도 
누가 꽉 깨물 때까지 쉬지 않고 누런 씨앗을 영글고 있다 
이빨과 이빨 사이에서 터지는 식탁의 즐거움 
아, 난 누군가의 밥이 되었으면 좋겠네 
(정철훈·시인, 1959-)

+ 밥
초파일, 작은 절집, 공양간  그 어귀에 긴 행렬 늘어섰네, 밥 한 그릇 먹을 행렬, 
그러나 밥은 동났네, 이것 참 큰일 났네 
목말라 기절한 꽃 조리개로 물을 주면 생기가 삽시간에 온몸으로 번지듯이 
밥 먹고 못 먹고 따라 그 얼굴이 천양이라 
먹으면 부처님도 못 먹으면 중생이니, 부처가 별게 아니라 밥이 바로 부처인데, 
그 밥이 한 그릇 없어 부처 되지 못하네 
듣자 하니 달마대사가 동쪽으로 온 까닭도 식당과 화장실이 동쪽에 있기 때문, 
부처-ㄴ들 어쩌겠는가, 동쪽으로 와야지 뭐. 
(이종문·시인)

[필수입력]  닉네임

[필수입력]  인증코드  왼쪽 박스안에 표시된 수자를 정확히 입력하세요.

Total : 2162
번호 제목 날자 추천 조회
1522 미국 시인 - 에드가 엘렌 포우 2016-06-19 0 3934
1521 詩적 령감은 땀흘려 찾는 자의 몫 2016-06-19 0 3687
1520 독자들도 알파고의 수를 해독해야 하는가... 2016-06-19 0 4276
1519 [한여름속 밤중 詩]- 한둬서넛댓바구니 2016-06-17 0 4304
1518 詩를 잘쓰는데 지름길은 절대 있다? 없다! 2016-06-17 0 3436
1517 詩人은 별의 언어를 옮겨쓰는 세계의 隱者(은자) 2016-06-15 0 3273
1516 영원한 청년 시인 - 윤동주 2016-06-14 0 3678
1515 詩의 형식은 정형화된 법칙은 없다... 2016-06-14 0 3495
1514 정지용, 윤동주, 김영랑을 만나다 2016-06-13 0 4059
1513 정지용과 윤동주 2016-06-13 0 3473
1512 詩作은 언어와의 싸움... 2016-06-13 0 3446
1511 詩集이 성공한 요인 8가지 2016-06-11 0 3302
1510 詩人은 쉬운 詩를 쓰려고 노력해야... 2016-06-10 0 3352
1509 詩는 남에게 하는 대화 2016-06-10 0 3039
1508 <저녁> 시모음 2016-06-10 0 3461
1507 留魂之 碑 / <자기 비움> 시모음 2016-06-10 0 3200
1506 정끝별 시모음 2016-06-10 0 3893
1505 [무더위 쏟아지는 아침, 詩] - 한바구니 2016-06-10 0 3606
1504 詩는 독자들에게 읽는 즐거움을... 2016-06-08 0 3137
1503 정지용 <<향수>> 노래 2016-06-07 0 3331
1502 삶 쪽에 력점을 두는 詩를 쓰라... 2016-06-07 0 3361
1501 생명력 있는 詩를 쓰려면... 2016-06-06 0 3105
1500 <전쟁>특집 시모음 2016-06-05 0 4072
1499 詩제목은 그냥 약간 웃는체, 보는체, 마는체 하는것도... 2016-06-05 0 3227
1498 360도와 1도 2016-06-04 0 3358
1497 詩의 제목은 독자의 상상력을 자극시켜야... 2016-06-03 0 4120
1496 詩作을 많이 習作해야... 2016-06-03 0 3374
1495 詩의 제목은 참신하고 조화로워야... 2016-06-02 0 3743
1494 원작이 무시무시한 괴물이라면 번역도 괴물이 돼야... 2016-06-02 0 3590
1493 창작은 악보, 번역은 연주 2016-06-02 0 3977
1492 별들의 바탕은 어떤 색갈?!... 2016-06-01 0 3626
1491 찢어진것만 보아도 흥분한다는... 2016-06-01 0 3529
1490 소파 방정환 "어린이 날 선언문" 2016-05-30 0 6850
1489 <어른> 시모음 2016-05-30 0 3715
1488 문구멍으로 기웃기웃..."거, 누구요?" "달빛예요" 2016-05-30 0 4264
1487 詩人은 예리한 통찰력이 있어야... 2016-05-30 0 5094
1486 詩의 묵은 덩굴을 헤쳐보니... 2016-05-30 0 3573
1485 <단추> 시모음 2016-05-30 0 3562
1484 [벌써 유월?!~ 詩 한바구니]- 유월 2016-05-30 0 3438
1483 詩作은 온몸으로 하는 것 2016-05-29 0 3709
‹처음  이전 12 13 14 15 16 17 18 19 20 21 22 다음  맨뒤›
조글로홈 | 미디어 | 포럼 | CEO비즈 | 쉼터 | 문학 | 사이버박물관 | 광고문의
[조글로•潮歌网]조선족네트워크교류협회•조선족사이버박물관• 深圳潮歌网信息技术有限公司
网站:www.zoglo.net 电子邮件:zoglo718@sohu.com 公众号: zoglo_net
[粤ICP备2023080415号]
Copyright C 2005-2023 All Rights Reserved.