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시지기-죽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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시는 추상적관능과 비평정신을 고도의 음악성과 결부해야...
2016년 12월 28일 20시 15분  조회:2594  추천:0  작성자: 죽림


 

가을의 노래---보들레르 

1

이윽고 우리는 추운 어둠 속에 빠져 들리니
너무나 짧은 여름날의 강렬한 밝음이여, 안녕!
이미 나는 불길한 충격을 주면서 안마당 돌바닥에 
장작 던지는 소리를 듣고 놀란다.

겨울의 모든 것 - 분노와 증오, 전율과 공포
또한 강제된 고역은 내 몸 속에 되돌아 온다.
북극의 지옥의 날에다 비유할 것인가
내 마음은 얼어붙은 쇳조각이다.

나는 몸서리쳐짐을 느끼며 장작 던지는 소리 듣노니
세워진 단두대의 소리없는 울림조차 이렇지 않다.
내 가슴은 무거운 쇠망치를 얻어맞고
허물어지는 성탑과도 같다.

이 단조로운 충격에 내 몸은 흔들려
어디선가 관에다 서둘러 못질하고 있는 듯하다.
누굴 위해? - 어제는 여름이었으나 이제는 가을?
흡사 죽은 자를 매장하는 종소리와도 같다.

2

나는 그대 지긋한 눈의 푸른 빛이 좋아,
다사론 미녀여, 나 오늘은 모두가 쓰디써,
그대 사랑도, 침실의 즐거움도, 화끈한 난로도,
그 어느 것도 바다의 눈부신 태양만 못해.

하지만 사랑해주오, 다정한 그대여!
박정하고 심술은 놈일지라도 어머니 되어 주오.
애인이건, 누님이건, 가을 영롱한 하늘 또는 
낙조의 한 순간 그 따스한 정을 베풀어주오.

잠깐의 수고를! 무덤 기다리니, 그 탐욕한 무덤이
아! 내 이마 그대 포근한 무릎에 얹고,
백열의 지난 여름 그리며, 이 늦가을의 
따스하고 누른 햇살 맛보게 해주오!

요점 정리 

작자 : 보들레르 

내용 연구 



이해와 감상 

이 시는 '악의 꽃' 재판에 수록되어 있는데, '처녀와 같은 순진성'을 지닌 여배우 마리 부뤄노에게 바쳐진 작품이라고 한다. 초조하고 불안한 가을의 상념을 노래한 시이다. 1부는 닥쳐올 겨울의 음울함과 음향이 갖는 불길한 예감을 보여주고 2부에는 인생의 늦가을에 따뜻한 사랑의 정을 애원하는 내용으로 되어 있다.

제 2부에서 "낙조의 한 순간, 그 따스한 정을 베풀어주오"라고 노래한 대목은 그의 실연을 암시한인 듯하다. 

심화 자료 

보들레르 (Baudelaire, Charles-Pierre) [1821.4.9~1867.8.31] 

파리 출생. 아버지는 62세의 원로원(元老院)사무국 고관이었고, 어머니는 후처로 28세였다. 이러한 부모의 연령 불균형이 이상신경의 한 원인이 되었다는 것은 부정할 수 없다. 6세 때 아버지가 죽고, 이듬해에 어머니는 육군 소령 자크 오피크와 재혼하였다. 의붓아버지가 대령으로 승진하여 리옹에 부임하자, 11세 된 그는 리옹의 사립학교에 들어갔고, 이어 리옹 왕립중학교의 기숙생이 되었다. 다음으로 군인 아버지의 파리 전근에 따라 루이 르 그랑 중학교로 전학했는데, 최고학년이 된 18세 때 품행관계로 퇴학처분을 당했다. 그러나 대학 입학 자격시험(리세)에는 단번에 합격하였다. 그 후 문학지망을 표명하여 양친을 실망시키고, 카르테 라탱을 방랑하며 방종한 생활을 하였다.

보다 못해 내려진 친족회의의 결의로 캘커타행 기선을 탔으나, 인도양의 모리스섬(모리셔스 本島)과 부르봉섬(프랑스령 레위니옹섬)에 체재하였을 뿐, 9개월 후에는 파리로 되돌아갔다. 이윽고 성년이 되어 의붓아버지가 남겨준 재산을 상속하여, 센강(江)의 생 루이섬[島]에 거처를 두고 댄디슴의 이상을 추구, 호화판 탐미생활에 빠졌다. 흑백혼혈의 무명 여배우 잔 뒤발과 알게 되자, 관능적인 시흥(詩興)의 원천으로 삼았고, 평생의 악연(惡緣)을 맺은 것도 이 무렵의 일이었다. 2년 동안에 유산을 거의다 낭비해 버리자 법정후견인이 딸린 준금치산자(準禁治産者)가 되었다. 24세 때 《1845년의 살롱》을 출판하여 미술평론가로서 데뷔하였으며, 문예비평 ·시 ·단편소설 등을 잇달아 발표하여 문단에서 활약하는 한편, 1848년 의붓아버지에 대한 반항으로 2월혁명의 폭동에도 가담하였다. 또 E.A.포의 작품을 번역 ·소개하였고 만년에 이르기까지 17년 간에 5권의 뛰어난 번역을 완성하였다. 

그러는 동안에도 여배우 마리 도브륀과 연애관계를 가졌으며, 또 사바티에 부인의 살롱의 단골이 되어 그녀를 성모처럼 추키면서 많은 연애시를 썼다. 1857년, 청년시절부터 심혈을 기울여 다듬어 온 시를 정리하여 시집 《악의 꽃 Les Fleurs du Mal》을 출판하였으나, 미풍양속을 해친다는 이유로 벌금과 시 6편의 삭제라는 판결을 받았다. 그해 의붓아버지가 사망하자, 어머니는 센강(江) 어귀의 옹푸루르 별장으로 옮겨 살았다. 1860년에 《인공낙원(人工樂園)》을 출판하고, 1861년에 《악의 꽃》의 재판을 간행하였다. 이 무렵부터 문학가로서의 명성이 높아지기 시작하였다. 1864년, 벨기에의 브뤼셀에 가서 궁색한 생활을 면하기 위한 강연여행을 가졌으나 건강이 악화되었다. 

1866년, 나뮈르시(市)의 생 루 교회를 구경하던 중 졸도하여, 뇌연화증(腦軟化症)의 징후로 브뤼셀에서 응급치료를 받은 다음, 어머니를 따라 파리로 돌아와서 입원하였다. 그러나 이듬해 여름, 실어증으로 46세의 나이에 사망하였다. 파리 몽파르나스 묘지에 있는 오피크가(家)의 무덤에 묻혔다. 그의 사후,1868~1869년에 간행된 전집 속에는 고티에가 서문을 쓴 《악의 꽃》(제3판) 《소산문시 Petits po憙mes en prose》, 만년의 작품인 산문시집 《파리의 우울 Le spleen de Paris》이 수록되었으며, 또 들라크루아 ·바그너 ·고티에 등을 논한 평론은 《심미섭렵(審美涉獵) Curiosit暴s esth暴tiques》(1869) 《낭만파 예술 L’art romantique》(1868)이라는 총제목하에 수록되었다. 또한 만년의 수기인 《화전(火箭)》 《벌거벗은 마음》은 《내심(內心)의 일기》라는 제목으로 출판되었다.

보들레르의 서정시는 다음 세대인 베를렌 ·랭보 ·말라르메 등 상징파 시인들에게 큰 영향을 끼쳤으며, 죽은 지 10여 년이 지나서야 그의 문학적 가치가 높이 평가되었다. 발레리는 “그보다 위대하고 재능이 풍부한 시인들은 있을지 모르지만, 그보다 중요한 시인은 없다”라고 절찬하였다. E.A.포의 지적 세계에 감동하여 낭만파 ·고답파의 구폐(舊弊)에서 벗어났으며 명석한 분석력과 논리와 상상력을 동원하여 인간심리의 심층을 탐구하고, 고도의 비평정신을 추상적인 관능과 음악성이 넘치는 시에 결부한 점에 그의 위대성이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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활짝 편 손으로 사랑을 
―빈센트 밀레이(1892∼1950)

활짝 편 손에 담긴 사랑, 그것밖에 없습니다.

보석 장식도 없고, 숨기지도 않고, 

상처 주지 않는 사랑.

누군가 모자 가득 앵초 꽃을 담아 당신에게

 

 

불쑥 내밀듯이,

아니면 치마 가득 사과를 담아 주듯이

나는 당신에게 그런 사랑을 드립니다.

아이처럼 외치면서

“내가 무얼 갖고 있나 좀 보세요! 

 

 

이게 다 당신 거예요!”


거침없는 사랑이어라! 두 뺨은 사과처럼 탱탱하고 머리칼은 희고 붉은 앵초 꽃이 다발로 나부끼는 듯, 그리고 눈동자는 사랑의 기쁨으로 초롱거리리. 제 젊음과 아름다움에 자신만만할 때에야 이렇듯 한 점 그늘 없이 사랑하리. 하, 풋풋하고 싱그럽다! 

앵초는 봄의 꽃, 사과는 가을 열매. 온 계절이 사랑의 계절인 청춘은 아름다워라! “이게 다예요! 사랑이 다예요!” 구가하시라. 분하게도, 나이 들어서 거침없이 사랑을 드러내면 주책없는 사람 취급을 받을 수 있노라. 에로스로서의 사랑에서 소외자가 돼 버리는 것이다. 젊디젊은 이들 가운데도 사랑의 서민이 있다. 빈민도 있고. 그렇다고 ‘이것은 왜 청춘이 아니란 말인가?’ 나도 사랑의 서민이었다. 그때는 기가 죽기도 했지만, 살아보니 그렇더라. 인생 전체로 놓고 보면 사랑이 그렇게나 죽고 못 살 만큼 대단한 게 아니라는. 뭐, 젊은 당신에게 위로가 될 말이 아니겠군요…. 그래요! 사랑의 갈증도 젊을 때나 있는 거예요. 그 고통을 즐기세요. 당신의 젊은 피에 흐르는 뜨겁고 순수한 사랑의 열망은 기어이 대상을 찾는답니다. 사람이 아니라면 음악이라든가 시라든가, 뭣이 됐든 그 대상을 탐스럽게 꽃피운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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