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시지기-죽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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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립 시모음
2016년 10월 30일 21시 47분  조회:5670  추천:0  작성자: 죽림

 

김삿갓 시 모음

 

서당 욕설시 

서당을 일찍부터 알고 와보니 
방 안에 모두 귀한 분들일세. 
생도는 모두 열 명도 못 되고 
선생은 와서 뵙지도 않네. 

辱說某書堂 욕설모서당 
書堂乃早知 房中皆尊物 서당내조지 방중개존물 
生徒諸未十 先生來不謁 생도제미십 선생내불알 

*추운 겨울날 서당에 찾아가 재워주기를 청하나 훈장은 미친 개 취급하며 내쫓는다. 
인정 없는 훈장을 욕하는 시. 소리 나는 대로 읽어야 제 맛이 난다.

 

공씨네 집에서 

문 앞에서 늙은 삽살개가 콩콩 짖으니 
주인의 성이 공가인 줄 알겠네. 
황혼에 나그네를 쫓으니 무슨 까닭인가 
아마도 부인의 아랫구멍을 잃을까 두려운 거지. 

(辱孔氏家 욕공씨가) 
臨門老尨吠孔孔 知是主人姓曰孔 임문노방폐공공 지시주인성왈공 
黃昏逐客緣何事 恐失夫人脚下孔 황혼축객연하사 공실부인각하공 

*구멍 공(孔)자를 공공(개 짖는 소리), 공가(성), 구멍이라는 세 가지 뜻으로 썼다. 


고향 생각 

서쪽으로 이미 열세 고을을 지나왔건만 
이곳에서는 떠나기 아쉬워 머뭇거리네. 
아득한 고향을 한밤중에 생각하니 
천지 산하가 천추의 나그네길일세. 
지난 역사를 이야기하며 비분강개하지 마세. 
영웅호걸들도 다 백발이 되었네. 
여관의 외로운 등불 아래서 또 한 해를 보내며 
꿈속에서나 고향 동산에 노닐어 보네. 

(思鄕 사향)

西行己過十三州 此地猶然惜去留 서행기과십삼주 차지유연석거유 
雨雪家鄕人五夜 山河逆旅世千秋 우운가향인오야 산하역려세천추 
莫將悲慨談靑史 須向英豪問白頭 막장비개담청사 수향영호문백두 
玉館孤燈應送歲 夢中能作故園遊 옥관고등응송세 몽중능작고원유 

*오야(五夜)는 오경(五更)으로 오전 3시부터 5시까지이다.

 

 

아내를 장사지내고 

만나기는 왜 그리 늦은데다 헤어지기는 왜 그리 빠른지 
기쁨을 맛보기 전에 슬픔부터 맛보았네. 
제삿술은 아직도 초례 때 빚은 것이 남았고 
염습 옷은 시집 올 때 지은 옷 그대로 썼네. 
창 앞에 심은 복숭아나무엔 꽃이 피었고 
주렴 밖 새 둥지엔 제비 한 쌍이 날아 왔는데 
그대 심성도 알지 못해 장모님께 물으니 
내 딸은 재덕을 겸비했다고 말씀하시네. 

(喪配自輓 상배자만) 
遇何晩也別何催 未卜其欣只卜哀 우하만야별하최 미복기흔지복애 
祭酒惟餘醮日釀 襲衣仍用嫁時裁 제주유여초일양 습의잉용가시재 
窓前舊種少桃發 簾外新巢雙燕來 창전구종소도발 염외신소쌍연래 
賢否卽從妻母問 其言吾女德兼才 현부즉종처모문 기언오녀덕병재 

*시집 온 지 얼마 안 되는 아내의 상을 당한 남편을 대신하여 지은 시이다. 
아내가 떠난 집에 제비가 찾아오고 복숭아꽃이 피니, 아내를 그리는 정이 더욱 간절해짐을 표현했다. 



기생에게 지어 주다 

처음 만났을 때는 어울리기 어렵더니 
이제는 가장 가까운 사이가 되었네. 
주선(酒仙)이 시은(市隱)과 사귀는데 
이 여협 객은 문장가일세. 
정을 통하려는 뜻이 거의 합해지자 
달그림자까지 합해서 세 모습이 새로워라. 
서로 손 잡고 달빛 따라 동쪽 성곽을 거닐다가 
매화꽃 떨어지듯 취해서 쓰러지네. 

(贈妓 증기) 
却把難同調 還爲一席親 각파난동조 환위일석친 
酒仙交市隱 女俠是文人 주선교시은 여협시문인 
太半衿期合 成三意態新 태반금기합 성삼의태신 
相携東郭月 醉倒落梅春 상휴동곽월 취도락매춘 

*주선(酒仙)은 술을 즐기는 김삿갓 자신. 
시은(市隱)은 도회지에 살면서도 은자같이 지내는 사람. 
이백(李白)의 시 '월하독작'(月下獨酌)에 "擧杯邀明月 對影成三人"이라고 하여 
달, 자신, 자신의 그림자가 모여 셋이 되었다는 구절이 있다. 
*술을 좋아하는 시객(詩客)이 아름다운 기녀와 대작을 하며 시로 화답하고 봄밤의 취흥을 즐기는 풍류 시이다.

 

어느 여인에게 

나그네 잠자리가 너무 쓸쓸해 꿈자리도 좋지 못한데 
하늘에선 차가운 달이 우리 이웃을 비추네. 
푸른 대와 푸른 솔은 천고의 절개를 자랑하고 
붉은 복사꽃 흰 오얏 꽃은 한 해 봄을 즐기네. 
왕소군의 고운 모습도 오랑캐 땅에 묻히고 
양귀비의 꽃 같은 얼굴도 마외 파의 티끌이 되었네. 
사람의 성품이 본래부터 무정치는 않으니 
오늘 밤 그대 옷자락 풀기를 아까워하지 말게나. 

(贈某女 증모녀) 
客枕條蕭夢不仁 滿天霜月照吾隣 객침조소몽불인 만천상월조오린 
綠竹靑松千古節 紅桃白李片時春 녹죽청송천고절 홍도백리편시춘 
昭君玉骨湖地土 貴비花容馬嵬塵 소군옥골호지토 귀비화용마외진 
人性本非無情物 莫惜今宵解汝거 인성본비무정물 막석금소해여거 


*왕소군은 한나라 원제(元帝)의 궁녀. 흉노 땅에서 죽음. 
*마외 파는 안녹산의 난이 일어났을 때 양귀비가 피난 갔다가 죽은 곳. 
*김삿갓이 전라도 어느 마을을 지나다가 날이 저물어 커다란 기와집을 찾아갔다. 
주인은 나오지 않고 계집종이 나와서 저녁상을 내다 주었다. 
밥을 다 먹은 뒤에 안방 문을 열어보니 소복을 입은 미인이 있었는데 독수공방하는 어린 과부였다. 
밤이 깊은 뒤에 김삿갓이 안방에 들어가자 과부가 놀라 단도를 겨누었다. 
김삿갓이 한양으로 과거 보러 가는 길인데 목숨만 살려 달라고 하자 여인이 운을 부르며 시를 짓게 하였다. 

 

그림자 

들어오고 나갈 때마다 날 따르는데도 고마워 않으니 
네가 나와 비슷하지만 참 나는 아니구나. 
달빛 기울어 언덕에 누우면 도깨비 모습이 되고 
밝은 대낮 뜨락에 비치면 난쟁이처럼 우습구나. 
침상에 누워 찾으면 만나지 못하다가 
등불 앞에서 돌아보면 갑자기 마주치네. 
마음으로는 사랑하면서도 종내 말이 없다가 
빛이 비치지 않으면 자취를 감추네. 

(詠影 영영) 
進退隨농莫汝恭 汝농酷似實非농 진퇴수농막여공 여농혹사실비농 
月斜岸面篤魁狀 日午庭中笑矮容 월사안면독괴상 일오정중소왜용 
枕上若尋無覓得 燈前回顧忽相逢 침상약심무멱득 등전회고홀상봉 
心雖可愛終無信 不映光明去絶踪 심수가애종무신 불영광명거절종 

* ....아직 그의 파격적인 희롱의 시편들을 예감하기에는 이르다. 
....그의 마음 가운데 잉태하고 있는 시의 파괴적인 상태는 아직 보이지 않는다. 
다만 시의 내용에서 어떤 우수나 비애도 내비치지 않는 냉철한 서술이 있는데 바로 이 서술에서 
그의 장난스러운 상상력을 얼핏 내보이고 있다. 
-고은 <김삿갓 1>

 

 

길가에서 처음 보고 

그대가 시경 한 책을 줄줄 외우니 
나그네가 길 멈추고 사랑스런 맘 일어나네. 
빈 집에 밤 깊으면 사람들도 모를 테니 
삼경쯤 되면 반달이 지게 될 거요. -김삿갓 
길가에 지나가는 사람이 많아 눈 가리기 어려우니 
마음 있어도 말 못해 마음이 없는 것 같소. 
담 넘고 벽 뚫어 들어오기가 어려운 일은 아니지만 
내 이미 농부와 불경이부 다짐했다오. -여인 

(街上初見 가상초견) 
芭經一帙誦分明 客駐程참忽有情 파경일질송분명 객주정참홀유정 
虛閣夜深人不識 半輪殘月已三更 -金笠詩 허각야심인불식 반륜잔월이삼경 -김립시 
難掩長程十目明 有情無語似無情 난엄장정십목명 유정무어사무정 
踰墻穿壁非難事 曾與農夫誓不更 -女人詩 유장천벽비난사 증여농부서불경 -여인시 

*김삿갓이 어느 마을을 지나는데 여인들이 논을 매고 있었다. 
그 가운데 한 미인이 시경을 줄줄 외우고 있어서 김삿갓이 앞 구절을 지어 그의 마음을 떠 보았다. 
그러자 여인이 뒷 구절을 지어 남편과 다짐한 불경이부(不更二夫)의 맹세를 저 버릴 수 없다고 거절하였다.

 

 

눈 

천황씨가 죽었나. 인황씨가 죽었나. 
나무와 청산이 모두 상복을 입었네. 
밝은 날에 해가 찾아와 조문한다면 
집집마다 처마 끝에서 눈물 뚝뚝 흘리겠네. 

(雪 설) 
天皇崩乎人皇崩 萬樹靑山皆被服 천황붕호인황붕 만수청산개피복 
明日若使陽來弔 家家첨前淚滴滴 명일약사양내조 가가첨전누적적 

*천황씨와 인황씨는 고대 중국 전설에 나오는 임금이다. 
눈이 녹아 흐르는 물을 임금의 죽음을 슬퍼하여 흘리는 눈물에 비유하였다.

 

늙은 소 

파리한 뼈는 앙상하고 털마저 빠졌는데 
늙은 말 따라서 마구간을 같이 쓰네. 
거친 들판에서 짐수레 끌던 옛 공은 멀어지고 
목동 따라 푸른 들에서 놀던 그 시절 꿈같아라. 
힘차게 끌던 쟁기도 텃밭에 한가히 놓였는데 
채찍 맞으며 언덕길 오르던 그 시절 괴로웠었지. 
가련해라 밝은 달밤은 깊어만 가는데 
한평생 부질없이 쌓인 고생을 돌이켜보네. 

(老牛 노우) 
瘦骨稜稜滿禿毛 傍隨老馬兩分槽 수골릉릉만독모 방수노마양분조 
役車荒野前功遠 牧竪靑山舊夢高 역거황야전공원 목수청산구몽고 
健우常疎閑臥圃 苦鞭長閱倦登皐 건우상소한와포 고편장열권등고 
可憐明月深深夜 回憶平生만積勞 가련명월심심야 회억평생만적노 

*세월의 무상함은 인간에게서만 느낄 수 있는 것은 아니다. 
늙은 소를 보고서도 세월이 앗아간 전날의 혈기 넘쳤던 때를 생각할 수 있다. 

 

회양을 지나다가 

산 속 처녀가 어머니만큼 커졌는데 
짧은 분홍 베치마를 느슨하게 입었네. 
나그네에게 붉은 다리를 보이기 부끄러워 
소나무 울타리 깊은 곳으로 달려가 꽃잎만 매만지네. 

淮陽過次 회양과차 
山中處子大如孃 緩著粉紅短布裳 산중처자대여양 완저분홍단포상 
赤脚낭창羞過客 松籬深院弄花香 적각낭창수과객 송리심원농화향 

*'낭'은 足(족)부에 良, '창'은 足(족)부에 倉. 
*김삿갓이 물을 얻어먹기 위해 어느 집 사립문을 들어 가다가 울타리 밑에 핀 꽃을 바라보고 있는 산골 처녀를 발견했다. 
처녀는 나그네가 있는 줄도 모르고 꽃을 감상하고 있다가 인기척을 느끼고는 짧은 치마 아래 드러난 다리를 감추려는 듯 울타리 뒤에 숨었다.

 

 

피하기 어려운 꽃 

청춘에 기생을 안으니 천금이 초개같고 
대낮에 술잔을 대하니 만사가 부질없네. 
먼 하늘 날아가는 기러기는 물 따라 날기 쉽고 
청산을 지나가는 나비는 꽃을 피하기 어렵네. 

(難避花 난피화) 
靑春抱妓千金開 白日當樽萬事空 청춘포기천금개 백일당준만사공 
鴻飛遠天易隨水 蝶過靑山難避花 홍비원천이수수 접과청산난피화 

*김삿갓이 어느 마을을 지나가는데 청년들이 기생들과 놀고 있었다. 
김삿갓이 부러워하여 한자리에 끼어 술을 얻어 마신 뒤 이 시를 지어 주었다.

 

 

기생과 함께 짓다 

평양 기생은 무엇에 능한가. -김삿갓 
노래와 춤 다 능한 데다 시까지도 능하다오.-기생 
능하고 능하다지만 별로 능한 것 없네. -김삿갓 
달 밝은 한밤중에 지아비 부르는 소리에 더 능하다오. -기생 

(妓生合作 기생합작) 
金笠. 平壤妓生何所能 김립. 평양기생하소능 
妓生. 能歌能舞又詩能 기생. 능가능무우시능 
金笠. 能能其中別無能 김립. 능능기중별무능 
妓生. 月夜三更呼夫能 기생. 월야삼경호부능 

*평양감사가 잔치를 벌이면서 능할 능(能)자 운을 부르자 김삿갓이 먼저 한 구절을 짓고 기생이 이에 화답하였다.

 

낙민루 

선정을 펴야 할 선화당에서 화적 같은 정치를 펴니 
낙민루 아래에서 백성들이 눈물 흘리네. 
함경도 백성들이 다 놀라 달아나니 
조기영의 집안이 어찌 오래 가랴. 

(낙민루)

宣化堂上宣火黨 樂民樓下落民淚 선화당상선화당 낙민루하낙민루 
咸鏡道民咸驚逃 趙岐泳家兆豈永 함경도민함경도 조기영가조기영 

*관찰사가 집무 보는 관아를 선화당이라고 하였다. 
*구절마다 동음이의어를 써서 함경도 관찰사 조기영의 학정을 풍자했다. 
宣化堂(선정을 베푸는 집) 宣火黨(화적 같은 도둑떼) 
樂民樓(백성들이 즐거운 집) 落民淚(백성들이 눈물 흘리다) 
咸鏡道(함경도) 咸驚逃(모두 놀라 달아나다) 
趙岐泳(조기영) 兆豈永(어찌 오래 가겠는가)

 

 스스로 탄식하다 

슬프다 천지간 남자들이여 
내 평생을 알아줄 자가 누가 있으랴. 
부평초 물결 따라 삼천리 자취가 어지럽고 
거문고와 책으로 보낸 사십 년도 모두가 헛것일세. 
청운은 힘으로 이루기 어려워 바라지 않았거니와 
백발도 정한 이치이니 슬퍼하지 않으리라. 
고향 길 가던 꿈꾸다 놀라서 깨어 앉으니 
삼경에 남쪽 지방 새 울음만 남쪽 가지에서 들리네. 

(自嘆 자탄) 
嗟乎天地間男兒 知我平生者有誰 차호천지간남아 지아평생자유수 
萍水三千里浪跡 琴書四十年虛詞 평수삼천리랑적 금서사십년허사 
靑雲難力致非願 白髮惟公道不悲 청운난력치비원 백발유공도불비 
驚罷還鄕夢起坐 三更越鳥聲南枝 경파환향몽기좌 삼경월조성남지 

*월조(越鳥)는 남쪽 지방의 새인데 다른 지방에 가서도 고향을 그리며 남쪽 가지에 앉는다고 한다. 
고향에 대한 그리움을 나타내는 말로 쓰였다. 



 

야박한 풍속 

석양에 사립문 두드리며 멋쩍게 서있는데 
집 주인이 세 번씩이나 손 내저어 물리치네. 
저 두견새도 야박한 풍속을 알았는지 
돌아가는 게 낫다고 숲속에서 울며 배웅하네. 

(風俗薄 풍속박) 
斜陽鼓立兩柴扉 三被主人手却揮 사양고립양시비 삼피주인수각휘 
杜宇亦知風俗薄 隔林啼送不如歸 두우역지풍속박 격림제송불여귀 


가난이 죄 

지상에 신선이 있으니 부자가 신선일세. 
인간에겐 죄가 없으니 가난이 죄일세. 
가난뱅이와 부자가 따로 있다고 말하지 말게나. 
가난뱅이도 부자 되고 부자도 가난해진다오. 

(難貧 난빈) 
地上有仙仙見富 人間無罪罪有貧 지상유선선견부 인간무죄죄유빈 
莫道貧富別有種 貧者還富富還貧 막도빈부별유종 빈자환부부환빈 



비를 만나 시골집에서 자다 

굽은 나무로 서까래 만들고 처마에 먼지가 쌓였지만 
그 가운데가 말만해서 겨우 몸을 들였네. 
평생 동안 긴 허리를 굽히려 안했지만 
이 밤에는 다리 하나도 펴기가 어렵구나. 
쥐구멍으로 연기가 들어와 옻칠한 듯 검어진 데다 
봉창은 또 얼마나 어두운지 날 밝는 것도 몰랐네. 
그래도 하룻밤 옷 적시기는 면했으니 
떠나면서 은근히 주인에게 고마워했네. 

(逢雨宿村家 봉우숙촌가) 
曲木爲椽첨着塵 其間如斗僅容身 곡목위연첨착진 기간여두근용신 
平生不欲長腰屈 此夜難謀一脚伸 평생불욕장요굴 차야난모일각신 
鼠穴煙通渾似漆 봉窓茅隔亦無晨 서혈연통혼사칠 봉창모격역무신 
雖然免得衣冠濕 臨別慇懃謝主人 수연면득의관습 임별은근사주인 

*어느 시골집에서 비를 피하며 지은 것으로 궁벽한 촌가의 정경과 선비로서의 기개가 엿보이는 시이다. 
누추하지만 나그네에게 비를 피할 수 있도록 베풀어 준 주인의 따뜻한 마음에 감사하면서 세속에 굽히지 않으려는 의지를 볼 수 있다. 




주막에서 

천릿길을 지팡이 하나에 맡겼으니 
남은 엽전 일곱 푼도 오히려 많아라. 
주머니 속 깊이 있으라고 다짐했건만 
석양 주막에서 술을 보았으니 내 어찌하랴. 

(艱飮野店 간음야점) 
千里行裝付一柯 餘錢七葉尙云多 천리행장부일가 여전칠엽상운다 
囊中戒爾深深在 野店斜陽見酒何 낭중계이심심재 야점사양견주하 

*지팡이에 몸을 의지하고 떠돌아다니는 나그네 길, 어쩌다 생긴 엽전 일곱닢이 전부지만 저녁놀이 붉게 타는 어스름에 
술 한 잔으로 허기를 채우며 피곤한 몸을 쉬어가는 나그네의 모습. 




제목을 잃어버린 시 

수많은 운자 가운데 하필이면 '멱'자를 부르나. 
그 '멱'자도 어려웠는데 또 '멱'자를 부르다니. 
하룻밤 잠자리가 '멱'자에 달려 있는데 
산골 훈장은 오직 '멱'자만 아네. 

(失題) 

許多韻字何呼覓 彼覓有難況此覓 허다운자하호멱 피멱유난황차멱 
一夜宿寢懸於覓 山村訓長但知覓 일야숙침현어멱 산촌훈장단지멱 

*김삿갓이 어느 산골 서당에 가서 하룻밤 재워 달라고 하니 훈장이 시를 지으면 재워 주겠다고 하면서 
시를 짓기 어려운 '멱'(覓)자 운을 네 번이나 불렀다. 이에 훈장을 풍자하며 재치 있게 네 구절 다 읊었다. 




농가에서 자다 

골짜기 따라 종일 가도 사람을 못 보다가 
다행히도 오두막집을 강가에서 찾았네. 
문을 바른 종이는 여와 시절 그대로고 
방을 쓸었더니 천황씨 갑자년 먼지일세. 
거무튀튀한 그릇들은 순임금이 구워냈고 
불그레한 보리밥은 한나라 창고에서 묵은 것일세. 
날이 밝아 주인에게 사례하고 길을 나섰지만 
지난밤 겪은 일을 생각하면 입맛이 쓰구나. 

(宿農家 숙농가) 
終日緣溪不見人 幸尋斗屋半江濱 종일연계불견인 행심두옥반강빈 
門塗女와元年紙 房掃天皇甲子塵 문도여와원년지 방소천황갑자진 
光黑器皿虞陶出 色紅麥飯漢倉陳 광흑기명우도출 색홍맥반한창진 
平明謝主登前途 若思經宵口味幸 평명사주등전도 약사경소구미행 

*여와는 중국 전설에 나오는 천지를 만들었다는 인물, 천황씨는 전설에 나오는 고대 중국 임금. 



즉흥적으로 읊다 

내 앉은 모습이 선승 같으니 수염이 부끄러운데 
오늘 밤에는 풍류도 겸하지 못했네. 
등불 적막하고 고향집은 천리인데 
달빛마저 쓸쓸해 나그네 혼자 처마를 보네. 
종이도 귀해 분판에 시 한 수 써놓고 
소금을 안주 삼아 막걸리 한 잔 마시네. 
요즘은 시도 돈 받고 파는 세상이니 
오릉 땅 진중자의 청렴만을 내세우지는 않으리라. 

(卽吟 즉음) 
坐似枯禪反愧髥 風流今夜不多兼 좌사고선반괴염 풍류금야부다겸 
燈魂寂寞家千里 月事肅條客一첨 등혼적막가천리 월사숙조객일첨 
紙貴淸詩歸板粉 肴貧濁酒用盤鹽 지귀청시귀판분 효빈탁주용반염 
瓊거亦是黃金販 莫作於陵意太廉 경거역시황금판 막작어릉의태염 

*진중자(陳仲子)는 제나라 오릉(於陵)에 살았던 청렴한 선비. 



나를 돌아보며 우연히 짓다 

푸른 하늘 웃으며 쳐다보니 마음이 편안하건만 
세상길 돌이켜 생각하면 다시금 아득해지네. 
가난하게 산다고 집사람에게 핀잔 받고 
제멋대로 술 마신다고 시중 여인들에게 놀림 받네. 
세상만사를 흩어지는 꽃같이 여기고 
일생을 밝은 달과 벗하여 살자고 했지. 
내게 주어진 팔자가 이것뿐이니 
청운이 분수밖에 있음을 차츰 깨닳겠네 

(自顧偶吟 자고우음) 
笑仰蒼穹坐可超 回思世路更초초 소앙창궁좌가초 회사세로경초초 
居貧每受家人謫 亂飮多逢市女嘲 거빈매수가인적 난음다봉시녀조 
萬事付看花散日 一生占得月明宵 만사부간화산일 일생점득월명소 
也應身業斯而已 漸覺靑雲分外遙 야응신업사이이 점각청운분외요 

*세속의 번잡스러움에서 벗어나 자연과 더불어 유유자적하며 지내는 자신의 생활을 감회에 젖어 읊은 시이다. 



시시비비 

이 해 저 해 해가 가고 끝없이 가네. 
이 날 저 날 날은 오고 끝없이 오네. 
해가 가고 날이 와서 왔다가는 또 가니 
천시(天時)와 인사(人事)가 이 가운데 이뤄지네. 

(是是非非詩 시시비비시) 
年年年去無窮去 日日日來不盡來 년년년거무궁거 일일일래부진래 
年去月來來又去 天時人事此中催 년거월래래우거 천시인사차중최 


옳은 것 옳다 하고 그른 것 그르다 함이 꼭 옳진 않고 
그른 것 옳다 하고 옳은 것 그르다 해도 옳지 않은 건 아닐세. 
그른 것 옳다 하고 옳은 것 그르다 함, 이것이 그른 것은 아니고 
옳은 것 옳다 하고 그른 것 그르다 함, 이것이 시비일세. 

是是非非非是是 是非非是非非是 시시비비비시시 시비비시비비시 
是非非是是非非 是是非非是是非 시비비시시비비 시시비비시시비 



기생 가련에게 

가련한 행색의 가련한 몸이 
가련의 문 앞에 가련을 찾아왔네. 
가련한 이 내 뜻을 가련에게 전하면 
가련이 이 가련한 마음을 알아주겠지. 

(可憐妓詩 가련기시) 
可憐行色可憐身 可憐門前訪可憐 가련행색가련신 가련문전방가련 
可憐此意傳可憐 可憐能知可憐心 가련차의전가련 가련능지가련심 


*김삿갓은 함경도 단천에서 한 선비의 호의로 서당을 차리고 3년여를 머무는데 가련은 이 때 만난 기생의 딸이다. 
그의 나이 스물 셋. 힘든 방랑길에서 모처럼 갖게 되는 안정된 생활과 아름다운 젊은 여인과의 사랑... 
그러나 그 어느 것도 그의 방랑벽은 막을 수 없었으니 다시 삿갓을 쓰고 정처 없는 나그네 길을 떠난다. 


이별 

가련의 문 앞에서 가련과 이별하려니 
가련한 나그네의 행색이 더욱 가련하구나. 
가련아, 가련한 이 몸 떠나감을 슬퍼하지 말라. 
가련을 잊지 않고 가련에게 다시 오리니. 

(離別 이별) 
可憐門前別可憐 可憐行客尤可憐 가련문전별가련 가련행객우가련 
可憐莫惜可憐去 可憐不忘歸可憐 가련막석가련거 가련불망귀가련 

금강산에서 중과 김 삿갓의 시회

중 --- 이른 아침 입석 봉에 오르니 구름은 발아래 생기고

朝登立石雲生足  조등입석운생족

삿갓 - 저녁에 황천강의 물을 마시니 달이 입술에 걸리더라

暮飮黃泉月掛唇  모음황천월괘순

중 --- 사람의 그림자는 물 속에 잠기어도 옷은 하나도 젖지 않았다

影浸綠水衣無濕  경침록수의무습

삿갓 - 꿈속에 청산을 오르내렸어도 다리는 하나도 아프지 않았네

夢踏靑山脚不苦  몽답청산각불고(脚)다리각

중 --- 산 위의 돌은 천년이나 굴러야 땅에 닿을 듯하고

石轉千年方倒地  석전천년방도지(倒)넘어질도

삿갓 - 산이 한 자만 더 높으면 손이 하늘에 닿을 듯하여라

峰高一尺敢摩天 봉고일척감 천

중 --- 가을 구름이 만 리에 뻗었으니 흰 고기비늘이 겹쌓인 것 같고

秋雲萬里魚鱗白 추운만리어인백

삿갓 - 천년 묵은 고목의 뻗친 가지는 사슴의 뿔이 높이 솟은 듯 하구나

枯木千年鹿角高  고목천년녹각고

중 --- 청산을 돈을 주고 샀더니 구름은 공으로 얻고

靑山買得雲空得 청산매득운공득

삿갓 - 맑은 물가에 다다르니 고기는 저절로 모여 드누나

白水臨來魚自來 백수림래어자래

중 --- 절벽은 비록 위태롭게 솟아 있어도 그 위에서 꽃이 웃는 경치가 좋고

絶壁雖危花笑立 절벽수위화소입

삿갓 - 양춘은 비록 아름다워도 새는 울며 떠나가니 비감이 생긴다

陽春最好鳥啼歸 양춘최호조제귀

중 --- 물은 은 절 굿 공이가 되어 절벽을 연방 내리찧고

水作銀杵용絶壁 수작은저용절벽

삿갓 - 구름은 옥으로 만든 자가 되어 청산을 재어간다

雲爲玉尺度靑山 운위옥척도청산

달이 희고 눈이 희니 천지가 다 희고

月白雪白天地白  월백설백천지백

산이 깊고 물이 깊으니 나그네 수심도 깊다

山深水深客愁深  산심수심객수심

중은 김 삿갓의 마지막 구에 감동되어 입을 딱 벌렸다.

 

김삿갓 계곡

많은시간을 투자하여 재편집 하여 보내드리니 즐감하세요

영월군 김삿갓면 와석리에 있는 김삿갓계곡

영월 시내에서 단양방면으로 약 20km쯤
깊은 계곡속으로 달려가면 김삿갓 계곡이 나온다.
너무나 맑고 청정한 계곡이라
묻혀서 살고싶은 충동을 금할 수가 없다.
난고 김삿갓(김병연)의 일생을 엿볼 수 있는 곳이다.
[어린시절 집안의 내력을 모르고 자라온 김병연이
홍경래의 난 때 항복한 조부 김익순을
신랄하게 비판하고 꾸짖는 글로 장원급제를 하지만
어머니로 부터 집안의 내력을 듣고는
하늘을 보기 민망한 죄인이되어
삿갓으로 하늘을 가리고 방랑생활을 하며
한잔술에 시한수로~~ 떠나가는 김삿갓의
외로운 한평생을 살게 되었다.
그 시대를 꼬집는 시와
해학적인 시를 많이 남겼다.
과연 시대가 만들어낸 詩仙 이다.
어쩌면 타고난 역마살로 항상 방랑하고픈
우리네생활을 대변해 주는 듯 하기도 하다.
지날 때마다 나무로 참 정교하게 조각해 놓았다고 느꼈던
삿갓할아버지가 입구에 서서 반갑게 맞아 주었다.

 

김삿갓이 여러 고을을 방랑하던 중

한 서당에 도착하게 되어

물이나 한모금 얻어마실까 하였는데

훈장이 김삿갓의 용모를 보고 대꾸도 안하고

서당 훈장에게 박대를 받자

즉석에서 걸쭉한 육담시를 지어

훈장을 조롱한시를 보면 얼마나 한문을

자유로이 다루었는지 짐작이 간다.

 

서당 욕설시

書堂來早知(서당내조지)

서당에 일찍와서 보니

房中皆尊物(방중개존물)

방안에는 모두 존귀한 분들만 있고

生徒諸未十(생도제미십)

생도는 모두 열명도 못 되는데

先生來不謁(선생내불알)

훈장은 나와 보지도 않더라

 

 

김삿갓 비아그라 칠언시

知未時八 安逝眠 (지미시팔 안서면)
아침 8시 전에 편안히 죽은 듯 잠자고 있으면

 

自知主人 何利吾 (자지주인 하리오)
스스로 대접 받는 주인 노릇 할 수 없음을 알아야 하느니.

 

女人思郞 一切到 (여인사랑 일체도)
여인이 남정네 사모하면, 모든 것 오나니

絶頂滿喫 慾中慾 (절정만끽 욕중욕)
절정의 순간을 만끽하는데 이르니, 욕망 중에 으뜸이니라

男子道理 無言歌 (남자도리 무언가)
도시 남자의 도리란 말없이 행위로 보여야 하거늘,
於理下與 八字歌 (어이하여 팔자가)
순리에 따른다면 팔자 타령으로 그만이지만
岸西面逝 世又旅 (안서면서 세우려)
해지는 서녘 바다 떠나야 할 때 이 속세 여정 다시 걷고파

飛我巨裸 王中王 (비아거라 왕중왕)

모든 것 벗어버리고 날아가니, 왕중왕이 되었도다.

 
 
 
오른편엔 명국환이 부른
'방랑시인 김삿갓' 노래비가 있다.
 
죽장에 삿갓쓰고 방랑 삼천리
흰구름 뜬 고개넘어 가는객이 누구냐
열두대문 문간방에 걸식을 하며
술한잔에 시한수로 떠나가는 김삿갓
 
 
 
바윗틈을 돌아나와 옥동천으로 들어가기 직전의 김삿갓 계곡.
여름철이면 피서객으로 붐비는 곳이다.
 
 
 
미국쑥부쟁이 길가 너른 밭에 한가득
안개꽃처럼 잔잔하게 피어 구름같다.
 
 
 
옛날 이 마을에서 태어난 아기 장수가 힘자랑을 하기 위해
집채만한 이 바위를 들어서 작은 바위 위에다 올려놓았다 해서
'든돌'이라 하고 마을을 '든돌마을'이라 부른다.
 
 
 
삿갓으로 하늘을 가리고 평생을 떠돌아다닌 방랑시인 김삿갓!
그의 일가가 살던 집터와 묘소가

이곳에서 발견된 것은 1992년이다.
 
 
 
김삿갓(1807~1863)의 본명인 김병연이 양주에서 출생

다섯살 때 홍경래의 난이 일어났고,

당시 선천 부사였던 그의 조부 김익순은

홍경래군에게 항복하였고

이듬해 난이 평정된 후 김익순은 처형당하고
그의 집안은 풍비박산이 나고 말았다.
그의 어머니는 아들을 데리고 영월군
와석리 깊은 산중에 숨어살게 되었다.
 
 
 
김병연이 20세 되던 해인 1827년
영월 동헌에서 열린 백일장에서
할아버지의 행적을 모르고 있던 그는
김익순의 죄상을 비난하는 글을 지어
장원급제를 하게된다.

집에 돌아와 어머니로부터 숨겨왔던
집안내력을 듣게 되었고 역적의 자손이라는 것과
조부를 비판하는 시를 지어 상을 탄 자신을 용서할 수가 없었다.
하늘이 부끄러워 고개조차 제대로 들지 못했던 그는
아내와 아이와 어머니를 가슴아픈
눈물로 뒤로하고 22세에 방랑의 길을 떠났으니...
 
 
삿갓으로 하늘을 가린 채 세상을 비웃고 인간사를 꼬집으며
정처없이 방랑하던 그는 57세 때 전남 화순땅에서 객사하여
차남이 이곳 영월 와석리 노루목에 모셨다 한다.
 
 
 
漂浪一生嘆 (표랑일생탄)

鳥巢獸穴皆有居 顧我平生我自傷
조소수혈개유거 고아평생아자상
芒鞋竹杖路千里 水性雲心家四方
망혜죽장로천리 수성운심가사방


새도 집이 있고 짐승도 집이 있어 모두 거처가 있건만
거처도 없는 내 평생을 회고해보니 이내 마음 한 없이 서글프구나
짚신신고 죽장 짚고 가는 초라한 나의 인생여정 천리길 머나 먼데
 
 
 
김삿갓이 여러 고을을 방랑하던 중
한 서당에 도착하게 되어
물이나 한모금 얻어마실까 하였는데
훈장이 김삿갓의 용모를 보고 대꾸도 안하자
그 즉석에서 지은 한시를 보면 얼마나
한문을 자유로이 다루었는지 짐작이 간다.
 
書堂乃早知 서당내조지
學童諸未十 학동제미십
房中皆尊物 방중개존물
訓長來不謁 훈장내불알


서당에 당도했으나 (내가 온것을) 일찍 알아차리지 못하였구나.
배우는 아이들이 모두 열이 채 안되고,
방 안에 있는 물건들은 모두 존귀하구나.
훈장이 나와서 (나를) 내다보지도 아니하는구나.
 
 
 
각박한 인심을 풍자하며 파격적인 한시를 쓴 그는
서민들에게 많은 사랑을 받았을 것 같다.
 
二十樹下三十客 四十家中五十食
人間豈有七十事 不如歸家三十食.


스무(二十) 나무 아래 서러운(←설흔) 나그네,
망할(←마흔)놈의 집에서 쉰(五十) 밥을 먹는구나,
인간 세상에 어찌 이런(←일흔) 일이 있는가.
차라리 집에 돌아가 설은(←서른) 밥을 먹으리.
 
 
 
김삿갓 묘소로 들어가는 계곡 길가
구절초 꽃밭에 구절초가 피기 시작하여
자신들의 계절이 왔음을 알리고 있다.
 
 
 
계곡이 크지는 않지만 절벽처럼 높이 솟은 바위산과
맑은 물로 마음을 잡았다.
 
我向靑山去 (내 청산을 향해 가거늘)
綠水爾何來 (녹수야 너는 어디서 오느냐)
 
 
 
 
동그란 강돌을 주워다 정성스럽게
쌓은 탑들이 여기 저기 보인다.

 
파격시(破格詩)


天長去無執 (천장거무집 ▶ 천장엔 거미집)
花老蝶不來 (화로첩불래 ▶ 화로에 곁불내)
菊樹寒沙發 (국수한사발 ▶ 국수 한 사발)
枝影半從池 (지영반밤종지 ▶ 지렁이 반 종지)
江亭貧士過 (강정빈사과 ▶ 강정 빈 사과)
大醉伏松下 (대취복숭아 ▶ 대추 복숭아)
月移山影改 (월리산녕개 ▶ 워리 사냥개)
通市求利來 (통시구리래 ▶ 통시엔 구린내)


하늘은 멀어서 가도 잡을 수 없고
꽃은 시들어 나비는 오지 않네.

국화는 찬 모래밭에 피어나고
나뭇가지 그림자가 반이나 연못에 드리웠네.
강가 정자에 가난한 선비가 지나가다가
크게 취해 소나무 아래 엎드렸네.
달이 기우니 산그림자 바뀌고
시장을 통해 이익을 챙겨 오네.
 
뜻으로 보면 자연을 누비던 자신이 술에 취해 있는 것을 읊은 것이지만,
글자를 우리말 음으로 읽으면 돈이 없어 세상에 버려질 수밖에 없는
'가난'의 참상을 형상화하고 있는 것이다.
 
 
 
竹詩 죽시

此竹彼竹化去竹 風吹之竹浪打竹
차죽피죽화거죽 풍취지죽랑타죽
飯飯粥粥生此竹 是是非非付彼粥
반반죽죽생차죽 시시비비부피죽
賓客接待家勢竹 市井賣買歲月竹
빈객접대가세죽 시정매매세월죽
萬事不如吾心竹 然然然世過然竹
만사불여오심죽 연연연세과연죽


이대로 저대로 되어가는 대로
바람 치는 대로 물결 치는 대로,
밥이면 밥 죽이면 죽 이대로 살아가며
옳은 것 옳다 그른 것 그르다 저대로 부치세.
손님 접대는 가세(家勢)대로 하고
시정(市井) 매매는 시세대로 하세,
모든 일이 내 마음대로 하는 것만 못하니
그러면 그렇지 그런세상 그렇게 지나가네.

 

 
 
 
 
 
 
 
 
 
 
 
 
 
 

 

 

 

 

 

 

 
 
 
 

김삿갓(김병연)이 홍경래의 난 때 항복한
조부 김익순을 신랄하게 비판하며 꾸짖는 글로
장원급제를 했다는 답안 문구이다.

 

방랑시인 김삿갓/윤선녀

 

죽장에 삿갓쓰고 방랑 삼천리 
흰구름 뜬 고개넘어 가는객이 누구냐
열두대문 문간방에 걸식을 하며
술한잔에 시한수로 떠나가는 김삿갓

세상이 싫던가요 벼슬도 버리고 
기다리는 사람없는 이거리 저마을로
손을젓는 집집마다 소문을 놓고
푸대접에 껄껄대며 떠나가는 김삿갓

 

'김삿갓'이 어느 집 앞을 지나는데,
그 집 아낙이 설거지물을 밖으로 휙~ 뿌린다는 것이
그만 '김삿갓'에게 쏟아졌겠다...
제가 뿌린 구정물을 지나가던 객(客)이 뒤집어썼으니
당연히 사과를 해야 마땅하련만,
'삿갓'의 행색이 워낙 초라해 보이는지라
이 여인네
제 잘못을 알면서도 미안하다는 말 한 마디 없이 그냥 돌아서니
행색은 그러하나 양반의 후예(後裔)이고 자존심 있는 남자 아닌가?
그래서 '삿갓'이 한마디 욕을 했단다.
하지만....
'삿갓'이 누군가?
쌍스런 욕은 못하고 단지 두 마디

"해. 해."

*

해=年
그러니, "해. 해."이면 '년(年)'자(字)가 2개,
2年(=이 년!)일까 아니면 두 번 연속이면 쌍(雙)이니 '雙年'일까?

허 허 허....

 



위 이야기의 아낙네는 다만 실수로 남에게 작은 피해를 줬지만
자신의 행동이 부정(不正) 불법(不法) 반도덕(反道德) 반인륜(反人倫)인줄 뻔히 알면서도
이런 저런 핑계를 대며, 의(義)를 벗어나고 죄(罪)를 범(犯)하는
오늘을 사는 우리 현대인들의 일반적인 삶의 행태(行態)를 본다면
난고(蘭皐)는 무엇이라 욕을 할까?

- 저 절 로 해,,해!-

 

-<김삿갓의 해학시>- 

(情事 정사 1)

   爾年十九齡 乃早知瑟琴  - 너의 나이 열아홉에 일찍이도 거문고를 탈 줄 알고

    이년십구령 내조지슬금 (김삿갓의 의도는 이년십구녕 이었을 것임)  

 

   速速拍高低 勿難譜知音  - 박자와 고저장단을 빨리도 알아서 어려운 악보와 음을 깨쳤구나.

    속속박고저 물난보지음

 (情事 정사 2)

  爲爲不厭更爲爲  不爲不爲更爲爲

   위위불염경위위  불위불위경위위 

  해도 해도 싫지 않아 다시 하고 또 하고,  안 한다 안 한다 하면서도 다시 하고 또 하고

 (情事 정사 3)

 

  自知 晩知 補知이면 早知 어라      (인용부분)

  자지면 만지고 보지이면 조지어라

  스스로 알려고 하면 늦게 알아지고  도움을 받아 알려고 하면 빨리 알아진다.


(정사3은 독음(읽기음)대로라면 음담패설이나 한자의 뜻대로 해석하면 공부의 진리가 담겨있는 심오한 글이라서 많은 카페에서 어디서 온 글인지 몰라도 이말만 많이 인용합니다. 김삿갓의 시나 글은 대부분 이렇게 음담패설인 것 같으면서도 뭔가를 암시하는 글들이 많습니다

 

만약 내가  (情事 정사 4)를 이어 본다면..

晩知면  怒知이니  怒知면 早知어라

만지면  노지이니  노지면 조지어라    

만지면 성내니      성내면 조지어라(내것만조지고 아무데나 조지면 성폭행)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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