http://www.zoglo.net/blog/kim631217sjz 블로그홈 | 로그인
시지기-죽림
<< 12월 2024 >>
1234567
891011121314
15161718192021
22232425262728
293031    

방문자

조글로카테고리 : 블로그문서카테고리 -> 문학

나의카테고리 : 文人 지구촌

시인이 된다는것은...
2016년 10월 31일 23시 19분  조회:3978  추천:0  작성자: 죽림




시인이 된다는 것

           / 밀란 쿤데라

 

시인이 된다는 것은

끝까지 가보는 것을 의미하지

 

행동의 끝까지

희망의 끝까지

열정의 끝까지

절망의 끝까지

 

그 다음 처음으로 셈을 해보는 것,

그 전엔 절대로 해서는 안 될 일

왜냐하면 삶이라는 셈이 그대에게

우스꽝스러울 정도로

낮게 계산될 수 있기 때문이지

 

그렇게 어린애처럼 작은 구구단곱셈 속에서

영원히 머뭇거리게 될지도 모르게 때문이지

 

시인이 된다는 것은

항상 끝까지 가보는 것을 의미하지.

 

- 시집 『시인이 된다는 것』(세시,1999)

............................................................

 

 소설 <참을 수 없는 존재의 가벼움>으로 잘 알려진 체코의 작가이자 시인인 밀란 쿤데라의 첫 시집에 실린 작품이다. 그는 여러 장르를 넘나드는 전 방위적 글쓰기로 옥타비오 파스와 더불어 세계적인 포스트모더니즘 작가라는 명성을 얻었다. 위트와 패러독스와 지성이 넘치고 섹스와 정치가 뒤얽힌, 모든 것은 농담 한 마디에서 시작된다고 하는 <농담>과 느림의 미학을 강조한 <느림>등도 유명하다. 그의 시는 우리가 이해하는 리얼리즘 시와 포스트모더니즘 시의 중간쯤에 있다. 그의 시들은 모두 자기만의 개성적 언어로 한 차원 높은 경지에서 표현된 것들이다. 포스트모더니즘이라 하더라도 결코 알아먹지 못하는 횡설수설과는 차원이 달라 그의 사유는 늘 명민하고 명쾌하다. 사소하게 보이는 글 한 줄에도 인생의 비밀을 통째 알 수 있을 것만 같은 의미를 부여하고 있다.

 

 ‘시인이 된다는 것’ 또한 ‘끝까지 가보는 것을 의미’한다. 너무 일찍 계산하고, 너무 일찍 절망하여, 너무 일찍 포기하고 일어서버리면 안 된다고 한다. 끝까지 가보지 않은 길은 늘 후회만 남겼으므로, 설령 둘레가 또다시 자신을 배신하더라도 가야할 길은 가야하고 끝을 봐야할 것은 보아야만 한다는 것이다. 시작의 태도가 그러해야 하고 시인은 대저 그런 기질을 지닌 사람이라야 한다. 이성복도 시인에게 있어 '자신의 삶이 담보되지 않은 시는 잔고가 없이 남발하는 수표와 같다. 그에 반해 가장 아름다운 시는 전 재산을 걸고 떼어주는 백지수표나 마찬가지'라고 했다. '그러나 누가 감히 그렇게 무모할 것인가. 분명한 것은 아무도 발 디디려 하지 않은 조악하고 추잡한 현실의 늪이야말로 시가 자라날 수 있는 최적의 공간'이라 덧붙였다. 

 

 시는 곧 시인이어야 하고 시인의 삶이 곧 시로 표출되어야 함을 말한다. 이성복은 '바닷가에 시체들이 파도에 밀려온다면 그 시체에 가장 먼저 달려드는 것은 파리다. 그 파리가 곧 시인의 자리다'라는 어마무시한 비유로 엄혹한 시론을 펼쳤다. 일상생활에서 불요하고 불편하기 그지없는 예민한 감각을 시인에게 요구한다. 감각의 사제가 되어 아무런 유익이 담보되지 않고 무엇도 원치 않는 가운데서 끊임없이 정수리를 찧으며 '절망의 끝까지' 가야한다. 이성복 시인은 교수직에서 물러나 팔공산 자락으로 거처를 옮긴 이후 예전엔 좀처럼 보기 힘들었던 대중 강의 나들이를 가끔 한다고 들었다. 어쩌면 그의 시 강좌는 빵조각과 찬밥 덩어리 위로만 윙윙거리면서 언어 유희에만 사로잡힌 시인들에게 스스로 나자빠지도록 권유하며 휘두르는 파리채 같은 것일지도 모른다.      

 

 그렇듯 설익은 말놀음이 아니라 생각의 줄기를 잡아채 끈질기게 뿌리까지 뽑아내는 것이 곧 시다. 시는 사물에 대한 관심 차원이 아니라 시공을 초월한 집요한 관찰을 통하여 관통으로 나아가야 한다. 하나의 사물도 보는 방향에 따라 의미가 달라지며, 사물 속에는 다양한 의미가 깃들어 있기 때문이다. 시는 자신의 전부를 걸고 어떤 현상이나 사물에 나만의 의미를 부여해 다른 이에게 공감을 불러일으키는 작업이다. 단순한 감정의 산물이 아니라 그 감정을 이성의 힘으로 다스려 치열하게 언어를 조탁해내는 과정이다. 그 과정을 거쳐 사물이 새롭게 태어난다. 좋은 시인은 그 과정에서 자기를 잊어버리는 아름다운 몰입 속에서 탄생한다. 그러나 ‘항상 끝까지 가보는’ 그 도정에는 치러야 할 댓가들이 즐비하다. 고뇌하지 않고 고독하지도 않으면서 좋은 시를 쓸 수는 없을 것이다.

 

 

/권순진


====================
 

시인들이여, 그대의 광활한 영혼을 노래 부르시오 

- 밀란 쿤데라 


시인들이여, 그대의 광활한 영혼을 

수천의 박수소리를 불러일으키는 피리를 노래 부르시오 

이제 꽃바구니에서 시대신 수백 번 갉아 먹힌 사과를 

건네주는 그들을 도산케 하시오 



만일 그대들의 가슴이 사회주의 신념으로 충만하다면 

그대 노래하시오, 그리고 

그가 아니 저 예술쟁이가 혹여 무어라 하는지 묻지 마시오 

인생이 질풍이 치듯 귀에 쨍쨍하면 

현기증이 그를 사로잡고 신음케 하는 것은 누구나 아는 사실 



노래하시고, 집의 창문들이 열리고 



먼지 낀 창턱에서 꿈들이 춤추기 시작할 것이오 

노래하시오, 램프의 물결처럼 

충만되고 거대한 우리의 인생이 

인민들의 가슴 속으로 들어오도록 ! 



진정 투쟁과 전쟁이 몰려오면 

시인은 단지 울려퍼지는 슬로건 몇 개가 아니라 

우리 모든 인생의 수천 가지 색깔의 깃발을 

인민들에게 넘겨주어야 할 것이외다 


* 김규진 옮김, 밀란 쿤데라 시집 '시인이 된다는 것' 중에서. 

- 시하늘에 사는 시인들 마다의 영혼은 광활함이 끝닿아서 더더욱 광활함으로,
이미 시들은 이데올로기며 사상, 철학, 모든 것이 시로 승화되어 세상은 그래도, 한 번, 살아볼 만한 것임을...
 

 


[필수입력]  닉네임

[필수입력]  인증코드  왼쪽 박스안에 표시된 수자를 정확히 입력하세요.

Total : 2283
번호 제목 날자 추천 조회
1323 [또 詩공부]- 틀에 박힌 시선으로 바라보지 말기 2016-04-08 0 6946
1322 [한밤중 詩 한컵 드리꾸매]- 동물의 왕국 2016-04-08 0 4308
1321 <악기> 시모음 2016-04-07 0 4802
1320 ... 2016-04-07 0 5097
1319 ... 2016-04-07 0 4626
1318 [머리 뗑하게 하는 詩공부]- 詩作 첫줄 어떻게 쓰나 2016-04-07 0 4274
1317 [싱숭생숭 진달래 피는 봄날 詩 한송이]- 진달래 2016-04-07 0 4667
1316 [추적추적 봄비 내리는 아침, 詩 한송이]- 철쭉 2016-04-07 0 4230
1315 그는 늘 왼쪽에 앉는다... 2016-04-07 0 4555
1314 詩의 씨앗 2016-04-07 0 4490
1313 멕시코 시인 - 옥타비오 파스 2016-04-06 0 4640
1312 꽃과 그늘 사이... 2016-04-06 0 4573
1311 詩人의 손은 어디에... 2016-04-06 0 4432
1310 詩지기가 만났던 <남도의 시인> - 송수권 타계 2016-04-05 0 4605
1309 [한밤중 詩 한쪼박 드리매]- 보리가 팰 때쯤 2016-04-05 0 4475
1308 [화창한 봄날, 싱숭생숭 詩 한꼭지]-나는 아침에게... 2016-04-05 0 4857
1307 아시아의 등불 - 인도 詩聖 타고르 2016-04-05 0 5019
1306 한국 詩人 김억 / 인도 詩人 타고르 2016-04-04 0 7134
1305 인도 詩人 타고르 / 한국 詩人 한용운 2016-04-04 0 4828
1304 [봄비가 부슬부슬 오는 이 아침 詩 읊다]- 쉼보르스카 2016-04-04 0 4743
1303 [이 계절의 詩 한숲 거닐다]- 사려니 숲길 2016-04-04 0 4709
1302 [월요일 첫 아침 詩 한잔 드이소잉]- 하루 2016-04-04 0 4247
1301 [청명날 드리는 詩 한컵]- 황무지 2016-04-04 0 4716
1300 <작은 것> 시모음 2016-04-04 0 4616
1299 詩와 思愛와 그리고 그림과... 2016-04-03 0 5354
1298 詩, 역시 한줄도 너무 길다... 2016-04-03 0 6108
1297 詩, 한줄도 너무 길다... 2016-04-03 0 4594
1296 [이 계절 꽃 詩 한다발 드리꾸매]- 벚꽃 시묶음 2016-04-03 0 5548
1295 <할머니> 시모음 2016-04-02 0 4439
1294 {童心童詩}- 텃밭에서(詩를 쉽게 쓰라...) 2016-04-02 0 4880
1293 {童心童詩} - 꽃이름 부르면 2016-04-02 0 4126
1292 <발> 시모음 2016-04-02 0 4748
1291 도종환 시모음 2016-04-02 0 5416
1290 [이 계절의 꽃 - 동백꽃] 시모음 2016-04-02 0 5453
1289 이런 詩도 없다? 있다!... 2016-04-02 0 4122
1288 [한밤중 아롱다롱 詩한컷 보내드리꾸이]- 모란 동백 2016-04-02 0 4606
1287 [머리를 동여매고 하는 詩공부]- 자연, 인위적 언어 2016-04-02 0 4351
1286 [머리가 시원한 詩공부]- 죽은자는 말이 없다... 2016-04-01 0 4295
1285 [머리 아픈 詩 공부]- 문학과 련애 2016-04-01 0 5482
1284 [싱숭생숭 봄날 아롱다롱 봄, 풀꽃 詩 한 졸가리] - 풀꽃 2016-03-31 0 3905
‹처음  이전 20 21 22 23 24 25 26 27 28 29 30 다음  맨뒤›
조글로홈 | 미디어 | 포럼 | CEO비즈 | 쉼터 | 문학 | 사이버박물관 | 광고문의
[조글로•潮歌网]조선족네트워크교류협회•조선족사이버박물관• 深圳潮歌网信息技术有限公司
网站:www.zoglo.net 电子邮件:zoglo718@sohu.com 公众号: zoglo_net
[粤ICP备2023080415号]
Copyright C 2005-2023 All Rights Reserved.