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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는 작가 교수로 되기전에 인간이었다
-고 유연산 교수의 명복을 빌면서
(흑룡강신문=길림성) 윤운걸 특파원 =
중국조선족 문단에서 하나의 별이 졌습니다. 아니 그는 다시 샛별로 태어나서 지구촌을 멀리하고 있는 저 우주라는 하늘나라에 가서 지구촌이라는 이 동물세계의 사실들을 새로운 별로 낱낱이 밝히려고 일찌감치 갔던 것입니다.
작가이자 연변대학문학교수인 유연산 씨가 지난 2011년 1월 22일 오후 3시 37분 병치료에 효험을 보지 못하고 55세를 일기로 지구촌을 떠나 다른 세상으로 갔습니다.
구슬픕니다. 그래도 이 인간세상에서 함께 동고동락했는데 '복'을 누리려고 먼저 "나는 갑니다" 라고 미리 떠난 유연산 씨, 그래 먼저 가는 것도 낭패는 없을 것입니다.
유연산 씨, 암이라는 병에 걸렸을 때 저한테 메일이 온적이 있지 않습니까? 그때 제가 자네 한테 메일 보냈습니다. "자네 암하고 대화하라... 네가 만약 나를 이렇게 괴롭히는데 지속적으로 괴롭히면 나도 어쩔수 없다"고...
그래서인지 자네가 집필한 "최채 씨의 인물평전기념출간회 및 유연산 작품세미나"가 작년에 연변대학에서 있을 때 마지막 답사로 한마디 얘기한 적이 있지 않습니까? 하나님이 절때 나를 이렇게 보낼 것이 아니오니 이제 몇 년을 더 살겠다"고 얘기 했지. 그런데, 그런데 자네는 이미 이 세상의 부조리를 채 뽑지 못한채 떠나갔습니다.
이런 악마와 부조리가 이 세상에서 살판 치다 보니 자네는 암이란 악마를 이겨내지 못하고 구중천을 가지 않았겠습니까!
자네는 그젯날 , 1996년도에 한국의 초청사기 사건으로 중국동포들이 엄청난 피해를 입었을 때 붓을 휘날리며 얼마나 호소적인 글들을 펴냈는지, 저 뿐만아니라 피해자들이 너무나도 잘 알고 있습니다. 이것이 바로 자네가 사람이기 전에 인간이었다는 얘기입니다.
우광훈 작가가 한마디 들려준 얘기가 있습니다. 자네가 모 국가에서 온 한 불쌍한 사람이 있는데 현금을 지참해 갖고 오라고 했을 때 우광훈 작가는 이 사람은 바로 인간이구나 하고 얘기를 했습니다.
자네가 나와 함께 조선 칠보산을 동행했을 때를 기억하고 있을 것입니다. 자네는 소금을 엄청나게 갖고 갔습니다. 나는 자네의 행실에 얼마나 고맙게 생각했는지 모르겠습니다. 참으로 상대방이 빛과 소금을 그 얼마나 바라겠는가를 ...
자넨 우리민족을 위해 이주, 황무지개간, 항일, 해방전쟁, 문혁전 및 개방시기의 피어린 발자취를 찾아 두만강, 압록강, 송화강, 흑룡강지역을 중심으로 동북 각지의 수십개의 민족향촌을 답사하여 "혈연의 강들", "삼인삼색의 운명”등 민족역사 기록에 길이 남을 기념비적 작품을 펴냈으며 민족역사의 거목들인 심여추, 류자명, 최채 등 인사들의 전기를 집필하여 민족정체성 고양과 민족문화의 창고에 큰 기여를 했다는 것을 뭇사람들이 이제야 알 것입니다.
자넨 또 연변인민대표대회위원으로 활동하면서 조선글지키기와 조선족문학지키기에 동분서주 심혈을 기울여 왔습니다. 특히 중국조선족 글 지키기에서 당면하에 한글을 빨리 습득해 고국과의 거리를 좁히라고 연변인민대표대회에 드린 제안은 중국조선족이 한국을 대함에 있어 얼마나 좋은 제안인지를 유지인들은 알고 있을 것입니다.
추모식에서 자네의 큰 아들이 가족을 대표해 답사를 잘 했습니다. "이제 다시 태어나서도 유연산 아버지에게서 태어나겠습니다"라고. 난 그 가족답사를 듣고 눈물이 앞을 가리워 그 어떤 형언할 수 없는 애수에 잠겼습니다. 한 사람이 가정세대주로서 자식들한테서도 이렇게 존중과 사랑을 받는 인간이고 사회에서는 이렇게 불효와 비리 그리고 부조리에 목숨걸고 싸운 사람은 이 세상에 흔치 않습니다. 그것이 바로 사람이 아닌 인간입니다.
자넨 생전에 나와 늘 얘기했습니다. 조선족에 도움이 되고 사회에 도움이 되는 일은 게을리 하지 말자고...
고 유연산 씨, 천국에 먼저 가세요, 거기에 가서 내 자리를 잘 마련해주세요.
고 유연산 씨 만약 내가 이 세상에서 불의에 물젖어 인생을 허무하게 지냈다면 자리를 마련해주지 말아야하고 또 자넨 마련해 주지도 않을 것입니다.
고 유연산 씨 집에 두 아들을 잘 키웠습니다. 그 두 아들이 자네가 다하지 못한 일을 잘 마무리 할 것이오니 부디 저 하늘나라에서 다리를 쭉 펴고 이 세상을 굽어보세요.
당신이 한말이 있지 않습니까? "이 세상도 살만하다"고. 고 유연산 씨, 지기지우로 이렇게 글을 보내옵니다. 부디 저 하늘나라에서 한글자도 빼놓지 않고 열심히 읽어주십시요.
2011년 1월24일 연길에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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