http://www.zoglo.net/blog/kim631217sjz 블로그홈 | 로그인
시지기-죽림
<< 7월 2024 >>
 123456
78910111213
14151617181920
21222324252627
28293031   

방문자

조글로카테고리 : 블로그문서카테고리 -> 문학

나의카테고리 : 시인 지구촌

詩 같은 수필, 수필 같은 시를 쓰라...
2016년 10월 25일 22시 00분  조회:3360  추천:1  작성자: 죽림

시는 이미지가 말을 한다
/이창배
      

 

아 달이여, 참 슬픈 걸음으로 너는 하늘을 오르고 있구나 
저렇게 말없이, 저렇게 파리한 얼굴로, 
아니 하늘나라에서도 저 분주한 활쟁이 큐핏(Cupid)이 
그 매서운 활을 쏘는 일이 있는가. 
그렇다. 오랫동안 사랑에 익숙한 눈으로 
사랑을 판단컨대 너는 사랑의 병을 앓고 있다. 
나는 너의 표정에서, 너의 슬픈 용모에서 그것을 읽는다. 
똑같은 병을 앓고 있어 나는 너의 상태를 알 수 있다. 
그렇다면, 아 달이여, 동병상련의 정에서라도 내게 말해다오. 
하늘나라에선 일편단심의 사랑이 어리석음의 소치라고 여겨지는지, 
하늘나라의 미인들도 지상에서처럼 교만한지, 
그곳에선 사랑을 받기 위해서 사랑하면서 
연인들이 사랑에 사로잡힌 사람을 경멸하는지, 
곧은 절개를 보람없는 일이라고 하는지. 

With sad steps, O Moon, thou climgb'st the skies, 
How silently, and with how wan a face! 
What, may it be that even in heavenly place 
That busy archer his sharp arrows tries? 
Sure, if that long-with-love acquainted eyes 
Can judge of Love, thou feel'st a Lover's case; 
I read it in thy looks; thy languished grace, 
To me that feel the like, thy states decries. 
Then even of fellowship, O Moon, tell me 
Is constant love deemed there but want of wit? 
Are beauties there as proud as here they be? 
Do they above love to be loved, and yet 
Those lovers scorn whom that love doth possess? 
Do they call virtue there ungratefulness? 

이 시를 읽기 위해서 사전에 알아두어야 할 것이 두 가지 있다. 하나는 이 시가 쓰여진 16세기 무렵의 연애시에서는 일률적으로 남자는 비굴할 정도로 저자세로 사랑을 하소연하지만, 여자는 한결같이 교만하여 그 사랑을 받아들이지 않아 남자를 점점 애태우게 만든다. 그런 페트라르카(Petrarca)풍의 연애시의 패턴을 따른 이 시에서 시인은 교만한 애인을 두고 짝사랑의 하소연을 한다. 다음으로는 이 시의 주요 이미지로 쓰인 큐핏은 희랍 신화에 나오는 사랑의 신이다. 미소년 큐핏은 금빛 날개를 달고 활과 화살을 지니고 다닌다. 사랑의 과녁을 향하여 쏘는 화살은 빗나가는 일이 없는 바, 금빛 활촉의 화살은 戀心을 고취시키고, 은빛 활촉의 화살은 구애를 물리치도록 되어 있다 한다. 
이 시에서 시인은 받아들여지지 않는 일방적인 사랑을 달에게 하소연하면서, 한편 그 애절하고 처참한 심정을 달의 이미지를 통해 드러내보이고 있다. 달이 말없이 슬픈 걸음으로 하늘을 걸어오르고 있다고 형용함으로써, 시인은 독자에게 그 이미지를 통하여 사랑에 버림받은 이가 창백한 얼굴로 하염없는 발걸음을 옮기고 있는 그 심정을 읽게 한다. 시인은 달에 대한 비유를 확장하여 달의 창백한 용모를 보면 달도 사랑의 병을 앓고 있는 것이 틀림없다는 상황을 추정하고, 그렇다면 큐핏이 사랑의 과녁을 빗쏘는 일이 없는 그 하늘, 일편단심의 변함없는 사랑만이 있을 법한 하늘나라에도 지상과 똑같이 사랑의 변절이 있고, 여인들은 교만하여 남자들의 사랑을 받아들이지 않는냐고 반문한다. 이렇게 반문함으로써 자기는 한결같고 변함없는 사랑을 바치고 있지만 그것이 받아들여지지 않아서 짝사랑의 병을 앓고 있는 것이며 원망스럽기만 하다는 감정의 논리를 편다. 시의 중심 이미지인 달에 대한 적절한 비유와 논리적인 전개를 통하여 이루어지지 않는 애절한 사랑의 감정이 설득력있게 전해진다.  

======================================================================

 

 

길 ―김기림(1908∼?)


나의 소년 시절은 은빛 바다가 엿보이는 그 긴 언덕길을 어머니의 상여와 함께 꼬부라져 돌아갔다. 

내 첫사랑도 그 길 위에서 조약돌처럼 집었다가 조약돌처럼 잃어버렸다.

( )

가마귀도 날아가고 두루미도 떠나간 다음에는 누런 모래둔과 그리고 어두운 내 마음이 남아서 몸서리쳤다. 그런 날은 항용 감기를 만나서 돌아와 앓았다. 

 

 

할아버지도 언제 난지를 모른다는 마을 밖 그 늙은 버드나무 밑에서 나는 지금도 돌아오지 않는 어머니, 돌아오지 않는 계집애, 돌아오지 않는 이야기가 돌아올 것만 같아 멍하니 기다려 본다. 그러면 어느새 어둠이 기어와서 내 뺨의 얼룩을 씻어 준다.




시인 김기림은 과수원집 아들이었다. ‘무곡원’이라는 이름의 과수원집에는 여섯 명의 딸과 한 명의 아들이 태어났는데 그중에서 유일한 아들이자 막둥이가 김기림이었던 것이다. 이런 상황을 보면 1910년대 함경북도 학성군, 지금 지명으로는 김책시의 한 집안에서 김기림이 얼마나 사랑받고 컸을지 짐작하고도 남는다. 그러나 그의 유년은 마냥 행복하지만은 않았다. 그 이유가 이 시 같은 수필, 수필 같은 시에 잘 나와 있다.
 

 

어린 시절, 김기림은 어머니와 누이를 잃었다. 어머니의 상여는 언덕길을 돌아 사라졌는데 처음에 어린 아들은 그것이 무엇을 의미하는지 몰랐다. 그리고 몰랐기 때문에 기다렸다. 하지만 와야 할 사람은 오지 않고 대신 다른 것들만 돌아왔다. 노을에 젖은 빈 마음이 돌아왔고, 봄과 여름과 가을과 겨울만 열심히 돌아왔다. 어린 아들은 언젠가 어머니가 갔던 길로 내려와 제 뺨을 쓰다듬어 줄 것이라 기대했다. 그렇지만 아들의 뺨을 어루만지는 것은 어둠뿐이었다. 결국 이 아들은 자라서 어떻게 했을까. 그가 언덕에서 만난 모든 의미들은 결코 답안지를 채워주지 못했는데 말이다. 길을 따라 떠날 수 있을 나이가 되자마자 떠났을 것이 당연해 보인다. 스스로 어떤 답을 찾기 위해서는 떠나야 한다. 떠나는 그의 가슴에는 ‘돌아오지 않는 이야기’라는 보퉁이가 안겨 있었다. 그리고 이 보퉁이가, 기억이, 어머니가 어린 과수원집 아들을 시인 김기림으로 만들었다. 

이 시가 반짝거리는 이유는 한 시인의 탄생이 그려져 있기 때문이다. 역시나 탄생이란 참 아름다운 것이다. 그리고, 아픔 없이는 가능하지 않은 것이기도 하다.

 

 

[필수입력]  닉네임

[필수입력]  인증코드  왼쪽 박스안에 표시된 수자를 정확히 입력하세요.

Total : 2162
번호 제목 날자 추천 조회
1322 [한밤중 詩 한컵 드리꾸매]- 동물의 왕국 2016-04-08 0 3675
1321 <악기> 시모음 2016-04-07 0 4169
1320 ... 2016-04-07 0 4626
1319 ... 2016-04-07 0 4141
1318 [머리 뗑하게 하는 詩공부]- 詩作 첫줄 어떻게 쓰나 2016-04-07 0 3688
1317 [싱숭생숭 진달래 피는 봄날 詩 한송이]- 진달래 2016-04-07 0 4043
1316 [추적추적 봄비 내리는 아침, 詩 한송이]- 철쭉 2016-04-07 0 3598
1315 그는 늘 왼쪽에 앉는다... 2016-04-07 0 4008
1314 詩의 씨앗 2016-04-07 0 3957
1313 멕시코 시인 - 옥타비오 파스 2016-04-06 0 3938
1312 꽃과 그늘 사이... 2016-04-06 0 4085
1311 詩人의 손은 어디에... 2016-04-06 0 3956
1310 詩지기가 만났던 <남도의 시인> - 송수권 타계 2016-04-05 0 4022
1309 [한밤중 詩 한쪼박 드리매]- 보리가 팰 때쯤 2016-04-05 0 3858
1308 [화창한 봄날, 싱숭생숭 詩 한꼭지]-나는 아침에게... 2016-04-05 0 4219
1307 아시아의 등불 - 인도 詩聖 타고르 2016-04-05 0 4369
1306 한국 詩人 김억 / 인도 詩人 타고르 2016-04-04 0 6501
1305 인도 詩人 타고르 / 한국 詩人 한용운 2016-04-04 0 4142
1304 [봄비가 부슬부슬 오는 이 아침 詩 읊다]- 쉼보르스카 2016-04-04 0 4167
1303 [이 계절의 詩 한숲 거닐다]- 사려니 숲길 2016-04-04 0 4040
1302 [월요일 첫 아침 詩 한잔 드이소잉]- 하루 2016-04-04 0 3779
1301 [청명날 드리는 詩 한컵]- 황무지 2016-04-04 0 4201
1300 <작은 것> 시모음 2016-04-04 0 3971
1299 詩와 思愛와 그리고 그림과... 2016-04-03 0 4774
1298 詩, 역시 한줄도 너무 길다... 2016-04-03 0 5352
1297 詩, 한줄도 너무 길다... 2016-04-03 0 4000
1296 [이 계절 꽃 詩 한다발 드리꾸매]- 벚꽃 시묶음 2016-04-03 0 4868
1295 <할머니> 시모음 2016-04-02 0 3830
1294 {童心童詩}- 텃밭에서(詩를 쉽게 쓰라...) 2016-04-02 0 4198
1293 {童心童詩} - 꽃이름 부르면 2016-04-02 0 3521
1292 <발> 시모음 2016-04-02 0 3956
1291 도종환 시모음 2016-04-02 0 4786
1290 [이 계절의 꽃 - 동백꽃] 시모음 2016-04-02 0 4641
1289 이런 詩도 없다? 있다!... 2016-04-02 0 3611
1288 [한밤중 아롱다롱 詩한컷 보내드리꾸이]- 모란 동백 2016-04-02 0 3993
1287 [머리를 동여매고 하는 詩공부]- 자연, 인위적 언어 2016-04-02 0 3798
1286 [머리가 시원한 詩공부]- 죽은자는 말이 없다... 2016-04-01 0 3634
1285 [머리 아픈 詩 공부]- 문학과 련애 2016-04-01 0 4545
1284 [싱숭생숭 봄날 아롱다롱 봄, 풀꽃 詩 한 졸가리] - 풀꽃 2016-03-31 0 3341
1283 <봄> 시묶음 2016-03-31 0 4065
‹처음  이전 17 18 19 20 21 22 23 24 25 26 27 다음  맨뒤›
조글로홈 | 미디어 | 포럼 | CEO비즈 | 쉼터 | 문학 | 사이버박물관 | 광고문의
[조글로•潮歌网]조선족네트워크교류협회•조선족사이버박물관• 深圳潮歌网信息技术有限公司
网站:www.zoglo.net 电子邮件:zoglo718@sohu.com 公众号: zoglo_net
[粤ICP备2023080415号]
Copyright C 2005-2023 All Rights Reserved.